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소모픽 랩스 IsoDDE, AlphaFold 3 넘어선 AI 신약설계 엔진

최근 구글 딥마인드 스핀오프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가 ‘IsoDDE(Drug Design Engine)’라는 새 시스템을 공개하며 “AlphaFold 3를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1. 단백질 ‘모양 맞히기’에 머물던 AI가 이제 “어디에 붙을 약을 어떻게 만들까?”까지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신호라서, 신약개발 업계에 꽤 큰 의미가 있습니다.
IsoDDE를 한 줄로 정의하면, 구조 예측과 결합 자리(포켓) 탐색, 결합 강도(친화도) 추정을 한 엔진 안에서 연결해 ‘설계’로 밀어붙이는 통합형 AI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쉽게 풀고, 실제로 어떤 일이 빨라질지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IsoDDE란? AlphaFold 3와의 결정적 차이
AlphaFold 3가 던진 질문은 “이 단백질(그리고 일부 분자들)의 3D 구조가 어떻게 생겼지?”에 가깝습니다. 반면 IsoDDE는 한 발 더 나아가 “그렇다면 약이 붙을 만한 곳은 어디고, 어떤 후보가 더 세게 붙을까?” 같은 ‘의사결정’에 가까운 질문을 겨냥합니다2.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신약개발의 병목이 구조 그 자체가 아니라 “결국 붙는 후보를 빨리 고르는 일”에 더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구조는 지도이고, 설계는 내비게이션입니다. 지도만 정확해도 길을 헤맬 수 있지만,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의 선택을 대신 계산해줍니다.
단백질-리간드 예측 ‘일반화’가 왜 핵심인가
AI 모델이 실험실에서 잘하는 것과, 현장에서 통하는 것은 다릅니다. 신약개발 현장은 늘 ‘처음 보는 표적’과 ‘처음 보는 화학물’ 투성이인데, 기존 모델은 학습 데이터와 많이 다른 조합(아웃오브디스트리뷰션)에서 성능이 흔들리는 문제가 반복됐습니다2.
아이소모픽 랩스는 IsoDDE가 이런 낯선 조합에서 단백질-리간드 구조 예측 정확도를 크게 끌어올렸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Runs N’ Poses’ 벤치마크의 가장 어려운 구간에서 AlphaFold 3 대비 정확도가 2배 이상이라고 제시했죠2. 쉽게 말해 “처음 보는 문제에서 덜 당황한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단순 정답률이 아니라, 실제 약물 설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까다로운 상황을 더 잘 잡는다는 점입니다. 단백질이 약을 맞이하며 형태를 살짝 바꾸는 ‘유도 적합(induced fit)’이나, 평소엔 안 보이다가 특정 분자가 오면 열리는 ‘크립틱 포켓(숨은 결합 자리)’ 같은 현상은, 현실에선 흔한데 컴퓨터에겐 악몽이었습니다23. IsoDDE는 그 악몽을 “기본 기능” 쪽으로 끌어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포켓 찾기 + 친화도 예측”이 바꾸는 실무 흐름
뉴스에서 특히 눈길을 끈 건, IsoDDE가 단백질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서열 정보만으로도 결합 자리를 몇 초 만에 찾아낼 수 있다고 한 부분입니다1. 게다가 알려진 자리뿐 아니라 실험으로 뒤늦게 드러난 새로운 포켓 사례(세레블론의 크립틱 사이트)를 재현했다고 소개됐습니다23. 이게 사실이라면, 표적 발굴 단계에서 “여긴 약이 못 붙어”라고 빨리 포기했던 타깃이 다시 살아날 여지가 생깁니다.
다음은 결합 강도, 즉 친화도 예측입니다. 전통적으로는 FEP 같은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이 강력하지만, 계산 비용이 크고 출발점이 되는 고품질 구조(예: 결정 구조)에 많이 의존합니다. IsoDDE는 공개 벤치마크에서 다른 딥러닝 모델들을 앞서고, 어떤 설정에서는 FEP 수준에 근접하거나 넘는 결과를 제시하면서도 실험 구조 없이도 접근 가능하다고 말합니다2. 요약하면 “느리지만 믿음직한 계산”과 “빠르지만 불안한 예측” 사이 간극을 줄이겠다는 방향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큽니다. 후보물질 수천~수만 개를 한꺼번에 스크리닝할 때, 포켓 탐지→도킹 가설→친화도 추정→우선순위 정하기가 한 파이프라인에서 빠르게 돌아가면, 젖은 실험(합성·세포·동물)을 더 비싼 단계에만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소모픽 랩스는 실제로 IsoDDE를 내부 프로그램에서 매일 사용 중이라고 밝혔습니다12.
시사점: “AI가 약을 만든다”의 현실적인 다음 장면
IsoDDE 같은 통합 엔진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히 “정확도가 올랐다”가 아닙니다. 신약개발을 ‘추측과 반복’에서 ‘가설과 설계’ 쪽으로 조금씩 이동시키려는 시도입니다. 실제 임상 성공률은 독성, 약물동태, 환자 다양성 같은 변수에 크게 좌우되니 컴퓨터만으로 해결되진 않습니다. 그래도 초반 설계의 시행착오를 줄이면, 전체 파이프라인의 시간과 비용이 내려갈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업계 종사자나 관련 전공자라면, 당장 이렇게 접근해보는 게 실용적입니다.
첫째, “구조 예측 툴”과 “설계 툴”을 구분해서 보세요. AlphaFold 계열이 지도라면, IsoDDE 류는 의사결정 엔진입니다.
둘째, 낯선 타깃(데이터 빈약, 난이도 높은 단백질)에서의 일반화 성능을 특히 챙겨보세요. 발표 성능의 진짜 가치는 ‘쉬운 문제’가 아니라 ‘처음 보는 문제’에서 갈립니다.
셋째, 포켓 탐지와 친화도 예측이 한 시스템에서 묶일수록, 조직의 실험 설계 자체가 바뀝니다. “무엇을 실험할지”를 더 영리하게 고르는 팀이 결국 빨라집니다.
결론적으로 IsoDDE는 “AlphaFold 이후”의 이야기가 드디어 본격화됐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단백질을 맞히는 시대에서, 약을 설계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다리. 그 다리의 내구성은 앞으로의 공개 검증과 임상 결과가 결정하겠지만, 방향성만큼은 분명히 흥미롭습니다.
참고
1Google's AI drug discovery spinoff Isomorphic Labs claims major leap beyond AlphaFold 3
2Isomorphic Labs Presents an AI Drug Design Engine That Goes Beyond AlphaFold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