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맛집 알고리즘, 누구의 생존을 돕고 누구를 숨길까
구글 지도에서 저녁 식당을 고르려다, 런던 전역 1만 3천 개가 넘는 식당 데이터를 긁어서 머신러닝 모델을 만들고, 도시의 '알고리즘 권력 지도'를 그려버린 사람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구글 지도 같은 플랫폼이 어떻게 식당의 흥망을 조용히 좌우하는지, 그리고 이를 데이터와 머신러닝으로 어떻게 들여다볼 수 있는지 풀어보려 합니다.
구글 지도 평점은 그냥 "사람들이 좋아하는 정도"를 보여주는 친절한 별점 같지만, 실제로는 도시의 손님 흐름과 가게의 생존 가능성을 재배분하는 거대한 필터 역할을 합니다. 어떤 식당은 과대평가되고, 어떤 식당은 시스템에 의해 과소평가됩니다. 그리고 이 왜곡을 시각화한 것이 바로 "런던 푸드 대시보드"입니다.
구글 지도는 단순한 지도 앱이 아니라 '시장 설계자'
대부분은 구글 지도를 그저 "근처 맛집을 보여주는 디렉터리"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공개적으로 밝힌 핵심 정렬 기준을 보면, 구글 지도는 사실상 "시장 설계자"에 가깝습니다.
구글 지도는 검색 결과를 대략 세 가지 신호로 정렬합니다. 검색어와의 관련성, 거리, 그리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마지막 축인 '인지도(프로미넌스)'입니다.
관련성은 사용자의 검색어와 가게 정보의 텍스트가 얼마나 잘 맞는지로 판단하고, 거리는 말 그대로 위치입니다. 문제는 인지도입니다.
인지도에는 리뷰 개수와 증가 속도, 평균 평점, 브랜드 인지도, 웹 전반에서의 언급량 같은 것들이 들어갑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찾고, 얼마나 자주 이야기하고, 이미 알고 있는가"가 그대로 노출 순위에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단순합니다. 위에 보이는 가게는 더 많은 발걸음을 얻고, 그만큼 리뷰가 빨리 쌓이고, 그 리뷰가 다시 인지도 신호로 들어가면서 더 위로 올라갑니다. 조금 먼저 발견된 곳이 더 빨리 성장하고, 그 성장 자체가 다음 성장의 발판이 됩니다.
마치 금융시장에서 자본이 이자에 이자를 붙이며 불어나는 것처럼, 디지털 공간에서는 '주의(attention)'가 그렇게 불어납니다. 이른바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이 주어지는" 매튜 효과가, 도시의 케밥집과 카페에도 적용되는 셈입니다.
체인점은 더 보이고, 동네 작은 가게는 더 숨겨진다
이 알고리즘 구조에서 특히 유리한 건 체인점입니다. 브랜드 인지도가 여러 지점에 걸쳐 공유되면서, 새로 생긴 지점도 처음부터 높은 인지도 점수를 받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가에 있는 가게도 같은 원리로 더 빨리 성장합니다. 동일한 맛과 서비스라도, 중심가에 있으면 훨씬 더 빨리 리뷰가 쌓이고, 그 덕분에 알고리즘 상단에 올라가기 쉬운 겁니다.
반대로 동네의 작은 독립 식당은 '콜드 스타트' 문제에 갇힙니다. 리뷰가 없으니 검색에 잘 안 걸리고, 검색에 안 걸리니 손님이 오지 않아 리뷰가 쌓이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알고리즘이 미리 시야를 좁혀 놓은 상태에서 고르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경제학 용어로 말하면, 구글 지도는 단순한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일종의 '마켓 메이커' 역할을 합니다. 가격 대신 '보이는 정도'를 조정함으로써, 어떤 가게가 손님을 만나고 어떤 가게가 외면당할지를 조용히 설계합니다. 디지털 경제에서 랭킹 알고리즘은 사실상 '주의 배분 장치'가 된 셈입니다.
머신러닝으로 '구글 지도 없었다면'의 도시를 재구성하기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구글 지도 알고리즘의 증폭 효과를 제거하면, 이 식당은 어느 정도 평가를 받았을까?"
이를 위해 사용된 도구가 바로 머신러닝 모델입니다. 런던 전역 1만 3천여 개 식당에 대해, 구조적 특성만으로 "이 식당이라면 보통 몇 점쯤 받을 법한지"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든 겁니다.
사용된 모델은 탭형 데이터에 강한 그라디언트 부스팅 결정나무 계열 모델입니다. 여기에는 리뷰 수(주의의 체감효과를 반영하기 위해 로그 변환), 요리 종류, 체인점 여부, 가격대, 업종 유형(식당, 카페, 테이크아웃, 바), 그리고 도시 내 위치 정보 등이 들어갑니다.
