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mble AI Chatterbox Turbo, 5초 만에 목소리 복제하는 오픈소스 TTS
AI가 글을 쓰고, 이미지를 그리고, 이제는 “목소리”까지 가진 시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단 5초짜리 음성만 있으면 그 사람의 목소리를 그대로 복제해 실시간으로 말을 하게 해주는 오픈소스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Resemble AI의 새 텍스트-음성 변환(TTS) 모델, ‘Chatterbox Turbo’입니다12.
이 글에서는 Chatterbox Turbo가 어떤 모델인지, 왜 개발자와 기업들이 주목해야 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지까지 한 번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Chatterbox Turbo란? 5초 음성으로 즉석 복제하는 TTS
Chatterbox Turbo는 Resemble AI가 공개한 오픈소스 텍스트-음성 변환(TTS) 모델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5초 내외의 짧은 음성만으로 목소리를 복제할 수 있고, 둘째, 이 속도를 실시간에 가깝게 제공한다는 점입니다123.
Resemble AI는 이 모델이 ElevenLabs나 Cartesia 같은 상용 TTS와 비교해도 음질에서 뒤지지 않으면서, 첫 음성이 재생되기까지의 시간이 150ms 이하라고 밝히고 있습니다1. 이 정도면 사람 대 사람 통화에서 느끼는 말 끊김과 비슷하거나 그 이하로, “대화가 가능한 AI 목소리”의 문턱을 사실상 넘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Chatterbox Turbo는 MIT 라이선스로 공개되었습니다1. 즉, 연구용은 물론, 스타트업이나 대기업 상관없이 상업 서비스에 자유롭게 가져다 쓸 수 있고, 수정·재배포까지 허용된다는 뜻입니다. 오픈소스이면서도 품질이 뛰어나고, 라이선스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에 TTS 생태계에 꽤 큰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이 모델은 Hugging Face, RunPod, Modal, Replicate, Fal 등에서 바로 체험할 수 있고, 전체 코드는 GitHub에 공개되어 있습니다13. 인프라를 직접 꾸리고 싶지 않은 팀은 Resemble AI가 제공하는 호스팅 버전을 사용할 수도 있으며, 더 지연 시간이 낮은 버전도 준비 중입니다1.
5초 음성으로 목소리 복제, 얼마나 대단한가?
과거에 목소리 복제(voice cloning)를 하려면 수십 분 분량의 녹음 데이터가 필요했습니다. 심지어 최근 상용 서비스들도 “자연스러운” 복제를 위해 몇 분 정도의 음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흔했죠. 그런데 Chatterbox Turbo는 약 5초짜리 음성만 있으면, 그 사람과 상당히 유사한 음색과 말투를 가진 음성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23.
Resemble AI는 자사 페이지에서 ElevenLabs와 나란히 샘플을 비교하며, 동일한 레퍼런스로 생성한 “Gen Z 여성 목소리”, “Liam Neeson 스타일” 음성을 공개하고 있습니다2. 청취해 보면, 톤과 리듬, 감정 표현까지 꽤 그럴듯하게 따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제로샷(Zero-shot) 복제”라는 점입니다. 별도의 재학습 없이, 짧은 참고 음성만으로 그 목소리를 곧바로 흉내 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23. 개발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캐릭터나 화자를 추가할 때마다 학습 파이프라인을 돌릴 필요가 없어서, 운영 비용이 크게 줄어듭니다.
둘째, 빠른 클로닝과 빠른 합성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잘 복제해도, 음성이 나오는 시간이 느리면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Chatterbox Turbo는 350M 파라미터 규모의 모델이면서 GPU 기준 최대 6배 실시간보다 빠른 성능을 보여주고, 첫 음성이 나오기까지의 지연도 150ms 안팎으로 줄였습니다23.
결국 “적은 데이터 + 빠른 속도 + 상용 수준 음질”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모델이라는 점이, 이 모델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실시간 에이전트·게임·고객센터까지, 어디에 쓸 수 있을까?
Chatterbox Turbo가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실시간성”입니다. 목소리 복제만 빠른 게 아니라,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꾸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빠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Fal.ai는 이 모델을 소개하며 “sub‑150ms 첫 소리, 6배 실시간보다 빠른 합성”을 강조하고, 라이브 에이전트와 음성 UI에 적합하다고 설명합니다3.
