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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AI 작가실 세팅하기

AI 작가실의 개념 이해하기

AI 작가실은 공간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시나리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부터 완성본 PDF를 내보내는 시점까지의 흐름을 하나의 "작업실 구조"로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시나리오 작법서는 작가의 머리와 종이, 워드프로세서를 전제로 한다.
이제는 여기에 AI라는 새로운 작업 파트너가 추가되었다.
따라서 "나 혼자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나와 AI가 어떤 역할로 나눠서 쓸까"를 기준으로 작업실을 세팅해야 한다.

이 장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초보자도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최소한의 AI 환경을 만드는 것,
다른 하나는 나중에 실력이 늘어나도 그대로 확장해서 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도구 선택의 기준 세우기

AI 작가실을 세팅할 때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어디에서 쓸 것인가"다.
노트북이든 태블릿이든 스마트폰이든 상관없지만, 글을 길게 쓰고 수정해야 하므로 키보드가 편한 환경을 기본으로 삼는 것이 좋다.

AI 도구를 고를 때는 화려한 기능보다 시나리오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장면 분석, 캐릭터 설정, 로그라인 다듬기, 대사 변주, 시놉시스 요약 같은 기능이 실제로 자주 쓰이는 기능이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도구를 동시에 쓰면, 도구를 배우느라 정작 글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시작 단계에서는 "메인 AI 도구 1개 + 문서 편집기 1개" 정도만 정해두고, 나머지는 서서히 늘리는 편이 좋다.

전통적인 작법서와 AI의 연결 고리 만들기

"21일에 시나리오 쓰기" 같은 책은 하루하루 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그 과제를 따라가며 완성본에 도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AI 작가실에서는 이 과제를 그대로 수행하는 대신, 각 과제를 AI와 함께 수행하는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예를 들어 "오늘은 로그라인을 3개 쓰라"는 과제가 있다면, 스스로 초안을 쓴 뒤 AI에게 다음과 같이 요청할 수 있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 사례를 찾아 로그라인 구조를 분석하게 하고, 그 구조에 맞춰 내 로그라인을 다시 정리하게 만들 수 있다.
이처럼 기존 작법서의 "연습 문제"를 AI에게 "대화 프롬프트"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책의 체계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체계를 AI와 협업 가능한 형태로 번역하는 일이다.
이 장에서 세팅하는 AI 작가실은 그 번역 작업을 편하게 해 주는 기본 환경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작업 흐름 중심의 환경 설계

AI 작가실을 세팅할 때는 "물건 기준"이 아니라 "흐름 기준"으로 설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아이디어 단계, 자료 조사 단계, 캐릭터 설계, 플롯 구성, 시퀀스·씬 분할, 대사 다듬기, 수정·리라이팅까지의 흐름이 명확해야 한다.

각 단계마다 AI가 담당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정의해두면, 필요할 때마다 막연히 "도와줘"라고 말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소재 확장과 변주, 플롯 단계에서는 구조 체크와 빈틈 찾기, 대사 단계에서는 캐릭터 보이스 일관성 점검처럼 역할을 나눈다.

이 흐름을 문서 상에 간단히 정리해두고,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그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초보일수록 "오늘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를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AI는 그 순서를 따라가도록 유도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파일과 버전 관리의 기본 구조

AI와 함께 작업하면 버전이 빠르게 늘어난다.
조금만 수정해도 AI가 새로운 버전을 제안하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어느 것이 최종본인지 헷갈리기 쉽다.

프로젝트마다 하나의 메인 폴더를 만들고, 그 안에 아이디어, 리서치, 캐릭터, 플롯, 시나리오, 버전 백업 같은 하위 폴더를 미리 만들어둔다.
시나리오 본문 파일 이름에는 날짜와 버전 번호를 붙이는 습관을 들인다.
예를 들어 "feature_sf_2026-01-04_v03"처럼 명명하면, 어떤 파일이 최신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AI가 제안한 중요한 수정안이나 대화 내용은 즉시 복사해 "노트" 문서에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나중에 "이 캐릭터 설정을 왜 이렇게 바꿨지?" 같은 의문이 들 때, 그 결정의 근거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
AI 작가실의 품질은 문서 정리 습관에 크게 의존한다.

