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늘 비슷한 관계 패턴을 반복할까
왜 나는 늘 비슷한 관계 패턴을 반복할까?
단기 역동 대인관계치료(DIT)가 찾아내는 마음속 '낡은 각본'
Part 1: 두 각본
Episode 1: "완벽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20대 여성 수진의 이야기
수진(가명, 24세)은 대학원생이었습니다. 학업, 동아리, 아르바이트—모든 곳에서 성과를 내야 했고, 주변에는 늘 "밝고 활기찬 사람"으로 보여야 했습니다. 그녀의 하루는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바쁘게 살아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밤이 되면 불안이 찾아왔습니다. 연인에게 보낸 메시지에 답이 늦으면 "내가 뭘 잘못했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친구 모임에서 돌아오면 "오늘 내가 너무 과했나?"라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때로는 억눌러둔 감정이 갑자기 폭발하기도 했습니다. 자신도 왜 그러는지 몰랐습니다.
상담이 시작되고, 하나의 패턴이 드러났습니다. 수진은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억압하고 타인에게 과도하게 맞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수록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관계가 반복되었습니다. "예전과 똑같은 종류의 관계를 반복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예전처럼 나 자신을 함부로 대하고 있었죠. 상담을 받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거예요."
"나 자신을 옹호하지 못했기 때문에 분노가 폭발하곤 했어요. 내가 원하는 걸 하지 못하고 나를 낮추기만 했으니까요."
상담이 진행되면서, 그녀는 조금씩 변했습니다. "이제는 나 자신과 대화하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자기 자비와 성찰 사이에서 새로운 대화를 나누고 있죠." 무엇보다, 분노 폭발이 줄었습니다. 자신의 필요와 감정을 무시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Episode 2: "강한 남자라는 감옥"—70대 남성 영호의 이야기
영호(가명, 76세)는 보훈병원 주치의의 권유로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당뇨와 고혈압이 심해졌는데, 식이요법도 약도 거부했습니다. 가족들과의 갈등도 잦아졌습니다. 그러나 우울이나 불안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없다"고 답했습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였던 영호는 대가족의 장남으로 어린 시절부터 동생들을 돌봐왔습니다. 군과 건설 현장에서 '침착하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인정받았고, 그것이 그의 자부심이었습니다. 4년 전 암 투병 중이던 아내를 떠나보낸 후에도, 그는 자녀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상담이 진행되며, 10살 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폭우가 치던 밤, 겁에 질린 어린 사촌동생이 울고 있었습니다. 자신도 무서웠지만, "네가 울면 애들이 더 무서워해"라는 어머니의 말에 공포를 삼키고 침착한 척을 해야 했습니다.
"그때부터였군요. 무서워도 무섭지 않은 척, 슬퍼도 슬프지 않은 척. 그게 제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할 모습이라고 믿었어요."
그는 처음으로 말했습니다. 아내를 간병하느라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했을 때 느꼈던 억울함. 아내가 떠난 후 밤마다 찾아오는 공허함. 몸이 쇠약해지는 것에 대한 공포. '강한 남자'라는 가면 뒤에 숨겨둔 것들이 처음으로 언어가 되었습니다.
치료가 끝날 무렵, 그의 우울/불안 점수는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증상의 악화가 아니었습니다. 평생 부인해왔던 내면을 처음으로 정직하게 마주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자녀들에게 아내를 잃은 슬픔을 처음으로 이야기했습니다.
Part 2: 마음의 작동 원리
💡 일반 독자를 위한 설명과 📖 전문가를 위한 고찰을 구분하여 제공합니다.
1. 느낌이 사실을 압도할 때
💡 일반 독자를 위한 설명
"그 사람이 답장을 늦게 하는 건 나를 싫어하기 때문이야." "내가 먼저 연락하면 약해 보일 거야."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우리는 '느낌'과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내 감정이 곧 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이죠. 수진이 연인의 답장이 늦을 때마다 "내가 뭘 잘못했지?"라고 느꼈던 것, 영호가 도움을 요청하면 "나약한 사람이 된다"고 믿었던 것—모두 이런 상태였습니다.
