제4장: 퍼셉트론과 머신러닝의 탄생
인공신경망의 세계를 열다
머신러닝의 역사를 영원히 바꾼 장면이 있었다. 20세기 중반, 인간 뇌의 복잡한 구조가 수학적 모델로 옮겨지는 그 순간, 로젠블라트의 퍼셉트론은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단순한 입력이 한 번의 선택 과정을 거쳐 출력으로 결정되는 이 '인공 뉴런'은, 마치 현실의 뉴런처럼 작은 신호에서 출발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품고 있었다.
이 아이디어는 곧바로 인공신경망, 즉 다양한 입력 신호를 조합해 하나의 결정을 내리는 네트워크의 출발점이 되었다. 퍼셉트론 모델은 입력 값마다 기여도가 각각 다르다는 점을 반영하기 위해 '가중치'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각 입력은 일정 비율로 곱해져 모든 값이 더해지고, 이 합이 어떤 기준(바이어스)을 넘는다 싶으면 비로소 결과를 내놓는다. 세상에 흩어진 신호, 데이터의 조각들을 선 하나로 갈라내는 힘—그것이 퍼셉트론의 매력이었다.
퍼셉트론이 가져온 변화
처음 퍼셉트론이 소개되었을 때, 기술계는 기계가 스스로 학습한다는 발상에 경악했다. 아주 단순한 수치 계산에서 이메일 분류, 패턴 인식 등 여러 분야로 그 영향이 퍼져나갔다. 하지만 단층 신경망 방식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세상의 문제들이 반드시 한 번에 선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사실, 그러니까 XOR 문제처럼 선형 분리로는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이 한계를 깨려면 더 깊고 복잡한 구조가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다층 퍼셉트론(MLP)이다. 입력과 출력 사이에 은닉층을 추가하면서 네트워크는 다양한 패턴과 논리를 포착할 수 있게 됐다. 각각의 은닉층에서는 입력 신호가 한 번, 또 한 번 더 체계적으로 가공되고, 이로 인해 선형의 벽 너머 더욱 복잡한 문제까지도 처리 가능해졌다.
머신러닝의 첫 장을 열어젖히다
퍼셉트론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기계에 담는 것"의 시작점이었다. 그 이후 신경망은 데이터 속 패턴을 좀 더 섬세하게 구분하며 스스로 데이터를 해석하고, 학습하며, 점점 더 유연하게 진화했다. 수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최신 신경망도 기초 원리는 퍼셉트론에서 출발한다.
오늘날 인공신경망은 이미지 인식, 음성 분석, 언어 이해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 모든 흐름의 진원지엔 작은 퍼셉트론이 있었다. 세상 모든 데이터를 지능으로 전환하는 그 긴 여정, 인공신경망의 세계 정복기는 어쩌면 이제 막 제4장의 문을 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