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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 클라우드 독점 논란, 유럽이 드디어 칼을 빼든 이유

요약

아마존 AWS는 오랫동안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로 불려 왔지만,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다른 이름으로 통합니다. 인터넷의 땅주인, 서버 세계의 집주인, 혹은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거대한 생태계의 중심 같은 이미지 말이죠.

최근 유럽연합(EU)이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규제 이슈를 넘어,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는 신호탄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에서는 왜 AWS가 "클라우드 독점"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는지, EU의 조사(디지털시장법, DMA)가 무엇을 겨냥하는지, 그리고 개발자와 기업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AWS는 왜 '클라우드 제공자'가 아니라 '인터넷의 집주인'이 되었을까

오늘날 많은 서비스가 "클라우드에서 돈을 번다"기보다 "클라우드에 월세를 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AWS는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수많은 클라우드 제공자가 있습니다. AWS, Azure, GCP, 그리고 각종 국내외 중소 클라우드까지 선택지는 꽤 다양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서비스, 빠른 성장을 원하는 스타트업, 글로벌 확장을 노리는 기업들은 유독 AWS에 몰립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AWS는 인프라를 넘어 "플랫폼"이자 "생태계"로 진화했고, 개발자가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도구를 한 곳에 모아놓았습니다. 로그인, 배포, 데이터베이스, 메시지 큐, 모니터링, 보안, 서버리스까지 한 번 발 담그면 나머지 선택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결국 AWS는 서버를 빌려주는 수준을 넘어, 인터넷이라는 도시의 땅과 건물, 도로와 상하수도까지 장악한 거대한 건설사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클라우드 락인 현실

개발자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자주 나옵니다.

"처음에는 '언제든 갈아탈 수 있다'고 생각했죠. 몇 년 지나고 나니, 그냥 AWS에 인생을 맡기게 됐어요."

클라우드 락인(Lock-in)은 단지 데이터 이전이 귀찮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AWS의 매력은 서비스 간의 매끄러운 통합에 있습니다. Lambda와 API Gateway, DynamoDB와 Cognito, S3와 CloudFront처럼, 각각은 독립적인 서비스지만 서로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서 함께 쓸수록 개발이 편해집니다.

문제는 이 편리함이 곧 족쇄가 된다는 점입니다. 해당 조합으로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코드에 깊이 녹여 넣은 순간부터 "다른 클라우드로 옮기자"는 말은 곧 "제품의 심장을 갈아엎자"는 말과 비슷한 무게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팀이 알고도 머뭅니다. 기술적으로는 이사를 갈 수 있다는 걸 알아도, 일정과 비용, 리스크를 생각하면 "그냥 여기서 더 잘 버텨보자"로 결론 나기 쉽습니다.

결국 선택지는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많은 개발자가 AWS를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플랫폼으로 느끼게 됩니다.


유럽연합이 겨눈 디지털시장법(DMA), AWS에 총구를 들이대다

2025년 11월 18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를 대상으로 디지털시장법(DMA)에 따른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규제 점검"이 아닙니다. EU가 직접 "당신들, 시장의 문을 너무 좁게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라고 묻기 시작한 셈입니다.

DMA는 거대 디지털 플랫폼, 이른바 '게이트키퍼(Gatekeeper)'가 시장을 자기들 위주로만 굴리며 경쟁을 막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법입니다.

클라우드 영역에서 이 법이 작동한다는 건,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AWS와 Azure가 가격 정책, 데이터 이전, 상호운용성을 어떻게 설계해 왔는지. 자사 서비스끼리 유리하게 엮고, 경쟁사나 다른 클라우드를 쓰기 어렵게 만든 건 아닌지. 고객이 다른 클라우드로 옮기려 할 때 사실상 '탈출 비용'을 과도하게 치르게 만든 건 아닌지.

EU는 이런 지점을 통해 "클라우드 시장의 문을 더 열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과징금을 물리는 수준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손보게 만들 수 있는 수위의 개입입니다.


