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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ra, 새 촬영 대신 AI로 모델을 입힌다고? 패션 현장에 무슨 일이

Zara가 새 옷이 나올 때마다 모델을 다시 불러 찍지 않고, 인공지능으로 기존 사진을 ‘갈아입히는’ 방식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모델 사진은 그대로 두고, 옷과 배경만 AI로 바꿔버리는 거죠.

겉으로 보면 “비용 절감, 속도 향상” 같은 전형적인 디지털 전환 사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패션 사진 시장, 크리에이터들의 일자리, 소비자의 쇼핑 경험까지 연결되는 꽤 큰 변화입니다.

이 글에서는

  • Zara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AI를 쓰는지

  •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 수 있는지

  • H&M·Zalando 등 경쟁사까지 포함해 패션 산업 전반에 어떤 신호인지

를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Zara는 지금 AI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먼저 현재 공개된 사실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Zara는 새 컬렉션이 나올 때마다 모델을 다시 섭외해 촬영하는 대신, 과거에 촬영해 둔 모델 사진을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모델에게 먼저 연락해 “이 사진을 AI로 편집해 새로운 옷을 입히고, 다른 배경에 배치해도 되겠냐”는 동의를 구한 뒤, 인공지능으로 이미지를 바꾸는 방식입니다.12

모델들 입장에서는 조건이 나쁘지 않습니다. 영국 매체 인터뷰에 따르면, 이 작업에 참여한 두 명의 모델은 “새 촬영에 참여했을 때와 같은 수준의 보수를 받는다”고 밝혔습니다.2 회사 측도 “업계 관행에 맞는 수준으로 보상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죠.1

흥미로운 지점은 Zara가 이 AI 이미지를 전통적인 촬영 “대체”가 아니라 “보완”이라고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Inditex(자라의 모회사)는 “인공지능은 기존 프로세스를 보조하는 용도로 쓰고 있다”고 굳이 못 박습니다.1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훨씬 큽니다. 한번 찍어 둔 모델 사진을 다양한 옷·배경으로 무한 변주할 수 있다면, 당연히 새 촬영의 횟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바로 다음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왜 굳이 AI를 쓰나? 패션 사진이 겪는 조용한 혁신

Zara의 핵심 문제는 늘 같았습니다. “너무 자주, 너무 많은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패스트 패션의 특성상 한 시즌에도 여러 차례 상품 구성이 바뀌고, 온라인 쇼핑몰·앱·SNS마다 필요한 이미지 포맷도 다릅니다. 이걸 전부 전통적인 방식으로 찍으려면 다음이 반복됩니다.

  • 모델 섭외

  • 스튜디오 또는 로케이션 대관

  • 사진가,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헤어 아티스트 팀 구성

  • 수백~수천 장 촬영 후 편집

여기에 리드타임(기획부터 업로드까지의 시간)과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재빠른 반응’이 하이패션 못지않게 중요한 패스트 패션 시장에서 민첩하게 움직이기 어려워집니다.

Zara가 택한 해법은 ‘기존 자산 재활용’입니다. 이미 촬영해둔 모델 사진을 AI가 읽고, 그 위에 새로운 옷을 씌우고, 또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합성합니다.2

이 방식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첫째, 이미지 생산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라집니다.
한 모델의 사진으로 여러 컬러, 여러 아이템 조합, 다른 시즌 배경을 순식간에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비용 구조가 바뀝니다.
스튜디오 대관, 촬영 팀 인건비, 이동 비용 등 물리적인 촬영 비용이 크게 줄어듭니다. Zara 입장에서는 이렇게 줄어든 예산을 광고 집행·데이터 마케팅 등 다른 디지털 영역에 투입할 여지도 생깁니다.3

셋째,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습니다.
같은 모델, 비슷한 포즈, 통일된 조명 톤 안에서 여러 상품을 보여줄 수 있어, 온라인 스토어 전체에서 시각적인 통일감을 만들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결국 Zara는 “전부 새로 만드는 브랜드”에서 “잘 만든 것을 끝까지 뽑아 쓰는 브랜드”로 천천히 체질을 바꾸고 있는 셈입니다.


