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시나리오란 무엇인가? (초보자를 위한 개념 잡기)
시나리오의 핵심 정의
시나리오는 영화·드라마·영상의 설계도다. 완성된 문학 작품이라기보다, 감독·배우·촬영·편집·음악 팀이 함께 작업하기 위한 공동 작업의 기준 문서에 가깝다.
그래서 시나리오는 읽는 맛보다 보이게 쓰는 것, 혼자 이해하는 글이 아니라 여럿이 같은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게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AI를 조수로 쓸 때도 마찬가지다. AI가 이해하고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시나리오는 구조와 형식이 분명해야 한다.
시나리오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에 가깝다.
관객이 90~120분 동안 보게 될 이미지와 소리, 행동과 대사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둔 글
소설과 시나리오: 말하기(Tell) vs 보여주기(Show)
소설은 작가가 독자의 머릿속에 직접 말을 건다. 인물의 마음, 분위기, 과거, 가치판단까지 글로 설명할 수 있다. 즉, 말하기(Tell) 중심의 형식이다.
하지만 시나리오는 카메라와 배우라는 필터를 거친다. 관객은 글을 직접 읽지 않는다. 화면으로만 본다. 따라서 시나리오는 카메라에 잡히는 것, 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것만 유효하다. 이것이 보여주기(Show) 중심의 형식이다.
예를 들어, 같은 내용을 소설과 시나리오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소설식 "그는 오늘도 인생이 실패했다는 깊은 패배감을 느꼈다. 어린 시절부터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식 "새벽. 형광등 불빛 아래,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케이크 상자를 연다. 촛불 하나만 꽂힌 케이크. 축하 메시지는 없다. 그는 휴대폰 알람을 끄고, 축하 메시지가 없는 메신저 목록을 한참 내려보다가 화면을 끈다."
시나리오는 감정·생각을 직접 말하지 않고, 행동·표정·상황으로 보여주는 글이다. AI에게 프롬프트를 줄 때도 "외롭다"라고만 쓰기보다, "생일인데도 축하 메시지가 하나도 오지 않아 메신저 목록을 멍하니 올렸다 내렸다 한다"처럼 카메라에 잡힐 행동으로 지시해야 한다.
시나리오는 왜 '구조'가 중요한가
시나리오는 보통 90~120분짜리 이야기 구조를 전제로 한다. 초반에 인물과 세계를 소개하고, 중반에 갈등을 키우고, 후반에 결말을 내리는 식의 기본 뼈대가 있다.1
AI에게 "재밌는 영화 시나리오 써줘"라고만 하면, 중간에 톤이 바뀌거나 인물의 목표가 사라지는 등 구조가 붕괴된 글이 나오기 쉽다. 반대로, 인간이 구조를 잡아주면 AI는 그 안을 채우는 데 매우 강하다.
예를 들어 이렇게 프롬프트를 정리할 수 있다.
1막: 주인공의 일상과 결핍, 사건의 시동 2막: 목표를 향한 시도와 실패, 갈등 고조 3막: 최종 대결, 선택, 결말
이처럼 시나리오의 구조를 이해한 사람이 감독이고, 그 구조 안에서 장면과 대사를 채우는 AI는 작가실의 막내 작가처럼 활용할 수 있다.
지문과 대사: AI가 이해하기 쉬운 시나리오 문법
시나리오는 크게 지문(Action)과 대사(Dialogue)로 구성된다.
지문은 화면에서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움직임과 분위기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카메라에 잡히는 행동과 공간만을 다룬다. 인물 이름은 대문자(또는 눈에 띄게)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대사는 등장인물이 실제로 말하는 말이다. 배우가 입으로 내뱉게 될 문장을 그대로 쓴다. 말하는 사람의 이름을 먼저 쓰고, 그 아래 줄에 대사를 쓴다.
AI에게 시나리오를 쓰게 할 때도 이 구분을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예시 프롬프트 구조 "지문(Action)은 장면 설명만, 대사(Dialogue)는 인물이 실제로 말하는 말만 써줘. 인물 이름을 먼저 쓰고, 아래 줄에 대사를 써줘. 인물의 감정은 가능하면 행동과 상황으로 보여줘."
이렇게 지문/대사 문법을 명시해 주면, AI가 불필요한 설명을 줄이고, 장면 중심으로 글을 쓰도록 유도할 수 있다.