AWS는 진짜 독점인가, 아니면 개발자들이 편리함에 중독된 걸까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등장합니다.

AWS가 독점인 걸까, 아니면 우리가 AWS의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진 걸까?

수치만 보면 AWS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점"이라는 단어는 법적으로도, 경제학적으로도 꽤 무거운 의미를 갖습니다.

경쟁사가 존재하기는 합니다. Azure도, GCP도, 알리바바 클라우드도, 국내 클라우드도 있습니다. 선택지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개발자가 "사실상 AWS 말고는 답이 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기능의 차이라기보다 생태계의 차이 때문입니다.

문서를 찾으면 늘 AWS 기준 예제가 먼저 나오고, 튜토리얼도, 강의도, 라이브러리도 대부분 AWS를 기준으로 쌓입니다.

개발자가 학습하고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AWS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면, "선택"은 아주 자연스럽게 특정 방향으로 기울어집니다.

법적으로 독점이냐 아니냐를 떠나, 개발자 경험의 세계에서는 AWS가 이미 표준처럼 자리 잡은 셈입니다.


유럽의 움직임이 클라우드 시장에 가져올 수 있는 변화

EU의 조사가 실제로 어떻게 결론 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능한 시나리오를 몇 가지 그려볼 수는 있습니다.

하나는 데이터 이동과 상호운용성에 대한 강제 강화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클라우드로 옮길 때, 합리적인 비용과 시간 안에 옮길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춰라"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번들링과 자사 서비스 밀어주기에 대한 제동입니다. 특정 서비스 조합에만 유난히 유리한 가격을 매기거나, 자사 생태계를 벗어나는 순간 불리해지는 구조를 규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규제가 현실화되면, 단기적으로는 AWS와 Azure가 가격·정책을 조정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클라우드 간 이동과 멀티 클라우드 전략이 지금보다 훨씬 쉬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이 판결은 유럽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 클라우드 정책의 기준점이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은 유럽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전 세계 정책을 통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개발자와 기업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 변화는 우리에게 '선택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라고 요구합니다.

이미 AWS를 쓰고 있다면, 지금 당장 이사를 가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신 "우리가 얼마나 깊이 묶여 있는지"를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키텍처를 설계할 때 특정 클라우드의 독점 기능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혹시 나중에라도 다른 클라우드를 섞어 쓰거나 옮길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은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최소한 데이터 포맷과 핵심 비즈니스 로직만큼은 클라우드 중립성을 고려해 설계해 보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자 개인 입장에서는, 특정 클라우드에만 통하는 스킬보다, 여러 클라우드에 공통으로 통하는 개념과 기본기를 다지는 쪽이 장기적으로 안전한 투자입니다. 인프라 개념, 네트워크, 분산 시스템 설계, 보안 기본 같은 것들이요.


시사점: AWS 이후의 클라우드 판을 미리 상상해 볼 때

AWS는 여전히 강력하고, 당장 무너질 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이번 움직음은 분명 하나의 신호입니다.

"클라우드는 더 이상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아니다."

인터넷의 집주인처럼 보이던 AWS에게 처음으로 진지한 '임대차 계약 재검토'가 들어간 셈입니다.

이 흐름이 어디로 갈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앞으로의 클라우드 전략은 단순히 "어디가 제일 싸냐, 어디가 제일 편하냐"를 넘어,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느냐"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개발자와 기업 모두에게 지금은 좋은 기회입니다. AWS에 기대 온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그 의존도를 조정하며, 더 유연한 아키텍처와 커리어 전략을 설계해 볼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클라우드가 진짜 '선택 가능한 인프라'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방식의 독점이 등장할지는 우리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짓는 시스템과 기술 커리어가 그 답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출처 및 참고 : AWS Monopoly Probe: Europe Finally Strikes Back | AWS in Plain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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