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연봉이 높은 회사, 왜 사람 안 떠날까? 조직문화의 진짜 값
회사 선택할 때 연봉부터 보게 되지만, 막상 다녀보면 숫자로 설명 안 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출근길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기도, 극도로 무겁게 만들기도 하는 그것.
서울대 경영대학 신재용 교수가 이를 '정서적 연봉'이라고 부르며, 국내 최초로 조직문화에 가격표를 붙이려 했습니다.1
이 글에서는 정서적 연봉이 정확히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그리고 개인과 조직이 각각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풀어보려 합니다.
당장 회사를 옮기지 않아도, 지금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데 충분히 도움이 될 겁니다.
정서적 연봉이란? 월급명세서에 없는 숨은 연봉
정서적 연봉은 말 그대로 돈이 아닌 '감정의 보상'을 의미합니다.
월급, 인센티브처럼 통장에 찍히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회사에서 겪는 모든 감정적 경험을 합산했을 때 느끼는 일종의 '체감 연봉'입니다.
예를 들어,
상사가 나를 신뢰해 주는 느낌
동료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유대감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 순간
실수해도 사람을 탓하기보다 같이 해결책을 찾는 분위기
퇴근 후에도 머릿속에서 일이 떠나지 않는 정도(반대로 말하면, 정신적 여유)
이 모든 요소가 합쳐져 "이 회사, 월급은 그냥 그런데 떠나긴 아깝다" 혹은 "연봉은 괜찮은데도 버티기 힘들다"라는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신재용 교수는 바로 이 보이지 않는 가치를 숫자처럼 다루어 보려 합니다.
즉, 조직문화라는 추상적인 영역을 "좋다/나쁘다" 감상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의 자산으로 바라보자는 시도죠.
왜 요즘 사람들은 정서적 연봉을 더 따질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봉만 많이 주면 다 해결된다"는 말이 통했습니다.
하지만 MZ 세대 이후로 노동 시장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이 정서적 연봉에 민감해진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일과 삶의 경계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재택근무, 온라인 협업, 메신저 업무 지시가 일상화되면서 '회사 스트레스'가 집 안까지 따라오게 됐습니다.
감정적으로 소모되는 조직문화는, 예전보다 훨씬 더 빨리 번아웃을 부릅니다.
둘째, 일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냥 월급 받으려고 다니지 뭐"라는 말이 더 이상 설득력이 없습니다.
내가 쓰는 시간과 에너지가 '무엇을 위해 쓰이는지'를 따지는 사람들이 늘었고, 이는 곧 정서적 연봉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셋째, 비교가 너무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SNS, 커뮤니티, 유튜브 북리뷰 콘텐츠를 통해 다른 회사의 조직문화, 복지, 리더십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접합니다.
"우리는 원래 이렇게 해왔어"라는 말이 더 이상 방패가 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사람들은 이제 '금전적 연봉 + 정서적 연봉'을 합산해 회사의 매력을 판단합니다.
기업 입장에선 연봉만 높다고 인재가 버티지 않는 시대가 된 셈입니다.
좋은 조직문화는 어떻게 정서적 연봉을 올릴까?
정서적 연봉을 올리는 조직문화에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분위기가 좋다" 수준이 아니라, 회사의 시스템과 리더의 태도가 구조적으로 만들어내는 결과입니다.
우선, 심리적 안전감이 높습니다.
회의에서 다른 의견을 내도, 틀린 질문을 해도, 실수를 해도 "괜찮다, 같이 해결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한 가지만으로도 직원은 '여기선 숨 안 죽이고 일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둘째, 공정함에 대한 신뢰가 있습니다.
성과 평가, 승진, 보상, 프로젝트 배분이 납득 가능한 기준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으면, 사람들은 다소 힘들어도 견딥니다.
반대로, 기준이 불투명하면 연봉을 올려줘도 정서적 연봉은 떨어집니다.
셋째, 성장의 기회를 체감합니다.
교육 프로그램, 외부 강연, 도전적인 프로젝트 기획 등은 그 자체로 '나는 여기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감정을 줍니다.
이 감정은 보너스와는 다른 결의 만족감을 제공합니다.
좋은 조직문화는 '감정 소모를 줄이고, 감정 에너지를 채워주는 구조'를 가진 곳입니다.
