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검색
Sign UpLogin
page thumbnail

AI 시대, 내 몸값을 높이는 핵심 역량은? 스탠퍼드 최신 논문으로 본 미래 일자리와 인간의 경쟁력 전략

Jang go
Jang go
조회수 179
요약

AI 시대, 내 몸값을 높이는 핵심 역량은? 스탠퍼드 최신 논문으로 본 미래 일자리와 인간의 경쟁력 전략 image 1

"AI가 내 일자리를 대체할까?" 아마 요즘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품어봤을 불안일 겁니다. 막연한 두려움이 컸던 이 질문에 대해,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들이 2025년 6월, 매우 흥미롭고 구체적인 답변을 담은 논문(Future of Work with AI Agents)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은 단순히 '어떤 직업이 사라질까'를 넘어, '실제 현장 실무자들은 어떤 업무를 AI가 대신해주길 원하는지'와 '현재 AI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비교 분석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1,500명의 현직 근로자와 52명의 AI 전문가를 심층 인터뷰하고 분석한 이 연구는 AI 시대의 직업과 역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교육 및 직장 문화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커, 핵심적인 내용들을 중심으로 그 함의를 살펴보겠습니다.


핵심 1: 사람들은 AI를 원한다, 단 '가치 없는 일'에만

연구 결과, 놀랍게도 근로자들은 AI 도입에 대해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46.1%의 업무에 대해 AI가 자동화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들이 AI에 맡기고 싶어 하는 일은 명확했습니다. 바로 '반복적이고 tedious(지겹고 재미없는)하며, 낮은 가치를 창출하는 업무'였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과의 약속 일정 잡기" , "긴급 전화 관련 정보 파일 유지" 같은 일들입니다. 근로자들이 이런 단순 업무를 AI에 맡기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기 위해서"였습니다.

반면, 창의성이 요구되거나 , 인간적인 소통이 필수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특히 '예술, 디자인, 미디어' 분야에서는 단 17.1%의 업무만이 긍정적인 자동화 희망 응답을 받았습니다. 이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도록 돕는 '지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핵심 2: AI 개발의 4가지 영역: 투자의 '엇박자'가 드러나다

이 논문의 핵심은 근로자의 '자동화 희망(Desire)'과 전문가가 평가한 '기술적 실현 가능성(Capability)'을 조합해 업무를 4가지 영역으로 분류한 것입니다. 각 영역을 한국의 직무 상황에 맞춰 더 구체적인 예시로 살펴보겠습니다.

  1. 녹색 신호등 존 (Green Light Zone): (근로자 희망 ↑, 기술 실현성 ↑) 근로자도 원하고,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당장 도입 가능한' 영역입니다. 대부분 지루하고 반복적인 규칙 기반의 업무입니다.

    • 회계 담당자의 월말 정산 및 증빙 서류 자동 분류: 매달 반복되는 영수증, 세금계산서 등 증빙 자료를 AI OCR(광학 문자 인식) 기술로 자동 인식하고, 회계 계정에 맞춰 분류 및 입력하는 업무입니다. 이는 현장의 회계 담당자들이 가장 자동화되길 바라는 단순 반복 작업이며,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합니다.

    • CS 상담원의 단순 반복 문의 자동 응답: "배송 언제 되나요?", "비밀번호 어떻게 찾나요?"와 같이 예측 가능하고 정형화된 질문에 대해 AI 챗봇이 1차적으로 응대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상담원들은 감정 노동이 심한 단순 응대에서 벗어나, 복잡하고 섬세한 대응이 필요한 고객 문제에 집중하고 싶어 합니다.

    • 인사팀의 채용 공고 여러 플랫폼에 자동 배포: 한 번 작성한 채용 공고를 여러 채용 사이트(사람인, 잡코리아 등)에 일일이 접속해 올리는 단순 업무입니다. RPA(로보틱 처리 자동화)와 AI를 결합하면 쉽게 자동화할 수 있어, 인사 담당자들은 더 중요한 인재 선발 및 면접 과정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2. R&D 기회 존 (R&D Opportunity Zone): (근로자 희망 ↑, 기술 실현성 ↓) 현장에서는 간절히 원하지만, 아직 기술력이 부족해 '미래의 유망한 연구 개발'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복잡한 추론과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됩니다.