시나리오 기본 형식: 장면(Scene)을 단위로 생각하기
소설은 문단 단위로 흐르지만, 시나리오는 장면(Scene) 단위로 흘러간다. 하나의 장면은 보통 하나의 시간 + 장소 + 상황으로 묶인다.
같은 카페, 같은 시간에 일어난 일은 하나의 장면이다. 시간이 훌쩍 지나거나, 공간이 바뀌면 장면도 바뀐다. 그래서 시나리오에서는 각 장면의 시작에 보통 이런 식의 '씬 헤더(장면 머리말)'를 쓴다.
INT. 카페 - 밤 EXT. 도로 - 낮
INT(실내)와 EXT(실외), 장소, 시간대를 적어주면, 감독과 스태프, 그리고 AI까지 "이 장면이 어디에서 언제 벌어지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AI 프롬프트에서 "각 장면을 INT/EXT, 장소, 시간 순으로 씬 헤더를 붙여서 써줘"라고 지시하면, 나중에 이 장면들을 영상 제작 도구에 연결하기가 훨씬 편해진다.
시나리오 용어 A to Z: 프롬프트에 바로 쓸 핵심 개념
시나리오에는 AI에게 설명해 두면 유용한 전문 용어들이 있다. 실제 작가처럼 100% 똑같이 쓸 필요는 없지만, 핵심 개념 몇 가지만 알아도 AI 프롬프트 설계가 훨씬 쉬워진다.
씬(Scene) 하나의 시간·공간에서 벌어지는 최소한의 드라마 단위. AI에게 "3개의 씬으로 구성된 짧은 시퀀스를 만들어줘"처럼 지시할 수 있다.
시퀀스(Sequence) 여러 개의 씬이 모여 하나의 더 큰 목적을 이루는 덩어리. 예: "추격 시퀀스", "면접 시퀀스". 짧은 숏폼에서도 "고백 시퀀스", "이별 시퀀스"처럼 묶어서 생각하면 구조 잡기에 좋다.
컷(Cut) 편집 상에서 샷이 끊기는 지점이지만, AI 프롬프트에서는 "컷을 빠르게 전환해 긴장감을 높여줘"처럼 리듬을 조절하는 지시로 활용할 수 있다.
인서트(INSERT) 어떤 물건이나 디테일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장면. 예: "그의 손에서 떨어지는 반지를 인서트로 보여줘." AI 영상 툴에 "반지가 떨어져 바닥에서 튀어 오르는 인서트 샷"이라고 입력하면 감정 포인트를 살릴 수 있다.
몽타주(MONTAGE) 여러 짧은 장면을 이어 붙여 시간의 흐름이나 변화 과정을 빠르게 보여주는 방식. 예: "훈련 몽타주", "함께 보낸 연애의 기억 몽타주". AI에게 "30초 분량의 연애 회상 몽타주 시퀀스를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면 된다.
VO(Voice Over) 화면 위에 깔리는 내레이션. 인물이 직접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과 분리된 설명이나 내면의 목소리다. "주인공의 내면을 VO로 처리해줘"라고 AI에게 지시할 수 있다.
FADE IN / FADE OUT 화면이 어둠에서 밝아지거나, 밝은 화면에서 어둠으로 사라지는 전환. 오프닝이나 엔딩을 설계할 때 유용한 키워드다.
이 용어들은 '멋있게 보이려는 장식'이 아니라, AI에게 연출 방향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도구가 된다. 단순히 "카메라가 움직인다"가 아니라, "주인공의 표정을 클로즈업하고, 인서트로 손의 떨림을 보여줘"라고 말할 수 있게 해준다.
AI 시대, 시나리오의 의미 다시 보기
플랫폼이 OTT, 웹드라마, 숏폼, 유튜브, 게임, 인터랙티브 영상까지 끝없이 확장되지만,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여전히 시나리오적 사고, 즉 갈등을 설계하고, 캐릭터의 욕망을 드러내고, 감정의 흐름을 설계하는 능력이 있다.
AI는 이 설계를 도와주는 강력한 조수다. 하지만 어떤 장면을 먼저 배치할지, 주인공이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어떤 순간에 관객이 울고 웃어야 하는지는 아직 인간이 결정해 줘야 할 영역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시나리오 개념은 "글 잘 쓰는 법"이 아니라 "영상 이야기의 구조를 설계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시키면 되는지 알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장에서는 시나리오의 기본 개념과 형식, 소설과의 차이를 짚었다. 다음 장에서는 실제로 AI 작가실을 어떻게 세팅하고, 어떤 프롬프트로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할지를 다루며, 이 개념들을 실전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