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상식] 반도체, 혹시 외계인이 만들었나요? 램(RAM)의 작동 원리 아주 쉽게 파헤치기

우리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살 때 항상 확인하는 스펙이 있습니다.
"이거 램(RAM) 몇 기가야?"
보통 8GB, 16GB, 요즘은 32GB까지 쓰죠. 손가락 두 개만 한 초록색 막대기 주제에 가격은 꽤 비쌉니다. 도대체 이 얇은 판때기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반도체 공학의 정수, 램이 작동하는 원리를 양동이와 수문으로 아주 쉽게 풀어드립니다.
램(RAM)은 작업 책상이다
기술적인 이야기 전에, 램이 뭐 하는 녀석인지부터 짚고 갈게요.
컴퓨터 부품을 우리 공부방에 비유하면 딱 이렇습니다.
CPU (두뇌): 계산하고 생각하는 학생
SSD/HDD (창고): 책이 엄청나게 많은 도서관 (저장은 많이 되지만 책 찾으러 가기 귀찮음)
RAM (책상): 당장 공부할 책을 펼쳐놓는 곳 (바로 볼 수 있어서 빠름!)
램 용량이 크다는 건 책상이 넓다는 뜻입니다. 책상이 넓으면 여러 책(프로그램)을 한꺼번에 펼쳐놓고 빠르게 작업할 수 있겠죠?
램을 현미경으로 확대하면? 양동이와 수도꼭지
자, 이제 이 책상(RAM)을 초고배율 현미경으로 100만 배 확대해 보겠습니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수많은 양동이와 수도꼭지가 들어있습니다.
이걸 전문 용어로 셀(Cell)이라고 부르는데요, 구조는 정말 단순합니다.
커패시터 (양동이): 전기를 담는 그릇
트랜지스터 (수문/수도꼭지): 물을 틀고 잠그는 스위치
작동 원리는?
컴퓨터는 0과 1밖에 모르는 바보죠? 램은 이 숫자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물을 채운다: 수문을 열고 양동이에 물을 가득 채우면 1
물을 비운다: 수문을 열고 물을 싹 비워버리면 0
CPU가 "야, 저장해!" 하면 수문을 열어 물을 채우고, "그거 무슨 숫자야?" 하고 물어보면 수문을 열어 양동이에 물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정말 간단하죠?
물(전자)을 움직이는 마법: 유혹의 기술
"아니, 근데 전선도 없는데 어떻게 물을 넣었다 뺐다 해요?"
여기서 물리학의 마법이 등장합니다. 반도체에는 N형(전자가 넘치는 녀석)과 P형(전자가 부족한 녀석)이라는 재료가 쓰이는데요.
평소에는 전자가 못 지나가게 P형 벽이 막고 있습니다. (수문 닫힘)
이때 위에서 (+) 전기를 찌릿! 하고 걸어줍니다. (이게 게이트입니다)
그러면 (-) 성질을 가진 전자들이 와! (+) 오빠다! 하고 벽 위쪽으로 우르르 몰려듭니다.
몰려든 전자들이 다리(Channel)를 만들어서, 그 위로 전자들이 콸콸 흘러 양동이로 들어갑니다.
즉, 전기를 미끼로 전자들을 유혹해서 없던 길을 만들어내는 기술, 이게 바로 반도체 스위치(트랜지스터)의 핵심입니다.
이걸 손으로 만든다고? 제조의 비밀
더 놀라운 건 이 양동이+수문 세트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하나하나 조립할까요? 아니요. 그랬다간 램 하나 만드는 데 100만 년 걸릴 겁니다.
반도체는 빛으로 찍어내는 판화입니다.
집채만 한 설계도를 그립니다.
특수 렌즈를 통해 빛을 쏘아, 설계도를 개미보다 작게 축소시킵니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사진 찍듯이 쾅! 하고 찍어냅니다. (노광 공정)
이렇게 하면 수십억 개의 밑그림이 1초 만에 그려집니다.
그 위에 재료를 덮고, 깎아내고, 다시 전선 깔고, 덮고... 이 과정을 수백 번 반복해서 100층짜리 고층 빌딩 같은 칩을 쌓아 올리는 것이죠.
16GB 램에는 양동이가 몇 개나 있을까?
마지막으로 소름 돋는 사실 하나 알려드릴게요.
지금 여러분 컴퓨터에 꽂힌 16GB 램 하나에, 아까 말한 그 양동이(셀)가 몇 개나 들어있을까요?
계산해 보면 무려 약 1,374억 개입니다.
지구 전체 인구: 약 80억 명
램 하나 속의 양동이: 약 1,374억 개
지구인 전체에게 양동이를 17개씩 나눠줄 수 있는 숫자가, 그 얇은 칩 안에 다 들어있는 겁니다. 더 무서운 건, 컴퓨터는 이 1,300억 개의 양동이 중 정확히 필요한 녀석을 골라내서 1초에 수십억 번씩 물을 채웠다 비웠다 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마치며: 인간 승리의 결정체
이 말도 안 되는 기술을 처음 고안한 사람은 로버트 데너드 박사였고, "앞으로 2년마다 2배씩 더 많이 쑤셔 넣을 거야!"라고 예언한 사람은 고든 무어였습니다.
그리고 그 예언을 현실로 만들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나노미터 세계에서 탑을 쌓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의 엔지니어들입니다.
가끔은 "이거 외계인 고문해서 만든 거 아니야?"라는 농담이 나오는데, 숫자를 보면 정말 그럴싸하지 않나요? 오늘 내 컴퓨터의 램을 보게 된다면, 경이로움의 눈빛을 한번 보내주세요. 그 안에는 우주가 들어있으니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