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왜 비즈니스 모델이 가장 먼저 무너질까?
AI 이야기를 하면 보통 “일자리가 사라진다”, “생산성이 오른다” 같은 거창한 얘기부터 떠올립니다. 그런데 요즘 더 조용히, 그리고 더 잔인하게 무너지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Tailwind Labs의 사례는 이걸 아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제품은 그야말로 전성기인데, 회사를 지탱하던 수익 구조는 사실상 붕괴 직전입니다12. 그리고 이건 Tailwind만의 문제가 아니라, “트래픽을 전제로 한” 거의 모든 인터넷 비즈니스가 직면한 스트레스 테스트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다음 세 가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왜 AI가 “설명 가능한 것”을 모조리 상품화(commoditize)하는지
Tailwind Labs에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앞으로 어떤 비즈니스가 살아남고,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읽고 나면, “AI를 어떻게 쓰지?”보다 한 단계 위 질문, “AI 시대에 내 비즈니스 모델은 안전한가?” 라는 관점으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1. AI가 가져온 새로운 법칙: 설명 가능한 것은 모두 상품이 된다
AI, 특히 대형 언어 모델(LLM)은 한 가지에 매우 강합니다.
“문서로 설명 가능한 것”을 이해하고 재조합해서, 거의 무한 복제 가능한 답변과 코드를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문서, 튜토리얼, 예제 코드, 블로그 글, Q&A… 이런 것들은 모두 텍스트입니다. 이 텍스트들이 AI에게는 “훈련 데이터”가 되고, 한 번 학습이 끝나면 그 안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 버튼을 Tailwind로 어떻게 스타일링하지?”
“Next.js에서 이런 라우팅은 어떻게 짜?”
“이 API 에러는 왜 나는 거야?”
같은 질문에, 사용자가 웹사이트 한 번 안 들어가도 IDE 안에서, 챗봇 안에서 바로 답을 내놓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누군가 수년간 공들여 만든 문서, 예제, 블로그 글이
이제는 “모델 안에 통째로 녹아 있는 지식”이 되었고
그 지식은 무료이자, 무한 복제 가능한 코드와 답변으로 변했다는 것
즉, “문서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 가치”는 AI가 거의 다 상품화해 버립니다.
반대로, 실제 사람·조직·시스템을 움직이게 만드는 운영과 실행(execution) 은 여전히 남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문서로 끝나지 않고, 반복적인 판단과 협의, 책임,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AI는 설명 가능한 것을 싸게 만드는 데 탁월합니다.
하지만 “직접 운영해야만 유지되는 것”은 싸게 만들 수 없습니다.
이 대비를 가장 극적으로 겪고 있는 회사 중 하나가 바로 Tailwind Labs입니다.
2. Tailwind Labs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 “인기는 최고, 매출은 바닥”
Tailwind CSS는 말 그대로 웹 프론트엔드의 표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월 다운로드 수가 7,500만 건에 달할 정도로 사용량은 치솟고 있습니다2. 그런데 매출은 어떨까요? 거의 80%가 감소했습니다23.
그래서 Tailwind Labs는 최근 엔지니어 팀의 75%를 해고했습니다. 네 명 중 세 명을 내보낸 셈입니다134.
아이러니는 여기서부터입니다.
Tailwind CSS 자체는 그 어느 때보다 인기가 많고,
더 많은 사이트가 Tailwind를 쓰고 있고,
AI가 생성하는 코드에도 Tailwind가 기본처럼 쓰입니다.
그런데 정작 Tailwind Labs라는 회사는 돈을 벌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왜일까요?
Tailwind의 수익 모델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프레임워크(Tailwind CSS)는 MIT 라이선스로 완전히 무료, 오픈 소스
회사 수익은 Tailwind Plus, Tailwind UI 같은 유료 UI 컴포넌트·템플릿 판매에 의존
이 유료 제품으로 유입되는 길은 거의 하나뿐이었습니다.
바로 문서 사이트(doc)에 들어온 개발자를 “보여줘서” 전환시키는 것
문제는, 이 “문서 트래픽”을 AI가 통째로 잘라먹었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tailwind button shadow” 같은 걸 구글에 검색해서
→ Tailwind 공식 문서에 방문
→ 사용법 읽다가 “어? Tailwind Plus 이런 것도 있네?” 하고 유료 제품을 발견
이게 전형적인 퍼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개발자가 VSCode에서 AI 코파일럿에게 묻습니다.
“Tailwind로 카드 레이아웃 짜줘”AI가 Tailwind 문서와 커뮤니티 글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 코드 스니펫을 바로 뱉습니다.사용자는 만족하고, 문서 사이트를 방문할 이유가 없습니다.
