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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자리를 빼앗은 뒤, 작가에게 나무를 베어보라 말했다

인디애나에 사는 52살 카피라이터 브라이언 그로는 어느 날 갑자기 책상 대신 전기톱을 손에 쥐게 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AI와 값싼 해외 인력, 그리고 회사의 비용 절감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새 직업을 추천해 준 존재 역시 AI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브라이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AI가 화이트칼라 일자리에 어떤 식으로 파고들고 있는지, 왜 많은 사람들이 “나무 벌채 같은 일”을 생각하게 되는지, 그리고 우리는 이 변화 속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AI가 먼저 노린 직업, ‘글 쓰는 사람들’

AI가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건드리기 시작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카피라이터, 콘텐츠 라이터 같은 글 쓰는 직업입니다.

브라이언 그로가 일하던 마케팅 현장에서 벌어진 일은 꽤 전형적입니다. 처음에는 회사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해외 프리랜서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더 싸고 더 빠른 도구가 등장합니다. 바로 AI 카피 생성 도구입니다1.

이제 몇 분이면 쓸만한 광고 문구와 랜딩 페이지 문장이 쏟아집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대충 쓸 수 있는” 수준의 결과물. 많은 기업에게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비슷한 이야기는 다른 카피라이터들 증언에서도 반복됩니다. 한 프리랜서 소셜 미디어 카피라이터는 몇 년 동안 수십 개의 브랜드 계정을 맡아 뛰어난 성과를 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팔린 뒤, 어느 날부터 갑자기 작업 큐가 텅 비기 시작합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나중에서야 알게 됩니다. “프리랜서는 다 정리했고, 이제 남은 직원 몇 명이 AI를 돌려서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는 통보였습니다2.

그 이후로 그가 얻은 일은 대부분 “AI가 생성한 글을 조금 손보는” 저가 편집 작업이거나, 아예 다른 직종이었습니다. 덕분에 많은 카피라이터들이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됩니다.

“일이 사라진 게 아니라, ‘사람이 할 만한 일’이 사라졌다.”

“AI에게 진로 상담을 했더니, 나무를 자르래요”

브라이언 그로도 딱 그 길을 걸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카피를 써온 숙련된 작가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케팅 부서는 더 저렴한 계약자와 AI 도구를 조합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도 팀에서 빠지게 됩니다1.

실업 상태가 된 그는, 진로 상담을 위해 챗봇에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AI는 그의 경력, 지역, 체력적 조건 등을 조합해 이런 제안을 내놓습니다. “나무 작업, 벌목 관련 일을 고려해 보라.”

처음에는 황당했겠지만, 그는 실제로 이 조언을 따라 나무 자르는 일을 시작합니다. 전기톱을 사서 현장에 나가기 시작하자, 의외로 돈은 꽤 잘 벌립니다. 화이트칼라 시절보다 “현금 흐름”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고 합니다1.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찾아옵니다. 팔꿈치와 허리 부상입니다. 사무실 의자에 오래 앉아 허리가 아픈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실제 신체 노동의 부상과 피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AI가 한 사람의 직업을 빼앗고, 다시 그 사람에게 물리적으로 강도 높은 일을 권한 셈입니다. 이 상황 자체가 지금의 전환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한편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브라이언 자신도 예전에 AI를 이용해 다른 노동자를 대체한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과거에 녹취 및 전사 작업을 AI로 처리하면서, 그 일을 하던 사람의 일감을 줄어들게 만든 적이 있다고 고백합니다1.

AI로 타인의 일을 줄였던 사람이, 결국 AI와 외주화의 대상이 되어 자신의 일을 잃고, 다시 AI에게 “새 직업”을 추천받는, 하나의 순환 구조가 완성된 것입니다.

화이트칼라 일자리, 이미 ‘조용한 침식’이 시작됐다

많은 사람들은 “공장 노동자나 단순 반복직만 위협받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변화는 오히려 사무직, 특히 초·중급 수준의 화이트칼라에게 먼저 닥치고 있습니다.

브라이언은 자신이 자라던 동네에서 공장 일자리가 사라졌을 때를 떠올립니다. 주변 어른들이 절망에 빠지고, 오랫동안 실직 상태로 지내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는 지금 그때와 비슷한 공기가 화이트칼라 세계에도 번지고 있다고 말합니다1.

비슷한 징후는 여러 곳에서 확인됩니다.

글로벌 채용 데이터에 따르면, 대형 테크 기업의 신입 개발자 채용은 최근 3년간 50% 이상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신규 채용 중 갓 졸업한 졸업생 비중은 7%에 그쳤고, 관리자의 37%는 “차라리 AI를 쓰겠다”고 답했습니다3. 회사 입장에서, 디버깅·테스트·기본 유지보수 같은 “주니어의 전형적인 업무”는 AI에게 넘기기 쉬운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내에서는 ‘화이트칼라 리세션’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장기 실업자 비중이 늘어나고, 구직자 수가 공석보다 더 많아지는 상황이 관측되고 있습니다4. 이 와중에 AI는 주된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경제학자들은 높은 이자율, 투자 위축, 전반적인 경기 둔화를 진짜 원인으로 들기도 합니다4.

결국 현실은 이렇습니다.

