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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리스트와 주기적 리뷰를 통해 자녀와의 관계 질 향상하기

체크리스트의 힘

아툴 가완디는 체크! 체크리스트에서 단순한 문제해결뿐만 아니라 최신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과 같은 복잡한 문제해결에도 체크리스트라는 원시적 도구가 도움이 됨을 설득력 있게 전합니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의학 현장에서도 체크리스트가 위대한 업적을 이룬 근거를 제시합니다. 즉, 체크리스트 도입한 세계 여러 나라의 병원에서 합병증 발생률이나 사망률이 현저하게 줄었음을 이야기합니다. 문제해결의 복잡성이 한 개인의 능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갈 때 체크리스트가 이러한 상황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됨을 의학, 건설 같은 다양한 영역에서의 사례를 통해 주장하는데요.

부모-자녀 관계 개선을 위한 체크리스트 활용

저는 올해 초부터 체크리스트를 자녀와의 관계 질 향상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를 체크리스트로 향상시킬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답할 것 같습니다. 아직 실험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그렇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말이에요.

피터 드러커가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개선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의학이나 건설처럼 복잡할 뿐만 아니라 종종 명확한 답이 없는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피터 드러커의 말은 통용된다고 봅니다.

구체적 활용 예시

그럼 자녀와의 관계 질을 어떻게 측정할까요. 관계 질 측정하는 문항을 챗지피티로 우선 만든 뒤 클로드로 각 문항의 예시를 구체화했습니다.

현재 사용 중인 체크리스트 최종 버전은 아래 이미지와 같습니다. 오늘자 CRI입니다. 오늘은 7점 만점에 3점을 획득했습니다. 일주일 평균 3점이 목표인데 일 때문에 애들과 얘기할 시간이 거의 없을 때가 있어서 3점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체크리스트와 주기적 리뷰를 통해 자녀와의 관계 질 향상하기 image 1

매일 이 체크리스트로 점수를 매기고, 일주일마다 평균을 냅니다. 그렇게 매주 체크리스트 평균 기록이 쌓인 게 누적 15주입니다. 구글 코랩을 이용하여 아래와 같이 회귀선을 만들었는데, 우상향이 아니라 우하향입니다. 평균 2.94입니다.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체크리스트와 주기적 리뷰를 통해 자녀와의 관계 질 향상하기 image 2

부모-자녀 관계질 향상에서 체크리스트의 체감 효과와 기대하는 바

체크리스트 도입 후 아이들과 있을 때 제 행동을 셀프 모니터링하게 됩니다. 가령 지난 주에 점수가 저조했다면 왜 저조했는지 주간 리뷰 때 적어 놓습니다. 점수가 높았다면 잘 된 점이 무엇인지도 적습니다. 평균 점수가 저조했다면 만회하려는 동기가 생기고, 아이가 놀아달라고 할 때 'YES'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체감합니다. 또한 아이가 말할 때 핸드폰을 본다거나 딴짓하지 않고 조금 더 귀기울여 듣게 되고요. 아이가 말한 것을 다시 비슷하게 아이에게 되돌려주면서 제가 듣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도 합니다.

이런 사소한 행동이 쌓이고 쌓이면 관계 질이 변합니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작년에는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별로 안 놀아주는 아빠였다면 올해는 놀아주는 아빠라는 인식이 아이들에게 생겼는지 저만 보면 놀자고 달려듭니다. 작년에는 제가 안 된다고 하면 바로 포기했던 거 같은데, 올해는 "놀아줘~ 놀아줘~"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변화 포인트입니다.

올해 평균 3점을 달성하면 그것이 베이스라인이 되어 내년에는 조금 더 목표치를 높여 볼 생각입니다. 세상에 그저 얻어지는 게 없고 자녀와의 관계는 특히나 더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체크리스트로 그 날의 관계 점수를 매기고 매주 자녀와의 관계 점수 평균을 기록하는 일은 이제 익숙한 습관입니다. 이 습관을 통해 저도 변하고 제 아이들도 변하는 중입니다. 그렇게 부모-자녀 관계가 조금은 더 건강한 쪽으로 변화하길 소망합니다.

기본적으로 실수는 자만에서 나온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하지만 당신이 익히 알고 있다고 믿는) 모든 세세한 것들을 적어 놓은 체크 리스트를 반드시 만들어 책상 위에 붙여 놓고 그 일을 할 때마다 확인하라. 그 리스트가 머릿속에서 스크린에 투영되듯 눈을 감아도 꽉 비칠 때까지 그렇게 하라. 일을 못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리스트를 불필요하게 생각한다.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자만에 빠져 있다는 말이다. - [[4. Book/세이노의 가르침|세이노의 가르침]]

글쓰기와 체크리스트의 공통점: 자기 객관화를 통한 변화 동기 향상

일을 잘하고 싶을 때뿐만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가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끼거나 위태롭다고 느낀다면 체크리스트 도입이 관계의 흐름을 변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행동을 모니터링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서 일간/주간 점수를 내어 행동을 측정하고, 주간 리뷰 때 잘된 점, 잘못된 점을 적습니다. 잘못된 점에 대한 대책을 억지로 내놓으려 할 필요는 없습니다. 체크리스트를 사용하며 매일/매주 행동을 모니터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동 개선에 효과가 있습니다. 왜일까요.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자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과정은 곧 메모하고 글쓰는 행위의 연장입니다. 매일 자녀와의 상호작용을 수치로 메모하고, 주간 리뷰 시 잘된 점과 미흡한 점을 기록하는 것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객관화하여 성찰하는 과정과 정확히 같습니다. 수치화(객관화)와 주기적 성찰은 변화의 대전제입니다. 행동 변화의 가능성을 높입니다.

자녀의 나이가 많든 적든 자녀와의 관계는 부모에게 늘 숙제입니다. 자녀와의 관계에서 꼭 지키고 싶은 행동 규칙을 두세 가지 정해서 매일 점수를 내고 주말에 모니터링하는 것은 이 숙제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원문 url: https://brunch.co.kr/@clinicalpsy/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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