직원 입장에선 "이 회사에 있는 동안 나는 사람으로서도 성장하고 있나?"를 계속 묻게 되고,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정서적 연봉이 높은 회사입니다.
기업은 정서적 연봉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정서적 연봉은 우연히 좋은 상사를 만나야만 얻을 수 있는 '복불복'이어선 안 됩니다.
기업이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할 HR 자산입니다.
첫 단계는 '진단'입니다.
직원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항목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상사·동료와의 신뢰 수준
공정성에 대한 체감
일의 의미, 보람에 대한 인식
과도한 감정 노동 여부
휴식과 회복의 가능성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직별 '정서적 연봉 지수'를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돈처럼 정확한 숫자를 붙일 수는 없지만, 최소한 "어디가 문제인지, 어디가 강점인지"를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구체적인 행동'입니다.
리더 교육: 피드백 방식, 인정·칭찬 문화, 심리적 안전감 조성
제도 개선: 휴가 사용 장려, 회의 문화 개선, 업무량 조정
커뮤니케이션: 경영진의 방향성과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공유
정서적 연봉은 거창한 복지나 이벤트로만 올라가지 않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 경험"이 쌓여 정서적 연봉을 만듭니다.
결국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합니다.
직원이 출근할 때 느끼는 감정을 꾸준히 개선하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개인은 자신의 정서적 연봉을 어떻게 계산해볼까?
직장인 입장에서도 한 번쯤 자신의 정서적 연봉을 체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연봉은 이 정도인데, 정서적 연봉은 과연 얼마짜리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죠.
간단하게 자가 진단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몇 가지 제안해 보겠습니다.
월요일 아침, 출근 준비할 때 내 마음은 어떤가?
회사에서 '나답게' 있을 수 있는가, 아니면 하루 종일 연기하고 있는가?
실수했을 때 '다 끝났다'는 공포가 먼저인가, '그래도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1년 전의 나와 비교했을 때, 사람으로서·직업인으로서 성장했다고 느끼는가?
지금 받는 연봉이 조금 줄어도, 비슷한 일을 더 건강한 조직에서 할 수 있다면 고민해 볼 의향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부분 부정적인 답이 나온다면, 정서적 연봉이 상당히 낮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퇴사를 고민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먼저 지금 조직 안에서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시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상사 혹은 동료와의 소통 방식 개선
내가 하는 일의 목적과 의미를 다시 정의해 보기
감정적으로 너무 소모시키는 업무는 조정 요청해 보기
회사 밖에서 나만의 성장 루트(공부, 사이드 프로젝트 등) 만들기
정서적 연봉은 회사가 주기도 하지만, 내가 스스로 '올릴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존재합니다.
정서적 연봉 vs 금전적 연봉, 무엇이 더 중요할까?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결국 돈이냐, 조직문화냐?"
사실 이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금전적 연봉은 기본입니다.
생활이 불안정하면, 아무리 정서적 연봉이 높아도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일의 의미도 보이고, 조직문화도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금전적 연봉이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 만족도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는 정서적 연봉입니다.
집에 가는 길,
"내일도 저 얼굴들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지친다"
라는 마음이라면, 어느 순간부터 연봉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현명한 선택은 이 둘의 '균형'을 보는 것입니다.
지금의 연봉이 주는 안정감
정서적 연봉이 주는 삶의 질과 성장 가능성
둘을 합산해 나만의 '총 연봉'을 계산해 보고, 그 합이 낮다고 느껴질 때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시사점: 앞으로의 커리어는 '정서적 연봉'을 중심으로 설계하자
정서적 연봉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앞으로의 커리어 설계 방식 자체를 바꾸는 관점입니다.
이제는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얼마 받느냐"에서 "어떤 감정으로 일하느냐"로.
기업 입장에선 정서적 연봉이 높은 조직문화가 곧 인재 경쟁력입니다.
돈으로 스카우트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저 회사는 사람을 사람답게 대한다"는 평판이 최고의 채용 브랜딩이 되는 시대입니다.
개인 입장에선 정서적 연봉이 결국 삶 전체의 만족도를 좌우합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의 절반이라면, 그 시간이 나를 소진시키는지, 성장시키는지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남겨 보겠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의 이름을 떠올리고, 조용히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곳에서 나는, 정서적으로 얼마짜리 연봉을 받고 있을까?"
그 답을 솔직하게 적어보는 순간, 다음 커리어 결정의 기준이 훨씬 선명해질 것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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