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서비스 대신 지금 당장 쓰기 좋은 3가지 아키텍처 패턴
스타트업이 망하는 진짜 이유는 "코드가 더러워서"가 아니라, 너무 이른 시점에 잘못된 아키텍처 결정을 내려서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서비스+쿠버네티스+서비스 메쉬=진짜 엔지니어링"이라는 믿음 때문에, 사용자 50명도 안 되는 서비스가 9개월짜리 '아키텍처 변환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장면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정작 그 서비스는 t2.micro 하나에 모놀리식으로 올려도 충분히 잘 돌 수 있었는데 말이죠.
이 글에서는 마이크로서비스를 무작정 도입하기 전에, 2025년에도 여전히 가장 잘 스케일되는 세 가지 아키텍처 패턴을 정리해봅니다. "지금 우리 팀과 트래픽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 뭘까?"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볼게요.
마이크로서비스, 왜 스타트업에 독이 되기 쉬울까?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는 잘 쓰면 강력한 무기이지만, 초반 스타트업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되기 쉽습니다.
서비스를 잘게 쪼갠다는 건 단지 "폴더를 여러 개로 나눈다" 수준이 아닙니다. 각 서비스는 배포 파이프라인, 모니터링, 로깅, 장애 대응, 버전 관리, 데이터 일관성, API 계약까지 모두 따로 관리해야 합니다.
사용자는 47명인데,
18개의 마이크로서비스
각기 다른 레포지토리
서비스 메쉬
분산 추적 시스템
복잡한 쿠버네티스 토폴로지
이렇게 갖춰놓으면, 겉으로는 "엄청난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같지만 실상은 개발 속도와 팀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는 구조가 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마이크로서비스가 필요한 시점보다 훨씬 이전에 이걸 도입한다는 점입니다. 요청 수천만 건, 팀 50명, 여러 제품 라인이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마이크로서비스가 아니라 "과한 분산 시스템"이 되어버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멋진 분산 시스템이 아니라, 잘 설계된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1. 모듈러 모놀리식 아키텍처: 대부분의 팀에 정답인 구조
요즘 아키텍처 논쟁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구조가 모놀리식 아키텍처입니다. 하지만 '모듈러 모놀리식'은 여전히 대부분의 스타트업에게 가장 현실적인 답입니다.
모듈러 모놀리식 아키텍처란,
배포는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모노리식으로 하고
내부 구조는 도메인/기능별로 철저히 모듈화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 서비스라면,
주문 모듈
결제/정산 모듈
상품/재고 모듈
회원/권한 모듈
이렇게 내부를 구분하되, 다 같이 하나의 코드베이스와 하나의 배포 단위로 움직입니다.
이 접근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배포가 단순해서 속도가 빠르고
디버깅도 한 곳에서 할 수 있으며
인프라 비용과 복잡도가 크게 줄어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놀리식은 나중에 커지면 지옥이 된다"고 말하지만, 사실 문제는 '모놀리식'이 아니라 '무계획 모놀리식'입니다. 처음부터 모듈 경계를 도메인 중심으로 잘 나눠두면, 나중에 필요할 때 그 모듈들을 서비스 단위로 분리하기도 훨씬 쉽습니다.
즉, 모듈러 모놀리식은
초반에는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나중에는 마이크로서비스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는 "미래 옵션"까지 남겨두는 전략에 가깝습니다.
2. 기능 중심(Vertical Slice) 아키텍처: 성장하는 코드베이스의 비밀
시간이 지나면 어떤 프로젝트든 "공통 모듈 지옥"을 경험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재사용성을 높이겠다고 Core, Common, Shared 같은 모듈을 만들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게 공통 모듈에 들어가 버리는 일이 발생하죠.
이때 유용한 패턴이 기능 중심, 혹은 Vertical Slice 아키텍처입니다. 이 방식은 레이어별(컨트롤러, 서비스, 리포지토리)로 나누는 대신, "기능 단위"로 시스템을 쪼개는 접근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features/orders
/features/billing
/features/products
각 기능 폴더 안에 HTTP 핸들러, 서비스 로직, 데이터 접근 코드까지 그 기능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함께 둡니다.
이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변경이 한 곳에서 끝난다"는 것입니다. 주문 로직을 고치려면 /orders 기능 폴더만 보면 되고, 결제 정책을 바꾸려면 /billing 기능 폴더만 건드리면 됩니다.
