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 시대 개발자 역량 변화: 코딩보다 설계·설명이 핵심
핵심 요약
LLM 코드 도구 등장으로 "코드를 직접 많이 쓰는 행위"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상상·설계·설명을 잘하는 능력이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코드 품질 판단 기준, FOSS 협업 방식, 주니어 교육, 개발 조직 구조까지 모두 재조정이 필요한 전환기이며, 앞으로는 "좋은 말(설명·사고·대화)"이 "좋은 코드"보다 더 큰 자산이 된다.
과거의 전제: 왜 코드는 원래 비쌌는가
오랫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은 고비용·고난도·고노동의 작업이었다.
개발자는 머릿속에 설계가 다 있어도, 실제로 동작하는 코드로 옮기려면 긴 시간 동안 키보드를 두드리며 세세한 부분을 구현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버그, 복잡한 트레이드오프, 팀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이 계속 튀어나왔고,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기" 자체가 큰 투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시도조차 못 하고, "언젠가 해봐야지" 목록에만 쌓이는 일이 흔했다.
이 전제 위에서 "말보다 코드가 중요하다"는 문화와, 코드 한 줄 한 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직업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전환점: LLM 코드 도구가 가져온 질적 변화
LLM 기반 코드 도구는 이 구조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경험 많은 개발자가 방향을 잘 제시하고 적절히 조종만 하면, 예전이라면 몇 주·몇 달 걸릴 코드량을 며칠, 심하면 몇 시간 안에 만들어낼 수 있다.
테스트, 문서, 서버 설정, 배포 스크립트까지 상당 부분 자동화가 가능해져서 "타이핑 노동"의 비중이 극단적으로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개발자는 더 많은 시간을 설계와 실험, 아이디어 검증, 구조 개선에 쓴다.
예전엔 "머릿속에 다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던 것들이 실제로 구현 가능한 범위 안으로 빠르게 들어오게 된 것이다.
코드 평가 기준의 붕괴: 예쁘다고 좋은 게 아니다
예전에는 깔끔한 디렉터리 구조, 정돈된 주석, 잘 쓴 README, 일정한 스타일 등으로 코드베이스의 수준을 가늠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LLM은 보기 좋고 문서까지 풍부한 프로젝트를 단번에 만들어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성숙한 프로젝트"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비전문가가 몇 번의 프롬프트로 만들어낸 일회성 실험물일 수도 있다.
반대로, 오래된 프로젝트나 투박한 스타일의 코드가 실제로는 훨씬 안정적이고 검증된 자산일 수 있다.
이제는 코드의 겉모습보다, 누가 왜 만들었고 어떻게 유지·운영되는지 같은 "출처와 맥락(프로비넌스)"이 훨씬 중요해졌다.
코드의 가치 재정의: 무엇이 '슬롭(slop)'인가
LLM은 수천, 수만 줄의 코드를 거의 비용 없이 만들어낸다.
이때 "코드 그 자체"의 희소성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코드 더미를 봐도 자동으로 "이건 싸구려일 것 같은데?"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특히 오픈소스에서, 누군가 직접 손으로 쓴 PR과 LLM이 뱉어낸 PR은 감정적으로 크게 다르게 느껴진다.
사람이 손수 쓴 코드는, 설령 완벽하지 않아도 "실제 시간을 들였구나"라는 공감과 책임감이 생기지만, LLM이 만든 대량 코드 덤프는 검토 비용만 비정상적으로 커 보인다.
그래서 슬롭이라는 말은 단순히 "문제가 많은 코드"가 아니라, 무한히 찍어낼 수 있어서 출처·노력·책임이 불분명한 코드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확장되고 있다.
오픈소스의 의미 변화: 코드보다 신뢰와 거버넌스
오픈소스는 "코드를 만들기가 너무 비싸서, 함께 만든 것을 공유하자"는 전제에서 시작되었다.
소수의 고급 개발자가 만들어 놓은 것을 다수가 재사용하고, 그 위에 다시 개선과 기여를 얹는 구조였다.
