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인공지능 경쟁에서 뒤처진 이유 분석

개요
애플은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테크 기업 중 하나이지만, 인공지능 경쟁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등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1. 특히 2020년대 중반 들어 주가 수익률이 동종 빅테크 대비 낮고, 'Apple Intelligence' 초기 공개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이런 인식이 더 강해졌다1.

이 글에서는 애플이 왜 AI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고 평가되는지, 내부 전략·조직 요인과 외부 환경 요인을 함께 살펴본다. 동시에 이러한 한계가 영구적인 약점인지, 아니면 애플 특유의 장점과 충돌하는 과도기의 현상인지를 균형 있게 분석해 본다.
애플의 AI 경쟁 위치와 최근 평가
애플은 아이폰, 맥, 아이패드 등에서 이미 사진 보정, 얼굴 인식, 음성 인식 등 다양한 형태의 머신러닝을 활용해 왔지만, 대형 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 중심의 최근 경쟁 구도에서는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25년 들어 애플 주가는 약 16% 하락하며, 같은 기간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같은 AI 강자들에 비해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1. 시장에서는 이를 애플의 AI 전략 부재 혹은 속도 부족의 신호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애플이 발표한 'Apple Intelligence'는 프라이버시와 기기 통합 측면에서 강점이 있음에도, 경쟁사의 거대한 모델 및 서비스 생태계에 비해 "새롭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1. 여기에 더해 애플의 핵심 AI 모델 책임자가 메타로 이적하는 등 인재 측면에서의 불안 신호도 나타나며, "AI 시대에 애플이 주도권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1.
제품 철학과 프라이버시 중심 전략의 양면성
애플은 오랫동안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가능한 많은 연산을 기기 내부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접근을 강조해 왔다. 이런 접근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덜 보내기 때문에 안전하고, 지연 시간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초대형 언어모델과 같이 방대한 데이터와 연산 자원을 필요로 하는 최신 생성형 AI 영역에서는, 이 철학이 속도와 스케일 측면의 제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메타가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거대한 인터넷 데이터셋을 적극 활용해 모델을 키워온 것과 달리, 애플은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데이터를 수집·활용하는 데 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이런 전략은 사용자 신뢰를 높이는 대신, 학습 데이터 규모를 키우고 모델을 빠르게 고도화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그 결과 "기기 경험은 매끄럽지만, 대화형·생성형 AI 능력 자체는 경쟁사 대비 덜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 된다1.
폐쇄적 생태계와 개발자·연구 생태계의 밀도 문제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수직 통합한 폐쇄적 생태계로 유명하다. 이 구조는 완성도 높은 사용자 경험과 보안을 제공하는 대신, 개방형 플랫폼에 비해 외부 연구자와 개발자가 마음대로 실험하고 확장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생성형 AI 혁신은 오픈소스 모델, API 플랫폼, 스타트업 생태계 등 개방성과 실험 문화 위에서 빠르게 발전해왔는데, 애플의 전통적인 통제 중심 모델은 이런 흐름과 맞물리기 어렵다.
또한 애플은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해 왔지만, AI를 중심으로 개발자와 기업 고객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얹는 클라우드 플랫폼(예: Azure, Google Cloud) 성장 모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비해 후발주자다. AI 경쟁이 "누가 더 좋은 스마트폰을 만드느냐"보다 "누가 더 강력한 AI 플랫폼과 API를 제공하느냐"로 이동한 상황에서, 애플의 강점인 기기 통합 생태계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1.
