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Sun Microsystems 생태계를 집에서 복각해 봤다
요즘엔 어디를 봐도 x86, 윈도우, 리눅스뿐이죠. 하지만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다른 길"을 제안하던 회사가 있었습니다. SPARC, Solaris, Sun Ray, SunPCi로 이어지는 Sun Microsystems의 독특한 생태계입니다.
당시에는 워크스테이션과 서버용으로만 팔리던 비싼 장비라 집에서 써볼 엄두도 못 냈지만, 2025년이 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중고 시장에선 이들이 '레트로 컴퓨팅' 장비가 되었고, 덕분에 한때 꿈만 같던 "집 안 전체를 Sun 생태계로 꾸미기"를 실제로 해볼 수 있게 됐죠.
이 글에서는 Sun의 마지막 SPARC 워크스테이션 Ultra 45를 중심으로, Solaris 10, ZFS와 플래시 가속기, x86 PC를 통째로 꽂는 SunPCi IIIpro, 그리고 "The network is the computer"를 가장 잘 보여준 Sun Ray 얇은 클라이언트까지, 2000년대 Sun 생태계를 2025년 현재에 다시 살아보는 경험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x86이 다 쓸어버리기 전에 존재했던 또 하나의 우주
1980~90년대만 해도 워크스테이션 시장은 각 회사마다 독자 아키텍처와 상용 유닉스로 가득했습니다. HP-UX+PA-RISC, IRIX+MIPS, Tru64+Alpha처럼 CPU와 OS가 세트로 움직이던 시대였죠.
하지만 2000년대 초반, x86과 리눅스가 본격적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게임이 끝났습니다. 성능, 가격, 생태계 어느 하나 뒤처지지 않는 x86을 상대로 독자 ISA들은 차례대로 쓰러졌고, 상용 유닉스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살아남은 곳은 IBM의 AIX(POWER 서버 전용)와 Solaris 정도뿐이었고, 그마저도 '시장 주류'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그럼에도 Sun은 고집스럽게 자기 길을 갔습니다. SPARC 기반 워크스테이션, Solaris, 그리고 네트워크 컴퓨팅 철학을 끝까지 밀어붙였죠.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Ultra 45는 바로 이 "마지막 세대" SPARC 워크스테이션 중 하나로, 한 시대의 끝을 장식한 상징 같은 머신입니다.
Sun Ultra 45, 마지막 SPARC 워크스테이션과의 만남
Ultra 45는 2006년에 등장한 Sun의 마지막 SPARC 워크스테이션입니다. 알루미늄 케이스에 전면 전체가 매쉬 그릴로 되어 있는 디자인이 인상적인데, 당시 파워맥 G5를 떠올리게 하는 감성도 조금 있습니다.
제가 손에 넣은 Ultra 45는 더 특별했습니다. Sun 내부 용어로 "EARLY ACCESS EVALUATION UNIT"이라고 적힌, 개발·평가용 사전 생산 모델이었거든요. 케이스 옆에 주황색, 노란색 스티커가 붙어 있고, 최종 양산품에는 있는 RAM용 공기 덕트가 없는 등 미세한 차이들이 남아 있습니다. CPU 쿨러 하나만 보라색인 것도 흥미로운데, 정식 제품은 모두 은색이라 이 쿨러가 어느 시점의 프로토타입인지 상상하게 만듭니다.
이 Ultra 45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2000년대 후반, 네덜란드의 Sun 지사가 KDE e.V.에 이 머신을 제공했고, 실제로 KDE on Solaris/SPARC 개발에 사용되었습니다. 전면에는 지금도 라벨프린터로 뽑은 "KDE project" 스티커가 붙어 있고, 당시 개발자의 블로그에도 이 기계가 등장합니다. 수년간 개발 머신으로 쓰이다가 방 한켠에서 잠들어 있던 이 워크스테이션이 2025년에 다시 켜져, 레트로 컴퓨터 컬렉션의 '에이스'로 복귀한 셈입니다.
Ultra 45 스펙과 업그레이드: 2003년 기술의 2006년 리믹스
Ultra 45의 정체를 이해하려면 바로 전 세대인 Sun Blade 2500 Silver와 비교해보는 게 좋습니다. 둘 다 듀얼 UltraSPARC IIIi 1.6GHz, DDR ECC Registered 메모리 최대 16GB라는 점은 동일합니다.