실제로 Tailwind 문서 트래픽은 2023년 초 이후 40% 가까이 줄었고123, 이와 함께 회사 매출은 8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제품 인지도와 사용량은 치솟는데, 이걸 돈으로 바꿔주는 유일한 통로가 막힌 것입니다.
AI는 Tailwind의 문서와 커뮤니티가 만든 가치를 그대로 가져다 쓰지만,
그 과정에서 Tailwind 웹사이트로는 거의 아무런 트래픽도 돌려보내지 않습니다13.
가치는 추출되고, 보상은 돌아오지 않는 구조가 된 겁니다.
3. 왜 ‘문서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AI 시대의 1순위 희생양인가
Tailwind 사례가 충격적인 이유는, 이게 단지 “프론트엔드 개발 도구 회사 하나의 사고”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조금만 뜯어보면, 이런 구조를 가진 비즈니스는 정말 많습니다.
문서·가이드·튜토리얼에서 제품/서비스를 노출해 전환시키는 SaaS
검색엔진 트래픽에 의존하는 블로그·미디어·커뮤니티
“무료 문서 + 유료 템플릿/강의/툴”로 수익을 내는 크리에이터
이들의 공통점은 이렇습니다.
콘텐츠(문서)가 마케팅이자 세일즈 채널의 핵심이다.
사용자는 검색을 통해 콘텐츠에 들어온다.
그 안에서 유료 제품, 광고, 제휴 링크를 보고 결제를 한다.
그런데 요즘 사용자의 경로는 이렇게 바뀌고 있습니다.
“검색 → 웹페이지”가 아니라
“AI에게 바로 묻고 → 답만 가져간다”
심지어 구글,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도 “AI 답변”을 먼저 보여주고,
원문 링크는 그 아래에 조그맣게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링크까지 내려가 클릭하지 않습니다13.
AI가 “사용자가 궁금해 할 만한 것”을 통째로 요약해 보여주기 때문에,
콘텐츠는 그대로 소비되지만, 웹사이트는 방문되지 않는 기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Tailwind의 문제는 그래서 이런 경고장으로 읽힙니다.
“AI는 당신의 콘텐츠를 학습해서, 당신 없이 답을 줄 것이다.
당신이 설계한 ‘트래픽 → 전환’ 퍼널은 서서히 무력화된다.”
단순히 SEO를 조금 더 잘하자는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애초에 “방문을 전제한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는 단계로 들어섰습니다.
4. Vercel, Acquia는 왜 서버 사이드 프레임워크를 공짜로 풀었나
여기서 하나 생각해 볼 사례가 있습니다.
Vercel은 Next.js를 오픈소스로 무료 배포합니다.
Acquia는 Drupal을 중심으로 무료 CMS 생태계를 장악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들은 “문서 트래픽이 줄어서 회사가 망할 위기”라는 이야기를 잘 듣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이들의 핵심 가치는 “프레임워크 코드” 그 자체가 아닙니다.
진짜 돈이 되는 영역은 운영(Operation) 입니다.
예를 들어 Vercel을 보죠.
Next.js는 무료이지만
Next.js로 만든 서비스를
얼마나 빠르게 배포할지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할지
얼마나 글로벌하게 확장할지
이걸 대신 고민해 주고, 인프라를 운영해 주는 것이 Vercel의 유료 영역입니다.
AI가 Next.js 코드를 잘 짜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트래픽이 몰리는 실서비스를, SLO를 맞추면서, 장애 대응하며, 보안까지 챙겨가며 운영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과 조직, 운영 프로세스가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Acquia도 마찬가지입니다.
Drupal 코어는 무료지만,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사이트를 구축·호스팅·운영하면서 생기는 가치를 서비스로 받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코드는 문서로 설명 가능 → AI가 빠르게 복제
운영은 사람과 프로세스, 조직이 필요 → AI가 대신하기 어려움
그래서 “프레임워크 자체를 파는” 모델은 점점 위험해지고,
“프레임워크 기반 운영을 팔거나, 운영을 통해 수익을 얻는” 모델은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Tailwind CSS는 앞으로도 웹에서 계속 쓰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Tailwind Labs라는 회사가 지금 구조 그대로 장기 생존할 수 있을지는, 창업자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입니다4.
이건 단지 Tailwind가 못해서가 아니라,
“오픈 소스 + 문서 트래픽 기반”이라는 조합 자체가 AI 시대에 너무 취약해졌기 때문입니다.
5. AI 시대,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바꿔야 살아남을까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아마 머릿속에 이런 질문이 떠오를 겁니다.
“내 비즈니스는 AI가 트래픽을 가로채면 버틸 수 있을까?”
완벽한 정답은 없지만, Tailwind와 반대로 움직이는 여러 사례들, 그리고 현재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의 흐름을 보면 몇 가지 방향은 꽤 분명합니다56.
