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까지…기업들이 위키피디아에 돈을 내기 시작한 진짜 이유
회사에서 회의하다가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슬쩍 새 창 열고 제일 먼저 어디로 가나요?
대부분의 사람들 브라우저 기록을 열어보면, 이렇게 적혀 있을 겁니다.
google.com → wikipedia.org
그동안 위키피디아는 ‘공짜로 마음껏 쓰는 지식 창고’ 같은 존재였죠.
그런데 2026년, 상황이 크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퍼플렉시티, 미스트랄 AI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이제 위키피디아 데이터에 공식적으로 ‘돈을 내고’ 접근하기로 한 겁니다12.
이 글에서는
왜 갑자기 기업들이 위키피디아에 사용료를 내기 시작했는지
‘Wikimedia Enterprise’라는 유료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이 변화가 AI 산업, 인터넷, 그리고 우리 같은 일반 사용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를 쉽고 재밌게 풀어보겠습니다.
위키피디아, 왜 갑자기 기업들에게 돈을 받기 시작했을까?
위키피디아는 2001년부터 줄곧 “누구나 무료로 쓰는 백과사전”을 강조해 왔습니다.
서버 비용은 전 세계 이용자들이 보내는 소액 후원으로 버텨 왔고요. 그런데 AI 붐이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챗GPT, 검색 엔진, 음성 비서 등 요즘 AI 서비스들이 믿고 의지하는 대표적인 ‘지식 데이터베이스’가 바로 위키피디아입니다. LLM(대형 언어 모델)을 훈련할 때도, 실제 답변을 생성할 때도 위키피디아를 엄청나게 많이 참고하죠.
문제는 이 과정이 대부분 “몰래 긁어가기”에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AI 회사들의 웹 크롤러가 위키피디아를 대량으로 긁어가면서:
서버 트래픽과 유지비는 위키피디아가 부담
그 데이터를 활용해 돈을 버는 건 AI 기업들
이라는 구조가 된 겁니다3. 위키피디아 입장에서는 일종의 역설입니다.
“기부금으로 모은 돈으로, 빅테크의 AI 훈련을 대신 지원해 주는 꼴”이었으니까요.
위키피디아 창립자 지미 웨일스도 “우리 기부자들은 거대 AI 기업 서버 비용을 대신 내 주려고 후원하는 게 아니다”라는 취지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습니다3.
이때 내놓은 해법이 바로 Wikimedia Enterprise(위키미디어 엔터프라이즈) 입니다.
간단히 말해,
“개인 이용자는 계속 무료,
대신 대규모로 상업적으로 쓰는 기업들은 정식으로 돈을 내고,
그 대가로 더 빠르고 안정적인 프리미엄 API를 제공하겠다”
라는 모델이죠24.
Wikimedia Enterprise란? ‘기업용 위키피디아’의 정체
Wikimedia Enterprise는 위키미디어 재단이 2021년에 시작한 기업 전용 유료 서비스입니다24.
겉으로는 “API 서비스”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AI 회사와 빅테크가 원하는 조건을 맞춘 기업형 데이터 상품에 가깝습니다.
특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데이터 접근 속도와 안정성이 다릅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무료 API나 무작정 크롤링은 속도 제한, 트래픽 제약, 구조 변경 위험이 있습니다.
Enterprise 고객이 되면 위키피디아, 위키데이터, 기타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대량으로,
일정한 형식으로,
안정적인 SLA(서비스 수준) 아래에서
받아갈 수 있습니다24. AI 모델을 돌리는 입장에서는 이런 “예측 가능성”이 엄청난 가치입니다.
둘째, ‘AI 친화적’으로 최적화된 데이터입니다.
위키피디아는 사람이 읽기에 좋게 구조화되어 있지만, 머신러닝 모델에게는 전처리 과정이 꽤 복잡합니다. Enterprise는 기업들이 원하는 포맷으로, 업데이트 이력과 메타데이터까지 포함한 훈련용·서비스용에 최적화된 패키지를 제공합니다2.
셋째, 법적·윤리적 리스크를 줄여줍니다.
요즘 AI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키워드가 “저작권 소송”입니다. 작가, 언론사, 플랫폼이 줄소송을 걸고 있죠. 위키피디아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로 운영되며, 기여자가 규칙을 지켜 작성한 글입니다.
공식 계약을 맺고 Enterprise를 이용하면 데이터 출처와 이용 조건이 명확해진다는 점에서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13.
넷째, 돈은 다시 ‘공짜 지식’을 위해 쓰인다.