그럼 누가 일자리를 잃을까? 모델 vs. 사진 팀의 엇갈린 미래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은 이겁니다. “AI가 들어오면 사람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Zara 사례를 보면, 이해관계가 아주 미묘하게 갈립니다.

먼저 모델.
현재로서는 모델이 가장 덜 위협받는 직군입니다. Zara는 실제 모델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그들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고 있습니다.12 경쟁사 H&M과 Zalando 역시 모델의 ‘디지털 트윈’을 만든다고 밝혔지만, 기본이 되는 얼굴과 체형, 포즈는 실제 모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합니다.124

즉, “실존하는 사람의 이미지와 개성을 기반으로 한 AI 활용”이 현재의 대세입니다. 완전한 가상인물로 대체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죠.

반면 타격이 클 수 있는 쪽은 촬영에 참여하던 나머지 스태프들입니다.

  • 사진가

  • 조명팀

  • 스타일리스트

  • 메이크업·헤어 아티스트

  • 어시스턴트, 세트 디자이너

모델은 기존 촬영과 유사한 보수를 받지만, 이런 인력들은 AI 재편집 과정에선 전혀 관여하지 못해 수입이 끊길 수 있습니다.2

영국 사진가 협회(AoP) 대표는 “AI 도입이 반복적인 촬영 의뢰를 줄여, 장기적으로는 사진가와 제작 팀 전체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14 특히 막 업계에 발을 들이려는 신진 사진가들에게는 ‘연습할 현장’의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셈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 미묘한 문제도 있습니다.
과거 특정 브랜드의 캠페인을 찍은 사진가가, 훗날 그 사진이 AI로 수백 번 ‘변주’되는 것에 대해 어디까지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느냐는 이슈입니다. 아직 법과 계약 관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형태의 저작권·초상권 분쟁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H&M·Zalando까지… ‘디지털 트윈’ 경쟁이 말해주는 것

Zara만 이런 시도를 하는 건 아닙니다. H&M은 올해 초부터 모델의 ‘AI 클론(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마케팅 이미지에 활용한다고 밝혔고, 온라인 패션 플랫폼 Zalando 역시 AI 이미지 생성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습니다.124

이 세 브랜드가 공통으로 강조하는 메시지는 비슷합니다.

  • AI는 크리에이티브 팀을 “보조”하는 도구다.

  • 모델과의 협업과 정당한 보상은 유지한다.

  •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한 건 아니다.14

이 말이 100%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별개 문제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완전 자동화”보다는 “부분 자동화 + 사람 중심”에 방점을 찍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 흐름이 단순히 ‘트렌디한 기술 자랑’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 온라인 판매 비중 확대

  • 글로벌 동시 론칭

  • SNS를 통한 실시간 마케팅

이 모든 요소가 합쳐지면서,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은 버전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곧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AI를 쓰지 않는 쪽이 오히려 비정상으로 보일 만큼, 산업 구조 자체가 속도와 변주를 요구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려운 시기, 왜 지금 AI인가? Zara의 비즈니스 전략 읽기

타이밍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이 변화는 Zara가 영국 시장에서 6개월 만에 최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쉽지 않은 시기를 통과하던 중에 시작됐습니다.2

경기가 둔화되면 브랜드들은 공통적으로 두 가지를 고민합니다.

  1. 비용을 줄이면서

  2. 매출에 직접 도움이 되는 영역에는 더 투자하는 것

촬영 횟수를 줄이고 AI로 이미지를 돌려 쓰는 전략은, 이 두 목표를 동시에 맞추기 위한 선택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 절감되는 비용:

    • 촬영 준비·진행·후반 작업에 드는 고정비

    • 글로벌 매장·온라인 플랫폼별 개별 촬영 비용

  • 올라가는 효율:

    • 캠페인 기획 후 론칭까지의 리드타임 단축

    • 각 국가·채널별 이미지 버전 A/B 테스트를 더 빠르게 진행 가능

Finimize가 지적한 것처럼, 이런 효율성 향상은 마케팅 예산의 구조까지 바꿉니다.3
“촬영에 쓰던 돈” 일부를 “퍼포먼스 광고, 데이터 분석, 개인화 추천”에 더 투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것이죠.

