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입체적인 캐릭터 만들기
왜 캐릭터가 먼저인가
관객은 줄거리를 기억하기보다 사람을 기억한다.
위기에 빠진 인물,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인물, 끝까지 자기 길을 가는 인물.
AI 시대에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스토리 구조를 아무리 잘 짜도, 캐릭터가 평면적이면 시나리오는 힘을 잃는다.
결국 AI에게도 "무엇을 하게 할 것인가"보다 "누가 그 행동을 하게 되는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이 장의 목표는 캐릭터를 3차원적으로 설계하고, 이 설계를 AI 프롬프트에 녹여 넣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입체적인 캐릭터의 핵심 개념
입체적 캐릭터는 모순과 균열을 가진 인물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내면, 말과 행동, 욕망과 두려움 사이에 긴장이 존재한다.
평면적인 캐릭터는 한 단어로 설명된다.
"착한 엄마", "차가운 킬러", "천재 해커" 같은 단순 라벨로 끝나는 인물이다.
입체적인 캐릭터는 한 문장으로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겉으론 냉소적이지만, 실패가 두려워 늘 농담으로 도망치는 천재 해커"처럼 상충되는 요소들이 함께 존재한다.
이 상충이 곧 드라마의 연료가 된다.
욕망과 결핍: 캐릭터의 엔진
캐릭터의 입체성은 "무엇을 원하는가"와 "무엇이 부족한가"의 조합에서 나온다.
욕망은 캐릭터가 의식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다.
돈, 명예, 사랑, 복수, 인정, 자유, 생존 등 스토리를 밀어붙이는 추진력이다.
결핍은 그 인물이 근본적으로 갖지 못한 것, 혹은 상실한 것이다.
안전함, 자존감, 애정, 소속감, 능력, 용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입체적인 캐릭터는 욕망과 결핍이 서로 어긋나 있다.
원하는 것을 좇아갈수록, 실제로 필요한 것과 더 멀어지는 구조가 이상적이다.
이 어긋남이 갈등을 만들고, 변화의 여지를 만든다.
AI에게 캐릭터를 설계할 때는 "욕망"과 "결핍"을 반드시 함께 적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욕망: 업계 최고의 감독이 되고 싶다. 결핍: 타인의 인정 없이는 자신을 가치 있게 느끼지 못한다."처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AI가 그 인물의 행동과 대사를 더 일관성 있게 생성한다.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
입체적인 캐릭터는 최소 두 겹의 갈등을 가진다.
세상과 부딪히는 외적 갈등, 자기 자신과 싸우는 내적 갈등이다.
외적 갈등은 인물이 맞서야 하는 사람, 조직, 환경, 사건에서 온다.
경쟁자, 재난, 시스템, 법, 가족, 시대적 상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내적 갈등은 인물의 신념과 욕망, 두려움이 충돌할 때 생긴다.
하고 싶지만 하면 안 된다고 믿는 일, 옳다고 믿지만 두려워서 실행하지 못하는 일.
AI에게 상황을 만들게 할 때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을 명확히 나눠서 지시하면, 장면의 밀도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외적 갈등: 상사가 주인공에게 불법 지시를 내린다. 내적 갈등: 주인공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승진을 포기할 수 없다."처럼 분리해 적는 식이다.
캐릭터 아크: 변하는 사람, 변하지 않는 사람
입체성은 정적인 성격 묘사보다, 시간이 흐르며 인물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통해 드러난다.
이를 캐릭터 아크라고 부른다.
변하는 캐릭터는 결핍을 직면하고, 오래 붙들고 있던 거짓 신념을 깨거나,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인다.
처음에는 약하고 두려움에 휘둘리던 인물이 끝에서는 책임을 선택하는 변화 같은 것이다.
변하지 않는 캐릭터도 입체적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인물은 주변 세계를 변화시키는 기준점이 된다.
세상이 그를 시험하고 흔들지만, 오히려 그를 통해 다른 인물들이 변한다.
AI를 활용할 때, 캐릭터 프롬프트에 "초기 상태"와 "최종 상태"를 둘 다 적어두면 서사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다.
"처음: 타인의 시선을 절대적으로 의식하는 감독 지망생. 끝: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하는 감독."처럼 시작과 도착을 미리 선언해두면 좋다.
관계를 통한 입체화
캐릭터는 혼자 있을 때보다 관계 속에서 더 잘 드러난다.
사랑, 경쟁, 보호, 의존, 배신, 동맹 등 다양한 관계가 인물의 다른 면을 끌어낸다.
한 사람이 누구에게는 따뜻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냉정하며, 또 다른 사람 앞에서는 유치하게 굴 수 있다.
관계별로 다른 태도와 말투를 부여하면 인물은 훨씬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AI에게 시나리오를 생성하게 할 때, 캐릭터 설정에 "관계별 역할"을 포함하라.
