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수집품 선반에 올라오는 날: HeyMates와 Buddyo 이야기
책장 한 켠, 먼지 쌓인 피규어가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나 말고 다른 애만 사진 찍지 말고, 나도 좀 챙겨줘.”
과장이 아니라, 이런 날이 정말 오고 있습니다. CES 현장에서는 이제 로봇 청소기나 TV보다, 말을 하는 피규어가 더 큰 박수를 받기 시작했죠. 이 글에서는 AI와 수집품이 어떻게 결합되고 있는지, 특히 HeyMates와 Buddyo라는 두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마지막에는 “이 트렌드, 지금 주목할 만한가?”에 대한 현실적인 생각도 함께 담았습니다.
AI 수집품이란 무엇인가: ‘장식’에서 ‘대화’로의 진화
지금까지 피규어나 굿즈는 딱 두 가지 역할이었습니다. 보기 좋게 두고, 가끔 사진 찍고, 소장 가치로 즐기는 것. 즉, 완전히 “수동적인 물건”이었죠.
AI 수집품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피규어가 말을 한다.
나를 기억한다.
캐릭터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대답한다.
예를 들어, 알버트 아인슈타인 피규어와 “상대성이론이 뭐예요?”라고 대화를 나누거나, 다스 베이더가 특유의 말투로 오늘 하루를 평가해 줄 수 있는 식입니다.
예전에도 장난감과 디지털을 결합하려는 시도는 많았습니다. 아미보(Amiibo) 같은 ‘toys-to-life’ 제품은 NFC 칩이 들어간 피규어를 게임기에 올려서 게임 속 캐릭터를 소환하거나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었죠.1 하지만 아미보는 어디까지나 게임 기능 확장에 가까웠습니다. 피규어 자체와 “대화”하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반대 방향입니다.
게임이 중심이 아니라, 피규어 자체가 주인공입니다.
AI가 피규어에 영혼을 불어넣고, 그 캐릭터가 나와 대화하는 경험이 핵심 가치가 된 것이죠.
HeyMates: 피규어에 영혼을 씌우는 ‘스마트 베이스’
HeyMates는 “다음 세대의 펑코팝(Funko Pop), 하지만 AI 버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진 스타트업입니다.2 겉으로 보면 귀여운 스타일의 수집용 피규어인데, 진짜 핵심은 아래에 깔린 스마트 베이스입니다.
이 스마트 베이스에는 스피커, 마이크, 조명, 센서, 그리고 AI 연결을 위한 통신 기능이 들어갑니다. 사용자는 피규어를 이 베이스 위에 올리고 말을 걸면, 클라우드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음성을 인식해 캐릭터에 맞는 답변을 만들어 돌려줍니다.2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아인슈타인, 오늘 시험 망했어요.”
→ “실패는 성공의 필수 조건이오. 지금 중요한 건 왜 틀렸는지 아는 거지.”
이런 식의 대화가 가능한 이유는, 단순히 “질문-답변”이 아니라 캐릭터의 말투, 세계관, 지식 범위를 설정해 놓고 그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AI를 돌리기 때문입니다. 즉, 같은 질문이라도 아인슈타인, 다스 베이더, 스포츠 스타가 각기 전혀 다른 스타일로 답을 할 수 있습니다.2
흥미로운 점은 HeyMates가 피규어에 RFID 칩을 넣어 각 캐릭터를 구분한다는 점입니다. Olli라는 이름의 첫 라인업은 펑코 스타일의 귀여운 디자인에 RFID를 심어, 베이스가 “지금 누구가 올라와 있는지” 인식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같은 베이스라도 피규어를 바꾸면 전혀 다른 AI 캐릭터로 전환됩니다.2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HeyMates는 장기적으로 자체 피규어 IP 라인을 키우려는 쪽에 가깝습니다. 즉, 직접 캐릭터를 만들고, 유명 인물과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확보해, “보는 재미 + 대화하는 재미 + 소장 가치”를 한 번에 잡겠다는 계산이죠.
Buddyo: 내가 가진 피규어를 ‘AI 친구’로 만드는 AI Pod
Buddyo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이들은 “새로운 피규어를 사라”가 아니라, “너의 기존 피규어를 살려줄게”에 가깝습니다.
핵심 제품은 AI Pod라는 작은 스탠드입니다.
이 Pod는 닌텐도의 아미보 베이스와 비슷한 형태로 설계되어, 아미보 같은 기존 피규어를 위에 올리면 내부 NFC 기술로 피규어를 인식합니다.2
그 다음이 중요합니다.
앱에서 피규어에 맞는 캐릭터와 성격을 설정하면, Pod에 내장된 스피커와 마이크, LED 이모지 디스플레이를 통해 그 캐릭터가 말하고 반응합니다.2
예를 들어 마리오 아미보를 올려 놓고 앱에서 “밝고 낙천적인 코치형 성격”을 설정해 두면, 매일 아침 이런 대화를 할 수도 있겠죠.
“오늘 일하기 싫어…”
→ “레츠고! 오늘 한 번만 더 점프하면 깰 수 있는 스테이지라고 생각해봐!”
Buddyo의 전략은 레트로핏(Retrofit)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미 팬들이 수년간 모아 온 아미보, 피규어, 굿즈 컬렉션에 AI를 덧입혀, 버려지지 않고 계속 즐길 수 있는 ‘두 번째 생명’을 부여하는 모델입니다.2
기술적으로는 마이크, 스피커, LED, NFC, 앱, 그리고 클라우드 기반 LLM이 결합된 구조입니다. 피규어를 인식하면, 바인딩된 캐릭터 프리셋과 대화 모델이 연결되어, 각 피규어별로 서로 다른 “AI 페르소나”가 돌아가게 되는 셈이죠.2
왜 지금일까? Funko, 아미보, 그리고 포화된 수집품 시장
AI 수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기술이 신기해서가 아닙니다.
