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델라가 “똑똑하지 않다”고 한 Copilot, 무슨 일이길래?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가 내부 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Copilot의 Gmail·Outlook 연동은 대부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똑똑하지도 않다.”1
AI 전쟁의 선봉에 서 있는 회사의 CEO가, 그것도 자사 주력 AI 제품을 이렇게까지 혹평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 한마디 뒤에는 세 가지 장면이 숨어 있습니다.
기대만큼 일을 못 하는 ‘디지털 노동자’ Copilot
직접 매니저로 변신한 CEO 나델라의 초강수
Copilot을 둘러싼 실적 압박·경쟁·사용자 불만의 삼중고
이 글에서는 이 세 가지를 차례로 풀어보면서,
왜 이 이슈가 “그냥 버그 이야기”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미래 전략의 성패와 연결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나델라가 직접 갈궈야 했던 이유: “Gmail·Outlook 연동이 안 굴러간다”
몇 주 전, Copilot 소비자 버전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매니저들에게 메일 하나가 날아갔습니다. 발신인은 CEO 사티아 나델라. 내용은 간단하면서도 살벌했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Copilot이 Gmail, Outlook과 연결되어 이메일을 읽고, 요약하고, 답장을 도와줘야 하는데
실제로는 “대부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그리고 설계 의도대로 똑똑하게 행동하지 못한다, 즉 “not smart” 하다23
이메일 스레드에 있던 한 매니저는,
“구글 Gemini는 Google Drive랑 꽤 잘 붙어 돌아간다”는 식으로
경쟁 서비스를 비교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24
즉, 지금 Copilot의 이메일 통합 기능은
“마케팅 슬라이드에서 보던 그 멋진 그림”과
현실의 사용자 경험 사이의 간극을
CEO가 직접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입니다.13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 버그가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Copilot에게 기대하던 역할 자체가 걸려 있습니다.
이메일/캘린더를 읽고,
회의와 문서를 훑어보고,
알아서 정리·요약·초안 작성까지 해 주는
“디지털 노동자(digital worker)” 콘셉트 말이죠.34
그 핵심 무대인 Gmail·Outlook에서 삐걱거린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려온 AI 업무 자동화 비전 전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CEO가 ‘제품 매니저 모드’로 변신한 배경
나델라는 요 몇 달 동안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제품 매니저”로 살고 있습니다.234
그가 한 행동을 모아 보면 거의 스타트업식 ‘파운더 모드’에 가깝습니다.
직접 역할 재편
기존 CEO로서 맡던 여러 사업·영업 관련 책임을 덜어내고
영업 총괄 Judson Althoff에게 많은 권한을 넘기며
“Commercial CEO(상업 CEO)”라는 새 직함까지 달아줬습니다.134자신은 AI 제품 개발에 훨씬 깊게 들어가겠다는 선언이죠.
매주 엔지니어와 1시간씩 기술 미팅
약 100명 정도의 핵심 기술 인력이 모인 Teams 채널에 적극 참여
매주 한 시간짜리 미팅을 열어
“지금 뭐가 안 되고 있는지”를 직접 캐묻고,
포스트 트레이닝 방식 통합 같은 아주 구체적인 기술 방향까지 지시합니다.134
버그 리포트도 직접 작성
소비자용 Copilot 챗봇을 쓰다가 발견한 문제를
CEO가 직접 제품 그룹에 버그로 올립니다.34Excel의 복잡한 금융 모델 관련 기능이 제때 안 나온다고
내부 채널에서 공개적으로 불만도 터뜨렸습니다.34
인재 영입까지 본인이 전화
OpenAI, Google DeepMind 출신 등 상위권 AI 인재에게
나델라가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하고,
아주 공격적인 연봉 패키지까지 승인하고 있습니다.34Anthropic 같은 외부 AI 개발사와의 파트너십에도
본인이 전면에 나서고 있고요.34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 판에서 또 한 번 전략적으로 엇나가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음 시대의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다.”
