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본 소매업의 미래, 전부 AI였습니다 (그래서 진짜로 바뀌는 것들)
뉴욕에서 열리는 대형 소매 박람회에 갔다가, 좀 과장해서 말하면 “미래”를 한 바퀴 보고 온 기분이었습니다. 매대 사이사이마다 AI, 홀로그램, 디지털 사이니지, 에이전트, 프로토콜… “여긴 IT 전시회야, 소매 전시회야?” 싶더군요.
결론만 말하면, 소매업의 미래는 ‘AI 기술을 조금 쓰는’ 수준이 아니라, AI가 소매의 운영체제(OS)가 되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123
이 글에서는 그 변화를 네 가지 키워드로 풀어보려 합니다.
매장과 온라인의 경계가 사라지는 ‘에이전트 쇼핑’
AI 챗봇을 넘어, 아예 “AI 직원”이 생기는 시대
구글과 월마트가 함께 여는 새로운 쇼핑 표준, UCP
AI를 쓰지 않는 브랜드가 오히려 돋보이는 역설
마지막에는 한국 소매업이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질적인 체크리스트도 정리해두었습니다.
1. “검색하던 쇼핑”에서 “맡겨두는 쇼핑”으로
예전에는 쇼핑이 늘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검색창을 열고 브랜드, 카테고리, 가격을 하나씩 쳐보는 방식이죠. 이제는 이 역할을 AI 에이전트가 대신하는 흐름입니다.
엔비디아가 소매·CPG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7%가 이미 ‘에이전틱 AI’(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했거나 검토 중이라고 답했습니다.2 단순 추천을 넘어, 계획·비교·구매까지 통으로 대신해주는 AI 쇼핑 비서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42
소비자 쪽에서도 변화를 거부하기보다, 꽤 빠르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한 리포트에서는 소비자의 70%가 이미 쇼핑 여정 중 AI 기능을 써본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4 “어디서부터 뭘 찾아야 하지?” 하는 막막함을 줄여주기 때문이죠.
특히 2026년 이후에는 이런 패턴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 주 캠핑 준비 다 해줘”라고 AI에게 말한다.
AI가 일정·날씨·예산을 고려해 텐트, 침낭, 조리도구를 자동으로 추천한다.
재고·가격·쿠폰까지 따져보고, 최적의 조합으로 한 번에 주문까지 마친다.45
즉, 우리가 제품을 찾는 게 아니라, AI가 우리를 대신해 제품을 “사오는” 구조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단순한 대화형 검색이 아니라, 실제로 결제·배송까지 이어지는 완결된 쇼핑 여정을 AI가 처리할 수 있느냐입니다.
2. 홀로그램 직원, AI 점원… 소매업의 새로운 “사람”
이번에 특히 인상 깊었던 건, AI가 단지 앱 속에만 있는 존재가 아니라, 매장 안 “직원”처럼 등장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영국의 Hypervsn 같은 회사는 ChatGPT 기반의 ‘Mike’라는 홀로그램 점원을 선보였습니다. 허공에 떠 있는 3D 인물이 고객을 향해 말을 걸고, 제품을 설명하고, 브랜드 스토리를 전합니다. 이 홀로그램의 가장 큰 목적은 초기 대화의 문턱을 확 낮춰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직원한테 물어보긴 쑥스러운데…” 하던 사람도, 홀로그램에게는 생각보다 쉽게 묻습니다.
비슷한 흐름으로, 글로벌 소매 기업들은 AI를 다음과 같은 역할로 쓰고 있습니다.4678
고객의 과거 주문을 기억했다가, 비슷한 메뉴를 추천하거나
쿠폰을 자동으로 제안하고
자주 묻는 질문에 24시간 답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길 안내·재고 확인·상품 비교를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피자 브랜드 Papa Johns는 AI 챗봇을 통해 “지난번이랑 똑같이” 같은 자연스러운 요청을 처리하고, 상황에 맞는 쿠폰까지 붙여주는 방식으로 개인화된 주문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 편의성을 넘어서, 충성 고객을 늘리는 핵심 접점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예 ‘AI 에이전트’들을 소매의 여러 영역에 심어 넣는 구조를 제안합니다. 매장 운영, 가격·프로모션, 재고, 고객 서비스 등 각 영역에서 역할별 AI 에이전트가 움직이고, 공통된 비즈니스 맥락을 공유합니다.1
Model Context Protocol(MCP)로 제품·재고·가격·정책·고객 의도를 하나의 “공용 언어”로 묶고
Agent Communication Protocol(ACP)로 여러 에이전트가 서로 대화하게 만들며
결제·정산을 위한 별도 프로토콜로 AI가 결제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듭니다.1
쉽게 말해,
예전의 “부서 간 칸막이”가 이젠 “AI 에이전트 간 메신저 대화”로 바뀌는 셈입니다.
