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经의 지혜

08. 쩡스창 교수의 점괘 해독법 (총론 8강)

중화 문화의 경전 중 으뜸인 역경(易經)은 수천 년간 중국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온 철학적 지침서인 동시에, 그 신비로운 점괘(占卦) 기능으로도 끊임없이 회자되어 왔습니다. 역경의 점괘는 과연 얼마나 정확하며, 공자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자신만의 점괘를 얻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대만 사범대학의 쩡스창(曾仕強) 교수의 강의는 역경의 점괘에 대한 오해를 풀고, 그 속에 담긴 심오한 지혜를 현대인의 시각에서 명쾌하게 풀어냅니다.


1. 공자(孔子)의 점괘론: '점을 치되 맹신하지 말라'

공자는 역경을 사랑했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점괘에 맹목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점을 치지 않는다(不占而)"는 공자의 말에는 세 가지 함의가 담겨 있습니다.

  1. 공자도 점괘를 쳤고, 자주 쳤다: 공자는 점괘의 원리를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았으며, 실제로 자주 점을 쳤습니다. 그가 할 줄 모르는 것을 비판할 리는 없습니다.

  2. 점괘 결과에 대한 맹신 금지: 공자는 점괘의 결과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점을 치는 사람의 동기나 사사로운 이익, 또는 의도적인 조작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설령 점괘가 흉(凶)하게 나왔더라도 그것을 무조건 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지혜를 얻어 손실을 최소화하는 '구길피흉(趨吉避凶)'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3. 점괘의 한계와 도리의 중요성: 점괘는 소수만이 이해할 수 있는 신비로운 영역으로 치부되어 왔습니다. 점을 치는 사람은 대개 결과만을 알려줄 뿐, 그 이치를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이처럼 도리(道理)를 알 수 없으면 어떻게 상황에 대처하고 변화를 꾀할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공자의 "점을 치지 않는다"는 말은 점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인 의존과 피상적인 이해를 경계하고, 점괘를 통해 자기 성찰과 도리 이해의 기회로 삼으라는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점괘를 통해 자신의 사고를 정리하고, 괘가 담고 있는 도리를 깨달아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활용해야 합니다.


2. 점괘(占卦)의 진정한 목적: '나'의 현재 위치 파악

우리가 점괘를 치는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요? 쩡스창 교수는 바로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것(找到我現在的定位)'**이라고 설명합니다. 역경의 육십사괘는 360도의 공간을 64개의 각기 다른 '상황(情境)'으로 나눈 것입니다. 우리는 점괘를 통해 자신이 지금 어떤 괘상(卦象)의 상황에 처해 있는지, 즉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타인을 이해하기는 쉬워도 자신을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당국자 미(當局者迷)'라는 말처럼, 우리는 자기 일에 대해서는 혼란스럽고 헤매기 쉽습니다. 점괘는 마치 거울처럼, 자신이 처한 상황과 심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현괘(懸卦)' 즉 '걸어놓고'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이 거울을 통해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방관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어떻게 대처하고 처리해야 할지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3. 점괘(占卦)의 방법: 동전으로 6, 7, 8, 9를 얻는 과정

점괘는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그 원리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교수는 세 개의 동전을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1. 음양(陰陽)의 구분: 동전의 한 면을 양(陽, 3점)으로, 다른 면을 음(陰, 2점)으로 가정합니다. 이는 '하나의 동전이 음과 양, 두 면을 가진다'는 역경의 기본 원리인 '일음일양(一陰一陽)'을 상징합니다.

  2. 세 개의 동전: 세 개의 동전을 동시에 던집니다. 세 동전은 합산하여 네 가지 결과 중 하나를 가져옵니다.

    • 세 동전 모두 양(陽) (3+3+3 = 9점): 노양(老陽) — 곧 음으로 변할 양

    • 두 동전 양, 한 동전 음 (3+3+2 = 8점): 소음(少陰) — 변하지 않는 음

    • 한 동전 양, 두 동전 음 (3+2+2 = 7점): 소양(少陽) — 변하지 않는 양

    • 세 동전 모두 음(陰) (2+2+2 = 6점): 노음(老陰) — 곧 양으로 변할 음

  3. 육효(六爻)와 괘(卦)의 형성: 위 과정을 총 여섯 번 반복하여 6개의 효(爻)를 얻습니다. 이 6개의 효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쌓아 올려 하나의 괘(卦)를 완성합니다.