는 위기감이, CEO를 ‘슈퍼 PM’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임직원들에게 회사의 과거 실수를 자꾸 상기시킵니다.
검색 시장에서 뒤늦게 뛰어들어 구글에 완패했던 기억
스마트폰·태블릿 초창기 우위를 제대로 못 살리고 놓쳐버린 기회들34
이번에는 그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팀 전체에 아주 강하게, 그리고 자주 던지고 있는 셈이죠.
“디지털 노동자” Copilot, 왜 아직도 손발이 안 맞을까?
마이크로소프트가 Copilot을 팔 때 쓰는 대표적인 표현 중 하나가
“디지털 노동자(Digital Worker)”입니다.34
슬라이드에서는 이렇게 보입니다.
메일함을 읽고 미팅을 정리해 주고,
문서를 요약하고 발표 자료까지 뚝딱 만들고,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는 새 직원 한 명을 월 구독료로 고용하는 느낌.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의 평가는
지금 단계에선 “보조 인턴”에 더 가깝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메일·캘린더 통합은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다
이메일과 일정은 단순 텍스트가 아닙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회신·포워드 체인
첨부된 온갖 형식의 파일, 스캔·이미지·표
기업마다 제각각인 보안 정책과 권한 구조
이 모든 걸 “안전하게” 읽고 이해해서
한 번에 여러 단계를 처리하려면,
모델 성능만 좋아서는 해결이 안 됩니다.
OAuth 권한과 테넌트 정책을 꼼꼼하게 맞춰야 하고
데이터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문맥인지 추적 가능한
‘그라운딩(grounding)’ 레이어가 필요하며금융·공공기관 등 규제가 강한 업종에서는
로그, 보존 기간, 데이터 위치까지 꼼꼼하게 맞춰야 합니다.5
둘째, 현재 AI 에이전트의 성공률 자체가 아직 낮다
카네기멜론대 연구에 따르면,
실제 사무 환경을 시뮬레이션한 복잡한 멀티스텝 업무에서
최신 AI 에이전트들이 일을 완전히 끝까지 수행하는 비율은
대략 30~35%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옵니다.5
이건 특정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현 세대 ‘에이전트형 AI’의 공통적인 한계에 가깝습니다.
즉, 지금의 Copilot과 경쟁 제품들은
“어시스트” 역할에는 꽤 쓸 만하지만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디지털 직원”으로 보기에는
아직 실패율이 너무 높다는 뜻입니다.
셋째, 비즈니스 모델과 기대치가 너무 높게 설정됐다
기업용 Microsoft 365 Copilot은
기존 라이선스 위에 월 30달러 수준의 추가 요금을 얹는 구조입니다.6
수만 명 규모의 대기업이 전사 도입하면
Copilot만으로도 연간 수백억~수천억 단위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선 엄청난 수익 레버리지지만,
고객 입장에선 “그 돈 내고 진짜 그만큼 효율이 나냐?”라는
아주 냉정한 ROI 검증이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나오는 질문이 이런 겁니다.
직원들이 그냥 몇 번 써 보고 말았는지,
아니면 매일 업무에 깊게 스며들었는지.
단순히 “좌석 수”가 아니라 “실제 사용 시간과 절감 시간”이
과연 가격을 납득시킬 만큼 나오고 있는지.
마이크로소프트는 Copilot의 구체적인 수익·사용 지표에
아직 비교적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34
이게 시장과 내부 모두의 불안을 자극하는 지점입니다.
Copilot을 둘러싼 삼중고: 실적, 경쟁, 사용자 피로감
겉으로 보기엔 Copilot이 어디서나 보입니다.
Windows 작업 표시줄
Edge 사이드바
Office 리본 메뉴
심지어 LG·삼성 스마트 TV까지 아이콘이 박혀 나오죠.4
하지만 이 확장은 동시에 여러 부작용을 만들고 있습니다.