팀 규모가 커질 때도 유리합니다. 개발자들을 "기능 단위 스쿼드"로 나누어, 각 팀이 자신이 맡은 기능 폴더를 책임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기능 간 의존성이 적기 때문에, 충돌이 줄고 병렬 작업이 쉬워집니다.
무엇보다도, 이 구조는 마이크로서비스로 전환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기능 단위로 이미 코드와 데이터 접근이 나뉘어 있으니, 필요해지는 순간 그 기능 폴더를 떼어내 독립 서비스로 만드는 작업이 훨씬 간단해집니다.
3. 이벤트 기반/비동기 아키텍처: "언젠가"를 대비한 스케일링 전략
많은 팀이 마이크로서비스를 원하는 진짜 이유는 "스케일링 걱정"입니다. 트래픽이 늘어났을 때, 제대로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죠.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성능 문제는 "분산 여부"보다 "동기 처리에 모든 것을 몰아넣는 구조"에서 먼저 발생합니다.
여기서 쓸 수 있는 강력한 패턴이 이벤트 기반, 비동기 아키텍처입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합니다.
꼭 지금 바로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이벤트로 발행해서
비동기 워커나 메시지 큐로 넘겨버리는 것
예를 들어 주문이 생성되었을 때,
결제 승인
포인트 적립
이메일/카카오톡 알림
분석 로그 적재
이 모든 작업을 한 HTTP 요청 안에서 동기 처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OrderCreated" 같은 이벤트를 발행하고, 나머지는 비동기로 소비하는 쪽으로 설계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핵심 트랜잭션(주문 생성, 결제 등)의 응답 속도를 유지하면서
부가적인 작업은 워커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독립적인 스케일링을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패턴은 모놀리식과도, 마이크로서비스와도 잘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같은 코드베이스 안에서 큐/워커를 두고 운영하다가, 나중에 필요해지면 특정 이벤트 소비자들을 별도 서비스로 분리하는 식으로 확장도 가능합니다.
즉, 이벤트 기반 아키텍처는 "지금도 유용하고, 나중에도 유연한"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언제까지 모놀리식으로 버티고, 언제 쪼개야 할까?
그렇다면 "마이크로서비스는 절대 쓰면 안 된다"는 이야기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문제는 '언제'와 '왜'입니다.
이런 신호들이 보이면 마이크로서비스를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팀 규모가 커져 변경 충돌이 계속 발생할 때
특정 도메인만 유난히 높은 트래픽과 다른 스케일 요구를 가질 때
서로 다른 배포 주기를 가진 영역이 분명히 생겼을 때
기술 스택을 도메인별로 다르게 가져가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생겼을 때
이때 중요한 건 "이미 내부적으로 모듈 경계가 잘 나뉘어 있느냐"입니다. 모듈러 모놀리식, 기능 중심 아키텍처, 이벤트 기반 구조는 나중에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서비스로 분리하기 쉽게 만들어 줍니다.
반대로, 이런 준비 없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마이크로서비스로 도입하면, "분리의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분산된 지옥"을 먼저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시사점: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아키텍처 전략
정리해보면, 2025년에도 여전히 잘 스케일되는 아키텍처 패턴은 과장된 최신 트렌드가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구조들입니다.
모듈러 모놀리식 아키텍처로 시작해서
기능 중심(Vertical Slice) 구조로 코드베이스를 키우고
이벤트 기반/비동기 아키텍처로 스케일링 옵션을 확보하는 것
이 세 가지만 챙겨도, 초반 스타트업이 마이크로서비스에 올인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전략은 단순합니다.
오늘 해결해야 할 문제는 모놀리식과 기능 중심 설계로 최대한 단순하게 풀고
내일 필요할 확장성은 이벤트와 모듈 경계로 미리 설계만 해두는 것
"지금 우리가 가진 트래픽, 팀 규모, 비즈니스 단계에서 정말 필요한 아키텍처인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팀이 결국 더 멀리 가더라고요.
마이크로서비스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물입니다. 잘 나눠진 도메인, 명확한 경계, 단순한 배포 전략 위에서 자연스럽게 "필요해서 도입하는 것"일 때 비로소 진짜 힘을 발휘합니다.
당장 내 프로젝트를 다시 본다면, 지금 필요한 건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아니라 "과감한 단순화"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및 참고 : The Only 3 Architecture Patterns That Truly Scale Today | Me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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