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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 ‘49B AI/ML 장교’ 신설…전쟁 방식이 바뀐다

“앞으로 전쟁은 총보다 데이터로 이긴다.”

미국 육군이 이런 말에 실제로 답을 내놨습니다. 바로 인공지능(AI)·머신러닝(ML)만 전담하는 새로운 장교 경력 트랙, ‘49B AI/ML Officer’를 공식 직군으로 만든 것입니다12.

이 글에서는 미국 육군의 AI 전담 장교 트랙이 왜 만들어졌는지, 어떤 사람을 뽑고 무엇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이것이 군사·안보, 나아가 AI 인재 시장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까지 한 번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49B AI/ML Officer란 무엇인가?

49B는 미 육군이 새로 만든 장교용 공식 “직능 분야(area of concentration)” 코드입니다. 이름 그대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장교를 뜻합니다23.

그동안 미군 내부에도 데이터 분석가, 알고리즘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있었지만, 대부분 민간 계약직이나 특정 프로젝트 기반 인력이었습니다. 49B의 등장은 ‘AI를 임시 기술이 아닌, 군 구조 안에 박힌 하나의 직업·직군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육군 대변인들은 이 직군을 두고 “데이터 중심, AI 기반 군대로 전환하기 위한 내부 전문가 집단”이라고 설명합니다3. 단순히 기술 시연용이 아니라, 실제 작전과 부대 운영에 AI를 녹여 넣을 사람들을 정규 인사체계 안에 앉히겠다는 뜻입니다.

새 직군 도입은 단계적으로 진행됩니다.
2026년 1월부터 기존 장교들을 대상으로 전환 지원을 받고, 2026 회계연도 말까지는 첫 번째 49B 장교들의 재분류(reclassification)를 마친다는 계획입니다145.


왜 지금, 왜 AI 전담 장교인가?

그렇다면 왜 굳이 ‘전담 장교’까지 만들어야 할까요? 몇 가지 배경을 짚어보면 답이 보입니다.

첫째, 데이터 폭증과 인력 부족 문제입니다.
현대 전장에서 드론 영상, 위성 이미지, 통신 감청, 각종 센서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쏟아집니다. 하지만 이를 해석할 분석관은 항상 부족합니다. 미 국방부는 AI를 ‘분석 인력을 몇 배로 늘린 효과를 내는 힘(포스 멀티플라이어)’로 보고, 그 적용 범위를 공격·방어, 정보, 작전 기획 등 전 영역으로 넓히고 있습니다3.

둘째, 대국 경쟁과 AI 군비 경쟁입니다.
미국이 바라보는 가장 큰 라이벌은 중국과 러시아입니다. 중국군이 대규모 데이터·AI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는 보고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고, 미 의회와 국방부는 “AI에서 뒤처지면 전쟁에서 진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왔습니다3. 49B 직군은 이런 전략적 경쟁의 한 축입니다.

셋째, 이미 깔린 인프라와 조직 변화입니다.
육군은 2018년부터 ‘AI 통합 센터(Army Artificial Intelligence Integration Center, AI2C)’를 운영하며 AI 프로젝트들을 꾸준히 시험해 왔습니다3. 또 2025년 말에는 국방부 전체를 위한 상용 생성형 AI 허브 ‘GenAI.mil’을 열어, 구글 Gemini 정부 버전을 비롯한 다양한 상용 모델을 군 조직에 배포하기 시작했습니다35.

이런 인프라가 깔린 상황에서, 마지막 퍼즐은 ‘이걸 제대로 굴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답이 바로 49B, AI·ML 전담 장교입니다.

육군 대변인 오를랜던 하워드 중령은 이 조치를 “현재와 미래 작전 요구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결정적인 단계”라고 강조합니다15. 산업계가 ‘AI 담당 C레벨’을 세우듯, 군대도 아예 AI 전문가라는 직업군을 신설한 셈입니다.


49B 장교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나?

‘AI 장교’라고 하면 막연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 업무를 풀어 보면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전장 의사결정 속도 올리기

현대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보고, 누가 먼저 판단하느냐”입니다. 49B 장교들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맡게 됩니다15.

