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가 결국 엔비디아로 돌아간 진짜 이유와 중국 AI의 현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새 모델을 만들다가 결국 미국 엔비디아(Nvidia) 칩으로 “역주행”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중국의 자체 칩 개발 드라이브, 미국의 수출 규제, 그 사이에서 버티는 스타트업 하나.
이 세 가지가 부딪히면서 벌어진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이 글에서는
딥시크가 왜 화웨이·중국산 칩을 포기하고 다시 엔비디아로 돌아갔는지
그 과정이 중국 AI 경쟁력과 ‘칩 주권’ 논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앞으로 중국 AI가 오픈AI·Anthropic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를 한 번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AI, 반도체, 미·중 갈등까지 한 번에 묶이는 이야기라 다소 복잡할 수 있지만, 최대한 쉽게 풀어볼게요.
딥시크, “중국 칩만으로는 안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다
딥시크는 2025년 R1 모델을 내놓으며 전 세계 AI 업계에 충격을 줬던 회사입니다.
GPT-4급 성능을 훨씬 적은 비용과 연산으로 뽑아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 여파로 엔비디아 주가에서 수천억 달러가 날아갔다는 분석까지 나왔죠1.
흥미로운 건, 이 회사가 그동안 “약한 칩으로도 잘만 하면 된다”는 상징처럼 취급됐다는 점입니다1.
미국이 최상위 AI 칩을 중국에 못 팔게 막자, 딥시크는 “그래? 그럼 다운그레이드된 칩, 심지어 성능이 떨어지는 칩으로도 우리가 해낼게”라는 메시지를 실적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새 플래그십 모델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벽을 만났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디코더 보도에 따르면, 딥시크는 처음에 화웨이와 다른 중국 제조사의 칩을 써서 새 모델을 훈련하려 했습니다2.
하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고, 결국 일부 훈련 작업은 “밀수된 것으로 추정되는 엔비디아 칩”으로 돌리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2.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전략: “미국 칩 없이도 최첨단 모델을 만든다”
현실: 중국 칩만으로는 목표 성능·속도가 안 나옴
선택: 리스크를 감수하고 엔비디아 칩을 일부 훈련에 사용
결과: 개발이 눈에 띄게 빨라졌고, 새 모델은 수 주 내 출시 예정2
아이러니하죠.
엔비디아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던 딥시크가, 정작 자기 다음 모델은 엔비디아 칩에 기대어 만든 셈이니까요.
화웨이·국산 칩의 한계: “좋긴 한데, 아직은 부족하다”
그렇다면 중국산 AI 칩은 어느 수준일까요?
지금 중국의 그림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런 느낌입니다.
중국에는 이미 꽤 다양한 AI 칩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화웨이(HiSilicon) – Ascend 시리즈
알리바바 – 자체 AI 칩 + 클라우드용 inference 칩3
바이두 – Kunlunxin AI 칩3
그 외 Cambricon, Biren, MetaX, Moore Threads 같은 신흥 GPU 스타트업34
여기서 가장 앞선 곳은 단연 화웨이입니다.
CNBC 분석에 따르면, 중국 내 AI 프로세서 시장에서 화웨이와 엔비디아가 매출 기준으로 거의 40%씩 나눠 먹는 수준까지 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4.
단,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칩 하나하나의 성능”만 놓고 보면 화웨이는 여전히 엔비디아 최고급 칩보다 약합니다4.
대신 화웨이는 이 약점을 이런 방식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비교적 덜 강력한 칩을
엄청난 개수로 클러스터링해
고속 인터커넥트와 소프트웨어 스택으로 때우는 전략34
다시 말해, “한 방에 끝내는 강펀치”는 없지만, “많이 던져서 합산 KO를 노리는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이 전략은 대형 클라우드나 빅테크 기업에게는 꽤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딥시크 같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얘기가 다릅니다.