예를 들어 "동생에게는 과잉 보호적, 상사에게는 지나치게 순응적, 연인에게는 자기비하적 농담을 많이 함." 같은 정보를 제공하면, 장면마다 다른 얼굴을 가진 인물을 얻을 수 있다.
행동과 선택으로 보여주기
입체성은 설명으로가 아니라 행동과 선택으로 증명된다.
캐릭터가 누구인지 말하기보다, 무엇을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비겁하지만 책임감이 있는 인물이라면, 위기 상황에서 즉각 도망치다가도 결국 돌아와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한 번의 선택이 수십 줄의 설명보다 더 강력하게 인물의 복합성을 드러낸다.
AI에게 장면을 요청할 때 "캐릭터의 성격을 설명하지 말고, 행동과 선택으로 보여줘"라고 명시하라.
"대사는 직접적인 자기소개를 피하고, 상황에 반응하는 말과 행동으로 성격이 드러나게 해줘." 같은 지시가 효과적이다.
말투와 목소리: 대사로 만드는 입체감
대사는 캐릭터의 "문장 습관"이다.
어떤 단어를 자주 쓰는지, 문장을 길게 끄는지 짧게 끊는지, 농담을 섞는지, 감정을 숨기는지로 인물이 구분된다.
입체적인 캐릭터는 상황과 상대에 따라 말투가 미세하게 변하지만, 근본적인 리듬과 사고방식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즉, 변하지 않는 핵심 리듬 위에 변화하는 감정을 얹는 방식이다.
AI에게 대사를 생성하게 할 때 "말투 프로필"을 먼저 정의하라.
예를 들면 "짧고 건조한 문장, 질문형이 많음,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고 비유로 돌려서 말함, 욕설은 사용하지 않음."처럼 규칙을 구체적으로 적어 두면, 에피소드가 바뀌어도 캐릭터의 목소리가 일관된다.
배경 서사: 상처와 맥락
입체적인 캐릭터는 현재의 행동 뒤에 과거의 맥락이 있다.
이 맥락이 곧 배경 서사, 일명 백스토리다.
배경 서사는 캐릭터의 상처를 설명한다.
왜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었는지, 왜 사람을 믿지 못하는지, 왜 인정에 집착하는지의 근거를 제공한다.
중요한 점은, 관객에게 이 과거를 모두 설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작가와 AI가 공유하는 비밀이어도 상관없다.
그 과거를 알고 있다는 전제로 현재의 행동과 반응을 만들면, 인물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AI에게 캐릭터의 백스토리를 줄 때는 "삶의 결정적 순간 세 가지" 정도를 정리해서 제공하라.
모든 과거를 열거하기보다, 인물의 세계관을 바꾸어 놓은 사건 위주로 적는 것이 효과적이다.
AI를 활용한 입체 캐릭터 설계 전략
AI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 주는 도구"라기보다, "계속해서 변형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거울"로 활용할 때 가치가 크다.
우선 캐릭터의 기본 프로필을 만든다.
이름, 나이, 직업 같은 표면 정보뿐 아니라, 욕망, 결핍, 내적 갈등, 외적 갈등, 관계, 말투, 배경 서사를 포함한 서술형 프로필을 작성한다.
그 다음, 이 프로필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황을 던져본다.
"이 캐릭터가 자신보다 훨씬 재능 있는 후배를 만났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장면을 써 줘."처럼 테스트 장면을 생성하게 한다.
장면이 캐릭터 프로필과 어긋나면, 프로필을 수정하거나 캐릭터 설정을 더 깊게 다듬는다.
마지막으로, 캐릭터를 하나의 장르에 고정하지 말고 다른 장르에 옮겨보며 시험하라.
같은 인물을 로맨스, 스릴러, SF, 블랙코미디 상황에 던져보면, 어느 요소가 핵심이고 어떤 요소는 바꿔도 되는지 감이 잡힌다.
이 실험 과정에서 캐릭터의 뼈대와 피부가 분리되어 보이기 시작한다.
연습: 21일 캐릭터 트레이닝을 위한 가이드라인
캐릭터는 한 번에 완성되는 조각상이 아니라, 며칠 동안 반복해서 깎고 다듬어야 하는 조형물에 가깝다.
하루는 욕망과 결핍만 놓고,
하루는 관계만 놓고,
하루는 말투와 대사만 놓고,
또 하루는 백스토리만 놓고
AI와 함께 다양한 버전을 생성·수정해보라.
매일 다른 각도에서 같은 인물을 재검토하는 루틴을 만들면, 21일 정도만 지나도 캐릭터는 놀라울 만큼 입체적이 된다.
이 장의 목적은 "완벽한 캐릭터"가 아니라 "계속 살아 움직이며 변화할 여지를 가진 인물"을 만드는 것이다.
AI는 이 여지를 확인하고 확장하는 데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