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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하나의 ‘인공 하이브마인드’가 될 때, 우리 창의력에 생기는 일

“시간에 대한 은유를 하나만 떠올려보세요.”

강의실에서 이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마다 제각각 재밌는 답이 쏟아집니다.
누군가는 “시간은 모래시계”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시간은 연기처럼 사라진다”고 하죠.

그런데 같은 질문을 요즘 인기 있는 챗봇 20여 개에게 동시에 던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놀랍게도 대부분이 비슷한 답만 되풀이합니다.

“시간은 강물이다.”
“시간은 직조하는 사람(weaver)이다.”

이 반복되는 답의 패턴을 연구자들은 “인공적 하이브마인드(Artificial Hivemind)”라고 부릅니다12.
겉으로는 다양한 AI를 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거대한 집단 두뇌가 점점 비슷한 생각만 내놓는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이 글에서는
AI 인공 하이브마인드가 무엇인지,
왜 우리 인간의 창의성과 문화 다양성을 위협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용자인 우리가 무엇을 조심하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쉽게 풀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인공 하이브마인드란 무엇인가: 여러 모델인데 왜 답은 하나인가

워싱턴 대학교, 카네기 멜론, 앨런 AI 연구소 연구팀이 최근 재밌는 실험을 했습니다12.

25개의 서로 다른 언어 모델에게 같은 요청을 던졌죠.
“시간에 대한 은유를 써줘.”

모델마다 회사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제각각입니다.
그런데 결과를 모아서 분석해 보니, 거의 두 부류만 남았습니다.

하나는 “시간은 강물이다” 계열,
또 하나는 “시간은 직조자(weaver)다” 계열.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핵심 이미지는 이 둘에 대부분 수렴했습니다12.
연구진은 이 현상을 “인공 하이브마인드”라고 부르며 두 가지 특징으로 설명합니다:

첫째, 같은 모델 안에서의 반복.
같은 프롬프트를 50번 돌려도 내용이 80% 이상 겹치는 답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2.
즉, 온갖 랜덤 옵션을 줘도 “조금씩 비튼 같은 답”이 나오는 셈입니다.

둘째, 서로 다른 회사 모델끼리의 동질성.
예를 들어 아이폰 케이스 상품 설명을 시켰을 때, 서로 다른 회사의 모델이
“Elevate your iPhone with our…”
“sleek, … without compromising…”
“bold, eye-catching…”
같은 문장을 통째로 똑같이 만들어냈습니다12.

평균 유사도는 80% 안팎.
서로 다른 대륙에서, 다른 팀이 만든 모델인데 결과물은 거의 “복사 + 붙여넣기” 수준이었다는 의미입니다1.

이쯤 되면, “여러 AI를 쓰는 것”이 아니라 “한 덩어리의 거대한 AI 사고방식”에 접속하고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게 바로 인공 하이브마인드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데이터, 학습 방식, 그리고 ‘좋은 답’의 기준

연구진도 아직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고 말합니다. 다만 몇 가지 개연성 있는 이유는 나오고 있습니다12.

첫째, 비슷한 인터넷 데이터 풀.
대형 모델들은 대부분 웹, 위키, 포럼, 책, 뉴스 등 비슷한 자원을 긁어모아 학습합니다.
훈련 데이터가 비슷하면, 모델이 익히는 표현과 사고방식도 비슷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합성(생성) 데이터의 자기 복제.
요즘은 모델을 다시 훈련시키기 위해 “다른 AI가 만든 글”을 데이터로 쓰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23.
이렇게 되면 이미 균질화된 표현이 다시 데이터로 들어가고,
그걸 또 학습하면서 더더욱 비슷한 답만 강화되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셋째, 비슷한 정렬(Alignment) 방식.
회사마다 철학은 달라도, 모델을 “친절하고, 안전하고, 무해하게” 만들기 위한 정렬 기법은 상당히 유사합니다2.
즉, 사람 평가자들이 “이게 더 좋은 답이네요”라고 체크한 패턴을 모델이 배우는 구조인데,
문제는 사람 평가 기준도 꽤 비슷하게 수렴된다는 겁니다.
결국 “무난하고, 논란 없고, 예의 바르고, 적당히 친절한 톤”이 전 세계 모델에 공통 장착되는 셈이죠.

넷째, 다루기 편한 ‘중간값’으로의 수렴.
사실, 사실 질문(factual question)에서는 “다양한 답”보다 “정확한 하나의 답”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모델들은 “중간값”을 잘 찾도록 설계되어왔습니다.
문제는 이 습관이 창의적 작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
다양하게 흩어져 있는 아이디어 공간 대신, 확률이 가장 높은 안전지대를 향해 뛰어가는 경향이 생깁니다.

이 모든 요소가 겹치면, “서로 다른 AI”들이 결국 “비슷한 말투, 비슷한 비유, 비슷한 조언”을 내놓는 거대한 인공 하이브마인드가 만들어집니다.