장기적으로는 단순히 사진 몇 장을 덜 찍는 수준이 아니라, ‘어디에 돈을 더 쓰고 어디에서 덜 쓸 것인가’라는, 비즈니스 전략의 무게 중심이 AI와 데이터 쪽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 변화는 어떤 의미일까?

패션 브랜드의 AI 도입은 결국 우리 같은 소비자의 쇼핑 경험으로 귀결됩니다. Zara와 경쟁사들이 AI를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층위에서 체감될 수 있습니다.

첫째, 온라인에서 보는 이미지의 양과 속도.
신상품이 훨씬 자주, 더 다양한 코디 버전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원피스라도 다양한 배경, 액세서리 조합을 보여주면서 “이 옷을 입으면 이런 느낌”을 훨씬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둘째, 핏 추천·개인화 추천의 정교함.
Zara는 이미 Fit Analytics와 협업해 신체 치수·구매 이력 등을 기반으로 한 사이즈 추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3 여기에 AI 이미지 생성 기술까지 더해지면, “나와 비슷한 체형의 AI 모델이 이 옷을 입은 모습”을 보게 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셋째, 윤리적·감성적 불편함.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 “이 사진 속 사람이 실제로 이 옷을 입어본 적이 없는데, 난 그 이미지를 믿고 사는 거네?”

  • “디지털 편집된 사진이 실제 핏과 느낌을 과장하는 건 아닐까?”

  • “이 이미지 뒤에 있던 사진가·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일은 어디로 갔을까?”

H&M은 자체적으로도 “AI 모델 도입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소비자 인식이 앞으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입니다.1

브랜드 입장에서는 효율과 속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와 공감.
이 둘 사이에서 어느 지점을 택하느냐가 앞으로 패션 브랜드의 이미지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 ‘멋진 미래’가 되려면 필요한 것들

Zara의 AI 기반 모델 이미지 실험은, 단순한 기술 도입 사례를 넘어 몇 가지 큰 질문을 던집니다.

  • 패션 이미지는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 ‘창작’인가

  • 이미지 생산 효율이 높아질수록, 크리에이터의 몫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 소비자는 어느 수준까지 AI 가공 이미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몇 가지 방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첫째, 투명성.
“이 이미지는 AI로 편집되었습니다”라는 간단한 표기만으로도 소비자의 신뢰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거짓이 아니라 ‘보정’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밝혀야 합니다.

둘째, 공정한 보상 구조.
모델뿐 아니라 사진가·스타일리스트 등, 원천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재사용에 대한 추가 보상” 혹은 “명확한 사용 범위”를 계약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이 변화가 일부 인력만 이득 보는 구조로 흐르지 않습니다.

셋째, 사람의 역할 재정의.
AI가 반복적인 작업을 줄여 준다면, 사람은 더 ‘사람다워야’ 합니다. 콘셉트를 만들고, 스토리를 설계하고, 브랜드의 감도를 정교하게 다듬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오히려 AI 덕분에 이런 고부가가치 영역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역할을 새로 짜야 합니다.

패션은 결국 ‘이미지와 욕망의 언어’로 소통하는 산업입니다.
Zara의 시도는 그 언어를 만드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보여주는 첫 번째 장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온라인 쇼핑을 하면서 “이 사진, 혹시 AI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올 겁니다. 그 순간, 우리는 단지 옷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의 미래를 선택할지도 함께 결정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참고

1Zara Turns to AI to Generate Fashion Imagery Using Real-Life Models | BoF](https://www.businessoffashion.com/news/technology/zara-turns-to-ai-to-generate-fashion-imagery-using-real-life-models/)

2Zara uses AI to dress models virtually instead of booking new photo shoots](https://the-decoder.com/zara-uses-ai-to-dress-models-virtually-instead-of-booking-new-photo-shoots/)

3Zara Turns To AI To Dress Up Its Fast-Fashion Image - Finimize](https://finimize.com/content/zara-turns-to-ai-to-dress-up-its-fast-fashion-image)

4Zara turns to AI to generate fashion imagery using real-life models - FashionNetwork USA](https://us.fashionnetwork.com/news/Zara-turns-to-ai-to-generate-fashion-imagery-using-real-life-models,17930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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