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계약, “호구 협상” 논란의 진짜 이유와 미래
한국이 체코 원전 사업을 따내면서 최근 “노예 계약” 혹은 “호구 협상”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자들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고, 에미리트 원전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기술력과 신뢰도를 인정받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계약 조건이 과도하게 불리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전 산업의 경쟁력, 국제 정치의 복잡한 함정, 그리고 미래 사업 모델까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한국의 속사정을 들여다봅니다.
체코 원전 수주,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승리
체코의 신규 원전 사업에는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강국들이 총출동했습니다. 하지만 안보와 정치적 이유로 중국·러시아는 제외됐고, 남은 미국, 프랑스, 한국이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였습니다. 시공능력, 단가, 기간 모두 한국이 앞섰고, 아랍에미리트 사막 한가운데 4기 완공의 성공 사례가 강력한 무기가 됐죠. 미국과 프랑스는 최근 대형 사업에서 잇따라 예산 초과와 지연으로 신뢰를 잃은 반면, 한국은 공기와 예산을 모두 맞췄다는 점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경제성보다 중요한 원전 사업의 정치·외교 변수
원전 산업은 단순 건설 사업이 아닙니다. 핵 에너지와 핵무기 기술이 연결돼 있어 경제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안보와 정치적 신뢰를 최우선으로 보고, 미국은 원전 기술을 국가 전략으로 관리하죠. 실제로 체코 원전 입찰 과정에도 프랑스는 “유럽 국가끼리 거래하자”라며 한국을 배제하려 했고, 미국은 자국 업체 웨스팅하우스를 앞세워 직접적인 견제에 나섰습니다.
웨스팅하우스의 소송과 미국의 집요한 기술 통제
한국이 사업자로 낙점된 뒤, 웨스팅하우스는 “원천기술이 미국 소유”라면서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로 인해 사업 전체가 일시 중단될 위기에 놓였고, 결국 미국과 비공개 협상을 거쳐 소송 취하와 사업 진행이라는 결과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계약 조건을 살펴보면, 원전 1기 수출마다 1조 원 이상을 미국에 지급하고, 50년 이상 장기 계약에 더해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 수출 제한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된 계약 절차, 투명성 논란
이번 계약은 비밀리에 진행됐다는 점도 공공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국가적 중대 사안임에도 국회와 국민에게 상세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고, 절차적 정당성 문제까지 불거졌습니다. 그 결과, 계약이 불투명하고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미래 시장과 한국 기술 독립성의 위협
‘서구권 판매 금지’, ‘웨스팅하우스 기술인정 문제’ 등은 한국의 독자 기술을 인정받는 데 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SMR(소형모듈원전)처럼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한데, 미국의 저작권이 얽혀 있다면 미래 시장에서 한국의 독자적 성공을 주장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번 계약이 ‘나쁜 설례’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웨스팅하우스의 전략과 저작권 장사의 실체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력 상업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지금은 제조보다 기술과 설계 저작권으로 먹고 삽니다. 실제로 전 세계 원전의 절반 이상이 웨스팅하우스 기술에 기반하며, 법적으로 단순히 ‘기술 국산화’만으로 미국의 저작권 주장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미국은 원전 산업을 국가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죠.
호구 계약이냐, 현실적 생존 전략이냐?
미국과의 협상에서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이 ‘호구 계약’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과 소송전으로 사업 자체가 무산될 바에야, 불리해도 계약을 성사시켜 산업 생태계와 고용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산업 생명을 잃은 일본과 미국의 사례에서 볼 때, 일감을 따와야 시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존 본능이 깔린 셈입니다.
미국과 합작 모델, 새로운 우회로 찾기
이런 복잡한 조건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미국과의 합작회사 설립’이 실질적인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미국의 기술 저작권과 한국의 시공능력을 결합하면, 양국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고, 미국과 공식 협력하면 수출 제한도 우회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합작의 주도권이 미국에 있다는 점, 콩고물만 받는 역할로 제한될 위험도 있다는 점에서 협상력과 외교적 지혜가 절실합니다.
트럼프 시대, 원전 산업의 재도약
최근 미국은 트럼프 정부 하에서 친환경 정책을 뒤집으며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국 인프라와 시공능력이 부족한 미국은 한국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합쳐지면 “천하무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익을 제대로 챙기려면 다시 한 번 외교전의 실력이 필요합니다.
결론, 계약의 명암과 미래 생존 전략
체코 원전 사업은 한국 기술의 경쟁력과 동시에 외교·정치의 암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불리한 조건이라도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고, 미래 먹거리인 원전 시장에 발을 담글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기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미국의 기술 종속을 어떻게 최소화하고, 합작·우회 등 새로운 전략으로 실질적 이익을 챙기는 협상의 노하우입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산업 생명줄을 놓지 않으려는 선택과, 미래 원전시장에서도 한국 기술의 독립성을 지켜내는 현명한 외교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현실적 타협과 호구 논란 사이, 한국이 진짜 원하는 경제적·안보적 가치를 어떻게 균형 잡아 지켜갈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해도 마침내 실무자와 외교관들의 “여우 같은 스마트 협상”이 작은 피자 조각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면서, 오늘의 뜨거운 원전 계약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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