1) “도대체 돈은 얼마나 벌고 있는 거야?”
분명 신제품이고, 많은 기업이 도입 발표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투자자나 업계가 궁금해하는 건 이겁니다.
Copilot이 지금 마이크로소프트 전체 매출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기존 Office·Azure 사업 대비
얼마나 추가 성장 엔진이 되어주는지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제품 전체” 단위의
아주 큰 숫자만 보여줄 뿐,
Copilot 하나의 매출/이익 기여도는
아직 세밀하게 쪼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34
이러한 모호함은 두 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내포합니다.
아직 수치가 “자랑할 만큼” 크지 않거나
전략상 경쟁사에게 속도를 숨기고 싶거나
어느 쪽이든, 내부에는 압박이 걸립니다.
“이 돈과 GPU를 쏟아붓고 있는데, 언제부터 진짜 돈이 되냐?”
2) 구글·세일즈포스·오픈AI와의 치열한 레이스
경쟁 구도도 녹록지 않습니다.
구글은 Workspace에 Gemini를 꽂아 넣고,
Gmail·Docs·Drive를 중심으로
“우리 쪽 통합은 더 자연스럽다”는 메시지를 밀고 있습니다.14세일즈포스는 CRM에 특화된 Einstein GPT로
“영업 데이터 + AI 자동화”에 집중하고 있고요.7오픈AI, Anthropic 등은
순수 AI 플랫폼·API로 생태계를 넓히며
각종 SaaS에 바로 붙기 좋은 포지션을 잡고 있습니다.34
마이크로소프트의 강점은 분명합니다.
이미 전 세계 기업의 기본 업무 툴이 되어 있는
Office·Teams·Windows라는 ‘집’이 있고여기에 Copilot을 얹는 순간
수억 명에게 바로 노출되는 배포력이 있습니다.87
하지만 그만큼, 조금이라도 완성도가 떨어지면
불만도 순식간에 대규모로 증폭됩니다.
3) 사용자 피로감, “이제 그만 좀 끼워 넣어…”
Copilot 아이콘을 여기저기서 본 사람 중에는
“이제 그만 좀…” 하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LG TV입니다.
어떤 사용자들은 TV 앱 줄에 갑자기
삭제도 안 되는 Copilot 아이콘이 생긴 걸 보고
커뮤니티에 분노 섞인 글을 올렸고,4결국 LG 측은 “삭제 가능하도록 업데이트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내야 했습니다.4
또 하나, WhatsApp 같은 메신저에 붙어 있던 Copilot은
플랫폼 정책 변경으로 2026년 1월부로 전면 중단됩니다.4
사용자는 다시 마이크로소프트 앱이나 웹으로
“역마이그레이션”해야 합니다.Copilot을 “일상 속 어디서나 쓰는 AI 친구”로 만들려던 시도가
플랫폼·정책 장벽에 부딪힌 셈입니다.
이런 일들이 쌓이면,
“또 하나 더 깔아야 하는 AI 도구”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Copilot 자체에 대한 이미지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우리가 봐야 할 포인트: Copilot 사태가 남긴 4가지 메시지
마이크로소프트의 내부 고민을
그냥 “남의 회사 이야기”로만 넘기긴 아깝습니다.
AI 시대를 준비하는 개인·회사 입장에서
배울 수 있는 지점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1) “완벽하진 않지만, 빨리 내자” 전략의 후폭풍
AI 경쟁은 속도전입니다.
조금만 늦어도 “시대에 뒤처진 회사”로 찍히죠.
그래서 많은 기업이
완성도가 100%가 아니라도
“베타에 가깝게” 제품을 빨리 내놓고
피드백을 받으며 개선해 나가는 전략을 선택합니다.
Copilot도 그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후폭풍을, CEO가 직접 감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의 AI 도입·출시는 어느 정도 완성도에서 멈출 것인가?”
“고객에게 솔직하게 어디까지 되는지 말하고 있는가?”
