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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화를 바꾸는 게임체인저, 디코드 양자 간섭(DQI) 툴킷

복잡한 최적화 문제는 이제 슈퍼컴퓨터만의 숙제가 아닙니다. 항공사의 항로 설계, 제약회사의 임상 시험 일정, 자동차 옵션 가격 설계처럼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가장 좋은 조합”을 찾는 일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구글 양자 AI 팀과 스탠포드, MIT, 칼텍 연구진이 제안한 새로운 양자 툴킷, 디코드 양자 간섭(DQI, Decoded Quantum Interferometry) 가 등장합니다. 이 알고리즘은 양자역학의 ‘간섭’이라는 물리 현상을 활용해, 기존 컴퓨터가 찾기 어려운 근접 최적 해(near‑optimal solution) 를 더 효율적으로 끌어내도록 설계된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12.

이 글에서는 DQI가 무엇인지, 왜 “디코딩 문제”가 핵심인지, 그리고 이 툴킷이 앞으로 산업 현장의 최적화 문제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최적화 문제, 왜 이렇게까지 어려운가?

최적화 문제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비유는 “초대형 쇼핑 리스트”입니다.

예를 들어 항공사를 생각해보겠습니다. 하루 동안 전 세계 수백 개 도시를 잇는 항공편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까요?

  • 어떤 시간에 어떤 비행기를 투입할지

  • 조종사와 승무원의 근무·휴식 규정을 맞출 수 있을지

  • 정비 일정과 공항 슬롯(이착륙 허용 시간)을 지킬 수 있을지

이 모든 걸 만족시키면서도 비용은 최소, 수익은 최대가 되도록 조합을 맞춰야 합니다. 가능한 조합 수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입니다.

이런 문제는 대부분 0–1 정수 선형 계획(Integer Linear Programming, ILP)처럼 “변수는 0 또는 1, 제약조건은 선형식” 형태로 수식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수 수가 조금만 늘어나도 경우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최첨단 슈퍼컴퓨터로도 “완벽한 최적 해”를 찾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2.

그래서 현실에서는 보통 다음과 같은 타협을 합니다.

  • 완벽한 최적 해 대신 “그럭저럭 괜찮은 해”에 만족

  • 문제를 단순화해서 실제 제약을 일부 포기

  • 특정 상황에서만 작동하는 휴리스틱(경험 기반 기법)에 의존

양자 컴퓨팅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에 있습니다. 특히 구글 양자 AI 팀은 “실제로 쓸 수 있는 양자 알고리즘” 개발이 앞으로 양자 컴퓨팅의 가치를 증명할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1. DQI는 바로 이 지점에 맞춰 설계된 도구입니다.


DQI의 핵심 아이디어: “간섭”으로 최적해를 끌어내다

DQI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최적화 문제를 디코딩 문제로 바꾼 뒤, 양자 간섭을 이용해 좋은 해를 ‘두드러지게’ 만들어 꺼내오는 알고리즘”

조금 풀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1. 양자 간섭이란 무엇인가?

양자역학에서 입자는 파동처럼 행동합니다. 여러 경로가 겹치면, 특정 경로는 서로 더해져 강해지고(구성적 간섭), 다른 경로는 서로 지워져 약해집니다(상쇄 간섭).

DQI는 이 성질을 이용합니다. 가능한 해(예: 항공편 배치의 모든 조합)를 양자 상태로 모두 겹쳐 놓은 뒤, 각 해의 “좋은 정도(코스트, 손익 등)”에 따라 서로 간섭시키는 것입니다.

그 결과,

  • 조건을 잘 만족하고 비용이 낮은 해 → 파동이 서로 도와줘서 강하게 나타남

  • 조건을 어기거나 비용이 높은 해 → 파동이 서로 지워져서 약해짐

이렇게 만들어진 간섭 패턴에서 “세기가 강한 부분”을 측정하면, 좋은 해를 뽑아낼 확률이 커집니다. 이것이 DQI의 기본 골격입니다2.

2. 그런데 왜 “디코딩 문제”가 끼어들까?

문제는 이렇게 멋진 간섭 패턴을 만들고 읽어내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간섭 패턴을 만들려면 각 해에 미세한 위상(phase)을 부여하고, 그 결과를 다시 푸리에 변환(양자에서는 하다마드/양자 푸리에 변환) 으로 섞어야 합니다. 그 뒤 얻어진 패턴을 해석하는 과정이 디코딩 문제(decoding problem) 로 귀결됩니다.

디코딩 문제란 간단히 말해,

“격자(lattice)와 한 점이 주어졌을 때, 가장 가까운 격자 점을 찾아라”

라는 문제입니다. 이는 고전 부호 이론(에러 정정 코드)에서 매우 잘 알려진 어려운 문제입니다. 즉, 최적화를 간섭 패턴으로 바꿨더니, 그 패턴을 해석하는 일이 또 다른 어려운 수학 문제로 바뀐 셈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양자 컴퓨팅이 반전 카드를 꺼냅니다.