DIT(Brief Dynamic Interpersonal Therapy, 단기 역동 대인관계치료)는 이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돕습니다. 감정을 '사실'이 아닌 '가설'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면, "혹시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고 스스로 질문할 여유가 생깁니다.
📖 전문가를 위한 고찰
DIT에서 다루는 심리적 등가(psychic equivalence)는 내면의 정서적 현실이 외부 현실을 압도하여 대안적 관점을 차단하는 상태입니다. 수진의 경우 거절 민감성이 과잉 정신화(hypermentalizing)로 이어져 상대의 의도를 지나치게 분석하며 부정적 시나리오를 구축했고, 영호의 경우 취약함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자기 붕괴를 의미하여 정동을 신체화(somatization) 및 부인(denial)으로 처리했습니다.
두 사례 모두 정신화 기능의 손상을 보여주며, DIT는 치료자의 '알지 못함(not-knowing)' 자세를 통해 내담자가 자신의 마음 상태를 '가설'로 다룰 수 있도록 정신화 역량을 회복시킵니다.
2. 우울과 불안, 그 대인관계적 본질
💡 일반 독자를 위한 설명
DIT는 우울과 불안을 단순한 '뇌의 오작동'이나 '부정적 생각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대신, 관계에서 비롯된 고통으로 이해합니다.
수진의 공황과 분노 폭발은 어디서 왔을까요? 겉으로는 학업 스트레스나 성격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에는 "완벽하지 않으면 버림받는다"는 관계적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영호의 신체 증상과 치료 거부는? "약함을 보이면 무너진다"는 관계적 믿음이 숨어 있었습니다.
DIT는 묻습니다: "이 증상이 시작되거나 악화된 시점에, 관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수진은 연인과 헤어진 후 증상이 심해졌고, 영호는 아내를 잃은 후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증상은 관계의 상처가 몸과 마음에 새겨진 흔적입니다.
📖 전문가를 위한 고찰
DIT의 핵심 가정은 증상의 대인관계적 본질(interpersonal nature of symptoms)입니다. 우울과 불안은 대인관계적 위협—거절, 상실, 통제 불능—에 대한 부적응적 반응으로 개념화됩니다.
이 관점에서 치료자는 증상의 촉발 사건(precipitating event)을 탐색합니다:
증상이 시작되거나 악화된 시점에 어떤 대인관계적 사건이 있었는가?
그 사건이 내담자의 핵심 취약점(예: 유기 불안, 통제 상실 공포)을 어떻게 활성화시켰는가?
수진의 경우, 이별이라는 사건이 "나는 버림받을 사람"이라는 핵심 믿음을 활성화시켰고, 이것이 공황과 과잉 통제 행동으로 표출되었습니다. 영호의 경우, 아내의 죽음이 "나는 강해야 한다"는 방어를 더욱 경직시켰고, 이것이 신체화와 치료 거부로 나타났습니다.
3. IPAF: 치료의 나침반
💡 일반 독자를 위한 설명
우리 마음속에는 '관계의 각본'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쓰여진 이 각본에는 "나는 어떤 사람이고, 다른 사람은 나에게 어떻게 반응할 것이다"라는 무의식적 기대가 담겨 있습니다.
수진의 각본: "나는 완벽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 → 상대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 그래서 나는 불안하고, 맞추느라 지친다"
영호의 각본: "나는 강해야 한다 → 약함을 보이면 무너지는 것이다 → 그래서 나는 감정을 숨기고, 혼자 버틴다"
DIT에서는 이 각본을 IPAF(Interpersonal Affective Focus, 대인관계 정동 초점)라고 부릅니다. 16회기 동안 치료자와 내담자는 이 핵심 패턴 하나에만 집중합니다. 성격 전체를 바꾸는 게 아닙니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이 하나의 각본을 인식하고, 조금씩 다르게 써보는 것입니다.
상담에서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까요?
1~4회기: 치료자는 내담자의 여러 관계 이야기를 들으며 반복되는 패턴을 찾습니다. "직장에서도, 연인과도, 부모님과도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라고 연결합니다.
