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 Qira, 이제 진짜 ‘대신 일해 주는’ AI 비서가 온다
출근길에 폰으로 회의 자료를 보다가, 사무실에 도착해 노트북을 켜면 화면에 막 보던 내용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회의 직전 “회의 준비해 줘” 한 마디 했더니, 관련 메일을 정리하고, 필요한 파일을 열어두고, 요약 브리핑까지 만들어 둡니다.
레노버가 CES 2026에서 공개한 AI 비서 Qira(키라)의 목표가 바로 이런 경험입니다.
단순히 대답만 해주는 챗봇이 아니라,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로 행동하는 ‘에이전트형 AI’죠.
이 글에서는 다음을 중심으로 Qira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Qira가 기존 AI 비서와 다른 점
노트북·모토로라 폰·웨어러블을 아우르는 구조
“대신 행동하는 AI”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과 전략
레노버가 이걸로 노리는 비즈니스 판짜기
소비자·직장인이 실제로 기대해볼 수 있는 변화
Qira는 그냥 챗봇이 아니라 ‘시스템 수준’ AI다
지금까지의 AI 비서들은 대부분 하나의 앱, 하나의 서비스에 갇혀 있었습니다. 앱을 열고, 질문하고, 답변 받으면 끝이죠.
레노버 Qira는 이 구조를 아예 갈아엎습니다. 운영체제(OS 수준에서 동작하는 “레이어”로 설계됐다는 점이 핵심입니다.1
노트북에서는 Windows 안쪽 깊숙이, 스마트폰에서는 안드로이드 시스템에 붙어서 돌아갑니다. 그래서 특정 앱을 띄우지 않아도, 화면에 있는 내용을 읽고, 상황을 파악하고, 다음 행동을 제안하거나 직접 실행할 수 있습니다.2
레노버는 이를 “개인용 앰비언트 인텔리전스(Personal Ambient Intelligence)”라고 부릅니다.3 말이 좀 어려운데, 간단히 풀면 이렇습니다.
항상 주변에 있으면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맥락을 이해하고
필요할 때 먼저 도와주는
하나의 스마트 동료 같은 존재
그래서 Qira는 ‘대답하는 AI’라기보다,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대신 움직이는 시스템 에이전트”에 가깝습니다.
폰·노트북·AI 핀까지: Qira가 만드는 레노버식 생태계
Qira의 진짜 힘은 여러 기기를 하나의 몸처럼 움직이게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레노버는 Qira를 다음 기기들에 걸쳐 동작하도록 설계했습니다.14
레노버 AI PC 및 노트북 (ThinkPad, Yoga 등)
모토로라 스마트폰 (Razr, Edge 등)
태블릿과 향후 IoT 기기
모토로라의 AI 웨어러블 콘셉트, Project Maxwell AI Pin45
1) ‘Next Move’와 ‘Catch Me Up’: 알아서 이어주고, 한 번에 정리해 준다
레노버가 강조하는 대표 기능이 Next Move와 Catch Me Up입니다.45
Next Move
지금 화면에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보고, “다음에 할 법한 작업”을 제안하거나 아예 해버립니다.
예를 들어 메모 앱에 대충 적어둔 회의 아이디어를 보고, 슬라이드 초안을 만들어주거나 관련 파일을 자동으로 찾아 열어주는 식입니다.Catch Me Up
잠시 자리를 비웠거나 퇴근 후 다시 일을 이어갈 때,
메일·메신저·문서·캘린더 등 여러 앱에 흩어진 내 활동을 한 번에 요약해서 보여줍니다.45
“오늘 오전에 중요한 거 뭐 있었지?”를 한 페이지로 정리해주는 느낌이죠.
둘 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앱 단위가 아니라 ‘내가 하는 일’ 단위로 맥락을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기를 바꿔도, 앱을 바꿔도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
2) 클라우드를 안 거치는 파일전송과 작업 연속성
Qira는 레노버 PC와 모토로라 폰 사이에 직접 연결을 만들어,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도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4
예를 들어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합니다.
폰으로 영수증을 찍으면
Qira가 그 사진을 노트북 엑셀에 자동으로 입력해 놓고
노트북에서 작업하던 문서 초안을 다시 폰에서 바로 이어서 수정
애플의 ‘연속성(Continuity)’ 같은 기능을 생각하면 비슷한데, 차이가 있다면 Qira는 여기에 ‘AI가 대신 입력하고 정리해주는 행동 능력’까지 붙었다는 점입니다.5
3) 모토로라 AI Pin: 화면 없이도 돌아가는 에이전트
모토로라는 Qira를 몸에 착용하는 AI 핀 콘셉트 Project Maxwell에까지 확장했습니다.46
이 핀에는 카메라와 마이크가 달려 있어,
지금 내가 보고 듣는 환경을 Qira가 이해하고 대신 행동합니다.