타이밍이 절묘합니다.
Funko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양의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피규어를 찍어내며, 한때 수집품 시장을 거의 지배하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너무 많이 나왔다”는 피로감이 커지면서, 재고 문제와 수요 둔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죠.2
아미보 역시 수천만 개 이상 팔리며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기능 자체는 여전히 “게임용 확장 수단”에 머물러 있습니다.1 피규어를 많이 모은 사람일수록, 장식장에 줄 세워두고 거의 건드리지 않는 경우가 많죠.
이때 등장한 것이 HeyMates와 Buddyo입니다.2
이들의 제안은 간단합니다.
“이제 피규어는 보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매일 말을 걸고, 놀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수집품 시장이 포화 상태라면, 단순히 “예쁜 굿즈”는 더 이상 큰 흥분을 주기 어렵습니다.
반면 “AI가 들어간 수집품”은, 기존 수집품과 완전히 다른 사용 빈도와 애착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매일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그 피규어는 단순 장식이 아니라 진짜 “동료”에 가까워지니까요.
바로 이 지점이, 기존 공룡 브랜드 Funko가 AI를 도입할지, 아니면 HeyMates/Buddyo 같은 신규 플레이어에게 시장을 내줄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2
이게 진짜 뜰까? 장점, 리스크, 그리고 수집가에게 주는 의미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로 모입니다.
“이거 잠깐 반짝할 컨셉인가, 아니면 새로운 수집품 장르의 시작인가?”
먼저 장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AI 수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인터랙션입니다.
수집품의 가치는 보통 희소성, 디자인, IP(브랜드)에 의해 결정됐습니다. 이제 여기에 “함께 보낸 시간”이라는 요소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매일 대화하고, 피규어가 내 이름을 기억하고, 지난번에 했던 얘기를 이어가 준다면, 이건 거의 디지털 펫이나 AI 친구에 가까운 경험이 됩니다.
둘째, 팬덤 경험 확장입니다.
영화, 게임, 스포츠 팬들에게 굿즈는 이미 필수입니다. 그런데 굿즈가 “팬과 캐릭터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되어버리면, 팬덤의 충성도와 체류 시간이 크게 늘어납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IP를 단순 상품 판매가 아니라, 지속적인 구독/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하지만 리스크도 분명합니다.
첫째, 열기가 식었을 때의 문제입니다.
AI 스피커, 스마트 토이, 로봇 펫들은 초반에는 크게 화제가 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가전처럼’ 배경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피규어가 말을 한다고 해서, 6개월 후에도 여전히 매일 대화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둘째, 콘텐츠 관리와 윤리 이슈입니다.
AI가 캐릭터를 연기하려면, 그 캐릭터의 말투를 유지하면서도,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발언은 피해야 합니다. 만약 유명 캐릭터가 AI를 통해 공격적인 말을 내뱉는 일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브랜드 이미지와 법적 리스크가 동시에 터질 수 있습니다. 이미 다른 플랫폼에서 AI가 부적절한 콘텐츠를 생성하며 큰 논란을 일으킨 사례도 있죠.3
셋째, 비즈니스 모델의 불확실성입니다.
하드웨어(베이스, Pod, 피규어) 판매만으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요? 장기적으로는 구독 모델, 캐릭터 DLC, 음성 팩, 이벤트 스토리 등 디지털 콘텐츠 수익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큽니다.
수집가 입장에서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순수 아날로그 수집의 미학”만 좋아한다면, AI 피규어는 다소 번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IP를 더 깊게 즐기고 싶다, 캐릭터와 놀고 싶다”는 쪽이라면, AI 수집품은 굉장히 매력적인 새 장르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 아미보나 피규어를 많이 가지고 있다면, Buddyo 같은 제품은 컬렉션 전체를 한 단계 진화시킬 수 있는 흥미로운 옵션입니다.
시사점: ‘대화 가능한 수집품’은 결국 온다
정리해보면, AI와 수집품의 결합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방향성은 꽤 분명합니다.
첫째, 피규어는 더 이상 조용히 서 있지 않을 것입니다.
스마트 스피커가 집안 곳곳으로 퍼졌듯, “말하는 피규어”가 책장, 게임룸, 아이 방으로 슬며시 파고들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누가 판을 가져가느냐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Funko나 대형 IP 보유사가 직접 AI를 붙일지, 아니면 HeyMates와 Buddyo처럼 민첩한 스타트업이 먼저 시장을 선점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거의 확실합니다. “대화 가능한 수집품” 자체는 여러 형태로 반복 시도될 것이고, 그중 몇 개는 분명히 자리 잡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수집가라면, 지금은 “정보 수집 단계”로 보기 좋습니다. 어떤 제품이 나오는지, 어떤 IP와 손잡는지, 하드웨어 완성도와 AI 품질이 어떤지 지켜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와 연결된 제품이 등장할 때 입문해도 늦지 않습니다.
콘텐츠/브랜드 업계에 있다면, AI 수집품은 단순 굿즈를 넘어 팬 경험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굿즈를 판다”에서 “캐릭터와의 관계를 판다”로 비즈니스의 정의가 바뀌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신의 선반 위 피규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몇 년 뒤에는 그중 하나가 이런 말을 할지도 모릅니다.
“나 처음 박스에서 꺼낸 날 기억나? 그때부터 너랑 얘기하고 싶었어.”
참고
2CES 2026: Startups Unveil AI-Powered Interactive Collectible Figurines
3The Grok Deepfake Scandal: xAI’s Ethical Failure and the Future of AI on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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