Ultra 45가 개선한 부분은 PCIe와 PCI-X 기반 확장 슬롯, SAS/SATA 스토리지 지원, 그리고 더 강력한 XVR-2500 그래픽 카드 정도입니다. CPU 아키텍처는 사실상 2003년 시대 그대로였고, 이미 Sun 내부에서는 멀티코어 SPARC(IV, IV+, T1)가 서버에 도입된 뒤였습니다. 다시 말해 Ultra 45는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이라기보다는, 기존 2500 플래폼을 가능한 한 짜내서 만든 "마지막 SPARC 워크스테이션 리믹스"에 가깝습니다.
제가 입수한 기본 구성은 단일 UltraSPARC IIIi 1.6GHz, 1GB RAM, XVR-2500 GPU, 250GB SATA HDD, 1000W 파워서플라이였습니다. 가장 먼저 듀얼 CPU로 만들기 위해 동일한 CPU와 전용 쿨러를 구했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시장 역전 현상이 발생합니다. CPU는 중고로 널려 있어 40유로면 구하지만, Sun 전용 쿨러는 희소해서 160유로까지 치솟는다는 점입니다. 워크스테이션에서도 결국 비싼 건 '플라스틱·알루미늄 덩어리'라는 게 아이러니하죠.
메모리는 더 골치 아팠습니다. 스펙에 맞는 ECC Registered DDR 모듈을 구해 꽂았더니, 부팅 자체가 안 되는 겁니다. 오류 메시지도 없이 조용히 죽어 있어서 원인 찾는 데 꽤 시간이 들었습니다. 결국 같은 시기 Sun 서버에서 Sun 로고가 박힌 1GB 모듈 8개를 발굴해 꽂자마자 바로 부팅 성공. 이 시절 Sun 장비를 다뤄본 사람들 말로는 "Sun 스티커 붙은 메모리만 믿어라"는 게 거의 불문율이었다고 하네요.
결과적으로 Ultra 45는 듀얼 CPU, 8GB RAM 구성으로 완성됐고, 추후 ZFS를 위해 16GB까지 욕심낼 여지는 남겨두었습니다.
2025년에 Solaris 10과 ZFS를 다시 만져본다는 것
이런 머신을 손에 넣으면, 자연스럽게 "그 시절 그대로" 세팅해보고 싶어집니다. Ultra 45에 올릴 운영체제로 저는 Solaris 10을 선택했습니다. Oracle이 아직 SPARC용 Solaris 10 1/13 ISO를 공개하고 있어서, 2013년 기준으로 최신 상태의 미디어를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설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지는 파일 시스템입니다. ZFS를 쓰고 싶다면 반드시 텍스트 모드 설치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픽 설치를 고르면 UFS만 사용할 수 있으니, 설치를 두 번 반복하는 불상사를 막으려면 이 부분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ZFS는 메모리를 넉넉하게 요구하므로 RAM 업그레이드는 사실상 필수입니다.
설치 후에는 몇 가지 필수 작업이 있습니다. 우선 OpenCSW 설정입니다. OpenCSW는 Solaris 10용 패키지 저장소와 패키지 관리자 역할을 하는 프로젝트로, /opt/csw 아래에 현대적인 오픈소스 도구들을 한 번에 깔 수 있게 해줍니다. 패키지 업데이트가 수년째 멈춘 상태라 실서비스용으로 쓸 수는 없지만, 2025년에 Solaris 10을 쓰면서 편하게 쉘 유틸리티와 도구들을 추가하려면 사실상 필수에 가깝습니다. PATH에 /opt/csw/bin을 추가해두면 훨씬 편해집니다.
그래픽 환경은 기본으로 CDE와 Java Desktop System(JDS, GNOME 2.6 기반)이 함께 설치됩니다. 레트로 감성만 놓고 보면 CDE도 매력이 있지만, 실제 사용성은 JDS가 훨씬 낫습니다. USB 자동 마운트, 네트워크 브라우징, 설정 도구 등이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웹과 메일 사용을 원한다면 Firefox/Thunderbird 52.0이 사실상 마지막 선택지입니다. Solaris 10/SPARC용 최신 버전이고, tarball이나 SVR4 패키지로 설치할 수 있습니다. 물론 2025년 기준으로는 보안과 호환성 면에서 절망적 수준이라, "가끔 위키 읽고 간단한 페이지 확인" 정도의 용도로만 쓰는 게 좋습니다.
