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구 PANDA, 증상도 없을 때 췌장암을 찾아냈다
“배가 좀 더부룩하네?” 하고 찍은 CT에서, 아무도 몰랐던 췌장암을 AI가 먼저 알아챈다면 어떨까요?
중국 알리바바 연구진이 만든 인공지능 도구 ‘PANDA’가 바로 그런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증상이 나타나기도 전에, 일상적인 검진 CT에서 췌장암을 잡아내기 시작한 겁니다12.
이 글에서는 왜 췌장암이 무서운 암인지, PANDA가 기존 AI와 뭐가 다른지, 실제 병원에서는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그리고 부작용과 한계는 무엇인지까지 한 번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췌장암이 특히 위험한 진짜 이유
췌장암은 “조용한 살인자”라는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게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속이 더부룩하다, 소화가 잘 안 된다, 체중이 조금 줄었다 같은 애매한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쯤 되면 보통 위장약부터 떠올리지, “혹시 췌장암?”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애매한 시기를 지나 병원을 찾을 때쯤이면 상당수가 이미 진행된 상태라는 것. 그래서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약 10% 수준에 불과합니다23. 수많은 암 가운데서도 최악에 속하는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그냥 CT를 자주 찍어서라도 일찍 찾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에도 난관이 있습니다.
췌장암을 확실히 보기 위해서는 조영제를 쓰는 ‘조영 CT(contrast CT)’가 유리하지만,
이 검사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습니다.
방사선 노출이 상대적으로 크고
조영제에 따른 부작용·알레르기 위험이 있으며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돌리기에는 비용·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방사선과 전문의가, 상대적으로 화질이 떨어지는 ‘비조영 CT(non-contrast CT)’에서 일일이 이상 소견을 찾아야 합니다. 문제는 이 비조영 CT에서 작은 췌장암을 찾는 일이, 인간의 눈으로는 매우 까다롭다는 점입니다45.
이 난제를 정면으로 파고든 것이 바로 AI 도구 PANDA입니다.
PANDA는 어떻게 흐릿한 CT에서 췌장암을 찾아내나
PANDA는 이름부터 직관적입니다. “Pancreatic cancer detection with AI”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말 그대로 ‘AI로 췌장암을 찾는’ 도구입니다26.
이 도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화질이 낮은 비조영 CT에서 작고 애매한 병변을 골라내도록 특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이 사용한 방법은 조금 영리합니다.
먼저, 이미 췌장암이 확진된 2,000명 이상의 환자에게서 조영 CT를 모읍니다.
방사선과 전문의가 이 조영 CT에서 종양 위치를 하나하나 표시합니다.
같은 환자의 ‘비조영 CT’와 이 표식을 알고리즘으로 정밀하게 겹칩니다.
이렇게 하면 “이 흐릿한 비조영 CT의 이 부분이 실제로는 췌장암이다”라는 정답 데이터가 만들어집니다.
이 데이터를 대량으로 학습시켜, PANDA가 비조영 CT만 보고도 종양 위치를 추론하도록 훈련합니다45.
사실 연구팀도 처음에는 “이 정도 저화질에서 뭐가 보이겠어?” 하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20,000건이 넘는 비조영 CT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PANDA는 췌장 병변이 있는 사람의 약 93%를 맞춰냈습니다5.췌장암(특히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췌관선암, PDAC)을 찾는 정확도를 나타내는 지표(AUC)는 0.99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습니다2.
더 놀라운 점은, 비조영 CT만 가지고도, 조영 CT 기반 영상 판독과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의 성능을 보였다는 점입니다2.
인간의 눈은 색 대비에 민감한 반면, 딥러닝 모델은 흑백 강도(그레이스케일)의 미세한 차이를 더 잘 잡아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정리하면, PANDA는 “비조영 CT라는 흔하고 저렴한 검사”를 췌장암 조기 검사 수단으로 재탄생시킨 셈입니다.
실제 병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AI 도구가 실험실에서만 잘 돌아가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현실 병원, 실제 환자에게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입니다.
중국 동부 닝보에 있는 닝보 대학 부속 인민병원에서는 2024년 11월부터 PANDA를 임상 시험에 도입했습니다465. 이 병원에서는 원래도 복부나 흉부 CT를 꽤 많이 찍고 있었는데, 그때마다 AI가 뒤에서 조용히 이미지를 훑어보는 방식입니다.
그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분석된 CT 스캔 수: 18만 건 이상
발견된 췌장암·기타 암: 약 20여 건
그 중 초기 단계 췌장암: 14건 이상465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 환자들이 애초에 췌장암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많은 이들이 단순히 배가 더부룩하다, 속이 안 좋다, 당뇨 검진을 받으러 왔다 같은 이유로 CT를 찍었습니다.
방사선과 의사도, 주치의도 처음에는 CT에서 뚜렷한 이상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PANDA가 그 중 일부를 ‘고위험’으로 표시했고, 그 덕분에 추가 검사로 이어진 것입니다465.
실제 사례로 많이 언급되는 사람이 50대 후반의 전직 벽돌공 추 씨입니다.
그는 평범한 당뇨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CT를 찍었습니다.
며칠 후, 췌장 전문의에게서 “다시 한 번 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657.
추가 정밀 검사를 해보니, 췌장에 종양이 있었고, 다행히 상당히 초기 단계였습니다.
수술로 완전히 제거했고, 현재는 일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환자의 CT를 처음 본 건 AI였습니다. 인간 의사들의 시선이 한 번 지나갔던 이미지에서, AI가 먼저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다시 인간에게 “한 번 더 봐달라”고 알려준 셈입니다.