GPU 수량을 미친 듯이 늘리려면, 서버·전력·네트워크 인프라 투자가 크게 필요
소프트웨어 스택도 화웨이 생태계에 맞춰 다시 최적화해야 함
연구 속도와 실험 반복 횟수를 끌어올리기에는 여전히 엔비디아 생태계가 훨씬 유리
딥시크가 처음에는 화웨이/국산 칩으로 시도하다가, “성능·속도·개발 효율”이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다시 엔비디아 칩으로 돌아섰다는 건, 중국 AI 칩이 아직 완벽한 대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2.
밀수 의혹까지… 엔비디아 칩을 둘러싼 ‘그레이존’
여기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 등장합니다.
딥시크가 사용했다는 엔비디아 칩이 “불법 수입” 또는 “밀수된” GPU라는 의혹입니다2.
미국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으로의 최첨단 AI 칩 수출을 단계적으로 제한해 왔습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최신 세대 칩(예: Blackwell, H200 등)은 중국 수출이 크게 막혀 있거나, 아예 금지된 제품군에 포함돼 있습니다56.
반대로 최근에는 미국이 일부 완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H200 칩을 중국의 “승인된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판매액의 25%를 미국 정부에 납부
미국 내에서 보안 검사를 거친 뒤 반출
같은 조건을 붙이는 식입니다5.
하지만 이 와중에 중국 정부는 자국 세관을 통해 H200와 같은 고성능 칩의 통관 자체를 틀어쥐는, 일종의 역(逆)제재 조치까지 꺼내 들었습니다6.
이런 복잡한 규제 환경에서 생기는 게 바로 “그레이 마켓(회색 시장)”입니다.
서류상으로는 다른 국가로 수출된 칩이
중간 유통업자와 페이퍼 컴퍼니를 거쳐
결국 중국 데이터센터 랙 안으로 들어가는 구조
딥시크에 대해 “밀수된 엔비디아 칩을 썼다”는 보도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2.
엔비디아는 “그런 유령 데이터센터를 봤다는 증거는 없다”며 부인하고 있지만5, 업계에서는 비공식 루트를 통한 GPU 유입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취급됩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최첨단 AI를 만들려면 그만큼 강력한 칩이 필요하고, 규제로 막히면 시장은 반드시 우회로를 찾아낸다는 것.
딥시크 사례는 바로 그 현실적인 단면입니다.
중국 연구자들의 솔직한 판단: “3~5년 내 OpenAI 추월 확률, 20%”
딥시크 사건은 중국 내부에서도 꽤 진지한 토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베이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 주요 AI 연구자들은 “현재의 하드웨어 수준으로는 미국의 톱티어 모델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2.
알리바바 Qwen 팀의 저스틴 린(Justin Lin)은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향후 3~5년 내에
중국 모델이 OpenAI나 Anthropic을 “추월(overtake)”할 확률은
많아야 20% 수준2
이 말은 사실상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인재·데이터·생태계를 모두 감안했을 때
3~5년 안에 역전극이 나올 가능성은 “있긴 한데, 확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수준”
특히 하드웨어는 여전히 가장 큰 제약입니다.
미국: 엔비디아·AMD·인텔이 전 세계 최상위 GPU·AI 칩 공급
중국: 화웨이·Cambricon·Biren 등이 빠르게 쫓아가고 있지만, 공정·성능·생태계에서 격차 존재
파운드리(위탁생산) 측면에서도, TSMC·삼성과 비교해 중국의 SMIC는 여전히 미세공정·생산량에서 밀리는 상황4
딥시크처럼 소프트웨어·알고리즘 혁신으로 칩 부족을 어느 정도 상쇄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겠지만, “하드웨어의 벽”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큰 그림: “미국 칩 줄이고, 우리 칩 키워라”
이 모든 혼란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략이 깔려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미국산 첨단 칩 의존도 줄이기
자국 반도체 생태계(디자인·파운드리·장비·소프트웨어까지)를 키우기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미국 칩 수입을 자발적·비자발적 모두 줄이도록 공공·대형 프로젝트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6
화웨이·SMIC 같은 “국가 챔피언”에게 생산·R&D를 우선 지원하며7
Biren, MetaX, Moore Threads 같은 신생 AI 칩 설계회사의 IPO를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34
그래서 최근 중국 증시에서는 AI 칩 회사 IPO가 줄줄이 상장과 동시에 수백~수천 % 급등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34.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국 버전 엔비디아”를 미리 잡으려는 쪽에 베팅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이 전략에는 단점도 분명합니다.