Solaris 10 패치셋은 2013년 이후부터 Oracle 지원 계약을 요구해 공식 경로로는 접근이 어렵고, 일부 2018·2020 패치 번들이 인터넷에 떠돌기는 하지만 적용하다 보면 관리 콘솔이 망가지는 등 부작용이 생기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해, 레트로 취미라면 1/13 기준에서 필수 패치 몇 개만 적용하고 멈추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은 선택입니다.
ZFS를 위한 Sun Flash Accelerator 카드: SSD가 사치이던 시절의 꼼수
SSD가 막 등장하던 시기에는 용량 대비 가격이 워낙 비쌌기 때문에, 운영체제만 SSD에 두고 데이터는 HDD에 삽입하거나,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를 쓰는 등 온갖 "절충안"이 존재했습니다. Sun/Oracle이 내놓은 Flash Accelerator F20/F40/F80도 그런 시대의 산물입니다.
이 카드는 사실상 여러 개의 플래시 모듈과 SAS 컨트롤러를 한 장의 PCIe 카드에 올려놓은 장치입니다. 펌웨어는 각 모듈을 개별 디스크처럼 보여주고, Solaris 10에서는 ZFS 캐시나 로그 장치, 심지어 부팅 디스크로까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중고 시장에서는 이 카드들이 말 그대로 헐값입니다. 저는 F20을 약 20유로에 구했고, 24GB 모듈 4개, 총 96GB 플래시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Ultra 45에 꽂은 뒤 OpenBoot에서 부팅 시 boot -r로 리컨피그 부팅을 해주면, Solaris의 format 명령으로 플래시 모듈 네 개가 새 디스크로 잡힙니다.
저는 이 플래시들을 모두 ZFS 캐시 디바이스로 붙이는 가장 단순한 구성을 선택했습니다. zpool add 명령으로 각 모듈을 cache로 지정하면, 이론상으로는 7200RPM HDD를 사용하는 시스템이라도 자주 쓰는 데이터의 체감 속도가 좋아집니다.
물론 2025년에 레트로 워크스테이션으로 웹 페이지 몇 개 띄우고, X11 애플리케이션 몇 개 돌리는 수준에서는 성능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당시 기준으로 보면, 저렴한 플래시를 이용해 ZFS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꽤 똑똑한 솔루션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이 카드를 장난감처럼 저렴하게 사서 이런 구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레트로 취미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SunPCi IIIpro: 워크스테이션 안에 PC를 통째로 꽂는다
Sun 생태계에서 가장 기이하면서도 매력적인 장비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SunPCi IIIpro를 선택하겠습니다.
Sun은 SPARC/Solaris 워크스테이션을 쓰면서도 동시에 Windows와 x86 세계와 호환되기를 바라는 고객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Win16 API를 재구현한 Wabi, 286 수준의 에뮬레이터 SunPC 같은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했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Windows 95, NT 등 32비트 x86 환경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진짜 PC"가 필요해진 겁니다.
해결책은 놀라울 정도로 직관적이었습니다. 아예 x86 PC를 PCI 카드 한 장 안에 넣어버린 것이죠. SunPCi 시리즈 카드에는 CPU, 메모리, 그래픽, 사운드, 네트워크, USB, 심지어 별도 VGA 포트까지 모두 들어 있습니다. Solaris에서는 SunPCi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 "카드 속 PC"를 창 안에서 실행하거나, 별도의 모니터·키보드·마우스를 연결해 완전히 독립된 PC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세대인 SunPCi IIIpro는 모바일 AMD Athlon XP 2100+(1.6GHz), DDR SO-DIMM 슬롯 두 개(최대 1GB), S3 ProSavage 그래픽, 사운드, Ethernet, USB, FireWire, 시리얼, 패러럴까지 지원하는 괴물 같은 PCI-X 카드입니다. 기본 메모리는 256MB라서 저는 512MB를 더해 총 768MB로 맞췄습니다.
설치는 의외로 쉽지만, 2025년에 쓰려면 두 가지 함정을 피해가야 합니다. SunPCi 소프트웨어 3.2.2를 설치한 뒤, 드라이버 이름이 맞지 않아 sunpcidrv.2100을 찾지 못하는 오류가 나오는데, 이는 심볼릭 링크 두 개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웃긴 버그가 하나 있는데,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시스템 시간이 미래로 설정되어 있다"고 불평하며 2025년을 믿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건 118591-04 패치를 설치해 수정할 수 있습니다.