하지만 LLM 도구로 웬만한 작은 라이브러리나 도구는 개인이 얼마든지 새로 만들어 쓸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코드가 열려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큰 가치가 되기 어렵고,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진짜 가치는 아래 같은 요소로 이동하고 있다.
누가 운영하는가, 얼마나 꾸준히 관리되는가, 보안·품질·방향에 대한 합리적 거버넌스가 있는가, 커뮤니티가 신뢰할 수 있는가.
결국 "코드 저장소"보다 "커뮤니티와 운영체계"가 더 중요한 자산이 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극단적 태도 둘 다의 문제: '바이브 코딩'과 완전 거부
한쪽 극단에는 "에이전트가 알아서 다 짜준다"는 식의 바이브 코딩 열광이 있다.
이 방식은 비전공자나 호기심 많은 사람에게는 실험과 학습의 좋은 장난감이 될 수 있지만, 무한히 생성되는 결과물 속에서 스스로도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 못 하는 "자기 만든 슬롭의 바다"에 빠지기 쉽다.
다른 극단에는 "LLM 코드는 다 쓰레기"라며 도구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같은 도구를 활용해 실제로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개발자가 이미 존재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혐오나 피로감만으로 기술을 부정하는 태도는 현실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도구의 유무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역량·태도·문제 정의 능력이다.
진짜 위험: 주니어 세대와 학습 구조의 붕괴
경험 많은 개발자에게 LLM은 강력한 가속 장치지만, 기초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위험한 지팡이가 된다.
문법과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코드 달라니까 코드 주는 도구" 정도로만 사용하면, 점점 자신이 만든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로 빠져든다.
버그가 나도 직접 추적·분석하지 않고, 다시 LLM에게 "고쳐줘"를 반복하면서 의존만 깊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흘러도 "내 힘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자라지 않고, 한 세대 전체가 "영원한 준주니어"로 남을 위험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숙련자들이 "내가 다 해버리는 게 더 빠르다"는 이유로, 기초를 가르치는 시간을 줄이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 전체의 기술 기반이 약해져, 슬롭과 블랙박스 의존이 구조적으로 고착될 수 있다.
개발자의 역할 변화: 타이핑보다 '말하기'가 중요해진다
이제 중요한 것은 특정 언어 문법을 많이 외우는 능력보다, 문제를 명확히 설명하고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좋은 개발자는 LLM에게 "이렇게 만들어줘"라고 막연히 말하는 대신, 요구사항·제약조건·성능·보안·운영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언어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능력은 단순히 말 잘하는 스킬이 아니라,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모델링하는 사고력과 깊이 연결된다.
LLM 도구가 코드 작성·테스트·배포까지 묶어버리면서, 전통적인 역할 구분(기획–개발–테스트–운영, 주니어–시니어)의 경계도 크게 흐려지고 있다.
결국 "좋은 말(설계, 설명, 비판적 사고)이 곧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자원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앞으로의 실전 원칙: 슬롭 시대를 건너는 방법
개발자 개인에게 중요한 기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LLM을 완전히 거부하지도, 무조건 맡기지도 말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속기처럼 활용한다"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둘째, 코드 생성보다 코드 읽기·비판·수정 능력을 꾸준히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타이핑은 줄어도, 이해력은 더 요구된다.
셋째, 오픈소스나 타인의 코드를 쓸 때는 기능·스타일보다 출처, 유지 상태, 기여자 커뮤니티를 중시해야 한다.
넷째, 주니어라면 의도적으로 "노가다"에 가까운 수작업도 일정 기간 경험하며, LLM 없이도 작은 프로그램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좋다.
다섯째, 조직 차원에서는 LLM 도구 도입과 동시에, 코드 리뷰·멘토링·설계 문서 문화 등을 강화해 "생산성 상승"이 "이해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사이트
LLM 시대에는 "코드는 싸지고, 말은 비싸진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코드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보다,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도구와 사람을 엮어 전체 시스템을 설계·조정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학습자와 조직은, 단기 생산성 향상에 취하지 말고 "이해를 유지·성장시키는 구조"를 의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슬롭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잘 구분하고, 더 잘 설명하고, 더 잘 책임지는 쪽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이 노트는 요약·비평·학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작권 문의가 있으시면 에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