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버블, 투자 기회인가 사회 위기인가

AI 버블, 왜 투자자보다 사회가 먼저 걱정인가
요즘 AI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사람도 많을 것 같습니다. 챗봇, 생성형 모델, AI 반도체가 연일 최고가를 찍는데, 정작 내 일자리와 내 계급은 어떻게 바뀔지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하워드 막스가 AI를 언급한 지점도, 단순한 투자 조언이 아니라 사회 구조에 대한 근심에 더 가깝습니다.
버블에도 두 종류가 있다
막스는 버블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하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순수 금융 유행입니다. 돈이 돌기 위해 만들어낸 구조에 불과해서, 빠지면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는 거품입니다. 다른 하나는 증기기관, 철도, 자동차, 인터넷처럼 기술 진보를 동반한 버블입니다. 이쪽은 과잉 투자와 자본 파괴를 남기지만, 사회를 되돌릴 수 없게 바꾸는 부작용을 함께 남깁니다.
AI는 후자에 더 가깝다는 점에서 이미 방향은 정해졌습니다. 다만 속도와 스케일, 자금이 어느 정도로 과열될지가 문제입니다. 저라면 이 구분을 한국 독자에게 이렇게 번역하고 싶습니다. "끝나면 아무것도 안 남는 코인장세냐, 아니면 닷컴 버블처럼 폭락 이후에도 구글, 아마존 같은 괴물이 남는 국면이냐"의 차이입니다. 막스는 AI가 분명히 두 번째에 속한다고 보고, 그렇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AI는 어느 쪽에 가까운가
여기서 많이들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성공할 가능성과, 그 기술에 투자해 돈을 벌 가능성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AI는 사회를 재편할 정도의 기술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서 지금의 AI 관련 모든 종목이 좋은 투자라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특히 모두가 흥분한 상태에서 따라붙는 쪽이 가장 불리한 자리에 서기 쉽습니다.
막스가 반복해 강조하는 포인트는 단순합니다. 시장이 미워하는 자산에는 대개 '세일'이 붙고, 시장이 사랑하는 자산에는 '프리미엄'이 붙습니다. 지금 AI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사랑받는 쪽에 가깝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이 구간에서 공격적으로 베팅하기보다, 누가 과대평가되고 누가 외면받는지 골라내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특히 국내 환경에서는, 미국 빅테크를 그대로 따라 사기보다, 인프라나 툴의 수혜를 보는 2·3차 수혜 기업을 찾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신중한 투자: 빚 대신 지분, 확실성 대신 가능성
많은 실무형 투자자들이 지금 고민하는 지점은 비슷합니다. "AI는 확실히 큰 흐름 같은데, 지금 들어가도 되나, 한다면 어디까지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나"라는 질문입니다. 막스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실제로 적용하려고 하면 쉽지 않은 기준입니다.
대출이 위험해지는 순간
막스는 불확실한 프로젝트에 돈을 빌려주는 일에 매우 비판적입니다. 이 기업이 이자를 내고 원금을 상환할 '가시성'이 없다면, 대출자는 겉보기에 안전해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최악의 포지션에 서게 됩니다. 이자는 9퍼센트로 제한되어 있는데, 실패할 경우 원금 전체를 날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익은 제한적이면서 손실은 무제한인 구조입니다.
저라면 이 기준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매출과 현금 흐름이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AI 활용 기업에는 채권이나 대출로 접근할 여지가 있지만, 기술 자체가 아직 방향을 찾는 단계인 초기 스타트업에는 채권자는 사실상 자선 사업가에 가깝습니다. 그런 곳에 참여하고 싶다면 대출이 아니라 지분, 즉 주식으로만 들어가는 편이 장기적으로 합리적입니다.
저라면 AI 스타트업에 이렇게 접근한다
막스는 "결과가 순전히 추측에 가까운 사업"에는 빚을 대지 말라고 선을 긋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아주 작은 확률이지만 대성공 시 폭발적인 업사이드가 있는 곳에는 지분 투자로 접근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논리는 국내 비상장 AI 스타트업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제 기준에서는, 장외 AI 스타트업에 접근하는 사람에게 두 가지를 먼저 묻고 싶습니다. 첫째, 이 회사가 실패해도 생활이 흔들리지 않을 금액인지, 둘째, 성공했을 때 upside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구조인지입니다. 이 두 질문 중 하나라도 '아니다'라면, 그 투자는 그 사람에게 맞지 않습니다. 특히 레버리지나 신용 대출을 끌어 오는 순간, 막스가 경고한 '무제한 손실, 제한된 수익' 구조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셈이 됩니다.
AI가 빼앗는 것은 일자리보다 '직업의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AI의 경제적 효과보다, 내 일상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막스가 메모 말미에 붙인 개인적 걱정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그는 이 부분에서 투자자라기보다 시민에 가깝게 말합니다.
