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经의 지혜

01. 천지(天地)의 근원을 찾아서

천지(天地)의 근원을 찾아서: 쩡스창 교수가 해설하는 하도·낙서와 역경의 심오한 지혜

아득한 상고 시절, 황하의 거친 물결 속에서 용의 머리와 말의 몸을 한 신수(神獸), 용마(龍馬)가 솟아올랐습니다. 그 등에는 흑과 백의 점들로 이루어진 기묘한 그림, **하도(河圖)**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낙수(洛水)에서는 신령한 거북의 등껍질 위로 또 다른 천상의 문양, **낙서(洛書)**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복희씨(伏羲氏)는 바로 이 하늘이 내려준 설계도를 보고 팔괘(八卦)를 그렸으니, 이것이 바로 동양 정신의 정수이자 우주 만물의 변화를 담은 **역경(易經)**의 시작이었습니다.

대만 사범대학의 쩡스창(曾仕強) 교수는 이 신화적 서사로부터 출발하여, 단순한 점과 선에 담긴 우주의 질서와 인간의 도리를 풀어냅니다. 그의 강연은 하도와 낙서가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학술적 논쟁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철학적 가치와 문화적 생명력에 집중하며 우리를 중화 문화의 가장 깊은 근원, '하락(河洛)'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1. 하도(河圖): 우주를 수놓은 신의 설계도

하도를 마주하면 그 극단적인 단순함에 먼저 놀라게 됩니다. 오직 흰 점(白點)과 검은 점(黑點)뿐입니다. 그러나 이 단순함이야말로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 즉 **음(陰)과 양(陽)**의 이치를 담고 있습니다. 흰 점은 하늘과 빛, 홀수를 상징하는 양(陽)이며, 검은 점은 땅과 어둠, 짝수를 상징하는 음(陰)입니다.

나아가 이 점들은 '수(數)'를 나타냅니다. 흰 점은 1, 3, 5, 7, 9의 '천수(天數, 하늘의 수)'를, 검은 점은 2, 4, 6, 8, 10의 '지수(地數, 땅의 수)'를 의미합니다. 하도의 이치를 담은 노래는 이 숫자들의 상호작용을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天一生水,地六成之 (하늘의 1이 물을 낳으니, 땅의 6이 그것을 이룬다)

地二生火,天七成之 (땅의 2가 불을 낳으니, 하늘의 7이 그것을 이룬다)

天三生木,地八成之 (하늘의 3이 나무를 낳으니, 땅의 8이 그것을 이룬다)

地四生金,天九成之 (땅의 4가 쇠를 낳으니, 하늘의 9가 그것을 이룬다)

天五生土,地十成之 (하늘의 5가 흙을 낳으니, 땅의 10이 그것을 이룬다)

이는 음양의 기운이 결합하여 만물을 생성하는 '생성(生成)'의 원리를 보여줍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숫자들의 배치와 관계입니다. 북쪽의 1(陽)과 6(陰), 남쪽의 2(陰)와 7(陽), 동쪽의 3(陽)과 8(陰), 서쪽의 4(陰)와 9(陽), 그리고 중앙의 5(陽)와 10(陰)은 모두 그 차이가 정확히 '5'입니다.

이 때문에 중앙의 숫자 5는 모든 변화의 중심을 잡는 불변의 핵심으로 작용합니다. 교수는 이를 인간의 다섯 손가락에 비유합니다. 우리는 다섯 손가락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움켜쥘 수 있습니다. '대오(隊伍, 팀)'라는 단어에 숫자 5(五)가 들어가는 이유도, 다섯 명 정도가 완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한 단위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다섯을 넘어서는 여섯(六)은 손에서 빠져나가듯(溜, liu) 통제하기 어려워진다는 언어적 유희를 통해 숫자 5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2. 기(氣): 만물을 낳는 보이지 않는 숨결

그렇다면 이 심오한 형상(象)과 숫자(數)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쩡스창 교수는 그 근원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적 에너지, **기(氣)**를 지목합니다. 만물의 최초 형태는 기(氣)이며, 기가 있기에 비로소 수(數)가 생겨나고 상(象)이 드러납니다.

