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Render 브라우저 실험: 2,000 에이전트가 만든 ‘연구용 웹’
FastRender는 “크롬을 이기기 위한 새 브라우저”가 아닙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수천 개의 병렬 AI 에이전트가 한 코드베이스에서 장시간 협업할 때 어떻게 일하고, 어디서 무너지고, 무엇이 의외로 잘 굴러가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만든 ‘실험용 브라우저’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Rust 기반 렌더러로 여러 웹 페이지를 띄울 수 있지만, JavaScript 엔진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그래서 기능 플래그로 JS를 꺼둔 상태), 그럼에도 화면이 꽤 그럴듯하게 나오는 지점이 흥미를 끕니다.1
FastRender는 ‘브라우저’보다 ‘멀티 에이전트 하네스’에 가깝다
사람들은 브라우저 얘기만 나오면 자동으로 “크롬/파이어폭스랑 경쟁하겠다는 건가?”부터 묻습니다. FastRender는 그 프레임을 일부러 비켜 갑니다. 목표는 제품이 아니라, 대규모 멀티 에이전트 코딩 시스템의 행동을 계측하는 데 있습니다.
왜 하필 브라우저일까요? 브라우저는 HTML 파서, CSS 캐스케이드, 레이아웃, 폰트/텍스트 셰이핑, 페인팅, 이벤트, 네트워크 등 복잡도가 끝이 없습니다. 즉, 에이전트가 ‘진짜로’ 협업 가능한지 보려면 이런 괴물 과제가 딱 맞습니다. 잘되면 대단하고, 삐끗해도 무엇이 문제인지 데이터가 남으니까요.
2,000개 병렬 에이전트가 만드는 주당 ‘수천 커밋’의 의미
FastRender에서 가장 영화 같은 장면은 “한 사람이 키를 잡고, 약 2,000개의 에이전트가 동시에 코드를 밀어 넣는” 구조입니다. 병렬로 달리는 에이전트가 주당 수천 개 커밋을 만들며 브라우저의 다양한 부분을 쌓아 올렸다고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커밋 개수 자체가 아니라, 충돌(merge conflict)이 생각보다 적었다는 점입니다. 보통 여러 사람이 한 저장소에서 동시에 일하면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세금’인데, 이 실험에서는 일을 잘게 쪼개고 경계를 나눠 충돌을 최소화했다는 관찰이 나옵니다. 사람 팀에서도 어려운 문제를 에이전트 팀이 ‘어떤 방식으로든’ 우회했다는 사실이 꽤 인상적입니다.
“1백만 라인” 논쟁이 놓치기 쉬운 핵심: 지속 가능한 이해력
커뮤니티 반응에서 빠지지 않는 게 “라인 수가 뭐가 중요하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라인 수는 20년 전에도 별로였고 지금도 별로죠. 대신 이 실험이 던지는 질문은 다른 데 있습니다.
핵심은 “대규모 코드가 생겼는데도, 새로 투입된 에이전트가 그 코드베이스를 읽고 계속 기여할 수 있느냐”입니다. 즉, 에이전트가 단발성으로 파일을 ‘찍어내는 것’과, 커진 시스템을 이해하면서 점진적으로 고쳐나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능력입니다. Simon Willison도 직접 빌드해 페이지를 띄운 경험을 공유하면서, 기존 엔진을 감싼 게 아니라는 단서(특유의 렌더링 글리치)를 근거로 “꽤 그럴듯하게 작동한다”는 인상을 남겼습니다.1
JavaScript가 꺼진 브라우저가 오히려 실험에 유리한 이유
FastRender의 JavaScript 엔진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에이전트들이 기능 플래그로 JS를 비활성화해둔 상태라고 합니다. 얼핏 보면 “브라우저에서 JS가 안 되면 반쪽짜리 아닌가?” 싶죠.
그런데 실험 관점에선 이게 꽤 전략적입니다. JS까지 들어오면 DOM 조작, 이벤트 루프, 보안 샌드박스, 성능 최적화 등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그러면 ‘하네스/조정’ 문제인지 ‘JS VM 구현’ 문제인지가 뒤엉켜 관찰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즉, 복잡한 목표를 한 번에 다 먹으려 하지 않고, 렌더링 파이프라인 같은 큰 뼈대부터 쌓아 올리며 에이전트 협업의 패턴을 먼저 측정하려는 선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가 고른 의존성: “똑똑한 선택”과 “어긋난 선택”이 함께 온다
재밌는 디테일은 일부 라이브러리 선택이 사람 기준에선 “왜 이걸?” 싶은 경우가 있었다는 점입니다(예: Taffy, QuickJS 등). 에이전트가 결정을 잘 내릴 때도 있지만, 프로젝트 목표와 어긋난 선택을 끼워 넣기도 합니다.
이건 멀티 에이전트 개발이 ‘자동화’가 아니라 ‘관리’에 가깝다는 신호입니다. 앞으로의 역할은 코드를 직접 치는 것보다, 규칙(가이드), 경계(아키텍처), 검증(테스트/리뷰)을 설계해 에이전트의 선택지를 좋은 방향으로 제한하는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에이전트 하네스”가 사실상 운영체제(OS) 같은 역할을 한다는 관점이 힘을 얻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2
“작은 오류를 허용”한다는 전략: 속도냐, 품질이냐의 재정의
FastRender 실험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작은 오류를 허용하는 편”이 처리량을 위한 전략적 선택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사람 팀이라면 PR에서 잡힐 만한 사소한 어긋남이 대규모로 쌓일 수 있고, 그걸 나중에 사람이 치우느라 고생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The Register는 이 프로젝트를 두고 “규모로 허술한 코드를 찍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비판적 시각을 소개합니다. 특히 CI가 불안정하고, 품질 면에서 기존 엔진들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3 다만 비판 자체도 실험의 일부입니다. “이 방식이 제품 개발에 바로 쓸 만한가?”와 “이 방식이 연구 데이터로서 유의미한가?”는 다른 질문이니까요.
시사점: 2026년식 ‘개발’은 코딩보다 조정이 더 커진다
FastRender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에이전트는 이제 파일을 몇 개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수백만 라인급 코드베이스에서도 계속 움직일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올랐고, 최소한 “움직이긴 한다”는 데이터 포인트가 생겼습니다.1
실무적으로는 이렇게 가져가면 좋습니다. 먼저 “에이전트가 잘하는 일(병렬 탐색/초안 생성/반복 작업)”과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일(목표 정의/아키텍처 경계/테스트/리스크 관리)”을 분리하세요. 그리고 성과 지표도 라인 수나 커밋 수가 아니라, 빌드 안정성·테스트 통과율·회귀 감소 같은 검증 가능한 결과로 바꾸는 게 맞습니다. 에이전트가 많아질수록, 코드는 빨리 쌓이지만 ‘정리의 속도’가 경쟁력이 되니까요.
참고
1Scaling long-running autonomous coding
2The importance of Agent Harness in 2026
3Cursor shows AI agents capable of shoddy code at scale • The Regi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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