4회기쯤: 치료자가 발견한 패턴을 내담자에게 제안합니다. "혹시 이런 식으로 느껴지진 않으셨어요?" 내담자가 동의하면, 이것이 앞으로의 나침반이 됩니다.
5~12회기: 매 회기, 이 패턴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함께 관찰합니다. 새로운 이야기가 나와도 "그게 우리가 이야기한 그 패턴과 연결될까요?"라고 초점을 유지합니다.
📖 전문가를 위한 고찰
IPAF는 DIT의 핵심 구조화 도구입니다. 이는 단순한 '주제'가 아니라, 네 가지 차원으로 구성된 역동적 시스템입니다:
| 차원 | 수진의 IPAF | 영호의 IPAF |
|---|---|---|
| 자기 표상 | 완벽해야만 가치 있는, 요구가 많은 자기 | 침착하고 통제력 있는 자기 |
| 대상 표상 |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거절하는 타인 | 과도하게 불안하고 의존적인 타인 |
| 핵심 정동 | 수치심, 유기 불안 | 무력감, 상실 공포 (부인됨) |
| 방어 기능 | 과잉 순응, 억압 후 폭발 | 정동의 부인, 신체화 |
IPAF 선정의 세 가지 기준:
시간적 인접성: 증상 발생/악화 시점의 사건과 연결되는가?
주제적 인접성: 인생사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나는가?
일반화 가능성: 연인, 가족, 직장 등 여러 영역에서 공통으로 발현되는가?
IPAF가 확립되면, 치료자는 초점 일관성(focus consistency)을 유지합니다. 내담자가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와도, 치료자는 "이것이 우리의 IPAF와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묻습니다. 이 일관성이 16회기라는 짧은 시간 안에 깊은 작업을 가능하게 합니다.
4. 치료실이라는 살아있는 실험실: 전이와 역전이
💡 일반 독자를 위한 설명
DIT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치료자와의 관계 자체가 치료 도구가 된다는 것입니다.
수진은 상담 초반 몇 회기 동안 늘 밝고 협조적이었습니다. 치료자가 질문하면 성실하게 대답했고, 숙제가 있으면 꼼꼼히 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치료자가 그녀의 이야기에 잠시 다른 해석을 제안했을 때 수진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회기, 그녀는 평소와 달리 말이 없었습니다.
치료자가 물었습니다: "지난번 제가 한 말 때문에 불편하셨던 건 아닌가요?"
수진은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습니다. "솔직히... 제가 뭘 잘못한 것 같아서 계속 생각했어요. 선생님이 실망하셨을까 봐요."
치료자: "혹시 여기서도 '좋은 내담자'가 되어야 한다고 느끼셨던 건 아닐까요? 제가 실망하면 안 된다고, 맞춰야 한다고?"
수진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녀가 연인에게, 직장에서, 친구들에게 해왔던 것—완벽하게 맞추려다 지치고, 실수하면 버림받을 것 같은 두려움—이 치료자에게도 그대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것이 전이(transference)입니다. 과거의 관계 패턴이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재현'되는 것입니다. DIT는 이 순간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활용합니다.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야기해온 그 패턴입니다"라고 연결하는 것이죠.
치료자도 감정을 느낍니다. 영호와 상담하던 치료자는 때때로 답답함과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이분은 왜 도움을 거부할까?" 하지만 이 감정 자체가 단서였습니다. 영호 주변의 가족들, 의사들도 똑같이 느꼈을 것입니다. 치료자가 느끼는 이 감정—역전이(countertransference)—은 내담자의 내면세계를 이해하는 창문이 됩니다.
📖 전문가를 위한 고찰
DIT에서 치료 관계는 IPAF의 살아있는 예시(live exemplar)로 기능합니다. 내담자의 핵심 패턴은 반드시 치료 관계 안에서도 재현되며, 이를 지금-여기(here-and-now)에서 다루는 것이 중기 작업의 핵심입니다. 치료자는 두 가지 방향에서 이 관계적 역동을 활용합니다: 내담자가 치료자에게 보이는 반응(전이)과 치료자 자신이 느끼는 감정(역전이).
