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의 중국 50% 관세, IT 업계에서 진짜 봐야 할 것들

멕시코의 대중 관세, 단순한 '무역 뉴스'가 아니다
요즘 IT 업계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공급망 이슈는 하드웨어 쪽 얘기지, 우리랑은 거리가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멕시코가 중국산 제품에 최대 50%까지 관세를 올리겠다고 결정한 순간, 이건 이미 칩과 서버를 넘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심지어 채용 전략까지 이어지는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멕시코 의회가 승인한 이번 관세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산 제품 1,400여 개 품목에 적용됩니다. 금속, 자동차 부품, 의류 같은 전통 제조업 품목이 핵심이지만, 이 부품들이 결국 어디로 가느냐를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북미에 있는 데이터 센터, 전기차, 네트워크 장비, 그리고 그 위에서 돌아가는 각종 서비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이미 중국산에 높은 관세를 매긴 상황에서 멕시코까지 보조를 맞추면, 북미 전체가 사실상 '중국산 우회 수입'을 틀어막는 그림이 됩니다.
여기서 많이들 놓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멕시코는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고, 중국처럼 '완제품 수출'보다는 북미 공급망의 일부로 움직이는 나라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조치는 중국을 직접 때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북미 생산망에 이미 올라탄 중국 자본과 기술, 그리고 그에 기대고 있던 다른 나라 기업까지 재편대 위에 올려놓는 효과를 냅니다. 제 기준에서는 이게 단순한 무역 전쟁이 아니라, "어디에서 무얼 만들고, 누구와 같이 개발해야 할지"에 대한 지도를 다시 그리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북미 공급망, 중국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고정되다
멕시코가 이런 선택을 한 시점도 중요합니다. 내년이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를 앞두고 있고, 트럼프 2기 가능성까지 깔려 있습니다. 멕시코 입장에서는 미국의 통상정책에 최대한 보조를 맞춰야 USMCA 재협상에서 덜 맞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관세는 경제 논리 못지않게 정치적 계산이 들어간 결정입니다.
이 구조는 어떤 사람에게 분명히 유리합니다. 이미 멕시코에 공장을 세웠거나, 멕시코·미국 양쪽에 생산 거점을 분산해 둔 기업들, 그리고 중국이 아닌 제3국 공급처를 어느 정도 확보한 회사들입니다. 반대로 중국 OEM/ODM에 강하게 의존해 북미 시장을 공급해 온 한국, 대만, 동남아 IT 하드웨어 업체들에겐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저라면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쓰는 부품 중 멕시코로 들어가는 중국산이 몇 퍼센트냐"를 데이터로 확인해 보고, 이게 높게 나오면 그 자체를 리스크 항목으로 보겠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멕시코 우회로'까지 좁아지는 신호
중국 입장에서는 그동안 미국 직접 수출이 막히면 멕시코를 생산 거점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우회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최근 중국계 기업의 멕시코 투자와 공장 설립이 늘어난 것도 이 흐름이었습니다. 이번 관세는 그 우회로를 상당 부분 압박하는 조치입니다.
겉으로 보면 중국에 불리하고 한국에 약간 유리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중국산 부품이 비싸지면, 멕시코 현지에서 생산하는 북미 완제품 가격이 올라갈 수 있고, 그러면 전체 수요가 줄어드는 식으로 시장 자체가 조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진이 얇은 네트워크 장비, 가전, 저가형 디바이스 쪽은 가격 경쟁력 하나로 버티던 모델이 흔들릴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우리가 중국을 대체해 치고 들어간다"는 공격적 시나리오보다 "시장 자체가 재편될 때 덜 다치는 쪽에 서 있는가"를 먼저 봐야 합니다.
Fed의 또 한 번의 금리인하, 약해지는 달러, 그리고 IT 투자
많은 실무자들이 미국 연준의 금리 얘기를 들으면 "그건 매크로 펀드나 볼 얘기지"라고 넘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릅니다. 연준이 세 번째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동시에 매달 4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다시 사들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말은 유연하게 했지만 사실상 '느린 양적완화 재개'에 가깝습니다.
이 조합은 달러 약세, 위험 자산 선호, 그리고 AI·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고강도 투자를 한동안 더 밀어주는 구조를 만듭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달러 인덱스가 흔들리고, 위안화가 7.05 근처까지 강세로 올라왔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원화 강세 압력, 아시아 증시 랠리, 그리고 메모리와 AI 관련 수출 모멘텀이 한 번 더 살아날 여지가 생깁니다.