    • 법률가의 판례 분석 및 유사 사건 추천 시스템: 수만 건의 판례를 분석해 현재 사건과 가장 유사하고 인용할 만한 판례를 AI가 추천해주는 시스템입니다. 법률가들은 이 지루한 과정이 단축되길 바라지만, 법률 문서의 미묘한 맥락을 이해하고 논리적 연관성을 정확히 찾아내는 기술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 콘텐츠 PD의 시청자 반응 분석 및 흥행 요소 예측: 소셜미디어, 커뮤니티 댓글, 시청률 데이터 등을 종합 분석해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포인트를 찾아내고, 차기작의 흥행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일입니다. PD들은 '대박'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인간의 복합적인 취향과 창의성의 영역을 예측하는 것은 현재 AI 기술로는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 신약 개발 연구원의 논문 데이터 분석 및 후보 물질 예측: 전 세계의 최신 연구 논문과 임상 데이터를 AI가 학습하여 신약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 물질을 예측하고 추천하는 일입니다. 이는 개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연구원들이 간절히 바라지만, 생명과학의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아직은 AI의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습니다.

  3. 빨간 신호등 존 (Red Light Zone): (근로자 희망 ↓, 기술 실현성 ↑)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근로자들이 자신의 핵심 역량이나 '인간적인 가치'가 담겨있다고 여겨 '자동화를 거부하는' 영역입니다.

    • 초등학교 교사의 학생 생활기록부 최종 평가 서술 작성: 학생의 성적, 출결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그럴듯한 평가 서술을 생성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에 대한 애정과 관찰을 바탕으로 한 이 기록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교육적 책무로 여기기에 자동화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큽니다.

    • 디자이너의 최종 시안 결정 및 고객 설득 과정: AI가 수백 개의 시안을 만들어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시안 중 최종안을 선택하고, 그 디자인에 담긴 철학과 스토리를 고객에게 설명하며 설득하는 과정은 디자이너의 핵심적인 창의적 역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AI에 넘겨주길 원치 않습니다.

    • 영업팀의 핵심 고객과의 관계 형성 및 관리: AI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제안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 고객과 식사를 하거나, 경조사를 챙기며 인간적인 신뢰와 유대감을 쌓는 것은 영업의 본질적인 영역으로, 기계가 대체하기를 원치 않는 대표적인 업무입니다.

  4. 낮은 우선순위 존 (Low Priority Zone): (근로자 희망 ↓, 기술 실현성 ↓) 근로자도 원하지 않고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당분간 잊어도 좋은' 영역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돌발 상황이나 깊은 공감이 필요한 업무가 대부분입니다.

    • 건설 현장 소장의 돌발 변수 대응 및 작업자 갈등 중재: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 자재 공급 문제, 작업자 간의 다툼 등 예측 불가능한 현장 상황에 대응하고 중재하는 일입니다. 이는 AI가 처리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돌발적이며, 근로자들도 AI의 개입을 원치 않습니다.

    • 사회복지사의 위기 가정 방문 상담 및 정서적 지원: 복잡한 문제를 겪고 있는 가정을 방문하여 깊은 대화를 나누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인간의 공감 능력이 핵심인 이 업무는 자동화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핵심 3: 자동화 vs 협업: '인간 주도성'의 스펙트럼

이 논문의 가장 핵심은 '인간 주도성 척도(Human Agency Scale, HAS)'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는 AI와 인간의 협업 관계를 5단계로 나눈 것으로, 자율주행차의 레벨 0~5처럼 AI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출처: Future of Work with AI Agents (Shao et al., 2025)

  • HAS H1: 완전한 AI 주도 (AI가 알아서 처리)

    • 인간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 자동화 단계입니다.

    • 예시: 매월 네트워크 보고서를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워크시트에 데이터를 옮겨 적는 단순 반복 업무.

    • 한국적 예시: 회계 담당자가 매번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수백 건의 법인카드 영수증 내역을 스캔 한 번으로 회계 시스템에 자동 입력하고 분류하는 상황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 HAS H2: 최소한의 인간 개입 (AI가 주도, 인간은 가끔 확인)

    • AI가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지만, 중요한 몇몇 지점에서 인간의 확인이나 지시가 필요합니다.