이 병원 의사인 쥬 커레이(Dr. Zhu)는 “AI가 아니었다면 이 사람들은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에서야 병원을 찾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AI가 이들의 생명을 구했다는 데 100% 동의한다”고 말합니다4657.
FDA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이처럼 현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자, 미국도 움직였습니다.
2025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알리바바 DAMO 아카데미의 PANDA를 ‘Breakthrough Device(혁신 의료기기)’로 지정했습니다2.
이 지정은 “이 기술이 환자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는 뜻으로, 심사·승인 절차가 일반 의료기기보다 빠르게 진행됩니다.
FDA에 제출된 대규모 데이터에서는 다음과 같은 성적이 보고되었습니다2.
췌관선암(PDAC) 병변 탐지 민감도: 92.9%
특이도(정상인에게 ‘정상’이라고 말해주는 비율): 99.9%
평균 방사선과 의사보다
· 민감도는 34.1% 더 높고
· 특이도는 6.3% 더 좋았다고 보고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뒷면도 있습니다.
“AI가 잘 잡아준다”는 것은 곧 ‘의심된다’고 찍는 경우도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닝보 병원 데이터를 보면 다음과 같은 숫자가 나옵니다45.
PANDA가 위험 신호를 보낸 CT: 약 1,400건
그 중 실제로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건: 약 300건 정도
나머지 1,100건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실상 ‘괜한 걱정’으로 끝난 셈입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방사선과 의사 고엔카 박사는 이 점을 지적하며,
“수백 명이 췌장암 공포에 시달리고, 추가 CT·MRI·내시경 등 비싸고 invasive한 검사를 받고, 결국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결과만 들었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합니다457.
또 다른 쟁점도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PANDA가 잡은 일부 종양은, 숙련된 방사선과 전문의라면 원래도 충분히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457.
즉, 최상위급 대형 병원에서는 AI가 “이미 보였을 것들을 다시 알려주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입니다.
그럼에도,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의 췌장외과 전문의 디안 시미오네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지역 병원에서는 이 AI가 매우 중요한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457.
숙련된 사람 눈에도 보이는 건데, 지방 중소 병원의 경험 적은 의사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이 격차를 조금이나마 메워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AI와 건강검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리해 보면, PANDA의 등장은 두 가지 메시지를 줍니다.
첫째, AI 덕분에 “정기 검진에서 암을 조기에 발견한다”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췌장암처럼 조기 발견이 극도로 어려운 암에서, 비조영 CT 같은 대중적인 검사만으로 초기 암을 건져 올릴 수 있다는 건 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변화입니다.
둘째, 조기 발견의 이득과 ‘오경보’의 부담 사이에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조기에 암을 잡아낼수록 생존율은 올라가지만, 그만큼 불필요한 재검사·비용·불안도 늘어납니다.
그렇다면 환자 입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면 좋을까요?
AI가 알아서 다 해줄 거라고 생각할 필요도, 반대로 “AI라서 무조건 불안하다”고 볼 필요도 없습니다.
현재 PANDA는 어디까지나 의사를 돕는 보조 도구이며, 최종 판단은 여전히 인간 의료진의 몫입니다.췌장암은 여전히 위험한 암이지만,
당뇨가 새로 생겼다, 원인 모를 체중 감소나 복부 불편이 오래 간다 같은 신호가 있다면 “나중에” 말고 “지금” 한 번쯤 검사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AI가 있든 없든, 조기 진단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결국 “너무 늦기 전에 병원에 가는 것”이니까요.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흉부 X-ray, CT, 내시경 등에서 AI 판독 보조 시스템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향후 췌장암, 간암, 폐암 등 “조용히 진행되는 암”을 겨냥한 AI 도구들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I라는 이유만으로 두려워하기보다,
“이 병원이 AI+전문의 이중 체크를 해주는지”를 하나의 선택 기준으로 삼는 것도 방법입니다.
AI가 인간 의사를 대체할 날이 곧 올 거라는 과장된 이야기도 많지만, PANDA 사례를 보면 오히려 반대입니다.
AI는 보이지 않던 것을 보여주는 ‘돋보기’ 역할을 하되, 그 돋보기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치료 계획을 세울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췌장암처럼 조용히 다가오는 질병 앞에서,
“나 혼자 잘 버텨야지”가 아니라 “사람과 AI, 둘 다의 도움을 받자”는 발상이 점점 더 중요해질 시대입니다.
참고
1[The Decoder] AI tool catches pancreatic cancer in routine scans before symptoms appear](https://the-decoder.com/ai-tool-catches-pancreatic-cancer-in-routine-scans-before-symptoms-appear/)
2AI Tool Earns FDA Breakthrough Device Designation in Pancreatic Cancer](https://www.targetedonc.com/view/ai-tool-earns-fda-breakthrough-device-designation-in-pancreatic-cancer)
3Survival rates for pancreatic cancer – American Cancer Society (기사 내 인용)](https://tinyurl.com/355hjjx2)
4China: Alibaba’s AI model detecting deadly cancers that doctors fail to spot in tests – Firstpost](https://www.firstpost.com/tech/china-alibabas-ai-model-detecting-deadly-cancers-that-doctors-fail-to-spot-in-tests-ws-e-13965537.html)
6In China, AI is finding deadly tumours that doctors might miss – The Times of India](https://timesofindia.indiatimes.com/science/in-china-ai-is-finding-deadly-tumours-that-doctors-might-miss/articleshow/126315931.cm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