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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부정행위, 결국 ACCA를 시험장으로 되돌려보냈다

AI가 시험을 “봐주는” 시대, 결국 사고가 났습니다.
세계 최대 회계 기관인 ACCA(공인회계사협회)가 2026년 3월부터 온라인(원격) 시험을 사실상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겁니다.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AI 부정행위를 더 이상 막을 수 없다.”

이 결정은 회계 자격시험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앞으로 모든 고위험 시험(의사, 변호사, 금융 자격 등)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미리 보여주는 신호탄에 가깝습니다.

이 글에서는 ACCA가 왜 온라인 시험을 접었는지, AI 부정행위가 실제로 어떻게 벌어지는지, 그리고 앞으로 자격시험과 공부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지까지 정리해보겠습니다.


ACCA는 왜 온라인 시험을 포기했나?

ACCA는 전 세계적으로 약 26만 명의 회원과 50만 명이 넘는 학생을 거느린, 말 그대로 “회계계의 FIFA” 같은 단체입니다12. 이 정도 규모면 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회계 업계 전체의 기준이 바뀌기도 합니다.

원격 시험(온라인 시험)은 원래 코로나 팬데믹 때 생존 전략처럼 도입됐습니다. 시험장을 여는 것 자체가 위험하니, 웹캠과 화면 공유, AI 기반 부정행위 탐지 시스템을 붙여서 집에서 시험을 보게 한 것이죠23.

문제는, 그 이후에 등장했습니다.

ACCA CEO 헬렌 브랜드는 인터뷰에서 “부정행위 시스템의 정교함이 우리가 마련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추월했다”고 말합니다24.
요약하면 “아무리 막아도, 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ACCA는 이렇게 결단했습니다.

  • 2026년 3월부터 원칙적으로 모든 시험을 시험장에서 대면으로 실시

  • 원격 시험은 건강 문제나 지리적 이유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

  • 10년 만에 자격 요건과 커리큘럼을 개편해, AI·블록체인·데이터 과학 비중을 강화45

흥미로운 점은, AI 때문에 온라인 시험을 접으면서도, 동시에 AI를 커리큘럼에 더 깊게 집어넣고 있다는 겁니다. “AI는 막아야 할 부정 도구이자, 동시에 반드시 배워야 하는 필수 기술”이라는 복잡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죠.


AI 부정행위,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나?

AI 부정행위라고 하면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현실은 훨씬 구체적입니다.

한 학생이 실제로 이렇게 했다고 합니다.
친구가 시험 문제를 휴대폰으로 찍어서, AI 챗봇에 넣고 바로 답을 받았다는 것5.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1. 스마트폰 카메라로 문제를 찍는다.

  2. 이미지 인식 기능이 있는 AI에 업로드한다.

  3. “ACCA 시험 스타일로, 단계별 풀이와 함께 답을 내줘”라고 요청한다.

  4. AI가 답을 생성해 준다.

  5. 학생은 화면만 슬쩍 보며 자신의 시험 화면에 답을 옮겨 적는다.

이 과정 전체가 몇 분도 안 걸립니다.
게다가 최근 연구에서는 일부 고급 AI 추론 모델이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CFA(국제 공인 재무분석사)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5.
즉, 단순 퀴즈가 아니라, 금융·회계의 고난이도 문제도 “기계가 더 잘 푸는” 시대인 것입니다.

온라인 시험 감시 시스템은 보통 이런 것들에 의존합니다.

  • 카메라로 시선, 머리 움직임, 주변 환경을 체크

  • 키보드·마우스 패턴 분석

  • 화면 공유를 통해 다른 프로그램 실행 여부 감시

하지만 요즘 부정행위는 그 위를 그냥 지나갑니다.

  • 두 번째 기기(노트북+태블릿+폰 조합)를 책상 밖에 두고 AI 돌리기

  • 가상 머신, 원격 데스크톱으로 흔적 숨기기

  • 마치 메신저 확인하듯 슬쩍 답 보는 식의 행동

게다가 온라인 시험은 전 세계 수십만 명이 동시에 들어오다 보니, 모든 수험생의 화면과 시선을 실시간으로 완벽히 검증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ACCA는 인정한 것입니다.
“현 기술 수준으로는, AI를 악용하는 온라인 부정을 제대로 막을 수 없다”고요.


다른 회계 기관과 대형 회계법인도 흔들리고 있다

ACCA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영국의 또 다른 주요 회계 기관인 ICAEW(잉글랜드·웨일스 공인회계사회)도 부정행위 신고가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24. 다만 ICAEW는 아직 일부 시험에 대해 온라인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쪽에 가까운 입장인 셈이죠.

한편, 감시하는 쪽인 규제 당국도 이미 여러 차례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 영국 회계 규제기관 FRC는 2022년, 전문가 시험에서의 부정행위가 빅4 회계법인을 포함한 대형사들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4.

  • 미국에서는 회계 감독기구 PCAOB가 네덜란드 법인의 딜로이트, PwC, EY 등에게 시험 부정행위로 수백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2.

특히 EY는 2022년, 직원들이 윤리 시험에서 조직적으로 부정행위를 하고, 이후 조사 과정에서까지 거짓말을 한 사건으로, 미국 SEC에 1억 달러(약 1,300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냈습니다4.

이쯤 되면, “시험 부정”은 더 이상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 현업 회계사들, 그것도 글로벌 회계법인의 직원들까지 연루된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죠.

