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개 AI 스타트업을 뒤집어보니, 73%가 '포장된 ChatGPT'였다
요즘 어디를 가도 AI 스타트업 이야기뿐이죠.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슬로건과 "혁신적인 독자 모델" 주장 뒤에, 실제로는 어떤 기술이 돌아가고 있을까요?
한 엔지니어가 200개 AI 스타트업의 네트워크 트래픽과 API 호출을 추적해본 결과, 무려 73%가 자체 모델이 아니라 ChatGPT나 Claude 같은 외부 API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AI 스타트업의 진짜 실체와 우리가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200개 AI 스타트업을 까보니 보인 진짜 모습
이 이야기는 새벽 2시, 한 디버깅에서 시작됩니다. 작성자는 평소처럼 웹훅을 디버깅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겉으로는 "자체 딥러닝 인프라"를 강조하던 한 스타트업이, 실제로는 몇 초 간격으로 OpenAI API를 부지런히 호출하고 있었던 겁니다. 더 놀라운 건 이 회사가 "우리는 근본적으로 다른 AI 인프라를 만들었다"며 수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상태였다는 점이죠.
여기서 호기심이 분노로, 그리고 프로젝트로 바뀝니다. "이 회사만 이런 걸까, 아니면 다들 이러는 걸까?"
그래서 저자는 200개 이상, 그것도 실제로 자금 조달에 성공한 AI 스타트업들을 추려, 네트워크 트래픽 분석, 코드 디컴파일, API 호출 추적까지 동원해 "실제로 어떤 모델이 돌아가고 있는지" 역추적을 시작합니다.
결론은 간단하면서도 씁쓸합니다. 대부분의 "혁신적인 AI 스타트업"은, 사실상 OpenAI, Anthropic(Claude) 같은 서드파티 모델 위에 얇은 UI와 몇 가지 자동화 레이어를 씌운 형태였던 겁니다.
73%가 하는 일: ChatGPT와 Claude에 새 UI 씌우기
숫자는 냉정합니다. 조사된 200개 AI 스타트업 중 약 73%가 직접 모델을 만들거나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LLM API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써서 나쁘다"가 아닙니다. 문제는 겉으로는 "우리는 독자 모델이 있다", "자체 딥러닝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는 점이죠.
실제 패턴은 이렇습니다.
겉으로는 "기업용 AI 에이전트 플랫폼"
내부에서는 OpenAI/Claude API에 프롬프트만 바꿔서 호출
여기에 대시보드, 워크플로우 UI, 템플릿 몇 개 얹어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포장
게다가 마케팅 문구는 더 과감합니다. "우리는 LLM을 재발명했다", "GPT보다 강력한 자체 모델" 같은 표현으로 투자자와 고객을 설득하려 하죠.
결국 많은 회사가 하는 일은 "ChatGPT를 안 쓰는 사람들을 위해 ChatGPT를 재포장해서 파는 것"에 가깝습니다.
OpenAI와 Claude가 지배하는 AI 스타트업 생태계
이 역추적 과정에서 또 하나 뚜렷하게 드러난 건 "플레이어의 편중"입니다. 누가 뭐래도 AI 스타트업 생태계의 심장에는 OpenAI와 Claude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우리의 뇌는 ChatGPT, 우리는 몸과 옷을 제공하는 셈"인 구조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인프라를 직접 만들지 않고도, 강력한 언어 모델을 API 한 줄로 호출할 수 있으니 진입장벽이 엄청나게 낮아진 셈이죠.
이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닙니다.
프로토타입 속도가 빠르고
소규모 팀도 글로벌 SaaS를 만들 수 있으며
"모델 연구"가 아니라 "사용자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이런 구조는 두 가지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첫 번째는 "차별화의 어려움", 두 번째는 "허세 마케팅의 유혹"입니다.
모두가 같은 모델을 쓰고 있다면, 진짜 차별화 포인트는 UX, 도메인 이해, 데이터 파이프라인, 운영 역량이 됩니다. 그런데 일부 스타트업은 이를 솔직하게 말하는 대신, "우리는 근본적으로 다른 AI다"라는 허울 좋은 이야기로 대신하려고 하죠.