최적화 → 디코딩: 왜 이 변환이 ‘한 수 위’인가?

겉으로 보면 “어려운 최적화를 또 다른 어려운 디코딩으로 바꾼다”는 얘기는 별 의미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구조를 자세히 보면 양자 쪽에 유리한 포인트가 생깁니다.

1. 디코딩 문제는 이미 ‘무기고’가 있다

디코딩 문제는 decades 동안 통신·저장장치·위성·CD/DVD 등에서 에러를 잡기 위해 연구되어 온 주제입니다.

  • 리드–솔로몬(Reed–Solomon) 코드

  • LDPC(Low‑Density Parity Check) 코드

  • Belief Propagation(신뢰 전파) 알고리즘

같은 강력한 도구들이 이미 있습니다3.

DQI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1. 원래 최적화 문제를 디코딩 문제로 바뀐다.

  2. 그러면 에러 정정 코드 분야에서 다듬어온 알고리즘을 그대로 가져와 쓸 수 있다.

  3. 심지어 그 디코더조차 향후에는 양자 알고리즘으로 구현해 더 가속할 수 있다2.

즉, 완전히 새로운 걸 발명하는 대신, 이미 검증된 ‘디코딩 무기고’를 최적화에 재활용하는 셈입니다.

2. OPI와 Max‑XORSAT 같은 어려운 문제까지 포괄

논문에서 특히 강조하는 예가 최적 다항식 교차 문제(OPI, Optimal Polynomial Interpolation)max‑k‑XORSAT 입니다.

  • OPI
    주어진 점들을 가장 잘 통과하는 다항식을 찾는 문제인데, 오류가 섞여 있으면 매우 어려워집니다. DQI는 이를 리드–솔로몬 코드 디코딩으로 바꾸어, 기존보다 더 효과적으로 최적에 가까운 해를 찾을 수 있는 길을 엽니다.

  • max‑k‑XORSAT
    여러 XOR(짝수/홀수 합 조건)을 가능한 많이 만족시키는 조합을 찾는 문제로, 다양한 NP‑난해 최적화의 표준 테스트베드입니다. DQI 프레임워크에서는 이를 LDPC 코드 디코딩 문제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2.

이렇게 되면, 문제의 구조가 “희소한 격자” 또는 “희소한 그래프” 형태로 표현되고, LDPC 디코딩에서 축적된 이론과 알고리즘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3. 산업 현장 ILP까지 실제로 연결

한 연구에서는 DQI를 실제 산업 문제에 적용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의 차량 옵션‑패키지 가격 최적화 문제를 0–1 ILP로 수식화하고, 이를 다시 max‑XORSAT → LDPC 디코딩으로 변환해 DQI를 구현하는 전체 파이프라인을 제시했습니다2.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논리식을 XOR 제약으로 바꾸기 위해 AND, CARRY 같은 “논리 가젯”들을 구성

  • 제한된 자원에서 현실적인 차량 구성·수요 예측까지 포함한 복잡한 제약을 유지

  • 그 결과, DQI가 단순 장난감 예제가 아니라 실제 산업 규모 문제에도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줌

즉, DQI는 논문 속 수학 장난이 아니라, 실제 기업·컨설팅·제조 현장의 최적화 문제에도 적용 가능한 설계 패턴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양자 툴킷의 확장판: 커널화 DQI와 노이즈 내성

여기까지 들으면 “이론은 멋진데, 양자 하드웨어가 너무 노이즈 많아서 현실적이지 않지 않나?”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실제로 DQI는 스펙트럼 구조와 하드웨어 노이즈에 민감하다는 약점이 있습니다4.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커널화 디코드 양자 간섭(k‑DQI) 입니다.

1. 커널화 DQI란?

일반 DQI의 흐름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1. 최적화 문제를 양자 상태로 인코딩

  2. 목적 함수(코스트)를 위상으로 새겨 넣음

  3. 간섭(푸리에/왈시–하다마드 변환)을 통해 패턴을 형성

  4. 디코더로 패턴을 디코딩

k‑DQI는 이 사이에 하나를 더 끼워 넣습니다.

간섭 직전에 유니터리 커널 K를 넣어, 스펙트럼(주파수 영역의 분포)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율”하는 것4.

이 커널은 일종의 스펙트럼 렌즈로 작동합니다.

  • 원래 분포에서 좋았던 해 주변의 에너지를

  • 디코더가 잘 다룰 수 있는 저주파 영역으로 집중시키도록 모양을 바꾸는 역할

이를 통해, 노이즈나 구조적 편차 때문에 퍼져버린 신호를 다시 모아, 디코딩 성공률을 높입니다.