  • 드론·위성·센서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AI 모델 설계·운영

  • 지휘관이 전황을 이해하기 쉽게 요약·시각화하는 시스템 구축

  • 다양한 시나리오를 자동 시뮬레이션하고, 최적의 대응 옵션을 제시하는 의사결정 지원 도구 개발

결국, 지휘관이 “어디를 공격할까, 어디를 방어할까”를 결정할 때, 사람이 일일이 지도 펴고 계산하는 대신, AI가 미리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훨씬 빠르게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입니다.

2. 군 물류·유지보수의 ‘쿠팡화’

군대도 결국 ‘초대형 물류 회사’입니다. 부대에 탄약·식량·연료·부품을 끊기지 않고 보내는 것이 전투력의 기본입니다.

49B 장교들은 AI를 활용해 물류를 다음과 같이 바꿀 것으로 예상됩니다25.

  • 각 부대의 소비 패턴, 작전 계획, 기상·지형 데이터를 학습해 수요 예측

  • 최적의 보급 경로, 이동 수단, 시점을 자동 계산

  • 전투 장비 고장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는 ‘예지 정비’ 시스템 구축

민간에선 이미 아마존·쿠팡 등이 하고 있는 일들입니다. 이 기술이 전장에 들어가면, “탄약이 떨어져서 작전 중단” 같은 상황을 줄이고, 보급 차량의 위험 노출도 줄일 수 있습니다.

3. 로봇·자율 시스템과 사람의 팀플레이 설계

육군은 이미 로봇과 자율 드론 전담 직업인 ‘로봇 기술자( Robotics Technician )’ 군사특기(MOS)를 만들어 운용 중입니다3. 49B 장교는 이들과 협력해:

  • 정찰·공격용 드론 떼(swarm)를 통합 관리하는 AI

  • 지상·공중·해상 무인 시스템을 연동하는 ‘다영역 자율 시스템’ 계획

  • 인간-기계 팀플레이(Human-Agent Teaming) 전술을 실험·정립

등을 담당하게 됩니다14.

간단히 말해, 49B는 무기 자체를 만드는 엔지니어라기보다, “로봇과 AI가 어떻게 싸우게 만들지를 설계하고, 실제 부대에서 굴리는 책임자”에 가깝습니다.


누가 49B가 될 수 있나? 선발·훈련 과정

49B는 완전히 새로운 ‘지원 장교’가 아니라, 이미 군 복무 중인 장교들 중에서 선발됩니다. 그리고 선발 방식도 꽤 엄격합니다.

먼저, 지원 경로는 ‘자발적 전환 인센티브 프로그램(Voluntary Transfer Incentive Program, VTIP)’입니다236.
이 프로그램은 현역 장교가 자신의 병과나 직능을 바꾸고 싶을 때 지원할 수 있는 제도로, 육군 인력 수요에 맞춰 1년에 한두 번 지원 창구가 열립니다.

49B의 경우:

  • 지원 자격: VTIP에 지원할 수 있는 현역 장교 누구나

  • 우대 조건: AI, 데이터 과학, 컴퓨터 공학, 통계, 전산학 등 관련 분야 고급 학위 혹은 실무 경험 보유자235

  • 선발 후 의무 복무: 필요한 모든 교육을 마친 뒤, 최소 3년간 추가 복무 의무 발생26

선발된 장교들은 “대학원 수준의 AI·ML 교육과 실습”을 받게 됩니다25. 여기에는:

  • 머신러닝·딥러닝 이론

  • 데이터 엔지니어링, 클라우드·고성능 컴퓨팅

  • MLOps(모델 배포·운영)

  • 군사 도메인에 특화된 AI 응용 사례

같은 내용이 포함되고, 단순 교실 강의가 아니라, 실제로 군이 도입한 AI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보고 유지하는 프로젝트까지 경험하게 됩니다23.

육군은 향후 이 직군을 준사관(warrant officer)에게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235. 이는 실무 중심, 장기 숙련 전문가를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49B 도입이 의미하는 것들: 군사·산업·인재 시장의 변화

이제 이 변화가 던지는 시사점을 조금 넓게 보겠습니다. 단순히 “미국 군대 재밌는 거 한다” 정도로 끝날 이야기가 아닙니다.