① 전이 활용: 내담자의 패턴이 치료 관계에서 어떻게 재현되는지 관찰하고 연결합니다.
패턴 연결: "지금 저에게 느끼시는 것이, 우리가 이야기한 그 패턴과 연결될 수 있을까요?"
정신화 질문: "제가 답을 늦게 했을 때, 제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상상하셨어요?"
실시간 관찰: "지금 이 순간, 뭔가 바뀌는 것 같은데요. 무슨 생각이 드세요?"
② 역전이 활용—담아내기(Containment): 치료자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임상 자료로 활용합니다.
핵심은 치료자가 느끼는 역전이가 '나의 실패'가 아니라 '내담자가 소화하지 못해 던져놓은 감정'임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내담자가 감당할 수 없어 투사한 날것의 감정을 치료자가 받아서 소화하고, 이해 가능한 형태로 돌려주는 과정입니다.
담아내기 3단계 (영호 사례):
받아들임(Receiving): 영호와의 상담에서 치료자는 설명할 수 없는 무력감과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이 불쾌한 감정을 피하거나(회피), 내담자를 탓하지 않고(행동화), 일단 자신의 마음속에 머물게 둡니다.
숙고(Processing): "이 감정이 내 무능 때문이 아니라, 영호 씨가 스스로 감당할 수 없어서 나에게 던진 '자기 자신의 무력감'일 수 있다"고 깨닫습니다. 영호는 평생 '강한 척'하느라 자신의 지친 내면을 돌보지 못했고, 그 억압된 감정을 치료자가 대신 느끼게 된 것입니다.
언어화하여 전달(Returning): 날것의 감정을 소화 가능한 언어로 바꾸어 내담자가 받아들일 수 있을 법한 시점에 가설적 형태로 전달합니다.
"제가 느끼는 이 답답함이, 어쩌면 선생님께서 평생 혼자 버티며 느껴오신 그 지친 마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5. 16회기 안에서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
💡 일반 독자를 위한 설명
"16번 만나서 정말 달라질 수 있나요?"
16회기 만에 성격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습니다. 수진은 여전히 가끔 "내가 뭘 잘못했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고, 영호는 여전히 감정을 숨기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이 있습니다:
알아차림: "아, 또 그 패턴이 작동하고 있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선택의 여지: 예전에는 자동으로 반응했다면, 이제는 "다르게 해볼까?"라고 멈출 수 있습니다.
혼자서도 질문할 수 있는 능력: 치료자가 했던 질문—"혹시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게 됩니다.
DIT의 목표는 '완치'가 아닙니다. 낡은 지도를 내려놓고 새로운 경로를 그려나갈 준비가 된 여행자로 만드는 것입니다. 일부에게 이 16회기는 더 깊은 장기 치료를 시작하기 위한 도약대가 되기도 합니다.
📖 전문가를 위한 고찰
DIT는 성격 구조의 전면적 재편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대신, 다음의 제한된 목표에 집중합니다:
정신화 역량 회복: 심리적 등가 상태에서 벗어나, 감정을 '가설'로 다룰 수 있게 됨
IPAF 인식: 자신의 핵심 패턴을 명명하고 인식할 수 있게 됨
치료자 태도의 내면화: 종결 후에도 '관찰하는 자아'를 유지할 수 있게 됨
치료자는 종결 자체를 치료적으로 활용합니다. 정해진 종결은 치료 초기부터 분리(separation)와 상실(loss)이라는 보편적 테마를 활성화시킵니다. 내담자가 종결을 어떻게 경험하는가—회피하는가, 조기에 떠나려 하는가, 연장을 요구하는가—자체가 IPAF의 재현이며, 이를 다루는 것이 마지막 치료적 기회가 됩니다.
가교(bridge)로서의 DIT: 일부 내담자에게 16회기는 장기 치료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거나, 장기 치료를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Part 3: 연구가 말하는 것
💡 일반 독자를 위한 요약과 📖 전문가를 위한 데이터를 구분하여 제공합니다.
