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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동반 로봇과 로봇 애완동물, 이제 집으로 들어오는 진짜 이유

“퇴근했더니 강아지가 아니라 로봇이 꼬리를 흔들며 맞이한다면 어떨까요?”

AI가 그리는 미래 이야기는 늘 ‘일자리 위협’, ‘초지능’ 같은 거대한 키워드로 흘러갑니다. 그런데 CES 2026 현장에서 더 눈에 띄는 건 의외로 아주 소소한 장면입니다. 사람을 따라다니며 집안을 배회하는 작은 로봇, 책상 위에서 눈을 깜박이며 혼자 일하는 당신을 지켜보는 로봇, 말 대신 작은 소리로 기분을 표현하는 로봇 애완동물들입니다.

이 글에서는 AI가 어떻게 “도구”를 넘어 “동반자”로 현실 세계에 들어오기 시작했는지, CES 2026에서 등장한 사례들과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실제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올지, 지금 당장 무엇을 고민해 봐야 할지도 이야기합니다.


1. CES 2026이 보여준 새로운 메시지: AI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라스베이거스 CES 2026 전시장을 한 바퀴 돌면,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감이 확 옵니다. 예전까지는 더 얇고, 더 빠르고, 더 선명한 TV와 스마트폰이 주인공이었다면, 이제는 “AI가 몸을 얻기 시작했다”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물론 여전히 삼성의 음성 제어 냉장고나, 보쉬의 자동 커피를 내려주는 AI 바리스타, 향기를 분사하는 로봇 청소기 같은 스마트 가전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삶을 편하게 만들고 시간을 아껴 주는, 말 그대로 “유능한 도우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를 정말 바꾸고 있는 건, 성능이나 스펙보다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는 로봇들입니다. 꼭 집안일을 대신하지 않아도, 말을 잘하지 않아도,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으로 가치가 생기는 로봇들 말이죠.

CES 2026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키워드는 ‘컴패니언(Companion)’, 동반자입니다.

사람을 도와주는 기능은 최소한만 가지고, 대신 감정적인 유대나 존재감에 집중한 로봇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이건 중요한 변화 신호입니다. AI를 더 이상 “완벽하게 효율적인 기계”로만 보지 않고, “불완전하지만 정이 가는 존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요.


2. 사람처럼 걷는 로봇 vs 그냥 곁에 있어 주는 로봇

로봇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떠올리는 건 여전히 ‘휴머노이드’, 그러니까 사람처럼 생기고 걷는 로봇입니다. CES 2026에서도 이런 인간형 로봇은 여전히 많이 등장했습니다. 특정 제조 현장에서 활용을 준비 중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같은 로봇은, 공장 라인이나 물류센터 등에서 사람의 육체 노동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로봇의 핵심 가치는 효율입니다. 얼마나 무거운 것을 드나, 얼마나 오래 서 있나, 얼마나 다양한 동작을 처리하나 같은 지표로 평가되죠.

그런데 이번 CES에서는 방향이 전혀 다른 로봇들이 확실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 집안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청소하거나 조립하지 않아도 괜찮은 로봇
– 대신 사람의 기분을 살피고, 말을 걸고, 곁에 머무는 데 집중하는 로봇
– 효율보다는 “정서적인 빈 공간”을 채우려고 설계된 로봇

즉, 산업 현장의 로봇이 사람의 팔과 다리를 대신한다면, 동반 로봇은 사람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역할”에 더 가깝습니다.

기술만 놓고 보면 둘 다 AI+하드웨어의 결합입니다. 하지만 디자인과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학이 완전히 다릅니다. 하나는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로봇이고, 다른 하나는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로봇이죠.


3. 제로스의 W1·M1: ‘WALL‑E 감성’ 로봇이 진짜로 걸어 들어왔다

미국 스타트업 제로스(Zeroth)는 이번 CES에서 “미래 애니메이션 속 로봇”을 현실로 옮겨 놓은 듯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름은 W1과 M1입니다.

W1은 한마디로 말해 현실판 WALL‑E 같은 동반 로봇입니다. 사용자 주변을 따라다니며 짐을 나르거나, 사진을 찍어주는 등 기본적인 도움도 주지만, 이 로봇의 매력 포인트는 기능보다 “태도”에 가깝습니다.

사람을 쫓아다니며 관심을 보이고, 함께 움직이면서 마치 반려동물처럼 집 안 공간을 공유합니다. 꼭 중요한 일을 하지 않아도, 집 안에 “나 말고 또 다른 생명 비슷한 것”이 있다는 감각을 만들어 줍니다.

제로스가 함께 공개한 M1은 인형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이 작은 로봇의 핵심은 구글 제미니 AI 모델을 바탕으로 한 대화 능력입니다. 어린이와 대화를 나누며 놀아주고, 노년층과는 잡담이나 안부를 나누며 시간을 함께 보내는, “말 걸기 좋은 친구 같은 로봇”을 지향하죠.