위키미디어 재단은 비영리입니다. Enterprise로 번 수익은:
위키피디아 서버 운영
소프트웨어 개선
각국 언어 프로젝트 지원
같은 공익적 활동에 재투자됩니다24.
즉, “기업이 돈을 내고, 그 돈으로 일반 이용자들이 계속 공짜로 쓴다”는 구조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이 위키피디아에 지갑을 연 이유
2022년에는 구글이 먼저 Wikimedia Enterprise 고객이 됐습니다.
2025~2026년 사이에는 본격적으로 빅테크들이 합류합니다. 지금 공개된 주요 파트너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글 (초기 파트너, 2022년부터)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미스트랄 AI
퍼플렉시티 등125
이 기업들이 왜 굳이 돈을 내고 Enterprise를 쓰기로 했을까요?
조금 더 속마음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 AI 서비스 퀄리티를 지탱하는 ‘지식의 백본’
위키미디어 재단은 “위키피디아의 지식이 생성형 AI 챗봇, 검색 엔진, 음성 비서 등을 떠받치는 핵심”이라고 말합니다1.
실제로 LLM 답변 소스를 뜯어보면, 위키피디아 문장 구조와 내용이 놀랍도록 많이 비슷합니다.
AI 회사 입장에서는:
신뢰도 높은
사람 손으로 검증된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합니다. 위키피디아만큼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공개 지식 저장소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어차피 쓸 거라면, 공식적으로 잘 쓰자”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몰래 긁어가기’에서 ‘정식 계약’으로 이동
AI 붐이 커지면서 데이터 저작권과 이용권 문제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작가 단체, 언론사, 소셜 플랫폼이 AI 기업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죠. 그 와중에 위키피디아는 상대적으로 ‘합법적이고 깨끗한 데이터 소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13.
Enterprise 계약을 맺으면:
데이터 이용 범위와 조건이 명확해지고
“우리는 대가를 지불하고,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있다”는 명분도 생깁니다.
브랜드 차원에서도 “공짜로 긁어만 가는 회사”보다 “지식 커먼스를 후원하는 책임 있는 기업” 이미지를 얻을 수 있죠. 요즘처럼 AI에 대한 시선이 예민한 시기에 꽤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3) 기술적 효율성과 비용 절감
언뜻 보면 “데이터는 공짜인데, 왜 굳이 돈을 내지?”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크롤링, 파싱, 정제, 업데이트 동기화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 세계 300여 개 언어, 6,500만 개 이상의 문서, 매일 바뀌는 수정 이력2
이를 매번 스스로 수집·정제·동기화하려면 상당한 개발 리소스가 필요
Enterprise는 이 과정을 서비스 형태로 대신 제공하는 셈이라, 결국엔 “돈을 내고 시간과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이 됩니다.
4) 위키피디아가 무너지면, AI도 흔들린다
Wikimedia Enterprise의 책임자인 레인 베커는
“AI 회사들이 위키피디아의 장기 지속 가능성을 지원하는 것이 그들 비즈니스에도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5.
이 말은 꽤 직설적입니다.
위키피디아가 흔들리면 →
신뢰도 높은 공개 지식 기반이 줄어들고 →
결국 AI 모델의 품질, 검색 서비스의 품질에도 타격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위키피디아를 살려두는 건 곧 자신의 비즈니스를 지키는 것이라는 겁니다.
AI 시대의 새로운 ‘지식 거래’: 누가 무엇을 얻고, 잃는가?
기업들이 위키피디아에 돈을 내기 시작했다고 해서, 모든 게 장밋빛인 건 아닙니다. 이 변화로 인해 얻는 것과 잃을 수 있는 것을 나눠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와 사용자 입장에서 얻는 것
첫째, 더 안정적인 운영 재원.
기부만으로는 불안정했던 재정 구조에, 기업용 수익원이 하나 추가된 셈입니다. 서버 증설, 기능 개선, 다국어 프로젝트 지원에 여유가 생길 수 있습니다24.
둘째, ‘공짜 노동’이 덜 억울해진다.
위키피디아 기여자와 후원자는 그동안 사실상 빅테크의 AI 훈련을 공짜로 도와준 셈이었습니다. 이제라도 일부 대기업이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서, “그래도 약간의 균형은 맞춰졌다”는 심리적 보상 효과가 있습니다3.
셋째, AI 답변의 품질이 나아질 가능성.
Enterprise를 이용하면 AI가 더 정확하고 최신의 위키피디아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우리가 쓰는 검색, 챗봇, 음성비서의 답변 품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걱정되는 지점도 있다
첫째, ‘빅테크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심해질 위험.