"하늘이 1로 물을 낳는다"는 구절은, 하늘의 순수한 양기(陽氣)가 북쪽의 차가운 땅에 이르러 비로소 응축되어 물이라는 형질(形質)을 갖게 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즉, 보이지 않는 에너지(氣)가 보이는 물질(質)로 변하는 우주적 연금술입니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은 한 호흡의 '기'가 남아있다는 의미이며, "기를 다투다(爭氣)"라는 말처럼 기는 우리의 모든 활동과 운명을 주관하는 근원적인 힘입니다.

공자는 이를 **"하늘에서는 상(象)을 이루고, 땅에서는 형(形)을 이룬다(在天成象, 在地成形)"**고 표현했습니다. 하늘의 기는 천둥, 번개, 비, 구름과 같은 기상 현상(象)으로 나타나고, 땅의 기는 산과 강 같은 구체적인 형태(形)로 드러납니다. 하늘이 하도와 낙서라는 '상'을 내려준 것(天垂象)은, 문자가 없던 시절 인류가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언어, 즉 그림과 숫자로 우주의 진리를 보여준 것입니다.

교수는 제갈량의 일화를 들어 '기수(氣數, 기의 흐름과 운명)'의 힘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제갈량이 상방곡에서 사마의를 불로 태워 죽이려던 찰나,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져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이때 제갈량은 "한나라의 기수가 이미 다했구나(漢室氣數已盡)"라며 탄식합니다. 이는 인간의 지략마저도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기'의 흐름, 즉 천운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극적인 예시입니다.

3. 오행(五行): 물질이 아닌, 에너지의 다섯 가지 춤

우리는 흔히 **오행(五行)**을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라는 다섯 가지 기본 물질로 생각하지만, 교수는 이것이 심각한 오해라고 지적합니다. 오행의 '행(行)'은 '가다', '움직이다'라는 뜻으로, 이는 **'기(氣)가 움직이는 다섯 가지 방식'**을 의미합니다.

  • 수(水): 아래로 흐르고 스며드는 하강 운동

  • 화(火): 위로 타오르고 솟아오르는 상승 운동

  • 목(木):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확산 운동

  • 금(金): 안으로 수렴하고 응축하는 수축 운동

  • 토(土): 중앙에서 안정적으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평행 운동

이러한 기의 방향성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언어에도 깊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우리가 사물을 **'동서(東西)'**라고 부르는 이유는, 동쪽은 나무(木)를, 서쪽은 쇠(金)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대부분의 물건은 나무나 금속으로 만들어집니다. 반면 남쪽의 불(火)과 북쪽의 물(水)은 서로 섞여 구체적인 '물건'을 만들기 어렵기에 '남북'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입니다.

4. 자연에서 배우다: 삶으로 체득하는 역경의 지혜

흑백 텔레비전이 처음 나왔을 때, 그것은 빛이 켜지고 꺼지는(明/暗) 단순한 원리, 즉 음과 양의 조합이었습니다. 이것이 태극에서 양의(兩儀)가 생겨나는 과정과 같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며 색이 더해지고 화질이 선명해지는 것은 사상(四象), 팔괘(八卦)를 거쳐 64괘의 복잡하고 다채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위대한 발명이 아니라, 본래 자연에 내재된 원리를 인간이 발견하고 따라간 결과입니다.

따라서 역경의 최종적인 가르침은 삶의 태도로 귀결됩니다. 교수는 **'순기자연(順其自然)'**과 '청기자연(聽其自然)'의 차이를 명확히 합니다. '청기자연'이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고 방관하는 소극적 태도라면, **'순기자연'**은 자연의 큰 흐름과 이치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인간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의미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되, 억지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으며, 그 결과에 대해서는 하늘의 뜻에 맡기는(聽天命) 지혜입니다.

결론적으로 하도와 낙서에서 시작된 역경의 지혜는 미래를 점치는 신비한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천지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그 질서 안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대 현인들의 깊은 통찰입니다. 쩡스창 교수의 강연은 이 고대의 지혜가 박물관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언어와 사고, 그리고 삶의 방식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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