이 속도가 왜 중요한지, 산업별로 살펴보면 감이 더 잘 옵니다.
고객센터/콜봇에서는 상대방이 말이 끝나고 AI가 답변을 시작하기까지의 텀이 길면, 사용자는 금방 “기계랑 통화 중”이라는 이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Chatterbox Turbo는 지연을 줄여 자연스러운 턴테이킹(말 주고받기)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13.
게임과 인터랙티브 콘텐츠에서도 이 장점이 두드러집니다.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NPC가 바로 반응하며 말해야 몰입도가 높아지는데, 그때마다 서버에 긴 요청을 보내고 몇 초를 기다리면 게임이 끊기죠. Chatterbox Turbo는 GPU 환경에서 실시간보다 빠른 합성을 지원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플레이어의 선택에 맞춰 즉석에서 대사를 생성하고 감정을 담아 말하는 구조가 가능해집니다23.
또한 아바타·소셜 플랫폼에서도 이 모델은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나만의 디지털 아바타가 내 목소리로 말하거나, 크리에이터가 자신을 닮은 “보조 진행자”를 만들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식의 활용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특정 클라우드나 공급자에 종속되지 않고 자체 인프라에 올려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려는 서비스에도 잘 맞습니다13.
접근성과 교육 분야에서도 활용 가치가 큽니다. 화면 읽기 도구나 학습 도우미가 사용자에게 맞는 목소리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고, 아동 교육 콘텐츠에서는 다양한 캐릭터가 상황에 맞게 감정을 표현하며 말을 걸어주는 경험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3.
“워터마크 내장” 오픈소스 TTS, 왜 중요한가?
AI 음성 기술이 발전할수록, 가장 많이 언급되는 우려는 “악용”입니다. 실제 사람의 목소리를 거의 그대로 복제할 수 있다면, 보이스 피싱, 허위 발언 조작, 사기 콜 등 위험한 용도로 쓰일 가능성도 커집니다.
Chatterbox Turbo가 흥미로운 지점은, 이런 윤리·보안 이슈를 기술 레벨에서 대응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이 모델은 PerTh라는 워터마크 기술이 기본 내장되어 있으며, 생성되는 모든 음성에 “보이지 않는 표시”를 남깁니다123. 이 표시는 귀로는 들리지 않지만, 전용 도구로 분석하면 “이 음성이 AI가 만든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줍니다.
Resemble AI는 이미 딥페이크 탐지, 워터마킹, 음성 기반 신원 보호 같은 영역의 연구·제품을 여러 해 진행해 왔고24, 이번 모델에도 그 노하우를 그대로 녹였습니다. 특히 규제가 엄격한 금융·의료·공공기관에서는, “AI가 생성한 음성이라는 것을 사후에라도 증명할 수 있는지”가 솔루션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1. 이 점에서 Chatterbox Turbo는 오픈소스 모델 중에서도 꽤 독특한 포지션을 차지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오픈소스 + 워터마크”라는 조합입니다. 그동안 많은 오픈소스 TTS는 속도와 품질만을 목표로 했고, 보안·신뢰성은 사용자 몫으로 남겨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Chatterbox Turbo는 개발자에게 자유를 주면서도, 동시에 “이 음성은 AI가 만들었다”는 흔적을 자동으로 남기게 설계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 워터마크가 청취 경험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워터마크가 귀로 들릴 정도로 들어가면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데, PerTh는 인간에게는 사실상 인지되지 않으면서도 기계적으로 검출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소개됩니다2. 결과적으로 “열린 생태계”와 “안전한 활용” 사이의 균형점을 시도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발자를 위한 설계: 감정 제어, 패럴링구이스틱 프롬프트
Chatterbox Turbo는 단순히 “글을 읽는 목소리”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사람처럼 숨쉬고, 웃고, 잠시 망설이는 느낌까지 구현하기 위해 여러 기능이 들어가 있습니다.
