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디지털은행 Nubank, 한국 금융 IT에게 주는 진짜 힌트

Nubank가 보려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구조'다
많은 실무자들이 해외 핀테크 뉴스를 볼 때 화려한 숫자에 먼저 눈이 갑니다. Nubank가 라틴 아메리카 최대 디지털은행이 됐고, 고객이 1억 2700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적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이제 미국에서 은행 인가를 신청하며 본격 진출을 준비한다는 지점이 훨씬 중요합니다.
Nubank의 핵심 논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CEO 데이비드 벨레즈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기술 자체가 아닙니다. 은행 점포 중심 모델은 비용 구조가 너무 무겁고, 이 비용을 결국 고객이 수수료와 이자 형태로 떠안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디지털 전용 은행은 점포가 없어서 비용 구조가 전통 은행보다 최대 100배까지 효율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차이를 낮은 수수료, 낮은 금리, 더 나은 앱 경험으로 돌려주는 것이 이들의 비즈니스 논리입니다.
여기서 많이들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우리도 앱 잘 만들면 되겠네" 정도로 이해하지만, Nubank가 말하는 것은 UI 수준이 아니라 회사 전체를 디지털 전제를 기준으로 다시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온전히 모바일 기반으로 고객을 획득하고, 리스크를 평가하고, 지원을 처리하는 구조가 깔려 있어야 100배 효율이라는 말이 성립합니다. 저라면 이 지점을 한국의 금융·IT 기획자라면 반드시 곱씹어 볼 부분으로 보겠습니다.
미국 시장 진출이 말해주는 것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적인 금융 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럼에도 Nubank는 "미국도 의외로 덜 디지털화됐고,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합니다. 중국처럼 지점이 거의 사라진 나라도 있는데, 미국은 아직도 새 점포를 열고, 뉴욕 한 블록에 여러 은행 지점이 나란히 앉아 있는 상황입니다. Nubank가 보기에는 이 풍경 자체가 디지털 전환이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제 기준에서는 이 판단이 꽤 냉정하다고 느껴집니다. 미국 빅뱅크들은 지점이 브랜드와 영업 채널 역할을 한다고 말하지만, Nubank 시선에서는 '비싼 오프라인 마케팅'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비용은 결국 평균적인 고객이 낸 수수료에 포함됩니다. 국내 환경에서는 지점이 이미 많이 줄었기 때문에 겉으로는 덜 와닿지만, 여전히 높은 수수료와 느린 절차에 불만을 가진 사용자라면 같은 구조적 문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통했던 디지털 모델, 왜 미국에서도 통한다고 보나
이 부분에서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에서 통했던 모델이 정말로 미국에서도 그대로 먹힐까 하는 질문입니다.
'언더서브드' 고객을 노리는 전략
Nubank의 전략은 전통 은행과 정면 승부라기보다, 기존 은행이 충분히 신경 쓰지 않은 고객층을 파고드는 방향입니다. CEO는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같은 대도시를 잠깐 벗어나면, 미국에도 여전히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지역 커뮤니티 은행이 있지만 대출이 잘 나오지 않거나, 수수료가 높거나, 디지털 경험이 뒤처지는 영역이 상당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전략은 특정 페르소나에게만 유리합니다. 신용 점수가 높고 자산도 많아서 프라이빗 뱅킹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Nubank식 디지털 은행은 굳이 옮겨갈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반대로 신용 한도는 낮은데 카드·대출 이자는 높게 내고 있는 사람, 지방 도시에 살면서 지점 방문이 번거로운 사람에게는 수수료와 이자만 낮춰줘도 체감 효과가 큽니다. 국내 환경에서도 2030 사회초년생, 프리랜서, 소상공인처럼 은행 창구에서 늘 애매한 대우를 받던 층과 닮아 있습니다.
'지점이 꼭 나쁜가'라는 반론에 대한 답
기존 은행의 반론도 있습니다. 고액 자산가나 복잡한 대출 상담은 사람이 직접 설명하는 지점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Nubank도 이 점은 인정합니다. 아주 큰 금액의 자산을 운용하는 고객에게는 여전히 오프라인 채널이 유효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니까 이 회사가 겨냥하는 시장은 처음부터 '전체 고객'이 아니라, 단순한 금융상품으로도 충분한 대다수입니다.
저라면 여기서 한 가지 더 질문을 붙이겠습니다. "지점이 필요한 고객 비중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가"입니다. 카드, 간단한 대출, 저축, 기본적인 투자 정도라면 이미 한국에서도 대부분 모바일 앱으로 해결합니다. 지점이 꼭 필요한 사람은 소수인데, 그 소수를 위해 전체 고객이 비싼 오프라인 비용을 계속 부담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것이 합리적인지 생각해 볼 지점입니다.
