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이 넘어 방통대 컴퓨터과학과 3학년 편입한 이유


방송통신대학교 컴퓨터과학과 3학년으로 편입학했습니다. 23년 가을쯤부터 개발에 관심을 갖고 틈틈이 공부해 왔고, 24년 6월부터 AI와 함께 코딩하는 것에 재미를 붙여서 지금까지 지속 중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클로드코드로 기존에 만들어두었던 웹앱을 개선하는 것이 루틴처럼 돼 버렸을 정도입니다. 애들이 어제 산 새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상담자로서 일하는 것도 좋지만,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내담자와 함께 견뎌나가는 것이 때로는 매우 힘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개발은 그런 면에서 보완이 됩니다. 논리적으로 명확하고 도출되는 결과도 뚜렷하게 가시적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어떤 분은 목공을 배운다던데, 손재주가 없는 저로서는 개발이 적성에 맞네요.
유튜브에 보면 컴공과의 몰락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도 보이고, 마우스 딸깍 한 번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허황된 강의팔이도 보입니다. 개발자가 AI에 전부 대체될 것이라거나 비전공자도 개발로 돈 벌 수 있다고 선동하는 찌라시가 많습니다. AI가 코딩이라는 기술적인 작업을 상당수 대체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왜 만들 것인지 결정하고, AI가 산출한 결과물이 전체 시스템 안에서 안전하게 작동할지를 검증하는 것은 결국 개발 지식과 경험을 충분히 지닌 인간의 몫입니다. 영화 감독 혹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서 어느 전문 영역에서나 인간의 위치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AI를 자기 본업에 활용하는 역량을 스스로 키우지 못한다면 시대에 도태되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 같습니다.
AI를 잘 다루기 위해 개발 지식이 필수적인 이유는, 우리가 AI에게 입력하는 프롬프트 작성 과정 자체가 프로그래밍적 사고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래밍의 본질은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작은 단위로 잘게 쪼개고, 논리적인 순서를 부여하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리를 배우는 학생(즉 AI)에게 막연히 "맛있게 해줘"라고 하는 것과, "양파는 채 썰고 불은 중불로 유지하며, 소스는 3분 뒤에 넣어줘"라고 알고리즘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그 결과에서 큰 차이를 가져올 겁니다. 개발을 배운다는 건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문제해결의 과정을 논리적인 단계로 구조화하여 AI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고급 소통 기술을 익히는 것의 다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삶 또한 문제해결의 연속이기 때문에 이러한 개발자적 사고방식을 체화하는 것은 일상생활 전반의 효율을 높여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끝으로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AI에게 무엇을 시킬지 설계하고 도출된 결과물을 책임지는 것은, 전체 과정과 구조를 머릿속에 담고 있는 인간의 몫일 겁니다. 설계와 코드 리뷰 역시 AI가 하더라도 AI가 적절히 수행했는지 AI가 주는 조언이 타당한지 최종 승인하는 권한은 인간에게 있습니다. 이때 개발 지식과 경험이 없다면 AI의 결과물이 똥인지 된장인지 가려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2년 동안 컴퓨터과학이 제2의 천성이 되도록 꾸준히 공부하려 합니다. 설령 이것이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AI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기술의 근간이 되는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읽고 쓰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필수 소양이 될 테니까요. 시간 투자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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