    • 예시: AI가 제안한 여러 가지 투자 헤지 전략 중 최종안을 인간 트레이더가 선택하고 실행하는 것.

    • 한국적 예시: 쇼핑몰 MD가 AI에게 다음 시즌 유행할 패션 아이템 100가지를 분석하고 리스트업 해달라고 요청한 뒤, 최종적으로 판매할 5가지를 직접 고르는 상황입니다.

  • HAS H3: 동등한 파트너십 (인간과 AI의 긴밀한 협력)

    • 인간과 AI가 각자의 강점을 발휘해 함께 일할 때 혼자일 때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내는 단계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45.2%의 직업에서 근로자들이 이 단계를 가장 선호했습니다.

    • 예시: 게임 디자이너가 AI와 함께 핵심 스토리라인을 만들고, 실험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며 디자인을 수정해 나가는 것.

    • 한국적 예시: 마케터가 AI와 함께 신제품 캠페인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합니다. AI는 시장 데이터와 최신 트렌드를 분석해 타겟 고객과 핵심 메시지를 추천하고, 마케터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창의적인 광고 카피와 영상을 기획하는 식의 협업입니다.

  • HAS H4: 인간 주도, AI 보조 (인간이 주도, AI는 조수)

    • 인간이 업무의 주도권을 쥐고,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 AI의 도움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 예시: 재무 관리자가 예산, 조달 등 재무 계획 전반을 수립하고 지휘하며, AI는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주는 보조 역할을 수행합니다.

    • 한국적 예시: 의사가 AI의 도움을 받아 의료 영상(CT, MRI)을 판독하는 경우입니다. AI는 영상에서 이상 징후가 의심되는 부분을 빠르게 찾아 표시해주지만, 환자의 다른 기록과 자신의 전문 지식을 종합해 최종 진단을 내리는 것은 전적으로 의사의 역할입니다.

  • HAS H5: 필수적인 인간의 역할 (AI는 거의 무력함)

    • 업무 완수가 거의 전적으로 인간의 지속적인 참여에 의존하는 단계입니다.

    • 예시: 온라인 포럼이나 컨퍼런스에 참여해 최신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고 네트워킹하는 활동.

    • 한국적 예시: 상담 심리사가 내담자와 깊은 대화를 나누며 정서적 교감을 형성하는 과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AI가 상담 내용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공감과 위로라는 핵심적인 역할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핵심 역량: '정보 처리'에서 '인간 관계'로

그렇다면 AI 에이전트의 도입은 우리가 갖춰야 할 능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연구는 매우 의미 있는 변화의 신호를 포착했습니다.

연구진은 현재 높은 임금을 받는 업무에 필요한 기술과, 앞으로 높은 수준의 '인간 주도성(HAS)'이 요구되는 기술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 상대적 중요도가 낮아지는 기술: '데이터 또는 정보 분석', '정보 문서화/기록', '정보의 의미 해석' 등. 이는 현재 고임금 업무의 핵심이지만, AI가 점점 더 잘하게 될 영역입니다.

  • 상대적 중요도가 높아지는 기술: '업무 조직화, 계획 및 우선순위 설정', '타인 교육 및 훈련', '상사, 동료, 부하 직원과 소통' 등. 즉, 사람과 관계를 맺고, 조직을 운영하며, 지식을 나누는 '인간 고유의 역량'이 미래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결론: AI와의 파트너십을 준비해야 할 때

이 스탠포드 연구는 AI 시대의 일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걷어내고, 구체적인 데이터와 통찰로 가득 찬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핵심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AI는 우리의 일을 무조건 빼앗는 '대체자'가 아니라, 우리가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도록 돕는 '증강자'로서의 잠재력이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특히 '동등한 파트너십(H3)'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미래의 업무 환경이 인간과 AI의 협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임을 보여줍니다.

이제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은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길까?"가 아니라 "나는 내 업무에서 AI와 어떤 수준의 파트너십을 맺을 것인가?" 그리고 "그 파트너십을 위해 지금 어떤 인간적 역량을 키워야 하는가?"가 되어야 합니다.

AI와의 현명한 동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미래는 두려움이 아닌 기회의 땅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