경제가 식어가며 원래도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었고, 그 와중에 AI라는 “비용 절감 만능키”가 기업에 쥐어졌습니다. 타이밍이 완벽하게 겹쳤고, 이 조합 속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쪽이, 대체 가능성이 크고 노동조합 조직률도 낮은 화이트칼라, 특히 엔트리 단계의 인력입니다.

“그래도 AI가 못하는 일로 가면 되지 않나?”의 함정

많은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AI가 못하는 일을 하면 되잖아?”

브라이언도 바로 그 길을 택했습니다. 나무를 자르고, 가지를 치고, 쓰러질 위험이 있는 나무를 제거하는 일. 아직까지는 로봇과 AI가 쉽게 대체하지 못하는,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는 노동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이렇게 말합니다. “곧 더 많은 사람들이, 특히 최근 대학 졸업생들이, AI가 당장 대체하기 어려운 일자리를 찾아 나무 작업 같은 쪽으로 몰려올 것”이라고요1.

결국 “AI가 못하는 일”은 두 가지 성격을 가지게 됩니다.

첫째, 고도의 책임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위 직군.
둘째, 자동화하기 어려운 육체 노동, 서비스 노동.

문제는 상위 직군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소수라는 점입니다. 이미 그 자리는 경쟁이 치열하고, 진입장벽도 높습니다. 반대로 육체 노동 쪽으로 이동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거기에서도 다시 임금 경쟁과 과로, 부상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브라이언의 팔꿈치와 허리가 보여주듯이요.

AI가 못하는 일을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을 때도, 이 일이 나에게 지속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같이 던져야 합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AI 시대 생존 전략

어디까지나 개인 블로거의 의견이지만, 이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AI를 거부하거나 무조건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냉정하게 ‘역할 재정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AI를 ‘도구’로 쓰되, 스스로의 역할을 ‘작성자’에서 ‘판단자’로 옮겨야 합니다.
이미 많은 개발자들은 “코드를 쓰는 사람”에서 “AI가 쓴 코드를 검증하는 사람”으로 포지션을 옮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떤 은행 관련 실무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앞으로는 작성자가 아니라 감사자, 보증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코드는 AI가 쓰더라도, 책임은 사람이 지기 때문입니다5.

둘째,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을 키워야 합니다.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것, 코드를 빠르게 치는 것은 AI와 경쟁하기 좋은 특성입니다. 그러나 “이 카피가 브랜드 전략과 맞는가?”, “이 기능이 법적·보안적 리스크는 없는가?” 같은 질문에 답을 내리고, 그 답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여전히 인간입니다.

셋째, 대학 전공이나 기존 커리어 경로에만 ‘정답’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
인도, 중국, 케냐 등에서 공학을 전공한 학생들조차 “지금 배우는 커리큘럼이 이미 낡아 보인다”고 말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현장의 요구 사이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3. 브라이언이 카피에서 나무 작업으로 틀었듯, 우리는 앞으로 더 자주 “전공과 무관한 경로 전환”을 고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넷째, AI가 당장 할 수 없는 영역이라도, “사람이 몰리면 다시 가격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벌목이든, 배달이든, 돌봄 노동이든, 갑자기 사람들이 쏟아지면 그쪽도 임금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개별 직군이 아니라, “한 번 더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능력”과 “계속 배우는 체력”일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이 문제는 결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짚어야 합니다.
브라이언이 경고하듯, 공장 노동자들을 덮친 충격이 이제 사무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1. 그런데도 워싱턴의 정책 논의는 여전히 “글로벌 경쟁, 성장”에 초점을 맞추며, “사라지는 일자리 대신 어떤 새로운 일이 생겨날 것인가” 정도의 낙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1. 개인이 할 수 있는 준비도 분명 중요하지만, 사회 안전망·재교육 시스템·노동 정책 같은 집단적인 대응 역시 필수적입니다.

시사점: AI 시대, ‘직업’보다 ‘역할’을 생각해야 할 때

브라이언 그로의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AI가 그의 일을 빼앗았고, 다시 AI가 그의 인생 2막을 설계했습니다. 그런데 그 2막은 안전하지도, 오래 지속되기도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단순합니다.

첫째, 화이트칼라라고 안전하지 않다. 오히려 엔트리 레벨, 반복성이 높은 사무직부터 위협받고 있다.
둘째, “AI가 못하는 일”로의 이동은 필요한 전략이지만, 그 자체가 해답은 아니다. 경쟁과 피로, 부상, 저임금이라는 새로운 리스크가 기다릴 수 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코드를 치는 손, 글을 쓰는 손”이 아니라, “판단하고 책임지는 머리와 이름”이다.

당장 내 일을 AI가 대체할 것 같은 불안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과도한 공포도, 근거 없는 낙관도 아닐 것입니다. 대신 이런 질문을 조용히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내 역할’은 무엇인가?”
“그 역할에 걸맞은 책임과 전문성을, 나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브라이언에게는 나무를 자르는 일이 그 답처럼 보였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조차 AI를 포함한 새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이용하면서도, 마지막 책임과 방향 설정은 여전히 ‘사람의 몫’임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참고

1AI took a writer's job, then told him to try tree-felling

2"I was forced to use AI until the day I was laid off." Copywriters reveal how AI has decimated their industry

3"Everyone is so panicked": Entry-level tech workers describe the AI-fueled jobpocalypse

4The real reason for the white-collar bloodbath

5Tell HN: I am afraid AI will take my job at some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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