AI 프롬프트 템플릿 마련하기

AI를 제대로 쓰려면 "질문하는 방식"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같은 아이디어라도 어떻게 부탁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프롬프트 템플릿은 일종의 질문 양식이다.
로그라인을 다듬을 때, 캐릭터를 설계할 때, 장면을 확장할 때마다 자주 쓰는 질문 구조를 미리 만들어 두면 매번 새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캐릭터 설계용 템플릿에는 이런 요소들이 들어갈 수 있다.
장르와 세계관, 캐릭터의 목표, 결핍과 상처, 갈등 상대, 캐릭터 아크 방향, 대표적인 행동 패턴과 말투 등이다.
이 구조를 복붙해서 쓰되, 작품에 맞게 구체적인 정보만 바꿔 넣으면 된다.

초기에는 템플릿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글을 몇 번 써보며 "이 질문은 별로 안 쓰이네" 혹은 "이 항목은 꼭 필요하네" 같은 경험을 쌓으면서 템플릿을 서서히 다듬으면 된다.
AI 작가실은 고정된 완성품이 아니라, 작업과 함께 진화하는 도구 상자에 가깝다.

창작 모드와 편집 모드 분리하기

AI를 사용할 때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는 "발상"과 "평가"를 동시에 시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더 내달라고 부탁하면서 동시에 그 아이디어를 비판해달라고 하면, AI는 안전하고 무난한 선택지만 출력하는 경향이 생긴다.

AI 작가실에서는 창작 모드와 편집 모드를 의도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좋다.
먼저 한 세션에서는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와 변주를 뽑아낸다.
그리고 다음 세션에서야 비로소 그 아이디어들을 평가하고 정리하도록 요청한다.

이 구조는 인간 작가에게도 유리하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과감하게 상상하고, 편집 단계에서는 냉정하게 걸러내는 두 가지 성격을 번갈아 쓸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AI와의 대화 역시 "지금은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시간인지, 아니면 잘라내고 정리하는 시간인지"를 명확하게 선언하면 훨씬 효율적이다.

집중을 돕는 물리적 환경 만들기

AI 작가실은 디지털 환경이지만, 결국 글을 쓰는 것은 사람이므로 물리적 작업 환경도 중요하다.
집,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 등 어디서 쓰든 "시나리오 쓰는 모드"를 불러오는 고정된 장치를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 작업 전에는 항상 특정 음악을 틀거나, 특정 시간대에만 같은 자리에서 작업을 한다거나, 작업 시작 전에 5분 동안 로그라인만 점검하는 루틴을 두는 방식이다.
이런 작은 의식은 뇌에게 "지금은 소비가 아니라 창작 시간"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AI가 점점 더 많은 일을 도와줄수록, 인간 쪽에서는 "집중력과 선택 능력"이 더 중요한 자원이 된다.
물리적 환경과 루틴은 이 자원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초보자를 위한 현실적인 기대치 설정

AI 작가실을 세팅했다고 해서, 바로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가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초보 단계에서는 "AI가 다 해주겠지"라는 기대와 "AI가 해준 건 내 작품이 아니다"라는 거부감 사이를 계속 오가게 된다.

이 장에서 목표로 하는 것은 "AI 덕분에 시나리오 초안을 끝까지 완주할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완벽한 작품을 한 번에 뽑는 것이 아니라, 미완성으로 흩어지던 초안들을 완성본에 가까운 형태까지 끌고 가는 힘을 얻는 것이다.

처음 몇 작품은 AI를 과하게 의존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어떤 부분을 AI에게 맡겼는지, 어떤 부분은 내가 선택했는지"를 의식하는 것이다.
이 구분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순간부터, AI는 경쟁자가 아니라 도제 과정을 함께하는 선배 작가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 장의 핵심 정리

AI 작가실 세팅은 도구 쇼핑이 아니라, 작업 흐름 설계다.
메인 AI 도구와 문서 구조, 프롬프트 템플릿, 버전 관리, 창작·편집 모드 분리, 물리적 환경과 루틴까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어야 한다.

이 시스템이 갖춰지면, "오늘은 뭘 해야 하지?"라고 헤매는 시간이 줄어든다.
대신 "지금 단계에서 AI에게 뭘 시키고, 나는 무엇을 결정해야 하지?"라는 더 생산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

다음 장에서는 이렇게 세팅된 AI 작가실 위에서, 실제로 시나리오의 뼈대가 되는 아이디어와 로그라인을 어떻게 생성하고 발전시킬지 다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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