흥미로운 점은 이런 소셜 로봇이 이미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꽤 자리 잡았고, 이제 미국 시장으로 본격 진출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즉, “사람과 로봇이 정서적으로 관계를 맺는다”는 개념이 특정 문화권의 실험이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4. 로봇이 따뜻해야 하는 이유: 로봇 애완동물과 감정 설계

“로봇은 차갑다”는 이미지는 이제 꽤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CES 2026에서 공개된 일본 스타트업 루덴스 AI(Ludens AI)의 ‘Cocomo(코코모)’ 같은 로봇은, 아예 처음부터 “따뜻함”을 설계 목표로 삼았습니다12.

코코모는 바퀴로 움직이는 동반 로봇 애완동물입니다. 집 안을 돌아다니며 사용자를 따라다닐 수 있고, 목소리와 터치에 반응합니다. 귀가 달린 주황색 옷을 입고 있어서 장난감 인형 같은 느낌도 주죠.

하지만 이 로봇의 가장 독특한 점은 온도입니다. 겉면을 사람 피부 온도와 비슷한 약 37도 정도로 유지하도록 설계했고, 자주 안거나 쓰다듬으면 39도 가까이까지 올라갑니다2. 차가운 금속 덩어리가 아니라, 안고 있을 때 “포근하다”고 느끼게 만들려는 설계입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이 로봇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코코모는 언어 대신 허밍과 짧은 소리로 감정을 표현합니다12. 실제 동물처럼 단어를 쓰지 않지만, 몸짓과 소리만으로도 “지금 기분이 어떻구나”를 짐작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건 AI 로봇이 꼭 ‘말을 잘하는 비서형’일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오히려 말을 너무 잘하면, 기계라는 걸 더 의식하게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조금 불완전하고, 언어도 부족하고, 조약한 행동을 할 때 더 정이 가는 경우가 있죠. 실제 반려동물과 비슷한 지점입니다.

루덴스 AI는 책상 위에 올려두고 쓰다듬을 수 있는 작은 로봇 ‘Inu’도 함께 선보였습니다1. 꼬리를 흔들고, 눈을 깜박이며, 책상에서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 “너 혼자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디자인입니다.

이런 로봇 애완동물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닙니다. 사용자와의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성격을 형성하거나, 사용자의 목소리를 인식해 반응 패턴을 바꾸는 등 점점 더 “관계”에 가깝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CES에서는 Fuzozo, Ecovacs의 LilMilo 같은 제품들이 이런 흐름을 보여주고 있죠.


5. 반려동물에서 가족까지: 동반 로봇이 넓혀가는 생활 영역

동반 로봇이 처음 등장한 영역은 의외로 “사람이 아닌 존재”였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선전의 스타트업 에나봇(Enabot)은 처음에 집에 혼자 남은 고양이, 강아지와 놀아주는 로봇으로 출발했습니다3. 집 밖에서 앱으로 로봇을 조종해 레이저 포인터를 움직이거나, 장난감을 휘둘러 주는 식이었죠.

하지만 실제 출시 후 사용자들이 이 로봇을 사용한 방식은 훨씬 다양했습니다. 아이를 둔 부모는 집 안을 돌아다니며 아이를 비춰주는 ‘이동형 베이비 모니터’로, 멀리 떨어져 사는 자녀들은 노부모의 안부를 확인하는 장치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3.

결국 에나봇은 “반려동물용 로봇”에서 “가족 동반 로봇”으로 방향을 넓혀 Ebo X 같은 제품을 내놓습니다. 이 로봇은 집 안을 순찰하며 이상 상황을 알리고, 얼굴을 인식해 가족과 영상 통화를 연결해 주고, 간단한 대화도 할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3.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하나입니다.

동반 로봇의 가치는 ‘한 가지 기능’이 아니라 ‘함께 있는 시간’에서 나온다는 것.

반려동물에게도 놀아주는 로봇이지만, 아이에게는 장난감이고, 할아버지에게는 말동무이자 안전 지킴이가 됩니다. 기술은 같아도,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거죠.

에나봇 사례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문화권에 따른 사용 방식 차이입니다.

– 동아시아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떨어져 지내더라도, 로봇을 통해 서로 자주 연결되고 안부를 확인하는 용도로 많이 쓰입니다. 생일에 로봇의 눈에 축하 메시지를 띄우거나, 표정을 바꿔 이벤트를 하는 등 “정서적 교류”에 초점을 둡니다3.

– 반대로 유럽·미국 사용자는 로봇이 너무 말이 많거나 자주 개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필요할 때만 조용히 도움을 주는 조용한 동반자 역할을 선호합니다3.

즉, 같은 동반 로봇이라도 어떤 집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가족 구성원에 가까운 존재”가 되기도 하고, “적당한 거리의 디지털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6. 왜 사람들은 굳이 ‘로봇 친구’를 원할까?