1. 군사 조직의 ‘AI 내재화’ 선언

지금까지 군의 AI 프로젝트는 종종 외부 빅테크나 방산업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하고, 끝나면 해체되는 식이죠.

49B 직군은 정반대 방향입니다.

  • AI를 장기적으로 관리할 내부 전담 인력을 군 인사제도 안에 고정

  • 민간 업체는 ‘도우미’가 되고, 전략·운영의 중심은 군 내부 전문가가 잡는 구조

  • AI를 작전·훈련·유지보수 등 모든 분야에 스며들게 하는 역할

이는 민간 기업이 ‘AI 팀’을 만들고, 점점 모든 부서가 AI를 쓰는 구조로 가는 것과 매우 유사한 흐름입니다.

2. AI 인재에게 열리는 새로운 커리어 패스

한국에서도 “AI 공부하면 어디서 일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보통은 빅테크, 스타트업, 금융, 제조 정도를 떠올리죠.

하지만 이제는 ‘군대’도 하나의 굵직한 선택지가 됐습니다.

미군 기준으로 보자면:

  • 이미 학계·산업계에서 AI를 하던 인재가 군 장교로 커리어 전환

  • 기존 전투·기획 장교가 AI 기술을 추가로 습득하며 하이브리드 전문가로 성장

  • 제대 후에는 국방·보안·인프라 분야에서 독특한 경력을 가진 AI 리더로 전직

한국군도 중장기적으로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AI 인재에게 군 조직은 더 이상 ‘기술이 없는 곳’이 아닐 수 있습니다.

3. 전쟁 윤리·책임 논의의 심화

AI가 전장에 깊게 들어갈수록 “누가 책임을 지는가?”라는 문제는 더 비껴가기 어렵습니다.

  • AI가 추천한 표적이 오폭이었다면?

  • 자율 드론이 오판해 민간인 피해를 냈다면?

  • 데이터 편향 때문에 잘못된 작전 계획이 나왔다면?

49B 장교는 기술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군인입니다. AI 시스템의 설계와 운용에 군법·국제법·윤리 기준이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지, 실제 작전 속에서 어떤 선을 그어야 하는지에 대한 실무적 고민이 그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AI가 ‘결정’을 내리더라도, 책임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시사점: 한국과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이 소식을 한국 독자 입장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AI 군사 인재’는 이제 현실 직업입니다.
미국 육군은 AI·ML만 담당하는 장교라는 완전히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버렸습니다. 한국군도 이미 드론봇 전투단, 사이버 작전 사령부 등 기술 기반 조직을 키우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AI 전담 직군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AI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군은 더 이상 ‘커리어 공백’이 아닙니다.
AI 관련 학위나 경력을 가지고 입대하거나, 복무 중에 AI 역량을 쌓는다면, 제대 후 국방·공공·보안 분야에서 꽤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미국처럼 제도화되면, 군 복무 자체가 ‘AI 커리어’의 한 챕터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AI는 결국 도구냐, 동료냐”라는 질문에 더 빨리 답해야 합니다.
미 육군 49B는 인간-기계 팀플레이를 전제로 한 직군입니다. 기업이든 군대든, 앞으로의 리더는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구조를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조직에서 AI를 어떻게 도입하고, 어떤 일을 맡길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술 그 자체보다 중요한 건 방향 설정입니다.
AI로 전장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나라와, AI로 평시 재난 대응과 인명 보호를 강화하는 나라의 미래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어떤 방향으로 AI 역량을 키울지, 그 선택은 결국 각 사회와 정부, 그리고 우리 개개인의 몫입니다.

AI가 전쟁을 바꾸고 있는 지금, 우리는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디에 쓸 것인지 질문해야 할 시점입니다.


참고

1Army stands up AI, machine-learning career field for officers

2Army launches AI and machine-learning career path for officers

3Army creates AI career field, pathway for officers to join | DefenseScoop

4Army creates new AI-focused career field for offic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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