인간 창의성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 글쓰기 스타일부터 세계관까지

“그래, AI끼리만 비슷해지는 거면 상관없지 않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글쓰기, 기획, 요약, 번역, 심지어 생각 정리까지 AI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점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첫째, 인간 글쓰기 스타일의 동질화.

한 연구에 따르면, 챗GPT가 널리 쓰인 이후 특정 표현들이 논문과 기사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24.
예를 들어 의학 논문에서 AI 특유의 형용사·표현이 갑자기 급증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AI가 제안하는 문장을 거의 손대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글의 “개성”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나만의 말버릇, 표현 방식, 문장 호흡 대신,
AI가 제안하는 매끈하고 무난한 문장 구조가 표준이 됩니다.

둘째, 세계관과 은유의 편향.

시간을 강물로 보는 비유는 서구권에서 매우 오래된 표현입니다.
반면, 동아시아나 많은 토착 문화에서는 시간을 순환하는 것, 계절의 반복, 관계 속에 흐르는 것으로 보는 비유도 많습니다256.

그런데 AI가 대부분 “시간은 강물”로만 답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 머릿속에서 “시간을 강처럼 보는 방식”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상식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연구자들은 이런 과정을 “특정 문화의 관점이 보편처럼 굳어지는 것”이라고 경고합니다147.

셋째, 소수 언어와 전통 지식의 압축.

저자들이 정리한 또 다른 연구는, 저자들이 “저자들이 말하길, 저자들이 말하길”이 아니라
다양한 언어와 소수 언어가 AI 시대에 어떤 위치에 놓이는지 살펴봅니다.
저자들은 LLM이 저자들은 LLM이
강대국 언어(영어 등)에 훨씬 잘 최적화되어 있고, 저자들은 소수 언어는 데이터 부족과 기술 부족으로 뒤로 밀려나기 쉽다고 말합니다6.

AI가 글로벌 표준 도구가 되면,
이미 힘이 있는 언어와 문화의 영향력이 더 강해지고,
소수 언어와 그 안에 담긴 고유의 세계관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넷째, 생각의 방식까지 정형화.

최근 메타 연구에서는, 대형 언어 모델이 사람의 도덕 판단조차 서구·WEIRD(서구, 교육받은, 산업화된, 부유한, 민주국가) 국가의 경향에 더 잘 맞춘다는 결과도 나옵니다57.
즉, 우리가 도덕적 딜레마를 AI와 상의하면,
AI는 이미 어떤 특정 문화에서 “합리적”이라고 여겼던 판단의 틀을 우리에게 재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인간의 사고 다양성 자체가 줄어들 위험이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AI식 사고 틀”을 빌려 쓰며 살아가는 상황에 가까워집니다.


그래도 끝은 아니다: 다양성을 되살리기 위한 기술적 시도들

다행히도 연구자들이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인공 하이브마인드를 완화하려는 여러 시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첫째, 발산·수렴 사고를 분리하는 프롬프트 기법.

한 연구에서는 “CreativeDC”라는 프롬프트 방법을 제안합니다3.
핵심은 인간의 창의 과정처럼, 먼저 폭발적으로 아이디어를 퍼뜨리고(발산),
그 다음에 조건을 맞춰 하나로 정리하는(수렴) 두 단계로 나누어 사고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슈퍼히어로”라는 주제로 파이썬 리스트를 활용한 코딩 문제를 만들라고 할 때,
바로 문제를 만들게 하지 않고
먼저 “슈퍼히어로와 관련된 기묘한 상황 10개를 떠올려봐”라고 시킵니다.
그 다음 그중 하나를 골라 실제 문제로 구체화하도록 유도합니다3.

이렇게 하면 모델이 처음부터 “무난한 한두 가지 옵션”으로 직행하지 않고,
좀 더 넓은 아이디어 공간을 탐색한 뒤에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실험 결과, 이런 방식이 기존보다 훨씬 다양한 문제를 생성한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3.

둘째, 페르소나·문화적 관점 시뮬레이션.

다른 연구들에서는 하나의 모델 안에서 다양한 “역할”과 “문화적 배경”을 시뮬레이션하게 하는 방식도 제안합니다367.

예를 들어, 같은 질문을
“라틴아메리카 농부의 시각에서 설명해줘”,
“동아시아 철학 전통을 반영해서 답해줘”
처럼 명시적으로 관점을 바꾸게 하는 전략입니다.

이런 방식은 모델 내부의 잠재된 다양한 표현 양식을 끌어내는 데 도움을 주지만,
아예 근본적인 학습 데이터 편향을 뒤집지는 못한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셋째, 데이터·정책 차원의 개입.

최근 리뷰 논문들은 “인지적 다양성(cognitive diversity)” 자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4.
훈련 데이터에서 다양한 문화, 언어, 사고방식을 의도적으로 비례 있게 포함하고,
정렬 단계에서도 특정 문화 코드만 ‘모범 답안’으로 만들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모델 하나당 “세계관이 한 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관들이 공존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용자인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이 모든 현상은 거대한 기술·사회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 우리가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완화할 수 있는 부분도 많습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몇 가지 제안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AI 답변을 초안으로만 사용하기.