5-1. “지식 판매”에서 “운영·실행 판매”로 옮겨가야 한다
문서, 강의, 튜토리얼, 템플릿 같은 “정리된 지식”은 AI가 너무 잘 처리합니다.
단순히 여기에서 돈을 버는 모델은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이렇게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이 지식을 활용해서, 직접 대신 해줄 수 있는 운영은 무엇인가?”
“고객이 스스로 실행하기 귀찮아하는 반복 업무는 무엇인가?”
예를 들어:
“마케팅 전략 PDF”를 파는 것보다
→ “AI 기반으로 매주 캠페인을 실제로 세팅·운영해 주는 서비스”가 더 안전합니다.“개발 튜토리얼”을 파는 것보다
→ “팀에 맞게 개발 환경을 세팅해 주고, 배포·모니터링까지 같이 책임지는 관리형 서비스”가 더 오래갑니다.
AI가 지식 전달을 압도적으로 싸게 만들수록,
“실제 손발을 대신 움직여 주는 역할”의 값어치는 오히려 올라갑니다.
5-2. 반복 참여가 필요한 “운영형 구독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Tailwind의 또 다른 약점은, 핵심 유료 제품이 “일시불, 평생 업데이트”라는 점이었습니다3.
초기에 폭발적인 매출을 만들기에는 좋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규 수요가 줄면 바로 성장 한계에 부딪히는 구조입니다.
AI로 인해 신규 유입이 막히는 순간, 이 구조는 더 취약해집니다.
반대로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의 매출은 어디서 나오고 있을까요?
Menlo Ventures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들은 점점 더 “지속적인 서비스로서의 AI” 에서 가치를 얻고 있습니다5.
내부 검색, 문서 요약, 코드 코파일럿 같은 도구들도
결국 “월/년 구독” 형태로 계속 비용을 지불하면서 사용합니다.
즉, 반복적인 운영과 참여가 필요한 문제를 해결할수록,
비즈니스는 AI 시대에 더 강해집니다.
5-3. “모델에 흡수되지 않는 무언가”를 가져야 한다
AI 모델은 공용 웹에 올라온 것들을 일정 수준까지 흡수합니다.
따라서 다음 질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비즈니스가 가진 자산 중, 모델이 쉽게 흡수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비공개 데이터(트랜잭션, 운영 로그, 고객 행동 데이터 등)
특정 산업에 특화된 레거시 시스템 지식
수년간 쌓인 고객 성공·운영 노하우
파트너 네트워크, 오프라인 채널, 규제 대응 능력
이런 요소들을 중심에 두고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설계하면,
AI가 “무료 복제”를 해도 전체 가치를 무너뜨리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우리도 AI 기능을 넣자”가 아니라,
“AI가 빼앗아 갈 수 없는 자산을 기준으로, AI를 어떻게 끼워 넣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시사점: AI는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시험대’다
Tailwind Labs 이야기는, 사실 이미 예고된 미래였습니다.
AI가 문서를 읽고 이해하고, 코드까지 짜기 시작한 순간부터,
“문서 → 트래픽 → 전환”이라는 오래된 인터넷 공식을 더 이상 믿기 어려워졌습니다.
핵심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I는 설명 가능한 모든 것을 상품화한다.
문서, 코드, 튜토리얼로 표현되는 지식만으로 돈을 벌던 모델은 가장 먼저 흔들린다.가치는 점점 “운영과 실행”으로 이동한다.
실제로 사람과 시스템을 움직이고, 책임을 지는 부분은 여전히 AI로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오픈 소스와 무료 프레임워크는 계속 쓰이지만, 회사는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Vercel, Acquia처럼 “운영에서 가치를 뽑는 구조”가 대표적인 예다.AI 시대의 진짜 전략은 ‘무엇을 자동화할지’보다 ‘무엇을 자동화할 수 없게 만들지’를 아는 것이다.
모델에 흡수되기 어려운 자산(데이터, 운영, 관계, 오프라인, 규제 등)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
AI는 우리 비즈니스 모델의 가장 냉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입니다.
제품이 잘 나가고 있다고 안심하는 사이,
그 제품을 돈으로 바꾸던 “보이지 않는 관”이 이미 부서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은 이겁니다.
“AI가 내 콘텐츠와 문서를 학습해서, 나를 통하지 않고도 고객을 도울 수 있다면,
나는 앞으로 어디에서 돈을 벌 것인가?”
이 질문이 불편하게 느껴질수록,
그 비즈니스는 AI 시대에 더 빨리, 더 깊게 점검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참고
2Tailwind Cuts 75% Jobs as AI Destroys 80% Revenue
3Tailwind CSS lays off 75% of engineering team as AI impacts revenue
4Tailwind Cuts 3 of Its 4 Engineers, Cites 'Brutal Impact' of AI - Business Insider
5Generative AI in Enterprises: 12 Transformative Use Cases Driving Business Innovation in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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