    • 6 또는 8이 나오면 음효(--)로, 7 또는 9가 나오면 양효(―)로 기록합니다.

    • 이때 6(노음)과 9(노양)는 '변효(變爻)'이며, 그 성질이 변하는 효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6번을 던져 9, 7, 9, 8, 8, 6의 숫자를 얻었다면, 아래에서부터 6(노음), 8(소음), 8(소음), 9(노양), 7(소양), 9(노양) 순으로 효를 쌓아 '태괘(泰卦)'를 얻게 됩니다. (이는 괘마다 정해진 순서와 명칭에 따릅니다.) 이처럼 매번 던질 때마다 다른 괘가 나오며, 이는 우주의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태적(動態的)'**임을 보여줍니다.


4. 괘(卦)의 해석과 활용: 신화사전(新華字典)처럼

역경의 64괘는 마치 '신화사전(新華字典)'과 같습니다. 모든 괘의 의미를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점괘를 통해 얻은 괘의 의미와 효사(爻辭)를 찾아보고, 이를 현재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 성찰하며 해결책을 찾는 것입니다. 점괘는 단순한 미래 예측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가 됩니다.

쩡스창 교수는 64괘가 서로 뒤바뀌는 **4096가지의 변화(變化)**를 가질 수 있으며, 매 순간 우리 삶은 예측 불가능한 변화 속에 놓여 있다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맹목적으로 운명에 순응하거나, 반대로 무분별한 변화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원칙(經)'을 지키면서 '변화(變)'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지경달변(持經達變)**의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5. 역경(易經)과 품덕(品德): 운명을 바꾸는 힘

왜 어떤 사람은 점괘를 쳐도 불길한 결과가 나오고, 어떤 사람은 길한 결과를 얻을까요? 역경은 이에 대해 '품덕(品德)'의 차이라고 답합니다. 역사적으로 가뭄이 들었을 때 덕망 높은 황제가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내리고, 덕 없는 황제가 지내면 비가 오지 않았다는 전설은 '사람의 덕성이 천지를 감동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반영합니다. "사기(邪氣)는 정기(正氣)를 이기지 못한다(邪不敵正)"는 말처럼, 자신의 품덕이 올바르면 어떤 악한 기운도 침범하지 못합니다.

의사가 같은 약을 주어도 어떤 환자는 낫고 어떤 환자는 낫지 않는 것처럼,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외부적인 요소뿐 아니라 자신의 내면적인 '기(氣)'와 '수양'에 달려있습니다. 쩡스창 교수는 우리가 신에게 복을 빌 때, 그것은 신에게 뇌물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신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하고 스스로의 품행을 바르게 하고 수양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행위라고 설명합니다.

점괘는 결코 인간의 '자유의지'를 침해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인본주의(人本主義)'적 태도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것을 촉구합니다. 맹목적으로 운명에 굴복하는 대신, 점괘가 주는 정보를 바탕으로 지혜롭게 판단하고 행동함으로써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역경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지혜입니다.


6. 역경(易經)의 세 가지 보물: 모호성, 유연성, 여백

역경은 점괘에 대한 오해에도 불구하고 수천 년간 생명력을 유지하며 중화 문화의 근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특유의 세 가지 '신비로운' 특징 때문입니다.

  1. 모호성(模糊性): 역경은 단순한 기호와 적은 설명만으로 큰 의미를 전달하며, 독자에게 광범위한 상상의 공간을 부여합니다. 이는 마치 '점입가경'처럼 핵심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는 중국인의 언어 및 사고방식과 유사합니다.

  2. 유연성(靈活性): 역경의 내용은 해석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옳은 것 안에 그른 것이 있고, 그른 것 안에 옳은 것이 있다(對中有錯, 錯中有對)'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통해, 세상의 복잡다단한 현상을 단순한 이분법으로 판단하지 않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습니다. 이는 서양의 'right or wrong' 사고방식과 대비됩니다.

  3. 여백(空白性): 중국 회화의 '여백'이 그림의 깊이를 더하듯, 역경 또한 많은 여백을 남겨둡니다. 이는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역경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특징들 덕분에 역경은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인간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는 영원한 지침서가 됩니다. 쩡스창 교수는 역경의 고난에 찬 역사가 오히려 그 가치를 드높였듯이, 우리 삶의 어려움 또한 우리를 더욱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하는 귀한 기회임을 강조하며 강의를 마무리합니다.

영상 URL: https://www.youtube.com/watch?v=epy-53EWI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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