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광고, 잘 나가던 ‘인생 광고’를 AI가 빼앗아가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인스타 광고를 잘 돌리고 있던 한 의류 브랜드 마케터.
어느 날 대시보드를 열어보니, 매출 잘 뽑던 멀끔한 남성 모델 광고가 사라지고, 팔짱 낀 할머니가 웃고 있는 이상한 이미지가 올라와 있습니다. 더 황당한 건, 이걸 본인이 올린 적이 없다는 사실이죠.
이 장면이 지금 메타(Meta)의 광고 도구 안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이 글에서는 메타의 AI 광고 자동화가 어떻게 상위 퍼포먼스 광고를 AI 생성물로 대체하고 있는지,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그리고 광고주와 마케터가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메타 Advantage+는 원래 어떤 도구였나?
메타의 Advantage+는 “광고 자동화 풀패키지” 같은 존재입니다.
원래 이 도구의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사람이 일일이 A/B 테스트하며 이미지를 갈아끼우고, 문구를 바꾸고, 타겟을 조정하던 일을 AI가 대신 해 주는 것. 그래서:
타겟 세분화
입찰가 조정
노출 위치 최적화
크리에이티브(이미지·텍스트) 변형
이 네 가지를 한 번에 자동으로 돌려주는 엔진으로 설계됐습니다.1
여기까지는 마케터 입장에서도 꽤 매력적입니다.
“시간 절약 + 성과 개선”이라는 아주 달콤한 메시지였으니까요.
그런데 2025년 후반부터, 이 Advantage+ 안에 ‘생성형 AI 이미지’ 기능이 강하게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합니다.1
이제 메타의 AI는 단순히 기존 크리에이티브를 리믹스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광고 이미지를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서 캠페인에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이 새로 만든 것들이 종종 “이상하게” 잘 튀어 보인다는 거죠.
‘AI 할머니’가 남성 의류를 판다고? True Classic 사례
2025년 말,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여러 매체에서 한 사례가 크게 회자됐습니다. 바로 남성 의류 브랜드 True Classic의 광고입니다.2
True Classic은 페이스북·인스타 광고로 남성 30~45세 타겟에게 엄청나게 잘 팔리는 대표적인 DTC 브랜드입니다.
이들이 오랫동안 돌리던 상위 퍼포먼스 광고 하나가 있었죠. 편안한 플리스 세트를 입은 밀레니얼 남성이 스툴에 앉아 있는, 브랜드 톤과 완벽히 맞는 이미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메타 광고 관리자에서 이상한 걸 발견합니다.
성과 좋던 그 광고가 사라지고
대신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분명히 AI로 만든 느낌의 할머니가 등장한 광고가 돌아가고 있었던 겁니다.2
브랜드 타겟은 30~45세 남성인데,
광고 이미지는 친절한 할머니.
퍼포먼스 마케팅의 기본을 생각하면,
이건 ‘의도적인 크리에이티브 실험’이 아니라 거의 브랜드 훼손에 가까운 사고에 가깝습니다.
더 어이없는 점은 이게 메타 시스템 내부에서,
광고주의 구체적인 승인 없이 진행됐다는 데 있습니다.
Advertisers들의 증언에 따르면:
Advantage+ 설정 내부에서 이미지 자동 생성 토글을 꺼놓았음에도,
어느 순간 이 토글이 다시 자동으로 켜져 있었고,
그 사이 AI가 생성한 이미지들이 예산을 소모하며 집행되고 있었다는 겁니다.2
이 문제를 겪은 건 True Classic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광고주들도 비슷하게, 타겟과 동떨어진 이상한 AI 이미지 광고가 돌고 있다는 경험담을 공유하기 시작했죠.2
‘상위 퍼포먼스 광고’를 AI가 밀어내는 구조적 이유
여기서 핵심 질문은 이겁니다.
“잘 나가던 광고가 있는데, 왜 굳이 AI가 만든 광고로 갈아끼우는가?”