이 모델은 "플랫폼이 볼 수 있는 특징들"만 가지고, 평균적으로 어떤 평점이 나오는지를 학습합니다. 그다음 실제 평점과 예측 평점의 차이를 계산합니다. 이 차이를 '잔차(residual)'라고 부르고, 이 값이 양수면 "알고리즘 구조상 기대치보다 잘 나가는 곳", 음수면 "기대치보다 덜 보이는 곳"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값이 곧 음식의 절대적인 맛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플랫폼 구조가 좋아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사랑받는 곳"과 "플랫폼이 밀어주는 조건을 갖췄는데도 별로인 곳"을 가려내는 데는 매우 유용한 지표가 됩니다.
리뷰 텍스트, 언어, 메뉴까지… 숨은 특성을 끌어올리기
처음에는 구글 지도 API 무료 구간 안에서 작업하기 위해 구조적인 특징 위주로 모델을 만들었지만, 일부 식당에 대해서는 리뷰 텍스트, 사용 언어, 사진 같은 정보도 수집했습니다. 리뷰를 누가, 어떤 언어로 남기는지에 따라 신호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도 식당에 달린 별점 5점 리뷰라도, 힌디어로 길게 적힌 현지인 리뷰와, "카레 말고 감자튀김만 먹었습니다" 수준의 리뷰는 서로 전혀 다른 정보를 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까지 반영하면, 알고리즘이 읽어내는 구조와 실제 문화·커뮤니티 기반의 평판 차이를 더 정교하게 잡아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문제는 '요리 분류'에서도 발생했습니다. 구글 지도는 상당수 식당을 그저 "레스토랑", "카페", "테이크아웃" 정도로만 모호하게 분류해 두거나, 아예 잘못 태그를 붙여놓기도 합니다. 이 상태로는 도시의 요리 다양성, 동네별 경쟁 구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예 식당 이름, 메뉴 언어, 일부 리뷰 텍스트를 이용해 별도의 '요리 분류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대시보드에서 사용하는 요리 필터는 구글의 태그가 아니라, 이 머신러닝 모델이 재분류한 결과입니다. "어떤 동네에 어떤 커뮤니티와 요리가 모여 있는지", "어떤 식당끼리 실제로 경쟁하는지"를 제대로 보려면, 이 단계가 사실 핵심입니다.
'언더레이티드 맛집'을 찾아주는 런던 푸드 대시보드
이 모든 작업의 결과물이 바로 "London Food Dashboard"입니다. 이 대시보드는 개별 식당의 평점과 리뷰 수뿐 아니라, 머신러닝으로 계산한 '잔차'를 함께 보여주며 "알고리즘이 저평가한 곳"을 찾아낼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사용자는 식당 이름으로 검색하거나, 요리 종류, 자치구, 가격대, 최소 평점, 최소 리뷰 수 등을 조건으로 필터링할 수 있습니다. 특히 "underrated gems" 필터를 켜면, 모델이 봤을 때 플랫폼 구조상 기대치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는 곳, 즉 알고리즘이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곳들이 눈에 띄게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이슬링턴 지역을 선택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평점과 리뷰 수를 설정한 뒤, 너무 비싼 곳은 제외하고, 언더레이티드 필터를 켜면 지도 위에 동그란 점들이 떠오릅니다. 크고 진한 점일수록 "알고리즘이 과소평가한 정도"가 큰 식당입니다. 이렇게만 해도 오늘 저녁 메뉴와 동네 탐방 루트가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대시보드는 아직 베타 버전이라 빈틈도 있고, 개선할 여지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미 "도시의 음식 경제를 플랫폼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돋보기"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직접 살펴보고 의견을 제안하는 것 자체가, 이 알고리즘적 도시를 함께 해석해 나가는 과정이 됩니다.
식당에서 동네로: 알고리즘이 만드는 '음식 생태계'의 격차
한 가게의 성패만 보는 것으로는 도시를 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가게들은 동네라는 생태계 안에서 같이 살아가고, 같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개별 식당 분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동네 단위의 '음식 허브 구조'를 모델링했습니다.
먼저 도시를 일정 크기의 육각형 그리드로 나누고, 각 칸 안의 식당 정보를 집계했습니다. 식당 밀도, 평균 평점, 평균 잔차, 총 리뷰 수, 체인점 비율, 요리 다양성(엔트로피), 가격대 같은 특징을 계산해 동네의 음식 생태계를 숫자로 표현합니다.
이 지표들을 표준화한 뒤, 주성분 분석(PCA)으로 한 축으로 압축해 "음식 생태계 힘"을 나타내는 연속적인 허브 점수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특성들을 바탕으로 K-평균 군집화를 적용해, 동네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눴습니다. 엘리트 허브, 강한 허브, 일상 허브, 약한 허브 같은 식의 구분입니다.
이렇게 그려진 지도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보여줍니다. 중심부가 강력한 허브를 형성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단순히 "어디가 핫하다"가 아니라, "어떤 조건이 겹쳐질 때 동네의 음식 생태계가 강력해지는가"입니다.
