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 경험의 멸종: 진짜 삶을 되찾는 법
이 글에서는 '경험의 멸종'1이라는 책에서 던지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스마트폰이 어떻게 우리의 경험을 잠식하는지, 그리고 개발자이자 디지털에 찐하게 기대어 사는 사람으로서 제가 느낀 점과 실천 팁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열차 총격 사건이 던진 질문
2013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통근 열차에서 실제로 벌어진 총격 사건 이야기입니다.
CCTV를 돌려보니, 범인이 열차 안에서 총을 꺼내 들고 이리저리 휘두르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는데, 문제는 그 순간 객실에 있던 승객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거죠.
다들 스마트폰 화면만 보느라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위험을 보지 못한 겁니다. 영상으로 보면 정말 믿기 어렵습니다.
말 그대로 자기 주변 세계가 아니라 손바닥만 한 화면 안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스마트폰이 위험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우리 감각 자체가 둔해지고 있다는 상징적인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이 위험해져서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덜 보고 덜 느끼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더군요.
스마트폰이 경험을 훔치는 아주 은밀한 방식
경험의 멸종이 말하는 핵심은 이겁니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가 우리의 경험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경험 자체를 설계하고 필터링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보러 직접 갔습니다. 공연장을 찾고, 책을 들고 다니고, 길을 헤매기도 했죠.
이 과정 전체가 다 경험이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화면 속에서 해결됩니다.
추천 알고리즘이 골라준 영상, 정리된 요약, 필터가 씌워진 사진, 잘 편집된 브이로그...
문제는 이게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의 문제로 번진다는 겁니다.
직접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얻던 살아있는 경험을 정제된 정보와 간접 경험이 대체하고 있다는 거죠.
개발자로 일하다 보면 이 흐름을 더 자주 느끼게 됩니다.
새 툴이나 기술 문서, 블로그, 요약 영상만 주구장창 보고 실제로 손을 움직여 보는 건 뒤로 밀릴 때가 많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랄까요.
진짜 문제는 정보가 아니라 감각의 둔화다
이 책이 날카로운 지점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정보량의 증가가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뉴스, 짧은 영상, 요약 콘텐츠를 미친 속도로 소비합니다.
앱을 열기만 해도 세상이 밀려 들어옵니다.
그런데 정작 나중에 떠올려보면 기억에 남는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느끼기에는, 직접 부딪힌 경험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눈 앞에서 뛰는 사람을 본 게 아니라, 누군가 촬영해서 편집한 장면을 스쳐 지나가듯 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험의 멸종이 말하는 위기는 이겁니다.
우리가 정보는 많이 갖게 됐는데, 그 정보를 현실과 연결하고, 몸으로 느끼고, 스스로 해석하는 능력은 점점 줄어든다는 것.
다시 말해, 지식은 쌓이는데 지혜는 자라지 않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겁니다.
개발을 예로 들어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코드 예제, 스택오버플로, 깃허브 답안지는 넘쳐납니다.
하지만 직접 디버깅을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구조를 이해하지 않으면, 비슷한 문제가 다시 터졌을 때 또 헤매게 됩니다.
이건 삶 전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패턴이라고 느꼈습니다.
관찰력과 공감 능력이 함께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빼앗아 가는 건 단순한 시간만이 아닙니다.
관찰력과 공감 능력, 이 두 가지가 함께 마르고 있다는 점이 더 무섭습니다.
출퇴근길에 한번 주변을 의도적으로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얼굴을 들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사람보다 화면을 더 오래 바라보는 세대가 된 거죠.
관찰하지 않으면, 공감도 어려워집니다.
표정 변화를 못 보면 기분을 느끼기 어렵고, 목소리 떨림을 듣지 못하면 상대의 속마음을 읽기 힘듭니다.
결국 관계의 깊이가 얕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에서 던지는 메시지도 비슷합니다.
우리가 주변 사람, 공간, 공기, 분위기 같은 걸 직접 느끼는 연습을 멈추는 순간, 인간답게 살아가는 핵심 능력이 서서히 퇴화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이건 단순히 인간적인 문제를 넘어 실력과도 연결됩니다.
