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 의 매운맛 버전인 질병 해방
병에 걸리고 나서 치료할 게 아니라 생활 습관을 바꿔서 미리부터 병의 발생 가능성을 낮추자는 게 이 책의 핵심 주장입니다. 노화와 그에 수반되는 질병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노화의 속도와 질병 발생 시기를 늦추거나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장기적 사고가 필요하고, 5년 10년 정도가 아니라 20년~50년 뒤의 내 모습을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을 요구한다고 느꼈습니다.
질병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장기적 프로젝트에서 운동, 식사, 수면, 정서 건강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 정희원의 책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와 비슷해 보이지만, 제가 느끼기에 저자는 운동과 정서 건강에 조금 더 가중치를 두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일반인도 운동에서의 목표 수준을 운동 선수 정도로 높게 잡아야 80대 이후에도 활기 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100미터 떨어진 과녁을 맞히는 훈련을 하는 양궁 선수가 50미터 과녁을 더 정확히 맞히는 것처럼, 100세(또는 90세나 80세)를 겨냥한 궤적을 설정하는 것이야말로 멋진 50세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80대 이후에도 제가 원할 때 10km 정도 걸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관악산 정상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기를 바라고요. 가능할까요? 지금처럼 슬렁슬렁 운동하면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지금 제 나이에 어떤 수준을 목표로 잡고 운동해야 하는지가 어렴풋하게라도 그려집니다. 저자가 "백세인 10종 경기를 목표로" 삼으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주장의 더 본질적인 목적은 '노인은 ~할 수 없다'는 개념을 타파하는 데 있습니다. 젊은 사람도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면 몸이 거기에 맞게 변합니다. 늙은 사람도 자신이 젊다고 생각하면 몸이 그에 맞게 변화하고요. 이를 입증한 연구들이 모르긴 몰라도 많이 있을 겁니다. 육체적인 한계점이 분명 있겠지만 그 한계치를 스스로 너무 낮추어 잡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며, 운동 목표 수준을 점진적으로 높여나가면서 한계가 어디인지 실험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마지막 정서 챕터가 가장 좋았는데, 저자가 자신의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우울과 폭력성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고, 더 나아가 가족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질병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궁극의 이유였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왜 건강하게 오래 살려고 했는지에 관한 이유를 정서 파트에서 이야기하는데, 진정성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온갖 연구 결과를 집대성하며 완벽주의적인 방식으로 논지를 전개하는 느낌이라 이 책 읽고 있으면 설득력 있다 느끼면서도 좀 숨이 막합니다. 생소한 의학 지식과 전문용어가 꽤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정희원이 쓴 책의 매운맛 버전이라 할 만하고, 과연 이 두꺼운 책을 사놓고 끝까지 읽은 사람의 비중이 얼마나 될까 싶어질 만큼 지루한 구간이 많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니 감정이 동하면서 이 책에 대해 지녔던 안 좋은 감정이 다 녹아버리네요. ㅎ
삶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 가족과 건강입니다. 하지만 중요하다고 여겨도 가장 소홀해지기 쉬운 두 영역이기도 하죠. 이 책 읽으면 건강을 어떻게 챙겨야 할지 자기만의 방법을 탐색하여 실천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운동은 주 2-3회 정도는 해왔으나, 저녁 식사 후 주전부리가 있었는데 이 책 읽고 가능하면 저녁 식사 후에는 뭘 안 먹는 쪽으로 행동을 변화시키는 중입니다. 그리고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을 깨닫고 삶은 계란을 하루에 1~2개는 먹으려 하고 있고요.(이 책에 따르면 그것보다 훨씬 더 먹어야 하긴 합니다.). 자신의 정서 건강이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부분도 공감이 많이 됩니다. 저는 2022년부터 아이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화낼 때마다 노션에 상황과 제 반응을 기록하면서 정서 상태 및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모니터링 중이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아이들과의 관계 질을 매일 측정하기도 합니다.
건강을 왜 챙기나 자문해 봅니다. 육체적으로 건강하면 그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기왕이면 운동/수면/식사 삼박자 잘 맞추며 체력 키워서 정서조절이 잘 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가족과 함께 웃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