예를 들어:
길을 걸으며 “지금 보이는 카페 중에 조용한 곳 찾아줘”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들으면서 “지금 발표 내용으로 링크드인 글 하나 써줘”
“이 제품 라벨 읽어줘. 알레르기 성분 있는지 확인해 줘”
이 모든 걸, 폰을 꺼내지 않고 핀만 톡 눌러 말하면 되는 그림을 그립니다.46
아직은 개념 기기지만, Qira가 단순한 PC 기능이 아니라 ‘몸 주변에서 상시 도와주는 에이전트’로 확장될 수 있다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신호탄입니다.
Qira가 “대신 행동”할 수 있는 이유: 하이브리드 AI 구조
그렇다면 Qira는 어떻게 이런 걸 가능하게 만들까요?
핵심은 하이브리드 AI 구조와 모듈형 설계입니다.
1) 단일 모델이 아니라 모듈형 AI 조합
레노버는 Qira를 하나의 거대한 모델이 아니라,
여러 기능을 나눠 처리하는 모듈형 AI 스택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합니다.16
로컬(기기 내)에서 돌아가는 경량 모델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는 대형 모델
마이크로소프트, OpenAI, 기타 파트너 서비스와의 연동16
이렇게 나누면 장점이 생깁니다.
빠른 반응·민감한 데이터는 로컬에서 처리
깊은 추론·대규모 검색은 클라우드에 맡기고
어떤 모델을 쓸지는 기능별로 유연하게 교체 가능
AI 산업의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레노버는 특정 회사와 “독점 파트너십”을 맺기보다,
여러 AI 공급자를 섞어 쓸 수 있는 구조를 선택했습니다.1
이는 기업 입장에서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어느 한 회사의 AI 기술만 믿고 가다가, 정책이나 가격, 규제가 바뀌면 그대로 발목이 잡히거든요.
2) NPU 활용과 메모리 이슈: 고급 기기에선 더 강력하지만, 요구 사양은 안 올린다
Qira는 최신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NPU(Neural Processing Unit)를 적극 활용합니다.46
NPU는 말 그대로 AI 연산만 전문적으로 처리해 주는 칩이라,
배터리 소모를 줄이고
반응 속도를 높이고
클라우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5
다만 AI 수요가 폭발하면서, 메모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1
레노버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Qira는 고급형 기기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내지만
그렇다고 최소 사양 자체를 높이지는 않는다.1
즉, “AI 때문에 갑자기 모든 사람이 고사양 노트북을 사야 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는 메시지입니다. 최신 AI PC라면 더 많은 기능이 로컬에서 돌아가고, 기존 기기라면 클라우드 쪽 비중이 늘어나는 식으로 차등 제공되는 구조입니다.6
3) 메모리와 사용자 통제: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지금 AI 업계에서 가장 민감한 키워드 중 하나가 “기억(Memory)”와 “프라이버시”입니다.
레노버는 Qira를 설계하면서,
어떤 데이터를 기억할지
어디에 저장할지
언제 삭제할 수 있는지
이 세 가지를 사용자가 명확히 보고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았다고 강조합니다.14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전에 윈도우에 AI 기능을 넣으면서,
“어디까지를 기록하고,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불투명함으로 꽤 큰 비판을 받았던 사례를 의식한 행보로 보입니다.1
레노버는 Qira가:
가능한 한 기기 안에 데이터를 보관하고
클라우드는 꼭 필요할 때만
사용자가 언제든 검토·삭제할 수 있고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는 역할 기반 접근제어, 감사 로그, NIST AI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 등을 고려해 설계했다고 설명합니다.4
결국 Qira의 전략은 이겁니다.
“우리는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지만, 그 결정권은 당신에게 있다.”
레노버가 Qira에 거는 전략적 기대: 하드웨어 시대에서 ‘경험’ 시대로
AI PC, AI 폰이 쏟아지는 지금,
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솔직히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CPU·GPU 성능, 램 용량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일반 사용자가 체감하는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레노버도 이 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드웨어 스펙 대신, ‘AI 경험’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Qira에 걸고 있습니다.15
1) 생태계 락인: “레노버 PC + 모토로라 폰 = 세트로 써야 진가 발휘”
Qira의 가장 큰 가치는 기기 간 연속성에 있습니다.
