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AI 경쟁에서 진 것처럼 보이는 진짜 이유, 그리고 다음 판
아이폰을 쓰는 입장에서, 요즘 뉴스 헤드라인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애플, 구글 AI에 기대다”, “아이폰 주권의 끝”, “Siri, 결국 구글에 맡긴다” 같은 제목들이 쏟아지죠.
겉으로 보면 애플은 AI 경쟁에서 확실히 한 박자 느렸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늦게 나왔고, Siri는 여전히 답답했고, 결국 차세대 ‘스마트 Siri’를 위해 구글 Gemini에 손을 내밀었으니까요12.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AI 마케팅이 미지근했던 아이폰 17까지 나왔는데, 아이폰은 계속 잘 팔렸고, 2025년 3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연간 10%나 성장하며 시장 리더가 됐습니다3.
AI에서 진 것 같은데, 시장에서는 이기는 중인 이 이상한 풍경.
지금 애플에게 진짜 중요한 싸움은 “AI 모델 누가 더 세냐”가 아니라, “아이폰을 중심으로 어떤 AI 경험을 통째로 설계하느냐”에 가깝습니다.
이 글에서는
애플이 AI 경쟁에서 왜 ‘졌고’, 그럼에도 아이폰이 왜 계속 강한지,
그리고 구글 Gemini와 손잡은 지금, 애플의 진짜 도전이 어디에 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의 삐끗한 롤아웃, 무엇이 문제였나
애플의 AI 전략은 애초에 깔끔하게 출발하지 못했습니다.
2024년, 애플은 WWDC에서 대대적으로 “Apple Intelligence”를 선언했습니다.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가 한 차례씩 판을 뒤집어 놓은 뒤였죠. 애플은 이미지 생성, 텍스트 요약, 알림 정리, ChatGPT 연동 등 기능을 내세우며 “우리도 AI 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습니다42.
하지만 실제 상황은 좀 달랐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아이폰 16과 함께 본격적으로 쓰이리라 기대됐지만, 핵심 중의 핵심이었던 “새로운 Siri”는 계속 미뤄졌습니다.
2024년 → 2025년 → 다시 2026년으로 연기가 이어졌고45, 이미 광고까지 틀었던 기능을 뒤늦게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접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5.
일부 출시된 기능도 완성도가 들쭉날쭉했습니다.
알림 요약은 가끔 엉뚱한 해석을 했고, 뉴스 알림 내용을 AI가 잘못 요약하는 바람에 기능을 잠깐 껐다 켜는 소동도 있었습니다4.
사용자 입장에서는 느낌이 이랬습니다.
“오, 애플도 AI 붙였구나”
→ “근데 굳이 저걸 쓰려고 새 아이폰을 살 만큼 대단하진 않은데?”
즉, 애플이 기대했던 “AI 때문에 아이폰을 바꾸는 슈퍼 사이클”은 일어나지 않았고5, Siri는 여전히 예전처럼 타이머나 맞추는 반쪽짜리 어시스턴트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애플이 스스로 약속했던 “완전히 새로워진 Siri”를 제때 내놓지 못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렇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애플, AI에서는 일단 한 번 졌다.”
그럼에도 아이폰은 계속 팔렸다: AI가 없어도 강했던 것들
놀라운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AI에 휘청거린 줄 알았던 애플, 정작 숫자는 좋았습니다.
IDC 기준으로 2025년 3분기, 애플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연간 10% 점유율 성장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확실히 굳혔습니다3.
AI 마케팅이 강하지 않았던 아이폰 17 시리즈 역시 판매 호조를 보였고45, 2024년과 2025년 내내 아이폰 수요는 “견조하다”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이건 중요한 사실 하나를 말해 줍니다.
“2024~2025년 기준으로, 사람들은 아이폰을 AI 때문에 사지 않았다.”
아이폰을 사는 이유는 여전히 더 직관적이고, 오래된 것들이었습니다.
디자인과 마감, 브랜드 이미지
카메라, 디스플레이, 배터리 같은 하드웨어 만족도
iOS 생태계, iCloud, iMessage, AirPods, Mac과의 연동
중고 가격 방어와 안정적인 사용 경험
AI 없이도 애플 제품이 주는 기본적인 매력은 여전히 강력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안전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말은 곧, 애플이 한 번의 AI 실수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다음 판에서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AI가 점점 “있으면 좋은 기능”에서 “없으면 불편한 기본 기능”으로 내려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 Gemini를 품은 ‘스마트 Siri’: 패배 선언일까, 전략 전환일까
2026년 초, 애플은 마침내 카드를 하나 꺼냈습니다.
“차세대 Siri와 일부 Apple Intelligence 기능에 구글 Gemini를 사용하겠다.”12
애플과 구글은 “수년간의 협력”이라고 표현하며, iPhone과 여러 애플 서비스에서 Gemini 기반 AI를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12.