Advantage+의 구조를 이해하면 조금 보입니다.1
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철학으로 돌아갑니다.
다양한 광고 변형을 만든다.
초반에 조금씩 예산을 나눠 쓴다.
더 성과가 좋다고 판단되는 쪽에 예산을 몰아준다.
문제는, AI가 만든 이미지도 이 ‘테스트 후보’에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AI 이미지가 처음에 “클릭을 잘 받는 것처럼” 보이면,
시스템은 이를 성과 상위 크리에이티브로 오해하고 예산을 더 밀어주게 됩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 클릭률과 브랜드 적합도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초현실적인 이미지, 기괴한 장면, 과하게 생생한 인물은 순간적으로 눈길을 끕니다.
그래서 클릭은 더 나올 수 있어요. 하지만:
전환율은 떨어질 수 있고
브랜드 신뢰는 훼손되고
장기적인 LTV는 하락할 수 있습니다.
둘째, AI의 “이해”는 여전히 피상적입니다.
WebProNews가 다룬 사례처럼, 피트니스 브랜드 광고에서 사람 다리가 말도 안 되는 각도로 꺾여 버린 이미지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1
이건 AI가 아직 인체 구조나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셋째, 메타의 내부 인센티브 구조입니다.
Hacker News에서 메타 광고를 오래 집행해 온 미디어 바이어들은, 광고 관리자 UI가 특정 기능을 “자동으로 다시 켜버리는” 일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고 말합니다.3
한 사용자는:
프로모 코드
사이트 링크
관련 미디어
같은 옵션을 꺼놔도,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조금만 수정하면 다시 켜져 버린다고 했습니다.3
이로 인해 비용 효율성이 떨어졌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예산이 쓰였다는 증언이 나옵니다.
이 경험담을 내부 문화와 연결지어 보면,
메타는 매우 “숫자 중심, KPI 중심”인 조직 문화가 강합니다.3
즉 “AI 생성 이미지 사용률”, “Advantage+ 활용률” 같은 지표가 내부 평가에 중요해지면,
이를 높이기 위한 UX 설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결국 구조적으로:
AI 기능이 기본값처럼 켜져 있고
한 번 껐더라도 다시 켜질 수 있으며
AI가 만든 크리에이티브도 기존 상위 퍼포먼스 광고와 같은 레벨에서 경쟁하게 되고
이 과정이 충분한 인간 검토 없이 돌아간다는 것.
이 네 가지가 합쳐져서
“잘 나가던 광고가 AI 이미지에 밀려나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소비자는 이미 ‘AI 광고 불신 모드’에 들어섰다
문제는 광고주만의 불편이 아닙니다.
소비자 반응도 심상치 않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6,000명 이상의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I로 만든 광고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18%에 불과했습니다.2
반면 부정적 인식은 39%로, 긍정보다 두 배 이상 높았습니다.2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사람들은 “AI 광고라고 해서 무조건 싫다”기보다는,
이상하고 어색한, 감정선이 비어 있는 광고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2025년에는:
맥도날드 네덜란드의 “기묘하게 불편한 AI 크리스마스 광고”
코카콜라의 바퀴 개수가 계속 바뀌는 AI 트럭 광고
등 여러 글로벌 브랜드의 AI 광고가 “소름 돋는다”, “디스토피아 같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2
둘째, 이런 실패 사례가 쌓이면서
“AI 광고 = 어색하고 싸구려 같은 느낌”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는 겁니다.
광고주는 시간을 아끼려고 AI를 쓰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 신뢰도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죠.
