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판파의 음유시인"(1)
"장판파의 음유시인"
서두: 피리 부는 자가 전쟁을 멈추리라
후한의 태양이 핏빛으로 저물어가던 그 시절, 천하는 이미 셋으로 쪼개져 서로의 살점을 뜯어먹고 있었다. 영웅들은 칼춤을 추었고, 백성들은 그 칼날 아래 스러져 갔다. 그 참혹한 전쟁의 소용돌이 한복판, 장판파 계곡 깊숙한 곳에 세상과 등진 채 숨겨진 마을 하나가 있었다. 이름하여 '음영촌(陰影村)', 그림자와 노래가 춤추는 예술가들의 유토피아였다.
음영촌은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길 위에 지어진 수상 도시였다. 집집마다 붉고 푸른 등불이 걸려 밤이면 마치 별들이 지상에 내려앉은 듯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칼 대신 붓을, 창 대신 악기를 들었다. 그들은 전쟁의 광기에서 벗어나 그림과 시, 그리고 음악으로 서로를 치유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곳 음영촌에서 나는 '청운(靑雲)'이라 불렸다. 마을에서 나고 자란 나는 막내둥이에 불과했지만, 음영촌 최고의 풍류객으로 이름이 높았다. 거문고 타는 솜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