"API 래핑" 자체는 죄가 아니다, 문제는 정직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ChatGPT나 Claude를 감싸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 자체는 절대 나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실무적으로는 매우 현명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인프라 비용을 줄이고
모델 업데이트를 신경 쓸 필요가 없으며
작은 팀도 빠르게 시장 검증을 할 수 있으니까요.
심지어 어떤 서비스는 "우리는 OpenAI를 기반으로 이런 이런 워크플로우와 자동화를 얹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사용자에게 엄청난 실질 가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진짜 문제는 "API를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느냐"입니다.
사용하는 기술을 과장하고
없는 독자 모델을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투자자에게 '우리는 인프라까지 다 만든다'며 사실을 흐리는 것
이런 태도가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결국 핵심 질문은 하나입니다. "당신이 파는 건 진짜 '제품'인가, 아니면 '이야기'뿐인가?"
내가 쓰는 AI 서비스, 진짜인지 간단히 구분하는 법
그렇다면 우리는 사용자 혹은 투자자 입장에서 최소한의 "현실 체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몇 가지 시그널은 있습니다.
서비스 웹사이트에서 이런 표현이 반복된다면 잠시 의심해볼 만합니다.
"독자적인 LLM 인프라"를 강조하지만 구체적인 모델 구조나 논문, 벤치마크가 전혀 없는 경우
"GPT보다 뛰어나다"고 말하면서도, 비교 기준·테스트 환경·데이터셋이 불명확한 경우
기술 설명이 추상적인 수식어만 가득하고, 정작 어떻게 동작하는지 한 줄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
또 하나의 힌트는 "가격과 기능 비율"입니다.
아주 작은 스타트업이,
엄청난 파라미터 수와 커스텀 모델을 운운하면서,
정작 가격은 OpenAI API 원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대부분은 "우리는 사실 OpenAI를 스마트하게 쓰는 서비스입니다"에 가까울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이게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돈을 내면서 "무엇에" 비용을 지불하는지 정도는 알고 선택하자는 거죠.
창업자라면: 솔직하게, 대신 집요하게 '문제'에 집중하라
만약 당신이 AI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창업자라면, 이 이야기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이미 AI 인프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그렇다면 승부처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사용자는 모델의 구조보다 "내 문제를 얼마나 덜 귀찮게 해결해 주냐"에 관심이 있습니다. 투자자 역시 진짜로 궁금한 건 "이 팀이 3년 뒤, 5년 뒤에도 남아 있을 만한 독자적인 무언가를 만들 수 있나?"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편이 훨씬 건강합니다.
"우리는 OpenAI·Claude를 기반으로 하지만, 특정 산업의 워크플로우를 완전히 재설계했습니다."
"모델은 빌려 쓰지만,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자동화는 우리가 직접 쌓았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특정 도메인 특화 모델을 미세조정해가며 점진적으로 독립성을 키우겠습니다."
솔직함은 생각보다 큰 무기가 됩니다. 특히 모두가 과대포장에 익숙해질수록, 솔직한 팀은 오히려 신뢰라는 희소한 자산을 얻게 됩니다.
우리 모두에게 주는 메시지: AI 열풍 속에서 현실 감각 잃지 말기
AI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금도 엄청난 속도로 성장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실제 가치"와 "멋진 이야기"가 뒤섞이고, 투자와 관심은 종종 이야기 쪽으로 더 빨리 쏠리곤 합니다.
이번에 공개된 200개 AI 스타트업 역추적 사례는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실제 기술보다 '포장'에 너무 많은 점수를 주고 있지 않은가?
API 래핑 자체는 괜찮지만, 과대포장은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
사용자와 투자자는 스스로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제 개인적인 생각은 단순합니다. "AI를 쓰는 것"보다 중요한 건 "AI에 속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사용 중인 서비스가 ChatGPT를 쓰든, 자체 모델을 쓰든 큰 문제는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 서비스가 내 시간과 돈을 아껴주고, 솔직하게 자기 실력을 말하고, 장기적으로도 신뢰할 만한 파트너인가입니다.
AI 시대에는 모델보다 태도가 더 오래 남습니다. 우리 모두, 기술의 마법에만 눈이 멀지 말고, 그 이면에서 진짜로 움직이고 있는 것들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출처 및 참고 : I Reverse-Engineered 200 AI Startups. 73% Are Lying | Towards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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