허브 점수 상위권 지역은 식당 밀도, 알고리즘의 주목, 독립 식당의 생존, 소비자의 지출 여력이 한데 모여 있는 곳입니다. 눈으로만 지도를 훑어봐도, 런던의 힘이 어디에 모여 있는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이민자 요리가 모이는 곳은 왜 '알고리즘 중심지'가 아닐까
허브 지도를 요리 종류별 밀도 지도와 겹쳐 보면, 더 선명한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이탈리아, 인도, 터키, 중국, 태국, 일본, 중동, 그리고 피시앤칩스 같은 요리들은 런던 곳곳에 균일하게 퍼져 있지 않습니다.
어떤 요리는 긴 거리축을 따라 하나의 회랑처럼 이어지기도 하고, 어떤 요리는 특정 상권이나 소득 수준과 강하게 결합된 클러스터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민자 커뮤니티가 만든 요리 클러스터 상당수는, 플랫폼상에서는 그리 강한 허브로 보이지 않는 지역에 자리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요리 다양성이 풍부한 곳"과 "알고리즘이 강하게 비추는 곳"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습니다. 요리의 분포는 입맛만이 아니라, 이주 경로, 가족이 정착한 지역, 임대료가 아직 감당 가능했던 시기, 2세대가 가게를 열기까지 시간이 충분했는지 같은 역사와 구조를 반영합니다.
어떤 동네는 요리 생태계가 성숙하기도 전에 재개발과 임대료 상승으로 밀려나고, 다른 동네는 오랫동안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 덕에 다양한 요리가 뿌리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동네들 중 상당수는 알고리즘의 '눈'에서는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도시에 대해 이런 시각을 갖게 되면, "맛집 지도"라는 말 자체가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실제로는 "맛집이 많이 있는 동네"가 아니라, "플랫폼과 자본이 동시에 집중된 동네"라는 뜻에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알고리즘, 이제는 도시 정책의 문제다
이 프로젝트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구글 지도 같은 플랫폼이 이미 도시의 일상 경제를 "조용히 설계하는 인프라"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제 동네 식당의 성패는 맛과 서비스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알고리즘에 얼마나 잘 노출되느냐, 플랫폼이 좋아하는 구조적 조건(위치, 브랜드, 리뷰 속도)을 얼마나 갖추었느냐가 생존 확률을 크게 좌우합니다. 알고리즘이 주목한 동네는 임대료가 따라 오르고, 임대료 상승은 독립 식당의 입지를 좁힙니다. 도시 재생, 상권 활성화, 공정 경쟁 논의에서 플랫폼의 랭킹 시스템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워지는 이유입니다.
지자체가 도로를 정비하고, 테라스 영업을 허용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도, 플랫폼 상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동네는 여전히 경제적으로 고립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플랫폼 투명성과 감사 가능성은 더 이상 기술 업계 내부의 좁은 논쟁이 아닙니다. 지역 경제 정책의 핵심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금융시장은 정교한 규제와 감사를 받습니다. 왜냐면 자본의 흐름이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주의와 노출"이 자본 못지않게 중요한 자원이 된 세상입니다. 그렇다면 이 '주의 시장'을 설계하는 알고리즘 역시, 적어도 감사 가능한 수준의 투명성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구글 지도는 그저 길을 알려주는 앱 같지만, 실제로는 도시에서 누가 살아남고 누가 사라질지를 조용히 배분하는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이 권력을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견제하는 것은 이제 데이터 전문가만의 일이 아니라, 도시를 고민하는 모두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시사점: 다음에 구글 지도로 맛집을 찾을 때 기억할 것들
다음에 구글 지도를 켜고 "근처 맛집"을 검색할 때, 단지 좋은 식당을 찾는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잠깐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클릭하는 순위는 이미 알고리즘이 엄격하게 정렬해 둔 결과이며, 그 순위가 다시 다음 달, 내년의 식당 생존 지도를 만들어갑니다.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알고리즘 상단에만 뜨는 곳이 아니라, '조금 숨은' 식당에도 일부러 찾아가 보고, 마음에 들었다면 성의 있는 리뷰를 남겨주는 것. 이건 단순한 후기 남기기가 아니라, 동네의 음식 생태계를 지지하는 작은 참여에 가깝습니다.
정책과 연구의 영역에서는, 이런 프로젝트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도시의 상권과 플랫폼의 노출 구조를 함께 다루는 데이터 지도, 특정 커뮤니티의 요리가 어떻게 확산되고 소멸하는지 추적하는 분석, 알고리즘이 어떤 가게를 지속적으로 과소평가하는지 살펴보는 감사 도구 같은 것들입니다.
이 글에서 소개된 런던 푸드 대시보드처럼, 공공 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실험은 충분히 개인 수준에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목표를 "내 저녁 메뉴 찾기"에서 "도시의 구조를 이해하기"로 한 단계만 올려 보면, 지도 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결국 질문은 단순합니다. 플랫폼이 분배하는 것은 단지 클릭 수와 리뷰가 아니라, 도시에서의 생존 기회입니다. 그렇다면 이 분배 규칙을 누가,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제 함께 이야기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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