일자리 수는 유지돼도 질은 떨어진다
막스가 인용한 한 평가는 흥미롭습니다. 인터넷이 지난 25년 동안 수많은 화이트칼러 업무를 자동화했지만, 실업률은 장기적으로 높아지지 않았다는 관찰입니다. 대신 창고에서 물건을 집어 포장하는 일처럼,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은 블루칼러 일자리들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일자리는 유지되지만, 직업의 질은 낮아졌습니다.
이 구조를 AI에 그대로 대입하면, 더 골치 아픈 그림이 나옵니다. 이전에는 중간관리자, 사무직, 전문직이 인터넷 자동화의 수혜자였다면, 생성형 AI는 이제 이 영역까지 직접 침범합니다. 보고서 초안, 코드 틀, 기획서 뼈대는 이미 AI가 꽤 그럴듯하게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밀려나는 사람들에게 단순 물류·서비스 일자리만 남는다면, 임금 수준뿐 아니라 자존감과 소속감도 함께 흔들릴 수 있습니다.
국내 노동시장에 특히 아픈 지점
국내 환경에서는 이 문제가 더 극단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큽니다. 대기업·공기업 정규직과 나머지의 격차가 이미 큰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AI 도입으로 중간 단계의 안정적인 사무직과 일부 전문직이 줄어들면, 상층부는 오히려 더 안전해지고, 하층부는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중간 계층이 얇아지는 구조입니다.
막스는 실업률보다 '목적의 상실'을 더 걱정합니다. 자동화와 해외 이전으로 일자리를 잃은 지역과, 오피오이드 중독이 폭발한 지역이 이상하리만큼 겹친다는 사실은 시사점이 큽니다. 단순히 기본소득이나 현금 지원으로 소득을 메워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하루 대부분을 의미 없이 보내는 문제까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저라면 AI 도입을 논할 때, 생산성 지표와 별개로 "사람들이 일에서 얻는 의미와 관계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를 경영진의 KPI에 강제로라도 묶어 두고 싶습니다.
이 AI 국면,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잔인한가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결국 이 질문일 것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 하나, 그냥 관망해야 하나, 아니면 과감히 베팅해야 하나"라는 고민입니다. 여기서 막스의 시각을 빌려, 한국 독자 기준으로 한 번 나눠볼 수 있습니다.
유리한 사람의 조건
AI 버블이든 AI 혁명이든, 이 국면에서 유리한 사람은 몇 가지 조건을 공유합니다. 먼저, 소득의 기반이 한 회사의 한 직무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개발자이든 기획자이든, AI를 활용해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산출량을 키우는 쪽에 서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반면 반복적이고 규격화할 수 있는 업무에만 매달린 사람에게는 이번 변화가 잔인한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유 자금이 충분하고, 10년 넘게 묻어둘 수 있는 사람에게 AI는 하나의 필수 테마가 됩니다. 반대로 2~3년 안에 학자금, 전세자금처럼 큰 지출이 예정된 사람에게는, AI 관련 고평가 자산은 리스크가 과도합니다. 저라면 이런 상황의 사람에게, AI를 테마로 한 공격적 투자보다, 현금흐름을 지키는 쪽을 먼저 정비하라고 조언하겠습니다. 이 국면에서 AI 투자는 '인생 역전 티켓'이라기보다, 장기 포트폴리오 안에서 비중 조절이 필요한 섹터에 가깝습니다.
현실 제약과 첫 행동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AI는 아직 "너무 크고 막연한 이야기"입니다. 직장에서 쓰는 몇 가지 툴과, 뉴스 헤드라인으로만 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첫 행동은 거창한 투자 결정이 아니라, 자신의 일과 소득 구조를 AI 기준으로 재분류하는 작업이 되어야 합니다. 내 업무 중 AI가 대체하기 쉬운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 AI를 도입하면 내가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전체 역할이 줄어드는지 냉정하게 적어보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투자 측면에서는, 지금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남들이 다 산다니 나도 조금"이라는 식의 모호한 참여입니다. 명확한 논리와 시간축 없이 섞어 넣는 소액 투자가 오히려 정신적인 부담만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AI 관련 자산에 투자하고 싶다면 최소한 세 가지를 먼저 정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얼마나 오래 들고 갈 것인지, 중간에 가격이 반으로 떨어져도 버틸 수 있는지, 그리고 이 투자가 실패해도 삶의 계획이 근본적으로 흔들리지 않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 질문이 불편하다면, 그건 관망이 답이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AI는 이미 멈출 수 없는 방향입니다. 그렇지만, 그 방향이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같은 이득을 안겨주지는 않습니다. 기술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나에게 유리한 위치와 불리한 위치를 먼저 자각하는 일, 그리고 빚이 아닌 지분, 단기 수익이 아닌 장기 생태계라는 기준으로 한 걸음씩 옮기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 자체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스스로 목적을 찾아가는 연습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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