💡 일반 독자를 위한 요약
"정말 효과가 있나요?"라는 질문은 당연합니다. 연구 결과는 긍정적입니다:
중국 다기관 연구(2023): 211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DIT와 약물을 병행한 그룹은 약물만 복용한 그룹보다 우울 증상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었고, 이 효과는 12개월 후에도 유지되었습니다.
영국 파일럿 연구(2020): DIT는 인지행동치료(CBT)와 대등한 효과를 보였으며, 저강도 치료보다 우수했습니다. (저강도 치료란? 자가 학습 워크북, 온라인 프로그램, 전화 상담 등 전문가와의 대면 시간이 적은 개입을 말합니다.)
젊은 성인 연구(2019): 젊은 성인들은 DIT를 통해 자신의 대인관계 패턴을 인식하고, 감정 조절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 전문가를 위한 데이터
DIT의 효과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되었습니다.
Wang et al.(2023)의 중국 다기관 RCT(n=211)에서 DIT+항우울제 병용 그룹은 항우울제 단독 그룹에 비해 HAMD-17에서 LS mean difference -3.24(p=0.004)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고, 반응률도 68% vs 44%로 높았습니다.
Fonagy et al.(2020)의 영국 파일럿 RCT(n=147)에서는 DIT가 저강도 치료와 비교하여 Cohen's d = 0.70의 효과 크기를 보였고,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보인 비율이 51% vs 9%로 나타났습니다. CBT와는 대등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Landström et al.(2019)의 질적 연구(n=6)에서 젊은 성인들은 DIT를 통해 정서적 이해가 증진되고 대인관계에서 경계 설정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기제 연구: 2025년 연구에 따르면, DIT 후 성찰 기능(reflective function)의 유의미한 향상이 확인되었으며, 정신화 능력의 변화가 우울 증상 감소를 부분적으로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동기 역경(ACE) 내담자: DIT는 아동기 부정적 경험이 있는 내담자들에게 추가적인 이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Part 4: 당신의 관계 지도 점검하기
💡 일반 독자를 위한 질문
반복되는 패턴 찾기: 관계에서 비슷한 갈등이 반복되나요? 그 상황에서 당신은 주로 어떤 역할을 맡나요? (예: 맞추는 사람, 먼저 떠나는 사람,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사람)
멈춤의 연습: 강한 감정이 올라올 때, 3초만 멈추어 자문해보세요. "이것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인가, 아니면 옛날 지도가 작동하는 것인가?"
다른 가능성 열기: "그 사람이 그렇게 한 건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질문해보세요.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자체가 연습입니다.
📖 전문가를 위한 개념 리뷰
본문에서 다룬 DIT의 핵심 개념들을 다시 정리합니다. 각 개념이 수진과 영호 사례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떠올려 보세요.
| 개념 | 정의 | 본문에서의 예시 |
|---|---|---|
| IPAF | 대인관계 위협에 대한 부적응적 반응을 구조화한 사례개념화 | 수진: "완벽해야 사랑받는다" / 영호: "강해야 무너지지 않는다" |
| 자기 표상 | 초기 양육 경험에서 형성된 자기 이미지 | 수진: 요구가 많고 결핍된 자기 / 영호: 침착하고 통제력 있는 자기 |
| 대상 표상 | 타인이 나에게 어떻게 반응할 것이라는 내면화된 기대 | 수진: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타인 / 영호: 의존적이고 불안한 타인 |
| 정동 초점 | IPAF가 활성화될 때 유발되는 핵심 감정 | 수진: 수치심, 유기 불안 / 영호: 무력감, 상실 공포 |
| 방어 기능 | 핵심 정동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무의식적 전략 | 수진: 과잉 순응, 억압 후 폭발 / 영호: 부인, 신체화 |
| 전이 | 과거 관계 패턴이 치료 관계에서 재현되는 것 | 수진이 치료자에게 "좋은 내담자"가 되려 한 것 |
| 역전이 | 내담자의 투사로 인해 치료자가 느끼는 감정 | 영호와 상담 시 치료자가 느낀 무력감과 답답함 |
| 담아내기 | 투사된 정동을 받아 소화하여 돌려주는 과정 | 치료자가 무력감을 "영호의 지친 마음"으로 되돌려준 것 |
| 굿바이 레터 | 치료 과정을 정리하고 종결 감정을 다루는 편지 | 부록의 수진/영호에게 보내는 편지 예시 |
Key Insight Box: 16회기 만에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DIT는 내담자가 "낡은 지도를 내려놓고 새로운 경로를 그려나갈 여행자"로 다시 출발할 수 있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일부에게 이 16회기는 더 깊은 장기 치료를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도약대가 되기도 합니다.