우선 감정 제어 기능입니다. Resemble AI는 이 모델이 “감정 과장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최초의 오픈소스 TTS”라고 소개합니다2. 한 파라미터만으로 목소리를 단조롭게 만들지, 드라마틱하게 만들지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대사라도 콜센터 안내처럼 차분하게 읽게 할 수도 있고, 유튜브 콘텐츠처럼 감정선을 좀 더 강하게 실어 말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Fal.ai는 Chatterbox Turbo의 큰 강점으로 “패럴링구이스틱(Paralinguistic) 프롬프트”를 꼽습니다3. 텍스트 안에 [laugh], [sigh], [chuckle], [gasp] 같은 태그를 넣으면, 모델이 그 부분에서 실제로 웃거나 한숨을 쉬는 소리를 내주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 효과가 “클론된 그 목소리”로 재생된다는 것입니다. 즉, 사용자가 클론한 고객 상담원의 톤으로 웃기도 하고, 잠시 망설이기도 합니다3.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자, 한 번 확인해 볼게요. [typing] 음… [sigh] 구독이 어제 만료됐네요. 원하시면 지금 바로 연장해 드릴게요.”
이런 태그 덕분에 대사는 더 이상 “문장”이 아니라 “연기”에 가까워집니다. 게임 NPC가 퀘스트 실패 시 [groan]으로 아쉬움을 표현하거나, AI 비서가 [chuckle]로 가벼운 농담을 치는 등, 캐릭터성을 살린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3.
모델 구조 측면에서도 실시간을 위해 꽤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Fal.ai에 따르면, Chatterbox Turbo는 원래 다단계 CFM(Cascaded Flow Matching) 기반 모델을 단일 스텝으로 증류해 추론 단계를 간소화했고, 더 가벼운 GPT‑2 기반 350M 파라미터 구조를 채택해 속도와 비용을 낮추었습니다3.
정리하면, Chatterbox Turbo는 개발자에게 다음과 같은 도구를 제공하는 셈입니다.
적은 음성 데이터로 빠르게 목소리를 복제하는 기능
감정 농도와 억양을 제어하는 파라미터
웃음·한숨 같은 비언어적 표현을 텍스트 태그로 넣는 인터페이스
GPU에서 실시간보다 빠른 추론 성능
이 모든 것이 MIT 라이선스 오픈소스로 풀렸다는 점에서, 향후 수많은 파생 프로젝트와 커스텀 버전이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시사점: TTS의 ‘ChatGPT 모먼트’에 가까워진 순간
Chatterbox Turbo의 등장은 텍스트-음성 변환 분야에서 몇 가지 중요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첫째, “품질은 상용 서비스, 자유도는 오픈소스”라는 조합이 현실화됐습니다. 예전에는 고품질 음성 합성을 원하면 어쩔 수 없이 특정 회사의 폐쇄형 API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자체 인프라에서 돌릴 수 있는 수준의 모델이 MIT 라이선스로 풀려, 프라이버시나 규제, 비용 문제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12.
둘째, 실시간 대화형 AI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목소리”가 사실상 상품화되었습니다. GPT 계열의 언어 모델과 결합하면, 문자 기반 챗봇이 아니라 “실시간 AI 콜봇”, “목소리 비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러” 같은 서비스가 훨씬 더 쉽게 탄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 워터마크 내장이라는 선택은 앞으로의 AI 오디오 생태계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AI가 만든 음성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지”는 곧 필수 요건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관점에서 Chatterbox Turbo는 기술 발전과 책임 있는 활용을 동시에 추구한 사례로 기억될 만합니다13.
개인적으로는, 이제 “목소리”도 더 이상 고정된 자원이 아니라 “설계 가능한 인터페이스”가 된 것 같다고 느낍니다. 텍스트 프롬프트로 말투와 감정을 디자인하고, 패럴링구이스틱 태그로 숨소리까지 연출하는 시대니까요.
만약 당신이
고객센터나 IVR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콜봇 도입·고도화를 고민해 볼 시점이고
게임이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드는 팀이라면, NPC의 ‘살아있는’ 대사를 설계할 수 있는 도구가 생긴 셈이며
개발자나 연구자라면, 오픈소스 TTS를 직접 파고들어 자신만의 목소리 AI를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입니다.
앞으로 TTS 분야는 단순히 “사람처럼 읽는 목소리”를 넘어, “상황에 맞게 연기하고, 책임 있게 추적 가능한 목소리” 경쟁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Chatterbox Turbo는 그 전환점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모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