3. 구글의 UCP, “AI 시대 쇼핑의 공용어”가 되다
AI 에이전트가 여기저기 생기면서 한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쇼핑을 돕는 AI도, 결제를 담당하는 AI도, 배송을 담당하는 AI도 각자 따로 놀기 시작하는 거죠.
그래서 구글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UCP(Universal Commerce Protocol)입니다.5
UCP를 한 줄로 요약하면 “AI 에이전트와 쇼핑 시스템이 대화하는 공용어”입니다.
이 프로토콜이 중요한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어디서 시작하든, 같은 언어로 결제까지 간다
사용자가 구글 검색의 AI 모드나 Gemini에서 “친구 집들이 선물 추천해줘”라고 말하면, AI가 여러 브랜드의 상품을 탐색하고, 바로 그 화면에서 결제까지 가능하게 해줍니다. 이때 각각의 AI·결제 시스템 모두 UCP라는 공통 언어로 연결됩니다.5
둘째, 소매업체가 여러 AI 플랫폼과 연결되는 비용을 줄여준다
예전 같으면 각 AI 서비스마다 별도 연동을 해야 했지만, UCP가 정착하면 한 번의 표준 연동으로 여러 에이전트와 통신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UCP는 Agent2Agent(A2A), AP2(결제 프로토콜),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등 기존 표준과도 호환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5
셋째, 구글 안에서 바로 “장바구니 + 쿠폰 + 멤버십”까지
UCP 덕분에 AI 모드에서 보이는 상품은 구글 화면을 벗어나지 않고, 바로 해당 소매업체의 시스템으로 안전하게 연결되어 결제됩니다.
더 나아가 구글은 “Direct Offers”라는 기능으로, AI 모드에서 구매를 고민하는 사용자에게 특정 브랜드만의 할인 혜택을 바로 보여주게 만들고 있습니다.5
흥미로운 점은, 이 표준을 만드는 과정에 월마트, 타깃, 쇼피파이, 이츠시, 웨이페어 등 대형 플레이어가 직접 참여했다는 점입니다.75
이 말은 곧, “AI 속에서 물건을 파는 방식”이 개별 기업의 실험을 넘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는 중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4. “검색 상위 노출”에서 “AI에게 선택받는 상위 노출”로
AI가 쇼핑의 전 과정을 담당하게 되면서, 소매업체의 고민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검색엔진에서 내 상품이 얼마나 위에 뜨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AI 에이전트의 추천 리스트에 내 상품이 들어가느냐”가 더 결정적인 문제입니다.
실제로 일부 소매 AI 솔루션 기업들은, AI 에이전트가 어떤 상품을 얼마나 자주 노출하는지 추적하는 ‘AI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Fabric 같은 회사는, 에이전트 기반 시스템에서 내 상품이 고객 여정 어디에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툴을 내놓고 있습니다.3
이제 쇼핑 SEO는 이렇게 바뀌고 있습니다.
키워드를 얼마나 잘 넣었느냐에서
AI가 이해하기 좋은 데이터 구조인지,
제품 설명이 실제 고객 Q&A에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
재고·가격·프로모션 정보가 얼마나 실시간으로 반영되는지로.
구글도 이런 변화를 반영해, Merchant Center에 AI 시대용 데이터 속성을 잔뜩 추가하고 있습니다.5 단순 키워드가 아니라, “이 제품에 자주 나오는 질문과 답변, 함께 쓰기 좋은 액세서리, 대체 가능한 유사 상품” 등의 정보까지 입력하도록 요구합니다.
이런 정보가 많을수록, AI 모드·Business Agent·Gemini에서 더 잘 노출되는 구조입니다.5
정리하면, 앞으로의 ‘검색 최적화’는 사람이 읽기 좋은 텍스트 + AI가 이해하기 좋은 구조화 데이터를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게임이 됩니다.