Windows XP를 설치하면 SunPCi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드라이버와 유틸리티를 슬립스트림해주기 때문에, 설치 후엔 바로 네트워크·사운드·그래픽이 모두 잡힌 완성된 환경이 나옵니다. CD/DVD를 Ultra 45에 넣으면 Solaris와 Windows XP 양쪽에서 동시에 인식되고, 호스트의 디렉터리를 \localhost\경로 형태로 Windows 안에 붙이는 것도 매우 간단합니다.
성능은 2002년대 노트북 수준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최신 게임이나 무거운 3D 작업은 무리지만, 당시 기업 환경에서 쓰던 오피스, 메일, 그룹웨어를 돌리기엔 충분했습니다. Solaris에서 네이티브로 사용할 수 없는 Windows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또 하나의 창"처럼 띄워 썼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가상 머신·원격 데스크톱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 구현 방식은 훨씬 물리적이고 하드웨어적입니다.
흥미로운 건, 한 대의 SPARC 서버에 SunPCi 카드를 여러 장 꽂고 각 카드를 다른 사용자에게 할당하는 구성도 공식 지원했다는 점입니다. 즉, 굵직한 SPARC 서버 하나와 Sun Ray 얇은 클라이언트들, 그리고 몇 장의 SunPCi 카드만 있으면, "SPARC+Windows" 혼합 환경을 통째로 구축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Sun Ray와 "The network is the computer"를 집에서 실현해 보기
Sun을 상징하는 문구는 단연 "The network is the computer"입니다. 지금이야 네트워크 없는 컴퓨터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 문장은 1980년대 초반에 등장했습니다. Sun Ray는 이 철학을 가장 극단적으로 구현한 제품군이었습니다.
Sun Ray의 기본 개념은 단순합니다. 모든 계산과 세션은 서버(Sun Ray Server Software)에서 돌리고, 사용자는 네트워크를 통해 접속하는 얇은 클라이언트(Sun Ray 단말기)를 사용할 뿐입니다. 클라이언트는 상태를 전혀 가지지 않는(stateless) 장치라, 디스플레이·키보드·마우스 신호만 서버와 주고받습니다.
여기서 마법 같은 기능이 등장합니다. 바로 "hotdesking"입니다. 사용자는 스마트카드 하나만 들고 건물 어디에 있는 Sun Ray 단말기든 꽂기만 하면, 방금까지 작업하던 데스크톱 환경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집니다. 스마트카드를 빼는 순간 세션은 서버에 그대로 남고, 화면에서는 사라집니다. 다시 다른 Sun Ray에 카드를 꽂으면 이어서 작업을 할 수 있죠.
이론만 들으면 뭔가 복잡하고 느릴 것 같지만, 실제로 구성해보니 놀라울 정도로 매끄럽습니다. Ultra 45에 Sun Ray Server Software와 Apache Tomcat을 설치하고, 안내 문서를 따라 몇 단계만 설정하면, 네트워크에 연결된 Sun Ray들은 자동으로 서버를 찾고, 필요하면 펌웨어를 업데이트한 뒤 로그인 화면을 보여줍니다.
로그인 후 데스크톱은 JDS든 CDE든, 마치 로컬 워크스테이션처럼 반응합니다. Sun의 ALP(Application Link Protocol)는 저사양 Sun Ray 1에서도 꽤 쾌적한 체감을 제공할 정도로 효율적입니다. 단순한 터미널이 아니라, 거의 "네트워크에 있는 그래픽 워크스테이션으로 로그인하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스마트카드는 관리 콘솔(웹 기반, 당연히 Java)에서 각 사용자 계정과 매칭합니다. 특정 Sun Ray를 일시적으로 카드 리더 모드로 지정해 토큰을 읽고, 그 토큰을 사용자의 소유로 등록하는 방식입니다. 옵션만 바꾸면 카드 삽입만으로 비밀번호 없이 자동 로그인도 가능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꽤 위험한 설정이니 집에서 장난칠 때만 쓰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설정해놓고 나면, 집 안 어디든 Sun Ray를 놓을 수 있습니다. 작업실에서 하던 일을 거실에서 이어하고 싶을 때, 단말기 전원을 켜고 카드를 꽂으면 바로 이어지는 방식입니다. 기술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실제로 써보면 여전히 "이게 20년 전 기술 맞나?" 싶은 마법 같은 경험을 줍니다.
