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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8

요약

신입을 받으면 사수들은 업무 매뉴얼부터 펼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작 오래 가는 사수일수록 먼저 가르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질문하는 법이다.

이건 단순히 소통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질문을 다루는 방식이 부사수의 성장 속도, 팀의 심리적 안전감, 사수 본인의 에너지 소모까지 한 번에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미 "질문하다가 찍혀본" 경험이 있는 부사수라면, 이 글을 읽으며 "그때 내가 잘못 물어서 그런 거였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질문이 잘못되었다기보다, 질문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것에 가깝다.

  1. 일을 아는 사람보다 길을 찾는 사람이 오래 간다

신입에게 모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가르치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계속 새로운 상황이 생기고, 매뉴얼에 없는 문제가 터지기 때문이다.

질문하는 법을 배운 부사수는 모르는 상황에서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어떤 순서로 캐올지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 반대로 질문을 못 배우면 매뉴얼 밖 상황을 만나면 바로 멈추고, 사수만 바라보는 사람이 된다.

사수가 진짜 가르쳐야 하는 건 "이 일을 한 번에 다 외워라"가 아니라 "모르는 상황에서 길을 찾는 기본 패턴"이다.

  1. 질문은 무능의 증거가 아니라 학습의 시작이다

많은 신입들이 "질문하면 바보 같아 보일까 봐" 입을 닫는다. 특히 1년 차가 지나면 "이제는 알아야 할 시점 아닌가"라는 압박 때문에 더 조용해진다.

하지만 질문은 실제로 학습과 이해를 여는 스위치에 가깝다. 모르는 걸 묻는 순간, 뇌는 정보를 구조화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쪽으로 움직인다. 질문이 줄어들면 표면적인 아는 척은 늘어도, 실제로는 오해와 빈칸이 계속 쌓이게 된다.

좋은 사수는 "왜 몰라?"보다 "어디까지 알고 있어?"를 먼저 묻고, 질문하는 행위 자체를 능력 부족이 아니라 성장 의지의 증거로 인정해준다.

  1. 질문 스킬이 있으면 사수도 덜 지친다

언뜻 보면 "질문을 많이 시키면 사수가 더 힘들다"고 느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대다.

질문하는 법을 못 배운 부사수는 사소한 것도 계속 물어보거나, 아예 안 물어보고 한 번에 크게 사고를 내는 극단으로 가기 쉽다. 반대로 질문하는 법을 배운 부사수는 스스로 생각한 뒤 정리된 질문을 가지고 오고, "A안과 B안 중 어느 쪽이 맞을까요?"처럼 선택지를 같이 가져온다.

이렇게 되면 사수는 매번 처음부터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만 잡아주는 코치가 되어 에너지 소모가 훨씬 줄어든다.

  1. 질문 교육은 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 일이다

사수가 질문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팀의 심리적 안전감이 극명하게 갈린다.

질문을 했더니 "그걸 왜 이제 물어봐?", "그것도 몰라?" 같은 반응을 받으면, 부사수는 다음부터는 숨기고 혼자 끙끙대는 법을 배운다. 반대로 "좋은 질문인데, 우리 이거 같이 정리해보자"라는 반응을 경험하면 "여긴 모른다고 말해도 되는 곳"이라는 신호를 받게 된다.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일수록 문제 제기, 질문, 아이디어 제안이 활발하고 그게 곧 성과와 연결된다. 질문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단지 신입 교육이 아니라 팀 문화의 뼈대를 세우는 작업이다.

  1. 질문에도 구체적인 스킬이 있다

사수가 부사수에게 가르쳐야 하는 질문 스킬은 생각보다 구체적이다.

상황을 먼저 정리한 뒤 질문하기. "이렇게 이해했는데, 이 부분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요"처럼 내가 이해한 바를 먼저 말한 뒤 묻는 법이다. 한 번에 하나씩 묻기. 여러 질문을 한 문장에 섞지 않고 순서를 쪼개어 묻는 연습이다.

목적이 보이는 질문 하기. "실수 줄이려고 체크 기준을 알고 싶어요", "우선순위 정하려고 여쭤봐요"처럼 왜 묻는지 밝히는 법이다. 생각을 제안하며 질문하기. "이 상황에서 A와 B 중 저는 A가 나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처럼 내 생각을 붙여서 묻는 법이다.

이런 스킬을 배우면 부사수도 귀찮은 질문쟁이가 아니라 같이 문제를 풀어가는 동료로 인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