좋은 제품, 좋은 서비스는 대부분 관찰에서 시작되니까요.
사용자가 무슨 행동을 하고, 어디에서 막히고,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보지 못하면 제대로 된 문제 정의가 어렵습니다.
화면 속 데이터만 보면서는 절대 잡히지 않는 지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디지털에 의존하는 사람일수록 더 의도적인 균형이 필요하다
아이러니하지만, 저는 AI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이 책의 메시지가 더 크게 와 닿았습니다.
디지털을 더 깊게 경험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아날로그 경험을 더 의식적으로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발을 하다 보면 모니터 앞에서 하루 종일 사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게 몇 년이 쌓이면 삶 전체가 코드와 화면 중심으로만 구성된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좋은 코드를 넘어, 좋은 제품, 좋은 사용자 경험을 만들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왜냐면 사용자는 코드 속에 있지 않고, 현실 세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도로 위에서, 카페에서, 버스에서, 야근하는 사무실에서, 육아 중인 집 안에서 우리 제품을 쓰죠.
그래서 저는 요즘 이런 테스트를 스스로에게 종종 던져봅니다.
이 기능을 쓰는 사람의 몸은 어디에 있을까.
무슨 표정을 하고 있을까. 주변에는 누가 있을까. 소음은 어느 정도일까.
이런 상상력은 결국 현실 세계에 대한 경험이 많을수록 더 생생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에 깊이 관여한 사람들일수록, 화면 밖 경험을 더 챙겨야 하는 것 같습니다.
진짜 경험을 회복하기 위한 작은 실험들
경험의 멸종이 말하는 내용은 거창하지만, 실천은 오히려 사소한 데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도 완전히 성공했다기보다는,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유지해 보려는 쪽에 가깝습니다.
가장 효과가 컸던 건 이 정도였습니다.
출퇴근길에 한 번쯤은 스마트폰을 꺼두고 주변을 일부러 관찰해 보는 것.
사람 얼굴, 건물, 하늘, 소리, 냄새 같은 것들을 억지로라도 인식해 보는 거죠.
이걸 한두 번 하고 나면, 생각보다 많은 걸 그동안 놓치고 살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또 하나는 뭔가 배울 때, 반드시 손을 써서 해 보는 겁니다.
새 기술, 새 도구,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되었을 때, 관련 글만 읽고 넘어가는 대신 작게라도 직접 만들어 보거나, 종이에 써 보거나, 누군가에게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간접 경험으로만 쌓인 지식을 직접 경험으로 연결시키는 작은 다리 놓기 같은 작업입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메신저와 댓글로만 이어지는 관계는 속도가 빠른 대신 깊이가 얕습니다.
가끔은 일부러라도 직접 만나서 밥을 먹고, 표정과 제스처를 보면서 이야기해야 관계가 살아난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시사점: AI 시대일수록, 경험은 더 값져진다
경험의 멸종이 던지는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고유한 경쟁력은 정보가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다."
AI는 정보를 요약하고, 패턴을 찾아내고, 예측까지 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 있는 사람을 만나서 생기는 미묘한 긴장감, 어색함, 기분 좋은 공기 같은 건 데이터로 완전히 치환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공간에 처음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이상한 위화감이나, 코드 리뷰 자리의 미묘한 분위기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우리가 끝까지 붙잡아야 할 건,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실수하면서 몸으로 쌓는 경험입니다.
이건 남이 대신 해 줄 수 없고, 스마트폰이 대신 기록해 준다고 해서 내 것이 되지 않습니다.
개발자든 아니든,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한 번 던져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내가 한 경험 중, 화면 밖에서 일어난 건 얼마나 될까.
지금 내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건 정보일까, 경험일까.
저는 앞으로도 최신 기술, AI, 자동화 같은 주제를 계속 파고들겠지만
그럴수록 의도적으로 더 많이 보고, 걸어 다니고, 만나고, 직접 해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오늘 하루만큼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자신의 오감과 호기심을 믿어 보는 시간을 아주 조금이라도 가져보면 어떨까요.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다시 보이기 시작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