SMIC와 같은 중국 파운드리의 생산 능력이 한정돼 있어서
화웨이가 우선 배정을 받으면, 나머지 스타트업들은 칩을 만들 공정 자체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4
기술·생태계를 쌓기도 전에 자본이 먼저 몰려들어, 향후 거품·퇴출·통합(컨솔리데이션) 가능성도 큼4
이런 큰 그림 속에서 보면, 딥시크의 엔비디아 회귀는 단순히 “한 회사의 선택”이 아니라, 중국 전체 전략이 아직 과도기라는 증거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AI 전쟁의 승부처는 어디인가
마지막으로, 이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이긴다”는 서사는 아직 반쪽짜리입니다.
딥시크는 효율적인 아키텍처와 MoE(전문가 혼합) 구조, 비용 절감 전략으로 AI 업계를 뒤흔들었지만1, 그 다음 단계 모델을 만들 때는 다시 최상위급 칩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2.
소프트웨어 혁신이 칩 한계를 어느 정도 상쇄해 줄 수 있지만, 물리적인 연산력 격차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중국 AI의 진짜 경쟁력은 “칩 하나”가 아니라 “스택 전체”에 달려 있습니다.
화웨이는 칩(Ascend)부터 데이터센터 시스템(CloudMatrix), 소프트웨어 레이어(CANN)까지 수직적으로 모두 쌓고 있고4, 이는 단순히 한두 개 칩 성능을 비교하는 걸 넘어서는 경쟁 방식입니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려면, 결국 이런 전체 스택 전략이 얼마나 빠르게 완성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셋째, 규제가 강해질수록 그레이존은 커집니다.
엔비디아 칩 밀수 의혹, 중국 세관의 H200 봉쇄, 미국의 25% 관세형 허용 정책까지56.
양쪽 모두 정치·안보 명분을 내세워 칩을 무기화하고 있고, 그 사이에서 스타트업과 개발자들은 비공식 루트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AI 개발이 점점 더 “정책 리스크”에 좌우되는 시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넷째, “3~5년 내 OpenAI 추월 확률 20%”라는 전망은 의외로 솔직한 판단입니다2.
과장 대신 확률로 말한 점에서, 중국 연구자들도 하드웨어·생태계 격차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하지만 AI는 워낙 기술 변동성이 빠르기 때문에, 전혀 예기치 못한 돌파구(새로운 모델 구조, 알고리즘 혁신, 데이터 활용 방식)가 중국에서 먼저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딥시크의 이번 선택이 하나의 신호라고 봅니다.
“중국 AI의 약진”은 분명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 하드웨어를 완전히 대체했다”는 서사는 아직 과장이다.
그리고 AI 패권 경쟁의 진짜 승부는, 단기적인 칩 스펙이 아니라
“효율적인 모델 아키텍처 + 충분한 연산 자원 + 안정적인 생태계”
이 세 가지를 누가 더 빠르고 탄탄하게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당분간은 “엔비디아 칩을 몰래 쓰는 중국 AI” 같은 뉴스가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몇 년 뒤, 우리가 비슷한 기사를 읽을 때 그 칩의 로고가 지금과 같은 형태일지는, 아직 아무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참고
2Deepseek reportedly had to fall back on Nvidia chips for new model
3MetaX and Moore Threads' IPOs underscore Chinese chipmakers' growing challenge to Nvidia
4China’s AI chip firms are going public fast. But its crown jewel is staying private
5Nvidia responds to report claiming China's DeepSeek ... is using 'banned' Nvidia chips
6Silicon Sovereignty: China’s Strategic Blockade on Nvidia’s H200 Rattles Global Mark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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