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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만들어가는 기록의 힘 : 구성된 감정 이론의 관점에서

구성된 감정 이론 : 개념이 있어야 지각이 가능

리사 배럿 펠드먼의 구성된 감정 이론에 따르면, 감정은 단순히 선천적으로 내재된 본능적인 반응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구성물에 가깝습니다. 이는 우리가 특정 감정을 인식하고 경험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타히티인에게는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한 개념이 없고, 우트카(Utka) 에스키모인에게는 분노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극단적으로는 통일된 '감정' 개념이 없는 문화도 있습니다.

"감정에 관한 영어 용어들은 민속적인 분류체계이지 문화와 상관없이 객관적인 분석틀이 아니다. 혐오, 공포, 수치심 같은 영어 단어가 마치 인간의 보편적인 개념이나 근본적인 심리적 실재를 밝히는 단서라도 되는 것처럼 그렇게 명백하게 가정해서는 안 된다." - Anna Wierzbicka,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재인용

개념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개념을 가진 사람과 비슷하게 현상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비근한 예로, 딸을 발레 학원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는 동네에 그렇게 많은 발레 학원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발레 학원에 대한 개념이 제 머릿속에 중요하게 자리한 이후라야 발레 학원을 지각할 수 있었습니다.

목표(개념)가 있어야 목표 달성에 필요한 것들이 눈에 들어옴

이러한 구성 이론을 목표 설정과 성취에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출판 작가가 되고 싶고 꾸준히 메모하고 글쓰는 사람이 출판 작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 즉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작가가 되겠다. 꾸준히 메모하고 글쓰는 게 작가가 되는 데 중요하다.'는 개념을 갖는 것은 그 개념을 통해 세상을 지각한다는 의미입니다. 꾸준히 메모하고 글쓰는 사람들이 제 주의의 초점이 되기 쉽고,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저 또한 꾸준히 메모하고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고 실천에 옮깁니다. 날마다 읽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에서 메모거리를 찾고자 노력하는 것은 그 실천의 일환입니다.

기록은 목표라는 개념에 피와 살을 부여하는 유일한 수단

이처럼 작가라는 큰 목표와 메모 및 글쓰기라는 행동 목표의 구체화는 생각이 아니라 오직 기록을 통해서만 현실이 됩니다. 머릿속 개념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글로 적지 않으면 파도에 사라지는 모래 위 글자와 다를 게 없습니다.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록해야 합니다. '작가가 되겠다'라는 한 문장을 적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일단 생각을 글로 적으면, 차츰 그 개념이 자신의 머릿속에 더 분명하게 새겨집니다. 목표가 더 명확해지고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래 이미지는 옵시디언에 메모를 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작성한 메모입니다. 초창기 메모라 뭔가 난삽하지만, 메모를 하는 목적이 '책쓰기'라고 분명하게 적어 놓았고, 이후 이 목적에 맞게 메모를 하여 글을 쓰고 그렇게 쓴 글을 모아 두 권의 브런치북을 발행했습니다. [브런치북] 방황하는 마음에는 메모를(2022년), [브런치북] 이만하면 어지간한 영어공부(2023년)

현실을 만들어가는 기록의 힘 : 구성된 감정 이론의 관점에서 image 1

목표를 달성하는 데엔 수없이 많은 방법과 비결이 있을 겁니다. 저는 그중 '자기 노트 쓰기'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어요. 자기노트를 작성해간다는 것은 길도 없어 보이는 이상을 향한 작은 계단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작은 목표 하나를 완성하면 그다음 목표를 세우고 또 완성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트 쓰기를 체계화하고 체질화해야 해요.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일상의 분주함에 사로잡혀 며칠이고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지낼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계단을 오르려면 그 계단 앞으로 인도할 무엇인가가 필요한데요. 그것이 바로 노트입니다. - [[노트의 품격]]

노트의 품격을 쓴 한동대 이재영 교수의 말처럼 기록은 머릿속에만 있던 목표, 즉 개념에 피와 살을 붙이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록은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구체적인 의도를 세울 수 있게 돕는 미래 인력(Future Pull)[^1]과도 같습니다.

기록을 통해 원하는 인생에 근접해 갈 수 있다

우리가 우리 감정의 구성자이듯이, 기록을 통해 우리 인생을 원하는 방향으로 구성해 갈 수 있습니다. 감정이 개인 경험과 사회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구성되듯이, 기록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미래에 조금 더 근접해 갈 수 있습니다. 기록은 단순히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를 넘어, 목표를 실현하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이를 통해 출판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보장은 없지만 거기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면 설령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계속 메모하고 글을 쓰고 기록하려고 합니다.

어쩌면 기록한다는 행위를 통해 삶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고 삶의 모양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 자체가 출판작가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목표를 조금 달리 구성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1]: "너무나 강력하고 매혹적이며 사실적이어서 말 그대로 우리를 잡아당기는 미래비전을 말한다." -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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