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메모하는 것이 감정조절에 도움이 될까
개념과 감정 반응 사이의 관계
..무엇을 학습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회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개념들이 궁극적으로는 당신의 행동을 인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책임'은 당신이 가진 개념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신중한 선택의 문제가 된다. -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우리가 학습하는 개념이 특정 상황에서 감정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무엇을 학습하는지가 감정조절에서 중요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리사 배럿 펠드먼이 쓴 위 인용구를 보고 무릎을 쳤습니다.
예시: 시간 엄수 개념과 감정 반응
예를 들어 성장 과정에서 시간 엄수와 관련된 개념을 중요하게 배운 사람이라면 친구가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때 화가 날 수 있습니다. 반면 융통성을 중시하는 가정 환경에서 자랐다면 친구가 늦더라도 이해하고 다른 일 하면서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전자나 후자가 적절한 반응일 수 있고 다양한 개념 학습을 통해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처를 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어떤 개념을 학습/탈학습할 것인지 선택하는 주체로서의 나
나이가 어릴수록 내 의지와 관계 없이 특정 내용(ex 도덕 판단의 기준)을 학습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무엇을 배울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 반응에 대한 책임을 더 강하게 지게 됩니다. 인종차별을 당연시하는 가정 환경에서 자랐다 하더라도 성인이 되어서 이에 대한 의문을 품고 탈학습(unlearning)하지 않았다면 인종차별로 인한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져야 합니다.
상담자로서의 경험 : 새로운 개념 학습을 통한 불안 및 자책 완화
새로운 개념 학습이 감정조절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상담자로서의 제 개인적인 경험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내담자를 만날 때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다는 뼛속 깊은 충동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경우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동기강화상담의 대가들은 이를 fixing reflex라고 부르면서 내담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의존성을 강화하는 행위로 봅니다.
비전공자(즉, 일반인) 혹은 상담을 배운지 얼마 안 된 초보 상담자일수록 fixing reflex가 강하기 쉽습니다. 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내담자의 문제를 확인하여 이를 고치려는 반사적인 태도를 수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임상 경험이 저보다 풍부한 상담자에게 수퍼비전 받는 것과 전공서 공부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둘 다 내담자와 상담 과정을 바라보는 새로운 개념을 갖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내담자의 이야기를 가능한 한 전심으로 듣는 목격자로서의 역할이 지닌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해 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상담자는 그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퍼비전과 전공서 독서라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갖게 됨으로써 상담실에 들어설 때마다 느꼈던 부담감과 불안이 상당 부분 완화되었습니다. 내담자가 지닌 반복되는 어려움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상담자는 무능한 상담자가 아닌가 하는 자책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개념 학습을 위한 독서와 메모의 중요성
상담자로서의 저의 경험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얻는 인싸이트, 독서, 메모는 세상을 보는 관점을 보다 적응적으로 탈바꿈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특히 독서와 메모를 습관화함으로써 변화하는 세상에 더 적응적인 새로운 개념을 학습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현 상황에 보다 적응적인 개념 형성은 감정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날마다 독서하고 메모하려고 노력합니다.
독서와 메모를 통해 감정 반응을 재구성할 수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개념을 배우고, 기존의 내 생각이나 감정 반응에 의문을 품으며 탈학습/재학습하고, 신중하게 선택한 개념을 바탕으로 우리의 감정 반응을 재구성하는 것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