5. 데이터로 움직이는 매장 vs 데이터 없이 감성으로 이기는 매장
AI가 소매업 전체를 휩쓸 것처럼 보이지만, 흥미롭게도 “AI를 쓰지 않는 전략”으로 차별화하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Equapack이라는 회사는 포장 디자인 단계에서 AI를 쓰지 않고, 사람의 감각과 장인 정신을 내세웁니다. 대신, 고급스러운 포장과 실용성을 극대화해, “열어보는 순간이 곧 경험”이 되도록 설계합니다.
AI가 추천해주는 수많은 제품 사이에서, 이런 감성적·촉각적 경험이 오히려 더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는 걸 노린 전략입니다.
반대로, 한국의 SpaceVision 같은 회사는 매장 내 고객의 이동 동선과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순간순간 맞춤형 광고와 프로모션을 내보내는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매장에서의 시선 이동, 체류 시간, 진열대 앞에서의 반응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디지털 사이니지와 모바일로 다른 메시지를 보여주는 식입니다.
다만 이런 접근은 유럽·미국 고객에게는 개인정보 침해 논란을 불러올 소지가 큽니다. 실제로 소비자 조사에서는, AI와 소매 기업의 데이터 활용에 대해 “편리하지만, 믿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이중적인 감정이 공존합니다.4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은 점점 투명성·옵트인(명시적 동의)·데이터 최소 수집을 전면에 내세우는 추세입니다.
한편 엔비디아 보고서를 보면, AI를 도입한 소매기업의 89%가 “매출이 증가했다”, 95%는 “비용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2 하지만 가장 큰 장애물로는 여전히 데이터 단절과 거버넌스 문제를 꼽습니다.42
대충 데이터를 모아놓는다고 해서 AI가 알아서 잘해주는 게 아니라, 데이터 구조와 연결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죠.
결국, AI를 쓰든 안 쓰든 승부는 이렇게 갈립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너를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브랜드
혹은 기술을 최소화하더라도, “너를 진짜로 신경 쓴다”는 감성을 주는 브랜드
문제는, 그 중간 어디쯤에서 애매하게 서 있는 브랜드가 가장 빨리 잊혀진다는 점입니다.
시사점: 지금 소매업이 당장 체크해야 할 5가지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소매업을 하는 입장에서 지금 당장 점검해볼 질문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AI 에이전트를 “고객의 쇼핑 비서”로 쓰고 있는가?
단순 FAQ 챗봇이라도, 제품 추천·비교·쿠폰 안내·재구매 유도까지 확장할 계획이 있는지 점검해보세요.우리 상품 데이터는 AI가 읽기 좋은 형태인가?
제품 설명에 Q&A, 사용 시나리오, 자주 함께 구매되는 상품, 대체 옵션 등을 구조화해서 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5검색 엔진이 아니라, AI 에이전트에게 최적화되어 있는가?
구글 AI 모드, Gemini, 각종 챗봇·앱 속 가상 쇼핑 비서가 우리 브랜드를 이해하고 추천할 수 있을 만큼, 데이터 연동과 피드를 잘 관리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75데이터 윤리와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미리 세웠는가?
특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행동 데이터를 다루는 경우, “어디까지 수집하고, 어떻게 익명화하며, 무엇을 위해 쓰는지”를 명확히 정리해 고객에게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AI를 쓰지 않는 경험도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있는가?
포장, 매장 인테리어, 직원 교육, 체험형 이벤트 등 “사람 냄새 나는 요소”를 일부러 강화해, AI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앞으로 몇 년은 “AI를 쓰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AI와 사람의 역할을 어디까지,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설계하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소매업의 미래를 실제로 보고 느낀 인상은 하나였습니다.
“AI가 소매업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소매업의 모든 구석구석에 스며든다.”
이제 필요한 건 거창한 비전보다,
오늘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에 작은 AI 실험부터 한 칸씩 적용해보는 용기일지 모릅니다.
참고
1Agentic AI in retail: How Dynamics 365 powers Commerce Anywhere
2From Warehouse to Wallet: New State of AI in Retail and CPG Survey
3Retail 2026: When AI becomes the operating system
4Retail AI 2026 predictions: Retailers, consumers driving big growth
5New tech and tools for retailers to succeed in an agentic shopping era
7Walmart and Google Turn AI Discovery Into Effortless Shopping Experiences
8Retail Chatbots: Best Practices, 10 Use Cases & Examples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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