부록: 굿바이 레터(Goodbye Letter)—단어로 된 테디 베어
DIT의 종결 단계(13~16회기)에서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굿바이 레터'를 씁니다. 이 편지는 단순한 작별 인사가 아닙니다. 치료 과정에서 함께 발견한 것들을 정리하고, 내담자가 치료실 밖에서도 스스로를 돌볼 수 있도록 돕는 '심리적 비계(scaffolding)'입니다.
굿바이 레터의 구성 요소
| 구성 요소 | 내용 |
|---|---|
| 함께 작업한 것 (IPAF) | 치료에서 다룬 핵심 대인관계 패턴 요약 |
| 도전과 어려움 | 치료 과정에서 마주한 저항과 장애물 |
| 성취한 것 | 내담자가 이룬 변화와 새로운 시도들 |
| 남아 있는 과제 | 앞으로도 주의해야 할 취약점 |
💡 일반 독자를 위한 설명
굿바이 레터는 치료자가 "당신을 이렇게 이해했습니다"라고 말해주는 편지입니다. 내담자가 사용한 표현, 내담자만의 은유를 그대로 살려서 씁니다. 치료가 끝난 후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 이 편지를 꺼내 읽으면 치료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립니다. 그래서 '단어로 된 테디 베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혼자서도 마음을 달랠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니까요.
한 젊은 내담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편지를 받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큰 진전을 이뤘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잊지 않도록 집에 가져가서 계속 읽어보고 있어요."
📖 전문가를 위한 고찰
굿바이 레터는 치료적 작업의 외현화(externalization)이자 이행대상(transitional object)의 구체화입니다. 내담자는 이 편지를 통해 치료자의 정신화 기능을 내면화하며, 종결 후에도 '관찰하는 자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작성 시 전문 용어를 피하고 내담자의 고유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며, 초안을 내담자와 공유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는 협력적 과정을 거칩니다.
굿바이 레터 예시: 수진에게
아래는 앞서 소개한 수진(가명)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한 가상의 굿바이 레터입니다.
수진에게,
우리의 상담이 끝나가는 지금, 함께 해온 작업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편지가 당신이 이룬 변화를 기억하고, 앞으로도 주의해야 할 부분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불안과 갑작스러운 분노 폭발로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학업, 동아리, 아르바이트—모든 곳에서 완벽해야 했고, 주변에는 늘 "밝고 활기찬 사람"으로 보여야 했죠. 바쁘게 살지 않으면 자신의 문제를 마주해야 할 것 같았고, 그게 두려웠습니다.
상담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하나의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당신은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억압하고 타인에게 과도하게 맞추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가 원하는 걸 하지 못하고 나를 낮추기만" 했던 것이죠. 그러나 그렇게 할수록 오히려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관계가 반복되었고, 억눌러둔 감정은 어느 순간 폭발했습니다.
우리는 이 패턴이 어디서 왔는지 함께 탐색했습니다. 어린 시절, 실수하면 사랑받지 못할 것 같은 느낌. "완벽해야만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 그것이 지금까지 당신의 관계를 지배해왔습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당신은 조금씩 변했습니다. 자신의 필요와 감정을 무시하지 않게 되었고, 분노 폭발도 줄었습니다. 당신의 말처럼, "나 자신과 대화하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자기 자비와 성찰 사이에서 새로운 대화를 나누고 있죠."
물론, 이 여정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도 "맞춰야 한다"는 옛 습관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이 편지를 꺼내 읽어주세요. 당신은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은 그것을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한 시간에 감사드립니다.
굿바이 레터 예시: 영호에게
아래는 앞서 소개한 영호(가명)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한 가상의 굿바이 레터입니다.