돈을 내고 Enterprise에 접근할 수 있는 기업은 결국 자본력이 있는 회사들입니다. 스타트업이나 개인 개발자는 기존의 무료 API 또는 크롤링에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접근 격차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커뮤니티와 재단의 긴장 관계.
위키피디아 편집자들은 ‘상업적 간섭’에 매우 민감합니다. 이미 과거에 AI 요약 기능 도입 문제로 재단과 커뮤니티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우리의 자발적 기여가 기업 상품을 돕는 데 쓰인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3.
Enterprise 확대가 이런 불신을 키우지 않도록, 재단의 투명성이 중요해졌습니다.
셋째, ‘AI가 위키피디아를 대체’하는 아이러니.
한편에서는 AI가 위키피디아의 트래픽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미 상당수 사용자가 위키피디아 대신 챗봇에서 직접 답을 얻기 시작했습니다3. AI가 위키피디아를 베이스로 성장해 놓고, 다시 위키피디아 방문자를 줄이는 구조인 셈입니다.
이 딜레마 속에서, 위키피디아는
“어차피 이용당할 것이라면, 제대로 된 파트너십을 통해 살아남을 길을 찾자”
라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인터넷과 AI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번 합의는 단순한 ‘API 유료화’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인터넷 전체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첫째, “공짜 웹” 시대의 종말 신호
블로그, 커뮤니티, 위키, 뉴스 사이트 등 그동안 무료로 열려 있던 콘텐츠들이 앞으로는 AI 기업들과 공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돈을 받는 구조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뉴스 미디어, 작가 단체, 레딧 등이 비슷한 길을 걷고 있죠.
둘째, 데이터 권리(Data Rights)에 대한 기준이 생긴다
위키피디아 같은 ‘공익 데이터 플랫폼’이 AI 시대에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이번 모델이 일종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업용으로 쓰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지급해야 한다”는 일종의 관습법이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1.
셋째, 대안 플랫폼과의 경쟁 구도가 생긴다
일론 머스크는 위키피디아 대항마를 표방하며 ‘그로키피디아(Grokipedia)’라는 AI 생성 백과를 내놓았습니다13. 하지만 초기부터 인종차별적·편향적 내용이 문제 되는 등, 사람이 검증한 지식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결국 “인간이 다듬은 데이터” vs “AI가 자기 데이터로 만든 데이터”의 신뢰 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위키피디아는 그 전선의 최전방에 서 있는 셈입니다.
마무리: 우리가 기억해야 할 포인트와 개인적인 생각
이번 ‘기업용 위키피디아 유료화’ 흐름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위키피디아는 여전히 개인에겐 무료이고, 열린 백과사전입니다.
다만, 대량으로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AI·빅테크 기업에겐 Wikimedia Enterprise라는 유료 프리미엄 API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퍼플렉시티, 미스트랄 AI 등은 이미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구글은 2022년부터 파트너였습니다125.
기업이 지불한 돈은 다시 위키피디아 및 위키미디어 프로젝트의 운영과 기술 개선에 재투자됩니다24.
이는 AI 시대에 ‘공짜 지식’을 지탱하기 위한 새로운 수익 모델이자, 데이터 권리와 책임 있는 AI 생태계에 대한 실험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흐름을 “늦었지만 필요한 합의”라고 봅니다.
AI가 가져간 가치는 너무 큰데, 그 기반이 된 열린 지식 프로젝트는 재정적·기술적으로 압박을 받아왔으니까요. 지금부터라도 빅테크가 그 토대에 일정 부분 비용을 돌려주는 구조를 만드는 건, 앞으로의 인터넷을 위해서도 필요한 정리 작업에 가깝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감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을 내는 쪽의 목소리가
지식을 만드는 커뮤니티의 원칙을 흔들지 않도록 하는 것
AI 시대에도 우리가 믿고 참고할 수 있는 “공동 지식의 공공재”가 필요하다면, 위키피디아 같은 프로젝트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건 결국 우리 모두의 이익입니다.
이번 Enterprise 모델이 그 방향으로 작동할지, 아니면 또 다른 권력 불균형을 낳을지는 앞으로 몇 년간 인터넷을 지켜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참고
1Wikipedia announces AI deals with Amazon, Meta, Perplexity and more
3After Being Pillaged By AI Companies, Wikipedia Signs Deal to Get Paid By Them
4Microsoft, Meta, and Amazon are paying up for ‘enterprise’ access to Wikipedia | The Verge
5Microsoft, Meta, Amazon, and Perplexity will start paying for "corporate" access to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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