이 말은 곧, 우리가 앞으로 만날 “스마트 Siri”의 두뇌가 상당 부분 구글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평가는 둘로 갈립니다.
하나는 “완전한 패배, 애플이 자기 기술 포기했다”는 시각입니다.
애플은 그동안 칩부터 OS, 서비스까지 ‘풀스택’ 통제에 집착해 왔습니다. 그런데 AI라는 가장 중요한 신기술에서 기본 모델을 남의 회사 것에 의존한다?
IDC 애널리스트는 이걸 두고 “애플이 단기간에 구글 수준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걸 인정한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1.
다른 하나는 “실용적인 선택”이라는 관점입니다.
지금 AI 경쟁은 속도의 게임입니다.
모델 하나를 1~2년 더 늦게 잘 만드는 것보다, 이미 검증된 모델(Gemini)을 올려서 빠르게 사용자 경험을 올리는 쪽이 낫다고 본 거죠23.
흥미로운 부분은 구조입니다.
차세대 Siri는 애플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rivate Cloud Compute) 안에서 동작하고1,
그 안에서 구글의 Gemini 모델이 돌아가며,
사용자 데이터는 애플이 설계한 보안·프라이버시 틀 안에서 처리됩니다.
즉, 두뇌(모델)는 구글 것이지만, 몸통(서비스 설계, 데이터 흐름, UX, 보안)은 애플이握고 있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이건 과거 “아이폰 기본 검색을 구글로 설정하고 매년 수십억 달러를 받던” 그 관계의 AI 버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2.
겉으로는 사이좋은 파트너십이지만, 속으로는 둘 다 서로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아주 묘한 동거입니다.
애플의 진짜 과제: ‘킬러 AI 제품’과 완전히 새로워진 Siri
이제 질문은 단순해집니다.
“그래서, 애플은 AI로 사람들을 설레게 만들 수 있나?”
애플이 직면한 최대 과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사람들이 실제로 쓰고 싶어 하는 AI 기반 제품”을 만드는 것.
둘째, 그 중심에 “완전히 새로워진 Siri”를 세우는 것45.
지금까지의 Siri는 솔직히 말해 “아이폰의 가장 덜 쓰이는 버튼”에 가까웠습니다.
음성 명령으로 타이머 맞추고, 알람 설정하고, 가끔 날씨 물어보는 정도.
구글 어시스턴트, 알렉사, ChatGPT 같은 친구들이 점점 똑똑해지는 동안, Siri는 거의 제자리였습니다.
애플이 말하는 다음 세대 Siri는 이와 다릅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 Gemini 기반 Siri는 다음과 같은 일들을 더 잘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612.
사용자의 일정, 메일, 메시지, 위치 등을 종합해 “맥락 있는 대화”를 해석
“다음 주에 친구랑 갈 만한 비건 레스토랑 예약해줘” 같은 복합 요청 처리
같은 기기 안에서 여러 앱을 오가며 작업을 묶어 처리
아이폰·아이패드·맥을 오가며 연속된 작업 지원
여기서 포인트는 “기능의 개수가 아니라, 체감되는 마법 같은 경험”입니다.
아이폰을 처음 샀을 때 핀치 줌을 써보던 그 느낌, AirPods을 켰더니 아이폰에 자동으로 연결되던 그 매끄러움.
애플이 AI에서도 만들어야 하는 건 결국 그런 경험입니다.
시장은 이미 애플에게 사실상 ‘라스트 찬스’를 줬습니다.
CNBC는 “2025년에 Siri 업그레이드를 놓친 애플에게 남은 건 2026년 한 번뿐”이라고까지 평가했죠5.
이번에도 “그냥 그런 AI 기능 몇 개 추가된 정도”로 끝난다면, 애플은 AI 플랫폼 주도권을 영영 잃을 수 있습니다.
애플은 AI에서 정말 ‘진’ 걸까? 다른 게임을 하는 중일 수도 있다
겉으로만 보면, 애플은 분명 뒤처졌습니다.
대형 언어 모델(LLM) 자체 경쟁력은 구글, 오픈AI, 메타에 비해 덜 보입니다.
클라우드 인프라에 수백조를 쏟는 경쟁사들과 달리, 애플은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투자만 하고 있습니다42.
결국 구글 모델에 의존하면서 “기술 주권을 잃었다”는 비판까지 듣고 있습니다3.
하지만 애플이 아예 다른 게임을 하는 중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른 빅테크들은 “모델 중심”입니다.
모델을 가장 크게, 가장 빨리, 가장 많이 써보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래서 검색, 오피스, 개발툴, 클라우드 전반에 모델을 깔고, 거대한 GPU 데이터 센터를 짓고, 모델을 서비스의 중심에 올립니다.