AI 인프라 투자, 언제까지 '버티기 모드'로 갈 것인가
이번 방송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오라클의 숫자였습니다. 분기 설비투자 120억 달러, 시장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데, 정작 클라우드 매출은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주가는 바로 두 자릿수로 두드려 맞았고, 관련 AI 테마주들도 눈치를 보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소프트뱅크까지 동반 하락한 것을 보면, 시장이 "AI 인프라 투자 과속"에 대한 피로감이 꽤 쌓인 상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대만의 메모리 업체를 취재한 쪽에서는 내년까지 클린룸과 생산능력이 여전히 빠듯하다고 말합니다. 공급이 그렇게 쉽게 늘지 않는 구조라서, AI 서버용 DRAM·HMB 같은 핵심 메모리에는 아직 병목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많이들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AI 버블이면 통째로 빠져나와야 한다"는 극단적 대응입니다. 제 기준에서는 AI 인프라 투자는 분명 과속 구간이지만, 메모리 같은 병목 자산과, 장기 현금창출력이 약한 주변 테마를 구분해서 봐야 할 때입니다.
저라면 인프라를 직접 사거나 자체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쪽이라면, 지금 시점에 공격적 증설보다는, 내 수요가 실제로 어디까지 유효한지, 그리고 특정 클라우드 벤더에 얼마나 종속되어 있는지부터 점검하겠습니다. 특히 달러 약세와 금리 인하가 한동안 이어지면, 지금은 버거워 보이는 대규모 투자 계획도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때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라는 식의 추격 투자에 휩쓸리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위안화 강세와 중국 시장, 다시 기회가 될까
이번 Fed 결정 이후,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시장 예상보다 낮게, 그러니까 강세 쪽으로 고정하면서 사실상 달러 약세 흐름에 동조하겠다는 신호를 줬습니다. 무역수지 흑자도 커지고 있고, 외환 포지션에서도 위안화 강세 베팅이 다시 늘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는 그동안 외국인들이 과소 보유하던 중국 A주 중에서도, 홍콩·스톡커넥트로 못 사는 종목에 자금이 몰리며 중소형주 인덱스가 강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내 환경에서는 이게 미묘한 신호입니다. 중국이 완전히 죽었다고 보고 손을 턴 자금이 꽤 많은데, 위안화 강세와 실적이 받쳐주는 일부 테크·산업재 중심으로 다시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비와 내수 관련주는 숫자가 여전히 약하고, 정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습니다. 여기서 많이들 놓치는 지점이 "포지션이 가벼운 시장은 작은 호재에도 크게 움직인다"는 사실입니다. 그게 지속 가능한 랠리인지, 일시적인 숏 커버링인지 구분하지 못하면, 중국 시장은 늘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가 더 어렵습니다.
이 전략이 맞지 않는 사람, 그리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한 가지
누구에게 중요한 이슈인가
멕시코의 대중 관세, Fed의 완만한 완화 기조, AI 인프라 투자 과속 논쟁까지, 얼핏 보면 서로 다른 뉴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IT 업계에서 실제 영향을 체감하게 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꽤 명확하게 갈립니다. 북미 고객 비중이 크고, 멕시코·미국으로 물리적인 제품이 이동하는 구조에 있는 하드웨어·반도체·네트워크 장비 쪽 실무자라면, 이번 멕시코 관세는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이슈가 아닙니다. 공장·조립 파트너, 물류 루트, 관세 코드와 HS 코드까지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 반대로 순수 국내향 서비스, 예를 들어 한국 사용자만 대상으로 하는 SaaS나 B2C 서비스, 그리고 해외 매출이 거의 없는 스타트업에게는 당장 숫자로 드러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달러 약세와 미국 금리 인하로 글로벌 자금이 위험 자산을 더 찾게 될 때, 어느 타이밍에 어떤 방식으로 해외 자본을 받아들이는 게 유리한지에 더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현실적 제약과 첫 행동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IT 조직은 전담 이코노미스트도, 통상 전문가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매크로 변화를 읽고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 채, "알긴 아는데 바빠서 손을 못 댄다"는 상태로 몇 년을 보내기 쉽습니다. 여기서 많이들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정책과 매크로는 이해했다고 믿지만, 자기 회사의 P&L과 연결해 수치로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행동은 생각보다 명확합니다. 첫째, 북미 매출이 있는 회사라면, 멕시코를 포함한 북미향 매출에 들어가는 부품과 서비스 중 중국산 비중을 수치로 뽑아보는 것입니다. 회계팀과 구매팀, 개발·생산 부서가 한 번만 같이 앉으면, 적어도 "어디에 리스크가 집중돼 있는지"는 보입니다. 둘째, 내년 예산에 잡힌 AI·클라우드 인프라 증설 항목을 다시 열어보는 일입니다.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를 명분으로 "지금이 기회다"라는 논리가 붙을 때, 우리만의 기준으로 ROI와 리스크를 점검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라면 이 두 가지 작업을 한 번이라도 해본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격차가 앞으로 3년 동안 꽤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보겠습니다.
결국 이번 멕시코 관세와 Fed의 결정, AI 인프라 투자 논쟁은 모두 같은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외부 환경이 바뀔 때, 우리는 숫자로 리스크와 기회를 볼 수 있는 조직인가." 이 질문에 아직 자신이 없다면, 지금이 그 답을 만들기 시작할 수 있는 드문 타이밍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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