즉, 레노버 노트북과 모토로라 폰을 함께 써야 진짜 맛이 나는 구조입니다.5
이는 애플이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아이폰–맥–아이패드–워치” 생태계 락인을 윈도우 + 안드로이드 조합에서도 구현해 보겠다는 도전입니다.5
단기적으로 레노버가 노리는 효과는 세 가지입니다.15
기존 레노버 고객이 다음 기기도 레노버/모토로라로 선택하도록 유지
다른 브랜드 사용자도 “Qira 써보려면 레노버를 사야겠네?” 하게 만드는 유인
기업 고객에게는 “PC와 폰을 하나의 관리 체계와 AI 비서로 묶어 드리겠습니다”라는 B2B 제안
2) 장기적으로는 ‘Qira = 레노버 아이덴티티’
레노버는 장기적으로 “레노버 기기는 Qira 때문에 다르다”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1
하드웨어만으로는 차별점을 만들기 어려운 시대이니,
Qira의 기억력
기기 간 맥락 유지
대신 행동해 주는 능력
이 세 가지를 레노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가져가려는 것이죠.
만약 이 전략이 먹힌다면,
몇 년 뒤에는 이런 선택 기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진·동영상이 중요하면 A사 폰”
“게임이면 B사 PC”
“PC–폰이 끊김 없이 이어지고, AI가 대신 정리·입력까지 해주면 레노버–모토로라”
우리에게 의미 있는 포인트: 지금 당장 기대할 수 있는 변화들
마지막으로, 소비자·직장인·기업 입장에서 Qira가 주는 실질적 의미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일반 사용자: 두 기기를 ‘한 세트’처럼 쓰는 경험
폰으로 보던 웹 자료, 집에서 노트북 켜면 자동으로 이어보기
자리에 없던 사이 쌓인 메일·메신저·알림을 한 번에 요약
사진 찍고, “이거 보고 레포트 초안 만들어 줘”라고 하면 노트북에 파일·문서까지 세팅
지금도 일부 앱은 비슷한 걸 제공하지만,
Qira는 이것을 앱이 아니라 시스템 차원에서 통합하려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2) 직장인·프리랜서: ‘사소한 디지털 허드렛일’을 덜어줄 가능성
회의 녹음 자동 전사, 요약, 액션 아이템 정리
파일 정리, 버전 관리, 폴더 이동 같은 반복 작업 자동화
프로젝트별 맥락 관리: “지난번 이 프로젝트 관련 회의 요약 보여줘”
이런 기능이 제대로 구현된다면,
“손이 아니라 머리에 더 시간을 쓰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3) 기업·IT 부서: 통합 AI 비서 + 데이터 거버넌스의 균형
Qira의 하이브리드 구조와 파트너십(마이크로소프트, Notion, Perplexity 등)은 기업 입장에서 의미가 큽니다.6
온프레미스/하이브리드 환경에서도 로컬 우선 처리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고, 어떻게 동기화되는지에 대한 투명한 컨트롤
윈도우 PC와 안드로이드 폰을 하나의 도메인에서 관리하는 구도
물론 실제 도입 단계에서는 보안 검토, 규정 준수, 대시보드·로그 기능 수준 등을 냉정하게 따져봐야겠지만, “PC–폰–웨어러블을 관통하는 하나의 에이전트 플랫폼”이라는 콘셉트 자체는 엔터프라이즈 쪽에도 매력적인 제안입니다.
시사점: AI 비서는 이제 ‘대답’이 아니라 ‘실행’으로 간다
Qira를 보면, AI 비서 경쟁이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게 느껴집니다.
예전: “뭐가 궁금해? → 내가 알려줄게”
지금: “지금 이 일을 하고 있구나? → 이 다음에 필요할 것까지 준비해 둘게, 필요하면 대신 해줄게”
레노버 Qira는 이 전환을 PC–폰–웨어러블을 엮는 하나의 큰 시스템으로 풀어내려는 시도입니다.
물론 변수도 많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동작할지
배터리와 성능을 어느 수준에서 잡을 수 있을지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통제를 사용자들이 얼마나 신뢰할지
이 모든 것은 앞으로 1~2년간의 현실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하나입니다.
“사용자를 대신해서 일을 해주는 AI 에이전트”는 이제 먼 미래의 개념이 아니라,
레노버 같은 제조사가 실제 제품 전략의 중심에 올려놓은 현재 진행형 프로젝트라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고를 때,
CPU 세대나 램 용량만 볼 게 아니라
“이 기기를 쓰면, 내 일상을 대신 정리해 줄 AI는 어떤 수준인가?”도 함께 비교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Qira는 그 질문에 레노버가 내놓은 첫 번째 본격적인 답변입니다.
이 답변이 시장에서 통할지, 그리고 다른 제조사들이 어떻게 맞받을지, 계속 지켜볼 만한 포인트입니다.
참고
1Lenovo is building an AI assistant that ‘can act on your behalf’ | The Verge
2Qira: Lenovo and Motorola's Cross-Device Ambient AI Assistant for 2026 | Windows Forum
4Lenovo Launched Qira Assistant Across Phone, Laptop and AI P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