2. “노이즈 가중 헤드 질량”이라는 새로운 성능 지표

k‑DQI 논문에서는 노이즈 가중 헤드 질량(Σₖ) 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도입합니다4.

간단히 말하면,

  • 간섭 후 스펙트럼에서

  • 디코더가 잘 처리하는 앞쪽(헤드) 영역에

  • 노이즈까지 고려했을 때 얼마나 많은 확률 질량이 모여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정리가 하나 나옵니다.

Σₖ가 커지면, 실제 디코딩 성공률(즉, 좋은 해를 찾을 확률)이 단조 증가한다.

그래서 알고리즘 설계 목표가 명확해집니다.

  1. 커널 K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2. 어떻게 파라미터를 조정해서 Σₖ를 최대로 만들 것인가?

이렇게 되면, 추상적인 “양자 스펙트럼 구조” 이야기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성능 지표를 최적화하는 설계 문제로 바뀌게 됩니다.

3. OPI·LDPC 문제에서 입증된 효과

k‑DQI는 OPI와 희소 Max‑XORSAT, LDPC‑유사 문제에서 구체적으로 성능 개선을 보입니다4.

  • OPI에서는 Chirp 커널, 선형 정준 변환(LCT) 커널을 사용해
    다항식 구조를 더 잘 드러내고, 기존 소프트/리스트 디코더와 비슷하거나 더 좋은 성능을 보입니다.

  • LDPC‑유사 문제에서는 블록 로컬 커널을 설계해,
    디코더가 실패하는 임계값(threshold)을 실제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입니다(“원래는 풀 수 없는 난이도”였던 영역을 “풀 수 있는 영역”으로 당겨오는 셈).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커널들이 양자 회로 상에서 효율적으로 구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깊이가 대략 ~O(n)에서 ~O(n²) 수준으로 추가되는 정도라, 에러 보정된 양자 컴퓨터 환경에서는 현실적인 오버헤드입니다4.


앞으로의 시사점: 언제, 어디서 이 툴킷이 빛을 발할까?

여기까지 정리해보면, DQI와 k‑DQI는 단순한 “새 알고리즘”이 아니라 양자 최적화의 새로운 설계 철학에 가깝습니다.

  1. 최적화 문제를 직접 두들기지 말고, 디코딩 문제로 구조화하자.

  2. 양자 간섭과 푸리에 구조를 활용해 최적해 근처에 스펙트럼을 집중시키자.

  3. 디코더(클래식·양자)를 교체·업그레이드하면서 성능을 끌어올리자.

  4. 노이즈 환경에서는 커널(스펙트럼 렌즈)을 넣어 디코더 친화적으로 스펙트럼을 재배열하자.

단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먼저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 자동차·항공·물류 업계의 복잡한 ILP 기반 최적화
    옵션 패키지, 항공편 스케줄, 차량 라우팅 등 대규모 조합 문제에 적용 가능성이 이미 연구되고 있습니다2.

  • 통신·코딩 이론과 맞닿은 최적화
    어차피 디코딩 문제로 변환되는 만큼, 통신 네트워크 설계, 위성 링크 최적화 등과 시너지가 큽니다.

  • 양자 오류 정정(QEC)과의 교차점
    LDPC, QLDPC 코드 연구와 DQI의 디코딩 프레임이 연결되면, “양자 컴퓨터를 보호하는 코드”와 “양자 컴퓨터로 푸는 디코딩 문제”가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56.

개인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라고 봅니다.

  • 지금은 ‘개념 증명’ 단계지만, 산업 문제와의 연결이 이미 시작됐다는 점.

  • 디코딩·커널·노이즈 모델 등 여러 층을 따로 최적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양자 우위를 노릴 수 있는 설계 공간이 열렸다는 점.

당장 내일, 항공사 전체 스케줄을 DQI로 짜는 시대가 오진 않겠지만,
“어떤 구조의 최적화 문제에서 양자가 진짜로 이길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데 이 툴킷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양자 컴퓨터가 본격 상용화되면, 최적화 엔지니어의 도구 상자에는
전통적인 LP/ILP 솔버 옆에 “DQI‑기반 양자 디코딩 모듈” 이 하나 더 꽂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때를 대비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어떤 현실 문제들이 DQI 프레임에 자연스럽게 들어맞는지,
어떤 디코더·커널 조합이 실제로 가장 큰 이득을 주는지
차근차근 실험하고 검증해 나가는 것입니다.


참고

1The Grand Challenge of Quantum Applications

2Towards solving industrial integer linear programs with Decoded Quantum Interferometry

3Reed–Solomon error correction – Wikipedia

4Kernelized Decoded Quantum Interferometry

5Quantum error correction – Wikipedia

6Optimization Techniques in Quantum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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