2) AI 도입의 기준은 ‘있냐 없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쓰느냐’
Copilot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몇 석 팔았다”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쓰이냐”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다음을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도입 후 몇 주가 지나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매일 쓰고 있는지아니면 프로젝트 발표나 보고서에만 등장하고
실제 워크플로에는 안 들어가 있는지
AI 툴을 도입하고 있는 조직이라면,
“사용 빈도·시간·절약된 시간”을
숫자로 관리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3) 사람을 대체하는 ‘디지털 노동자’는 아직 이르다
Carnegie Mellon 연구 결과나
나델라의 불만 어린 메일을 보면,
현재 세대 AI를 “직원 하나”에 비유하는 마케팅은
과장에 가까운 측면이 있습니다.45
현실적으로는 다음에 더 가깝습니다.
잘만 쓰면 시간을 엄청나게 절약해주는
“초능력 검색·요약·초안 도우미”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검수가 없으면
위험해질 수 있는 파트너
따라서, AI 전략을 짤 때도
완전 자동화(autonomy) 대신
사람+AI의 공조(augmentation) 를 기본 단위로 삼는 게
훨씬 현실적인 설계입니다.7
4) CEO의 ‘제품 감각’이 곧 회사의 생존 확률이 된다
이번 사례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CEO가 메일·버그·주간 기술 회의까지 직접 챙기며
제품의 손맛을 놓지 않는다는 점입니다.134
AI 전환기의 회사들에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AI는 기술 부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회사의 존망을 결정하는 최상단 전략 요소다.그래서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실제 제품을 써 보고, 이해하고,
구체적인 지적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든,
전통 기업이든 마찬가지입니다.
“AI 담당 임원”에게만 맡기고
탑이 제품을 경험하지 않으면,
나중에 깨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 우리도 또 한 번 시대를 놓쳤구나.”
시사점 정리 및 실용적 제안
정리해 보면,
나델라의 “Copilot Gmail·Outlook 연동은 제대로 안 된다” 발언은
단순한 기능 불만이 아니라,
AI 시대에 기업이 마주한 구조적 문제들을 보여줍니다.
마케팅과 실제 경험의 격차를 CEO 스스로 인정하고
제품 완성도에 집착하기 시작했다.“디지털 노동자”라는 비전과
현재 기술·통합 수준 사이의 현실적인 골이 드러났다.실적 압박, 경쟁 심화, 사용자 피로감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Copilot이 진짜 돈이 되는 제품이 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남았다는 신호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우리에게 적용해 보자면
이런 액션 포인트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AI 도입 전
“어떤 업무를 얼마나 줄이고 싶은지”를
구체적인 수치로 정의해 두기도입 후 3개월
팀별 사용 빈도·절약 시간·실패 사례를
솔직하게 기록하고 공유하기경영진/리더라면
최소한 주 1회는 직접 AI 도구를 “일하는 용도”로 써 보고
좋았던 점·불편했던 점을 팀과 나누기마케팅·브랜딩 측면에서는
‘직원 하나 대체’ 같은 과장 대신
“어떤 일을 얼마나 덜 피곤하게 만들어 주는지”를
솔직하게 설명하는 메시지로 전환하기
Copilot의 삐걱거림은,
결국 우리 모두가 지금 “베타 버전의 AI 시대”를
함께 통과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문제를 덮어두지 않고
나델라처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손에 흙을 묻혀 개선에 뛰어드는 태도일 겁니다.
AI를 도입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조직이라면,
지금이 바로 그 태도를 점검할 타이밍입니다.
참고
2Microsoft’s Nadella Not Happy With Copilot Development
4Microsoft CEO admits Copilot integrations "don't really work" as adoption falters
5Nadella Signals Copilot Gmail Outlook Integrations Need Fixing | Windows Forum
6Microsoft Copilot Pricing & Licensing Guide for Business
7Enterprise AI ROI: Microsoft Copilot’s Growth Playbook - AI CERTs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