결국 ACCA는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 자격증만큼은 신뢰를 지키겠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험 자체를 다시 시험장으로 끌고 돌아가는 것은, 그만큼 극단적인 선택이기도 합니다.


AI 시대, 회계 자격시험은 어떻게 바뀔까?

흥미로운 건, ACCA가 AI 때문에 온라인 시험을 접으면서도, 동시에 자격 요건과 교육 과정을 크게 손보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입니다5.

핵심 방향은 이렇습니다.

  • AI, 블록체인, 데이터 과학 관련 과목 비중 확대

  • 단순 계산·암기가 아니라 분석·판단·윤리 중심의 평가 강화

  • 기술을 “막는 법”이 아니라, “잘 활용하고 통제하는 법”을 가르치는 쪽으로 이동

왜 그럴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AI가 회계사보다 숫자를 빠르게, 많이, 정확하게 처리하는 시대에, 인간 회계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계산”이 아니라 “판단과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회계 시험은 이런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첫째, AI가 풀 수 없는 형태의 문제 비중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정답이 있는 계산 문제가 아니라, 여러 선택지 중 리스크·윤리·규제까지 고려해 “가장 적절한 판단”을 설명하는 문제들입니다.

둘째, 시험장 중심 구조는 강화되되, 실무는 더 디지털화될 것입니다.
시험 볼 때는 펜과 종이, 실무에선 AI와 클라우드 회계 시스템을 쓰는, 다소 아이러니한 구조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AI 사용 자체를 전제로 한 평가 방식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 도구를 사용해 재무 데이터를 분석하되, AI의 한계와 오류 가능성을 설명하라” 같은 형태입니다.
이 경우 중요한 건 도구 사용 능력이 아니라, 결과를 책임 있게 해석하는 역량입니다.


수험생과 직장인에게 주는 현실적인 시사점

이 변화는 지금 ACCA를 준비하는 수험생뿐 아니라, 이미 회계·재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꽤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집니다.

첫째, “AI로 커닝하면 빨리 붙는다”는 시대는 끝나간다.
한동안은 온라인 시험에서 AI를 쓰는 유혹이 엄청났을 겁니다. 하지만 ACCA처럼 대형 기관들이 하나둘씩 시험장을 복구하기 시작하면, “AI 치트키”가 통할 공간은 점점 줄어듭니다.
오히려, 부정행위 경력이 적발되면 커리어 전체가 날아갈 리스크만 커집니다.

둘째, 그래도 AI는 피할 수 없다. 오히려 더 잘 써야 한다.
ACCA가 커리큘럼을 개편하면서 AI·블록체인·데이터 과학을 더 넣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앞으로 회계사는 숫자 입력 노동자가 아니라,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고, 설명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무와 공부 모두에서, 이런 방향이 유리합니다.

  • 공부할 때: AI를 “답 생성기”가 아니라, 튜터처럼 활용
    예를 들어, “이 문제의 개념을 다른 예시로 다시 설명해줘” “IFRS 이 기준을 10살에게 설명하듯 말해줘”처럼, 이해를 돕는 쪽으로 써야 합니다.

  • 실무에서: AI를 활용해 데이터 정리·보고서 초안·리스크 탐지를 자동화하고,
    사람은 “이게 정말 맞는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판단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식이죠.

셋째, 시험 지형이 바뀐다는 건, 준비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 온라인 시험에 맞춘 “시간·인터페이스 전략”보다,

  • 전통적인 시험장 환경(한 번에 길게 집중, 손으로 풀이 구조를 정리, 장시간 체력 유지)에 맞춘 연습이 다시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AI 시대라서 오히려 더 “구식” 역량이 요구되는, 역설적인 장면입니다.


시사점: AI는 시험을 망가뜨릴까, 시험을 바꿀까?

정리해보면, ACCA의 이번 결정은 세 가지를 말해줍니다.

첫째, 현재의 원격 시험 구조는 고도화된 AI 부정을 감당하기 어렵다.
방지 기술보다, 부정 기술이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둘째, 그렇다고 AI를 배제할 수도 없다.
ACCA가 자격 요건을 개편해 AI·블록체인·데이터 과학을 강화하는 걸 보면,
“시험장에서는 막고, 실무에서는 적극 활용하는” 이중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 결국 승부는 ‘도구를 얼마나 잘 쓰느냐’가 아니라 ‘도구를 넘어서는 판단력’에 달린다.
AI가 CFA 수준 시험까지 통과하는 시대라면, 사람에게 요구되는 건 더 이상 단순 계산 능력이 아닙니다.
윤리, 책임, 맥락 이해, 이해관계 조정 같은 “AI가 대신 지기 어려운 책임”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공부를 시작한 수험생이라면, 이렇게 마음먹는 편이 오히려 편할지도 모릅니다.

“AI를 속여 시험에 붙을 방법”을 찾기보다,
“AI를 활용해도 절대 대체되지 않을 실력”을 쌓는 게,
길게 보면 훨씬 이득이라고요.


참고

1Accountancy body reverts to in-person exams over AI cheating fears

2ACCA Ends Remote Exams Over AI Cheating Concerns

3ACCA to End Remote Exams in 2026 Over AI Cheating Risks

4ACCA Slams Door on Remote Exams as AI Cheats Outrun Safegua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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