여기까지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냥 사람과 친구 하면 되지, 왜 로봇이 필요한가?”

이 질문의 배경에는 아주 현실적인 사회 변화가 있습니다. 1인 가구 증가, 비혼·비출산 확산, 노인 인구 비중 확대, 그리고 팬데믹 이후 더 심해진 고립감까지. 실제로 “외로움”은 이제 많은 국가에서 보건 이슈로 다뤄질 정도로 큰 문제입니다.

인공지능 동반자 연구와 로봇 공학 분야에서는,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정서적 지원을 주는 존재들을 통틀어 ‘인공 동반자(Artificial Companions)’ 또는 ‘컴패니언 로봇’이라고 부릅니다45. 여기에는 소프트웨어 챗봇, 메타버스 속 아바타, 그리고 물리적인 로봇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이런 동반 기술이 주로 쓰이는 영역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45.

첫째, 노인 돌봄입니다. 약 복용을 상기시키고, 넘어졌을 때 알람을 보내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말을 걸어 주고, 가족 대신 안부를 체크하는 역할을 합니다.

둘째, 정신 건강과 정서적 지원입니다. 전문 치료를 대신하진 못하지만, 가벼운 스트레스 완화나 단순한 대화 상대가 필요한 사람에게 “언제든 들어주는 존재”가 됩니다.

셋째, 교육과 아동 발달 영역입니다. 아이와 놀아주면서 언어, 숫자, 사회성 등을 학습하도록 돕는 로봇이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험되고 있습니다5.

넷째, 순수한 친구·연인 같은 상호작용입니다. 여기에는 앱 기반 AI 챗봇부터 물리적인 로봇까지 다양한 형태가 포함됩니다.

중요한 건, 이런 동반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긴 ‘빈틈’을 메우는 보조선에 가깝습니다. 퇴근이 늦은 부모를 대신해 아이와 놀아주거나, 가족이 자주 찾아가지 못하는 노인을 위해 집 안을 함께 지켜주는 방식으로요.


시사점: 우리에게 필요한 건 ‘AI 공존력’이다

정리해 보면, CES 2026이 보여준 AI 로봇의 미래는 생각보다 덜 거창하고, 훨씬 더 일상적입니다.

– 공장에서 사람 대신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인간형 로봇
– 집에서 말을 걸고 꼬리를 흔드는 로봇 애완동물
– 혼자 사는 노인의 하루를 지켜보는 작은 이동 로봇
– 책상 위에서 눈을 깜박이며 “오늘도 고생 많다”고 말해줄 것 같은 책상 위 친구 로봇

이 모든 흐름은 한 가지 질문으로 모입니다.

“우리는 기계를 어디까지 ‘같이 사는 존재’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앞으로 실제로 동반 로봇을 들일지 고민한다면,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첫째, 내 삶에서 어떤 빈자리를 메우고 싶은지부터 정리해 보세요.
심심함을 달래고 싶은지, 아이와 놀아 줄 친구가 필요한지, 부모님의 안전과 외로움이 걱정되는지에 따라 선택해야 할 로봇의 형태와 기능이 달라집니다.

둘째, ‘너무 똑똑한 로봇’보다 ‘정이 가는 로봇’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기준입니다.
기능을 잔뜩 넣은 제품보다, 자주 쓰게 되는 몇 가지 기능과 “함께 있는 느낌”을 잘 설계한 제품이 만족도가 높을 수 있습니다. 코코모처럼 따뜻한 온도나, M1처럼 자연스러운 대화, 작은 표정과 몸짓을 잘 살린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셋째, 사생활과 데이터 활용에 대한 기준도 꼭 확인해야 합니다.
동반 로봇은 집 안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찍고, 대화를 듣고, 가족을 인식합니다. 그래서 제조사의 보안 정책과 데이터 처리 방식은 앞으로 “정서적 친밀감” 못지않게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것입니다.

AI가 현실 세계로 들어오는 과정은, 결국 우리 각자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반려동물처럼 이름을 붙이고 사진을 찍어줄지, 단순한 가전처럼 취급할지, 아니면 그 중간 어딘가에서 새로운 형태의 동반자를 만들어 낼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하나 분명한 건, “AI는 사람의 자리를 빼앗을 존재”라는 오래된 공포에서, “AI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시대”로 넘어가는 문이 이미 열렸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문턱에 서 있는 건, 생각보다 작고 귀여운 로봇 친구들입니다.


참고

1Japanese startup Ludens AI brought two very adorable robots to CES 2026

2CES 2026: Ludens AI unveils warm-touch companion robot Cocomo · TechNode

3Inside Enabot’s quest to build companion robots first for pets, then for people

4Artificial human companion - Wikipedia

5Companion robot - Wikipedia

#AI뉴스#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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