반면, 애플은 여전히 “디바이스와 경험 중심”입니다.
모델 자체는 외부(구글, OpenAI)를 섞어서 쓰더라도12
사용자가 실제로 만지는 지점(아이폰, iOS, Siri, 앱, 프라이버시)은 최대한 자신이 통제합니다.
클라우드로 보내야 하는 계산도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라는 자신만의 구조 안에 가둡니다1.
이 전략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개인정보를 중시하는 사용자에게 설득력이 큽니다.
모델이 바뀌거나 공급자가 달라져도, 경험 레이어는 애플이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AI가 “또 하나의 기능”이 아니라 “아이폰이라는 환경 전체의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단점도 명확합니다.
모델을 직접 통제하지 못하면, 속도 경쟁에서 계속 뒤처질 위험이 있습니다.
구글이나 다른 파트너가 방향을 틀면, 애플의 AI 전략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규제 측면에서 “거대 플랫폼끼리의 밀착”에 대한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13.
결국 관건은 하나로 정리됩니다.
“애플이 AI 모델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해도, 사용자 경험만큼은 끝까지 장악할 수 있나?”
만약 그렇다면, 애플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아이폰을 ‘가장 갖고 싶은 기기’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Siri와 AI 경험을 설계하는 능력까지도 경쟁사에 끌려다니게 된다면, 그때가 진짜 패배입니다.
시사점: 사용자·투자자·업계 관전 포인트 정리
정리해 보면, 지금 애플의 AI 상황은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1라운드에서 애플은 늦었습니다.
Apple Intelligence 롤아웃 삐끗, Siri 업그레이드 지연, 자체 모델의 존재감 부족. 이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45.그럼에도 아이폰 비즈니스는 튼튼합니다.
AI 마케팅이 약했던 아이폰 17까지도 잘 팔렸고, 글로벌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하며 시장 리더가 됐습니다3.구글 Gemini 채택은 ‘패배 고백’이면서도 동시에 ‘속도전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 선택’입니다123.
진짜 승부는 “모델 성능”이 아니라 “Siri를 중심으로 한 완전히 새로운 iPhone 경험”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45.
앞으로 우리가 지켜봐야 할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Siri가 진짜로 “매일 쓰게 되는 AI”가 될 수 있는가.
타이머·알람 도우미 수준에서 벗어나, 앱과 앱 사이를 오가며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에이전트’가 된다면, 그때는 진짜 슈퍼 사이클이 올 수도 있습니다.
둘째, 애플이 AI를 핑계로 또 한 번 하드웨어 혁신을 묶어낼 수 있는가.
예를 들어, “차세대 Siri는 아이폰 18 이상에서만 완전 구동” 같은 전략으로 업그레이드를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사용자 반발과 “구형 기기 홀대” 논란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관건입니다5.
셋째, 애플이 외부 모델 의존도를 어느 정도까지 줄이거나, 최소한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
중장기적으로 자체 모델 역량을 키우지 못한다면, AI 플랫폼의 주도권은 결국 구글, 오픈AI 같은 플레이어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23.
사용자 입장에서 지금은 어쩌면 가장 재미있는 구간입니다.
당장 아이폰을 AI 때문에 바꿀 필요는 크지 않지만, 1~2년 안에 “아이폰을 바꿔야만 쓸 수 있는 AI 경험”이 나올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AI라는 단어를 얼마나 자주 언급하느냐”보다,
실제로 Siri와 Apple Intelligence가 “업그레이드를 정당화할 만큼의 이유”를 만들어 내는지 차분히 보는 게 중요합니다.
애플은 AI 경쟁에서 이미 한 번 졌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끝나지 않았고, 이제부터가 진짜 도전입니다.
다음 Siri가 아이폰의 새로운 ‘킬러 기능’이 되느냐, 아니면 또 한 번의 허탈한 약속으로 남느냐.
애플의 다음 한 수가, 앞으로 10년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거의 통째로 결정할지도 모릅니다.
참고
1Apple turns to Google to power AI upgrade for Siri – BBC News(https://www.bbc.com/news/articles/czdqvp2zqezo)
2‘Apple Intelligence,’ powered by Gemini, marks a ‘major validation moment for Google’ – Fortune(https://fortune.com/2026/01/12/apple-intelligence-powered-by-gemini-marks-a-major-validation-moment-for-google-top-tech-analyst-says/)
3Google Gemini on iPhones and Samsung devices – a dominant shift in the global smartphone and AI market(https://xpert.digital/en/google-gemini-on-smartphones/)
4Apple punted on AI this year. Next year will be critical – CNBC(https://www.cnbc.com/2025/12/17/apple-ai-delay-siri.html)
6MacRumors – Google Gemini-Powered Siri Will Reportedly Have These 7 New Features(https://www.macrumors.com/2026/01/13/google-gemini-siri-capabilities-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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