리더십 스타일과 '리스크 회피형 혁신'의 한계
스티브 잡스 이후 CEO를 맡은 팀 쿡은 공급망 최적화와 재무적 성과에서는 탁월한 역량을 입증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애플 시가총액은 약 3000억 달러에서 3.2조 달러로 10배 이상 성장했고, 주주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1. 그러나 최근 AI 시대의 전환기에서 이런 강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춘의 분석에서는 팀 쿡이 2011년부터 현재까지는 "역대급 CEO"일 수 있지만, AI 시대 최적의 리더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1. 생성형 AI 경쟁은 불확실한 영역에 대규모 선투자를 하고,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은 기술을 시장에 빠르게 내놓으며 학습하는 방식을 요구한다. 애플 특유의 "완성도를 충분히 끌어올린 뒤 내놓는" 문화와, 리스크를 세심하게 관리하는 팀 쿡의 스타일은 이런 '불완전하지만 빠른 출발'과는 거리가 있다. 맥킨지는 AI 시대에는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기업이 곧바로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데2, 애플은 바로 이 '속도'의 측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규제 환경과 유럽연합 DMA의 영향
AI 경쟁에서 애플이 겪는 어려움에는 규제라는 외부 요인도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유럽연합의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은 애플의 기능 출시 속도와 제품 설계에 큰 제약을 주고 있다. 애플은 공식 성명에서 DMA 때문에 라이브 번역(Live Translation), iPhone 미러링, 지도 앱의 일부 위치 기반 기능 등이 EU에서 지연되거나 제공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유럽 사용자의 경험이 다른 지역보다 뒤처지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3.
이러한 규제는 AI 기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라이브 번역은 Apple Intelligence를 활용하는 기능인데, DMA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비애플 기기 및 서비스와 연동하려면 추가적인 보안·엔지니어링 작업이 필요해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3. 또한 DMA는 사이드로딩과 제3자 마켓, 대체 결제 시스템을 강제하며, 애플이 통제하던 앱 생태계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3. 애플 입장에서는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 규제까지 충족해야 하므로, 새로운 AI 기능을 설계하고 배포하는 속도가 추가로 느려질 수밖에 없다.
규제 준수에 실패할 경우 막대한 벌금과 사업 중단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애플은 다른 기업보다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유럽 시장에서의 AI 기능 도입을 늦추고,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제품 설계에도 보수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3.
자본·인재 경쟁에서의 상대적 불리함
생성형 AI 경쟁은 막대한 자본과 고급 인재를 필요로 한다.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에만 생성형 AI 스타트업에 약 700억 달러가 투자되었는데, 이는 2024년 한 해 전체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1. 특히 OpenAI의 400억 달러 투자와 Scale AI의 메타 대상 지분 매각 등은, 모델 개발 선두 기업들이 자본과 인재를 공격적으로 흡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1.
이 과정에서 애플도 인재 경쟁의 압박을 받고 있다. 포춘은 애플의 핵심 AI 모델 책임자가 메타의 '슈퍼인텔리전스' 팀으로 이적한 사례를 지적하며, AI 핵심 인재들이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경쟁사로 이동하는 흐름을 전한다1. 클라우드 인프라, 연구 문화, 오픈소스 생태계를 갖춘 기업들이 "AI 연구자에게 더 매력적인 환경"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애플의 연구 환경과 제품 중심 구조는 최상위 AI 인재를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종합 평가와 향후 전망
애플이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는 단순히 "기술력이 없다"기보다, 프라이버시와 완성도 중심의 제품 철학, 폐쇄적 생태계, 리스크 관리형 리더십, 규제 환경, 자본·인재 경쟁 등 복합 요인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요인들은 각각 애플의 강점이기도 하면서, 현재와 같은 "속도 중심의 AI 각축전"에서는 단기적으로 약점처럼 보이게 만든다.
다만 애플은 거대한 설치 기반과 강력한 브랜드, 기기 간 통합 경험이라는 자산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만약 애플이 이 자산을 유지하면서도, AI 플랫폼을 보다 개방적으로 재구성하고, 프라이버시·온디바이스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AI 경험을 빠르게 확장해 나간다면, 지금의 "지각 출발"이 오히려 안정적이고 신뢰 가능한 AI 경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관건은 팀 쿡 체제의 애플이 AI 시대에 맞게 속도와 리스크 사이의 균형점을 얼마나 과감하게 재조정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123.
참고
1Why Apple CEO Tim Cook's AI struggles serve as a warning for C-suite leaders - https://fortune.com/2025/07/17/why-apple-ceo-tim-cooks-ai-struggles-warning-c-suite-leaders-cfo/
2AI in the workplace: A report for 2025 | McKinsey - https://www.mckinsey.com/capabilities/tech-and-ai/our-insights/superagency-in-the-workplace-empowering-people-to-unlock-ais-full-potential-at-work
3The Digital Markets Act's impacts on EU users - https://www.apple.com/newsroom/2025/09/the-digital-markets-acts-impacts-on-eu-us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