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제작의 시련 – 도전, 해결, 그리고 팀 문화
'시간 여행' 신화를 만든 이들의 도전
1990년대 중반, 일본 게임 업계에는 '꿈의 프로젝트'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 무대의 중심에는 스퀘어(현 스퀘어에닉스)의 사카구치 히로노부, 에닉스의 호리이 유지, 그리고 아키라 토리야마가 있었다. 서로 다른 명작의 산실에서 이름을 떨친 이들은, 강렬한 호기심과 자유로운 창의력으로 결속해 『크로노 트리거』 개발에 나섰다. 이른바 '드림팀'의 탄생이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서로 다른 작업 방식과 철학, 회사의 경계선은 수차례 의견 충돌로 이어졌다. 처음 구상한 게임 구조는 수많은 논쟁과 실험을 거쳤고, 결국 개발 도중 프로젝트를 완전히 갈아엎고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대형 난관도 겪었다. 시나리오 라이터 카토 마사토는 당시를 “우리는 자주 원점으로 돌아가 아이디어를 재구성했다”고 회고한다. 이 위기의 순간들은 팀원들 간의 긴밀한 소통과 개방적 피드백 문화를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갈등을 넘어서: 제작 현장의 문화와 팀워크
업무 역할의 경계는 종종 모호했다. 각각이 대가였던 만큼 ‘누가 어떤 부분을 책임지는가’가 명확하지 않을 때,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했다. 개발진은 갈등을 피하기보다, 각자의 생각을 최대한 드러내며 문제의 본질을 함께 파헤쳤다. 팀원간 신뢰 회복을 위해 때로는 소소한 회식, 자유로운 아이디어 제안 시간 등 다양한 팀빌딩 활동도 병행했다. 이렇게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담당 파트를 넘나드는 창의적 제안들이 무수히 탄생했다.
정기적인 전체 회의와 1:1 대화 시간 등으로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실험 정신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단지 ‘최고의 RPG’가 아니라 모두가 ‘해보고 싶은 게임’을 목표로 삼자, 작은 실패도 소중한 경험으로 인정받았다.
한계를 혁신으로 바꾼 순간들
슈퍼패미컴의 기술적 한계, 데이터 용량 부족, 시간 여행 구조의 논리적 오류 가능성 등 제작 과정마다 벽이 나타났다. 하지만, 위기를 만날 때마다 팀원들은 서로의 강점을 살려 창의적으로 탈출구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캐릭터별 스토리 분기와 멀티엔딩 설계는 무한 회의 끝에 논리적 허점을 최소화하며 완성도 높은 구조로 다듬어졌다. 음악의 경우 미츠다가 병상에 누워가며 작업을 이어가고, 우에마츠 노부오가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명곡들이 완성됐다.
이렇듯 『크로노 트리거』는 각각의 위기 앞에서, 집단의 유연함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길을 찾았다. 지금도 개발진은 당시를 “서로를 존중하며 실패조차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 든든한 팀워크와 혁신적 정신이 오늘날 크로노 트리거라는 불멸의 전설을 만든 진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