한국 IT·금융 실무자가 읽어야 할 신호
많은 국내 실무자들이 이런 글로벌 사례를 보고도 막상 자기 일로 연결하지 못합니다. "저기는 저기, 여기는 여기"라는 말로 정리해 버리기 쉽습니다.
국내 금융 디지털화는 어디까지 왔나
한국은 송금 속도나 인증 편의성 같은 일부 영역에서는 이미 세계 최상위권입니다. 토스,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은행도 어느 정도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바꿀 것이 없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그런데 Nubank 사례를 현재 국내 상황에 대입해 보면, 아직 손댈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신용평가 모델은 여전히 직장·소득·연체 이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소득 구조가 비정형인 프리랜서, 1인 사업자는 앱 안에서 많은 활동 데이터를 남기지만, 이 정보가 신용으로 제대로 환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많이들 놓치는 부분은, "앱을 잘 만드는 것"과 "비즈니스 구조를 디지털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완전히 다른 난이도의 작업이라는 점입니다. UX만 개선하면 디지털 혁신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기존의 느린 심사, 보수적인 리스크 정책, 복잡한 내부 프로세스가 그대로 남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한국 금융 IT에서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더 잘 만든 앱이 아니라, 더 잘 설계된 리스크·데이터·조직 구조라고 봅니다.
누가 이 변화에서 이득을 볼까
디지털 전용 모델은 특정 집단에게 특히 유리합니다. 데이터 활용에 강점이 있고, 고객 지원을 자동화할 수 있는 IT 중심 조직, 그리고 UX를 빠르게 실험하고 배포할 수 있는 팀입니다. 반대로 "규제 리스크가 무섭다"는 이유로 새로운 모델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는 조직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요란한 캠페인만 하고, 실제로는 기존 은행과 비슷한 요율과 심사 기준을 유지한다면, 고객은 더 이상 속지 않습니다.
국내 환경에서는 이미 사용자 기대 수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작은 불편도 금방 비교됩니다. Nubank가 말하는 100배 비용 효율은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한국에서도 2배, 3배의 내부 효율만 확보해도 그 차이를 가격과 경험에 반영할 여지가 생깁니다. IT 실무자 입장에서는 "어떤 프로세스를 디지털 전제로 다시 설계해야 비용 구조를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부터 던지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시작 전 반드시 체크할 것
누구에게 의미 있는 전략인가
이 전략은 두 부류에게 특히 중요합니다. 첫째, 금융이나 핀테크 서비스를 기획·개발하는 실무자입니다. 이들에게 Nubank는 "멋진 앱을 만들면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비싼 오프라인 구조를 버리고 디지털 전용 비용 구조를 만들면 새로운 가격대와 경험을 설계할 수 있다"는 사례입니다. 둘째, 언더뱅크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전통 은행이 관심을 덜 두는 신용 이력, 지역, 직업군에서 새로운 잣대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Nubank의 시선은 꽤 실용적인 참고가 됩니다.
반대로 이미 지점 기반 영업망과 고액 자산가 고객 비중이 높고, 이 오프라인 네트워크 자체가 회사의 핵심 자산인 조직이라면 Nubank식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오히려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지점의 역할을 줄이는 대신, 오히려 디지털 경험과 지점을 결합해 '하이브리드 프리미엄 서비스'로 가는 길이 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현실적 제약과 첫 행동
현실적으로는 규제와 리스크 관리가 가장 큰 제약입니다. 은행 인가를 받지 않더라도, 신용과 결제를 다루는 순간부터 온갖 규제가 따라옵니다. Nubank 역시 미국에서 '국가 차터'를 신청하는 단계부터 장기전을 전제로 깔고 있습니다. 국내 환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디지털 금융을 한다면서 규제 리스크를 과소평가하면, 어느 순간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래서 첫 행동은 거창한 "디지털 전환 전략 수립"이 아니라, 자사 서비스에서 고객이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는 지점을 하나만 골라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비용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쪼개 보면, 오프라인 구조든, 중복된 심사든, 불필요한 수작업이든, 디지털 전용 구조로 바꾸었을 때 절감 가능한 금액이 숫자로 드러납니다. 저라면 이 숫자를 제대로 뽑아 보고 나서야, Nubank식 모델이 우리 조직에 맞는지 아닌지를 논의하겠습니다. 말로만 "디지털 혁신"을 외치는 것보다, 한 군데라도 구조를 눌러보고 비용이 실제로 줄어드는지 확인하는 편이 훨씬 덜 위험한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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