영호 선생님께,
우리의 상담이 마무리되는 지금, 함께 해온 작업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편지가 선생님께서 이룬 변화를 기억하고, 앞으로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처음 만났을 때, 선생님은 의사가 권하는 치료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셨고, 가족들과의 갈등이 잦아지셨습니다. 그러나 우울이나 불안이 있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없다"고 하셨죠. 상담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선생님께서 오랫동안 "침착하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오셨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가족을 돌보고, 군과 현장에서 인정받는 방법이었습니다.
10살 때의 기억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폭우가 치던 밤, 무서웠지만 겁에 질린 동생들 앞에서 두려움을 삼키고 침착한 척을 해야 했던 순간.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때부터 무서워도 무섭지 않은 척, 슬퍼도 슬프지 않은 척"하는 것이 당연해졌습니다.
아내분을 간병하시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했던 것에 대한 억울함, 아내분이 떠나신 후 밤마다 찾아오는 공허함,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모든 것을 선생님은 처음으로 말씀하셨습니다. 평생 '강한 남자'라는 가면 뒤에 숨겨두었던 것들이 처음으로 언어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약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상담 후반, 선생님은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이기 시작하셨고, 자녀분들에게 아내분을 잃은 슬픔을 처음으로 이야기하셨습니다.
앞으로도 "도움을 요청하면 약해 보인다"는 옛 생각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 기억해주세요. 취약함을 인정하는 것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한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용기입니다.
함께한 시간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굿바이 레터 작성 시 유의점
내담자의 언어를 사용하세요. 전문 용어 대신, 상담 중 내담자가 직접 사용한 표현과 은유를 그대로 살립니다.
협력적으로 완성하세요. 치료자가 일방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초안을 내담자와 공유하고 피드백을 반영합니다.
균형을 유지하세요. 성취한 것과 남아 있는 과제를 모두 담되, 비난이나 평가가 아닌 따뜻한 어조를 유지합니다.
분량은 1.5~2페이지. 너무 길면 핵심이 흐려지고, 너무 짧으면 충분한 '비계' 역할을 하기 어렵습니다.
더 읽을거리
DIT의 이론과 실제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면:
Lemma, A., Target, M., & Fonagy, P. (2011). Brief Dynamic Interpersonal Therapy: A Clinician's Guide. Oxford University Press. → DIT의 공식 매뉴얼. IPAF 수립, 회기별 구조, 굿바이 레터 작성법 등 본문에서 다룬 모든 개념의 원전입니다. 24년도에 2판이 나왔고, 현재 경북대학교 김진숙 교수님께서 올해 여름 출판 목표로 2판을 번역 중이라고 합니다.
DIT의 효과성 연구가 궁금하다면:
Wang, Y., et al. (2023). Efficacy of dynamic interpersonal therapy for major depressive disorder in China. Psychological Medicine. → 211명 대상 다기관 RCT. DIT+약물 병용의 우울 증상 개선 효과와 12개월 추적 결과를 다룹니다.
Fonagy, P., et al. (2020). Dynamic interpersonal therapy for moderate to severe depression: A pilot randomized controlled trial. Psychological Medicine. → 영국 1차 의료 현장에서의 파일럿 RCT. DIT와 CBT의 효과 비교, 저강도 치료 대비 우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젊은 성인의 DIT 경험이 궁금하다면:
Landström, C., Levander, L., & Philips, B. (2019). Dynamic interpersonal therapy as experienced by young adults. Psychoanalytic Psychotherapy, 33(2), 99-114. → 본문의 수진 사례에 영감을 준 질적 연구. 젊은 성인들이 DIT를 어떻게 경험했는지, 그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습니다.
'남성적 우울'과 DIT가 궁금하다면:
Dognin, J. S., & Chen, C. K. (2018). The secret sorrows of men: impact of Dynamic Interpersonal Therapy on 'masculine depression'. Psychoanalytic Psychotherapy, 32(2), 181-196. → 본문의 영호 사례에 영감을 준 논문. 감정 표현을 억압해온 노년기 남성 참전용사에게 DIT를 적용한 사례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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