AI가 써준 문장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이지 말고,
반드시 내 언어로 다시 쓰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AI가
“이 강의는 여러분의 창의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입니다.”
라고 썼다면,
“이 수업을 듣고 나면, 문제를 바라보는 각도가 은근히 달라질 겁니다.”
처럼 내 말투로 바꿔 적는 식입니다.

이 과정 자체가 생각의 근육을 다시 한 번 쓰는 시간이 됩니다.

둘째, 일부러 ‘다른 관점’을 요구하기.

프롬프트를 조금만 바꿔도 답의 다양성이 꽤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 “서양에서 흔한 비유 말고, 다른 문화권 시각도 포함해서 시간에 대한 은유를 5개만 써줘.”

  • “이 주제를 찬성·반대·중립, 세 관점에서 각각 글머리를 만들어줘.”

이처럼 관점, 문화, 이해관계자를 명시하면,
같은 모델이라도 더 넓은 사고 공간을 탐색하게 됩니다.

셋째, 여러 모델을 쓰되,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비교하기.

연구에 따르면 여러 모델을 돌려도 서로 비슷한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12.
그래도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답이 더 맞냐”를 묻기 전에
“왜 이 둘이 여기서 다르게 말하는지”를 한 번 생각해 보는 태도입니다.

넷째, 모국어·소수 언어로도 적극 활용해 보기.

대부분의 모델이 영어에 유리하긴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고 있고 소수 언어 연구도 늘고 있습니다6.

가능하다면 우리말, 또는 주변의 다른 언어로 질문해 보고,
번역된 답을 다시 내 식으로 손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언어와 사고의 다양성을 지키는 작은 실천입니다.

다섯째, 교육·회사 차원에서 “단일 답안 문화”를 경계하기.

교육 현장에서 “AI가 이렇게 답했으니 이게 정답”이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학생들의 상상력은 아주 빠르게 위축됩니다34.

마찬가지로 기획/마케팅 팀이 AI가 제안한 무난한 카피만 골라 쓰기 시작하면,
브랜드의 개성은 금방 희미해집니다.

수업이나 회의에서
“AI가 준 3개의 아이디어를 전부 비틀어서 새로운 걸 만들어보자”,
“AI가 말하지 않은 네 번째 옵션을 찾아보자”
같은 활동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시사점: AI 하이브마인드 시대, 인간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AI 언어 모델들은 점점 “인공적 하이브마인드”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회사, 다른 구조의 모델들이지만,
열어보면 비슷한 문장, 비슷한 비유, 비슷한 가치 판단을 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12.

그 배경에는
공유된 데이터 풀,
합성 데이터의 자기 복제,
유사한 정렬 기법,
“무난한 중간값”을 찾도록 설계된 학습 구조가 있습니다23.

문제는 이 균질화가 AI 내부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그 답을 베껴 쓰고, 믿고, 의존하면서
글쓰기 스타일, 비유, 세계관, 도덕 판단까지
AI가 선호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맞춰 가고 있습니다245.

이 흐름이 계속되면,
인간 사회의 인지적 다양성, 문화적 다양성이 눈에 띄지 않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창의력 감소”를 넘어,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고 해결하는 집단 지능의 토대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답이 “AI 금지”는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AI를 잘 쓰면서도, AI가 만들어내는 평균값에 우리가 빨려 들어가지 않게 하는 역량입니다.

요약하면 다음 두 가지를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1. AI는 “답”이 아니라 “재료”로 쓴다.
    초안, 참고, 발화 촉발 장치로 활용하되,
    최종 문장과 생각의 구조는 반드시 내가 다시 짠다는 태도입니다.

  2. 다양성은 의도적으로 요청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프롬프트부터 관점, 문화, 언어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교육·조직 차원에서도 “AI 평균값을 한 번 더 비트는 연습”을 문화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공 하이브마인드가 강해질수록
“사람답게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은 더 큰 경쟁력이 됩니다.

AI가 만들어 주는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각자의 언어와 관점, 세계관을 지키고 확장하는 일.
그건 여전히,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인간의 몫입니다.


참고

1Study warns AI could homogenize human creativity as models converge on "Artificial Hivemind"

2The artificial hivemind: When AI creativity collapses into consensus

3Divergent-Convergent Thinking in Large Language Models for Creative Problem Generation

4The Homogenizing Effect of Large Language Models on Human Expression and Thought

5Exploring Cultural Variations in Moral Judgments with Large Language Models

6Opportunities and Challenges of Large Language Models for Low-Resource Languages in Humanities Research

7The Cultural Gene of Large Language Models: A Study on the Impact of Cross-Corpus Training on Model Values and Biases

#AI뉴스#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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