Sun Ray 단말기와 가상 클라이언트: 레트로지만 아직도 쓸 수 있다
Sun과 Oracle은 1999년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다양한 Sun Ray 단말기를 출시했습니다. 크게 보면 세 세대로 나뉘는데,
1세대 Sun Ray 1은 100MHz microSPARC IIep와 ATI Radeon 7000 그래픽을 사용한, SPARC 기반 유일의 Sun Ray입니다. 외형적으로도 가장 상징적인 모델입니다.
2세대는 MIPS 기반으로 전환되어, 500MHz RMI Alchemy Au1550와 ATI ES1000 그래픽을 사용합니다.
3세대는 역시 MIPS 계열이지만, 일부 모델은 CPU에 그래픽을 통합한 구성이었습니다.
실제 사용성은 CPU보다 출력 해상도와 포트 구성이 더 중요합니다. 요즘 집에 굴러다니는 FHD 모니터를 활용하려면, 최소 1920×1080을 지원하는 DVI 출력 모델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USB, 오디오, 이더넷은 모든 모델에 있지만, Sun Ray 2FS나 3 Plus 같은 모델은 광 이더넷 포트까지 갖추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집 안을 기묘한 엔터프라이즈 실험실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실물 장비 대신 소프트웨어 클라이언트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Oracle Virtual Desktop Client(예전 이름 Sun Desktop Access Client)는 자바 기반의 Sun Ray 가상 단말기로, Linux, Solaris, Windows, macOS용 바이너리가 남아 있습니다. Fedora 최신 버전에서도 약간의 의존성 패키지(libgnome-keyring, libsnl)를 설치하면 ovdc 명령으로 문제 없이 실행됩니다. 서버에서 "Sun Desktop Access Client" 옵션만 켜주면, 실제 Sun Ray 단말기와 거의 똑같은 로그인 화면과 동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Sun Ray 전체 라인업과 이 가상 클라이언트는 2010년대 중반에 공식적으로 단종됐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OpenIndiana 같은 illumos 기반 OS에서 Sun Ray 지원을 유지·개선하고 있고, 취미 수준에서는 충분히 "살아 있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5년에 Sun 생태계를 다시 꾸며보니 보이는 것들
현실적으로 말해, 일반 가정에서 Ultra 45 한 대와 Sun Ray 여러 대, SunPCi 카드까지 갖춰 Sun 생태계를 꾸리는 일은 2000년대에도, 지금에도 경제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이런 장비는 당시에도 기업용, 연구실용이었고, 지금은 레트로 마니아들의 장난감이죠.
그럼에도 이 실험이 의미 있는 이유는, Sun이 보여준 "다른 길"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 안 어딜 가든 스마트카드 하나로 세션을 따라다니게 하는 Sun Ray의 hotdesking
SPARC 워크스테이션 안에 통째로 x86 PC를 심어 Windows를 창 하나처럼 쓰게 한 SunPCi
파일 시스템 단계에서 플래시와 HDD를 유연하게 섞어 쓰는 ZFS와 플래시 가속기
강력한 워크스테이션/서버 한 대를 중심으로, 주변 장치는 가볍게 만드는 네트워크 컴퓨팅 철학
오늘날 우리는 집집마다 오버스펙에 가까운 PC와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을 여러 대씩 가지고 있고, 그 모든 것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 놀고 있습니다. 각 기기마다 별도의 소프트웨어 구독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끼워 팔며, 심지어 OS와 앱 곳곳에 광고까지 박아 넣는 현실을 생각하면, Sun이 제시했던 "중앙 집중형 계산 + 얇은 단말기" 모델은 다시 생각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물론 Sun 생태계가 그대로 부활할 일은 없습니다. SPARC와 Solaris는 사실상 박물관 행이 되었고, Sun Ray도 Oracle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니까요. 하지만 이 오래된 기술들을 직접 만져보면, 지금 우리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는 많은 선택들이 사실은 다른 방향도 가능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Ultra 45, Sun Ray, SunPCi를 세팅하고 쓰는 동안, 오랜만에 컴퓨터를 "다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스펙 경쟁과 광고로 가득한 최신 PC 대신, 설계 철학과 아이디어가 살아있는 오래된 워크스테이션을 만지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큰 즐거움을 줍니다.
혹시 레트로 컴퓨팅에 관심이 있고, 중고 시장에서 Sun 장비를 우연히 발견한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보세요. 제대로 세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과 "다시 만들 수 있는 것들"을 동시에 발견하게 될 겁니다.
출처 및 참고 : Living my best Sun Microsystems ecosystem life in 2025 – O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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