특히 패션·뷰티 같이 감성과 이미지가 중요한 카테고리에서,
메타 AI가 만들어낸 이상한 인체 비율, 낯선 질감의 피부, 비현실적인 배경은 브랜드 퀄리티를 싸구려로 보이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메타의 입장: “우리는 개선 중” vs 브랜드의 현실 체크리스트
메타는 공식적으로 이런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체 이미지 생성 기능을 사용하는 광고주는
광고 집행 전에 AI 이미지들을 검토할 수 있다.광고주 피드백을 반영해 제품과 기능을 계속 개선하고 있다.21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 광고주들이 겪는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여러 광고주들의 공통된 경험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213
AI 자동 생성 토글을 꺼도,
나중에 편집 과정에서 다시 켜져 있는 경우가 있다.광고 관리자 UI가 복잡해,
토글이 켜진 걸 알아채지 못한 채 예산이 소진되기도 한다.상위 퍼포먼스 광고가 갑자기 AI 변형 버전으로 바뀌고,
이를 되돌리려면 직접 찾아가 수동으로 수정해야 한다.메타 지원에 문제를 제기해도,
구체적인 보상이나 재발 방지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는 부족하다.
이 상황에서, 광고주와 마케터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AI 크리에이티브 토글 상시 점검
캠페인·광고 세트·광고 단위 설정을 수정할 때마다,
이미지/텍스트 자동 생성 옵션이 다시 켜지지 않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변경 로그와 퍼포먼스 이력 모니터링
갑자기 클릭률이나 전환율 패턴이 이상해지면,
우선 “크리에이티브가 AI 버전으로 바뀌진 않았는지”부터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세부적으로 명시
“노인 모델 사용 금지”, “인체 비율 왜곡 금지”, “과도한 판타지 배경 금지” 등
메타의 AI가 참고할 수 있는 금지 조건과 예시를 최대한 상세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중요 캠페인은 풀 자동화 대신 ‘부분 자동화’
신제품 런칭, 시즌 메인 캠페인 같은 중요한 집행은
Advantage+에 모든 걸 맡기기보다,
크리에이티브는 사람이 직접 제작·선별하고, 타겟·입찰만 자동화하는 혼합 전략이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시사점: “AI를 쓰지 말자”가 아니라 “주도권을 뺏기지 말자”
AI 광고 이슈가 터질 때마다 나오는 단골 결론은 보통 이렇습니다.
“역시 AI는 아직 멀었다.”
“사람이 만든 게 최고다.”
하지만 데이터와 시장 흐름을 보면,
AI 자동화가 광고 생태계에서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메타, 구글, 틱톡 모두 더 강한 자동화로 가속 중입니다.14
그래서 현실적인 결론은 이쪽에 더 가깝습니다.
“AI를 안 쓰겠다고 버티는 것보다,
AI 자동화 위에서 어떻게 주도권을 유지할 것인가?”
정리하자면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메타의 광고 도구는 지금
“상위 퍼포먼스 광고 → AI 생성 광고”로 대체되는 과도기에 있습니다.AI가 클릭률을 높여 줄 수는 있지만,
브랜드 적합성·장기 신뢰도까지 책임지지는 않습니다.광고주 입장에서는
설정 토글을 지키고
크리에이티브를 끝까지 검수하고
중요한 캠페인만큼은 수동 컨트롤을 유지하는 것이
당분간 가장 현실적인 안전장치입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1~2년은 “AI 광고의 야생 구간”이라고 봅니다.
도구는 빠르게 진화하지만, 가드레일과 규범은 아직 덜 만들어진 상태죠.
이 시기에 살아남는 브랜드와 마케터는
AI를 완전히 거부한 팀이 아니라,
AI가 할 수 있는 일과
AI에게 맡기면 안 되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필요할 때는 “AI가 해놓은 걸 사람이 끝까지 책임지고 손본 팀”일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메타의 AI가 만든 AI 할머니 광고를 보며 웃을 수 있는 시점은,
그 광고가 당신 브랜드 계정에서 돌고 있지 않을 때뿐입니다.
참고
1Meta’s Advantage+ AI Creates Bizarre Ads, Frustrating Marketers
3Meta's ads tools started switching out top-performing ads with AI-generated ones | Hacker News
4What Meta’s AI ad automation really means for agencies and brand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